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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멜번이 궁금하다면 시장을 여행하세요, 퀸 빅토리아 마켓

    Wish to fly Wish to fly 2013.11.07

    카테고리

    호주, 음식, 쇼핑

     

    멜번이 궁금하다면 시장을 여행하세요

    퀸 빅토리아 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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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들이 남대문 시장에 열광하는 이유

    우리에겐 그저 삶터에 불과한 시장에, 서울을 여행하는 수많은 외국인들은 열광한다. 꾸며지지 않은 한글 간판, 값싸고 푸짐한 거리 음식, 서울을 기념할만한 수많은 소품과 물건들까지, 우리는 익숙하기에 그 매력을 느끼지 못했던, 아니 오히려 지저분하고 싸구려 같다며 폄하해 왔던 시장의 풍경.

    그것에 그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아마도 꾸미지 않은 날 것의 서울이 담겨 있기 때문일 터. 우리가 유럽의 도시들에서 마주하는 플리 마켓과 방콕의 수상 시장에 열광하듯이 그들도 아마 그런 것일 게다. 대부분의 여행자가 그렇듯 나 역시 여행지에서 마주하는 시장의 풍경을 매우 사랑하고, 그 안에서만 느낄 수 있는 역동적인 삶의 모습에 매력을 느껴 셔터 누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이곳 멜번 여행이라고 해서 다를 것은 없었다. 막 시작되는 가을의 아침, 나는 곧 마주하게 될 시장 풍경에 설레이며, 멜번 최대의 시장이자 멜버니언들의 삶터인 퀸 빅토리아 마켓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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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뜻한 아침, 시장으로 가는 길. 좋은 아침이야, 멜번!

    저 멀리에서 쿠쿡쿠국 소리를 내며 시티 서클 트램이 느릿느릿 달려온다. 모든 시민과 여행객에게 무료인 저 트램을 타고 이제 퀸 빅토리아 마켓으로 향한다.

     

    퀸 빅토리아 마켓

    주소 : Corner of Victoria St. and Elizabeth St., Melbourne, VIC 3000, Australia

    가는 법 : 멜번 도심을 순환하는 무료 트램 시티 서클 라인을 타고 Queen St./La Trobe St. 역에서 하차. 북쪽으로 Queen St.를 따라 3분 정도를 걷는다.

    홈페이지 : http://qvm.com.au/

    요약 : 멜번의 밥상이라고 할 수 있는 멜번 최대의 상설 시장. 규모가 크기 때문에 여러 블록으로 나뉘어 있고, 농산물, 어패류를 비롯하여 즉석 음식, 커피, 군것질 거리, 의류와 생필품, 골동품과 잡동사니, 여행자들에게 기념이 될 만한 다양한 소품들까지 판매한다.

     

    시장, 넘치는 힘과 활기의 장소

    아침 햇살 속에 퀸 빅토리아 마켓에 도착했다. 여느 시장이 그렇듯 이 곳도 안과 밖의 뚜렷한 경계 없이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어디로부터 들려오는지 알 수 없는 퍽 듣기 좋은 외침들이 이 쪽 저 쪽으로 한가득이었다. 그것은 소음이라기보다 활기에 가까운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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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활기 넘치는 시장 안의 공간으로 들어가려다 마주친 좁은 골목의 풍경. 재빠르고 힘 있는 인부들의 동작을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다. 수많은 외국인들이 남대문 시장에서 놀라는 풍경 하나, 5단 6단으로 쟁반을 이고 나르는 식당의 어머니들. 우리에겐 일상인 그 풍경에 그들이 셔터를 누르듯, 그들에겐 일상인 이 활기 넘치는 풍경에 나도 모르게 셔터를 누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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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에게 필요한 모든 것, 퀸 빅토리아 마켓에 다 있다. 시장 안으로 들어가 보면, 그 넘치는 활기와 거대한 규모에 먼저 놀라게 된다. 몇 개의 블록에 나뉘어 자리 잡은 퀸 빅토리아 마켓은 육류와 해산물, 농산물과 과일, 빵과 소시지 등의 가공 식품, 의류와 공산품 등을 판매하는 영역으로 세분화되어 있다. 그 중의 한 부분만 휘 둘러본다고 해도 십여 분은 걸리니, 모든 곳을 관심을 가지고 제대로 돌아본다면 반나절은 족히 걸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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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으로 들어오니 이런 풍경이 펼쳐진다. 사실 그 모양새는 특별할 게 없었다. 좁은 골목을 가운데 두고 양 쪽으로 늘어선 상점들, 목청 좋은 상인들의 외침과 그에 이끌리듯 멈추어 서서 흥정을 시작하는 사람들. 멜번이나 서울이나 다를 것이 없었다. 그들도 우리 어머니들처럼 돈 만원을 들고 나가도 살게 없네, 하며 찬거리 걱정을 할까. 아마도 그렇겠지. 사람이 사는 것은 이곳이나 그곳이나 매 한 가지일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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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웃음이 흐르고 활기가 넘쳐도 그들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 더 받아내려는 자와 덜 주려는 자의 치열한 눈치 싸움은 지구상 만국 공통이기 때문. 허나 마지막엔 언제나 웃으며 고맙다고 인사하는 그들에게서 '여유'라는 단어도 빼 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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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을 견학 나온 어린 아이들의 표정도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시장 풍경이었다. 과일 상점의 아주머니는 퍽 재미있는 표정과 함께 설명을 쏟아내고, 아이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그 설명을 흡입했다. 얼마나 즐거운 시간일까. 저 아이들이야말로 지금 이 세상 모든 것들이 궁금할 나이 아니겠는가.

     

    여왕의 이름을 딴 시장 QVM

    퀸 빅토리아 마켓Queen Victoria Market. 흔히들 줄여서 QVM이라 부른다. 예로부터 지금까지 대영 제국의 날개 아래에 있는 이곳 호주, 그렇기 때문에 시드니에서도 멜번에서도 퀸 빅토리아의 이름이 들어간 많은 공간들을 마주할 수 있다. 시드니의 퀸 빅토리아 빌딩QVB도 그렇고 지금 이 시장 앞의 거리 퀸 빅토리아 스트리트도 같은 범주 안에 있는 것. 

    하지만 분명히 뭔가 달랐다. 세종로와 세종문화회관, 충무아트홀. 왕과 위인의 이름을 빌린 광장과 대로, 공공 건축물은 우리에게도 있지 않은가. 헌데 서민들의 공간이라고도 할 수 있는 시장에, 그것도 세계를 좌지우지했던 여왕의 이름이라니. 굳이 1차원적인 비유를 해 본다면 '선덕여왕 시장', '명성황후 농수산물 시장' 즈음일까. 만일 우리나라에서 저런 이름의 시장이 있었더라면 어떤 논란과 갑론을박이 펼쳐질지, 상상만으로도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왔다. 

    허나 옳고 그름을 떠나, 시장이라는 공간이 뭇 사람들의 식탁이자 삶터이고, 그들 삶의 필수품을 얻을 수 있는 장소라고 생각한다면, 또 여왕의 이름을 붙이는 것이 그렇게 어색한 일은 아닐지도 모를 일이었다. 외려 뭇 백성들의 먹고 입는 것을 걱정하는 인자한 나랏님의 이미지가 떠오르기도 하니, 우리의 생각이 조금은 말랑말랑해질 필요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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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멜번 퀸 빅토리아 마켓의 입구. 지금으로부터 약 130여년 전인 1878년에 설립되었음이 표시되어 있다. 당시는 빅토리아 여왕의 재위 기간이었고, 실제로도 그녀는 밖으로는 국부를 창출하고 안으로는 국민의 안녕을 도모한 군주였다.

     

    컬러풀 QVM

    그러나 무엇보다 이 여행자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퀸 빅토리아 마켓의 역사도, 여왕의 명성도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상점마다 그득그득 채워진 총 천연색 먹거리였던 것. 제일 먼저 찾았던 청과물 시장, 우리는 그 곳에서 자연이 선물하는 컬러풀한 멜번을 마주할 수 있었다. 사과는 빨갛고, 청사과는 푸르고, 오렌지는 밝은 주황 빛인 것을 굳이 눈으로 확인해 보지 않아도 이미 알고 있지만, 이 곳에서 본 신선한 과일들은 그 색깔만으로도 우리의 눈을 사로 잡고 발길을 붙잡을 정도였으니, 그 어떤 여행자라도 이렇듯 먹음직한 과일들의 색을 본다면 결코 쉬이 지나칠 수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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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치 인테리어용 모조품 같기도 한 멜번 퀸 빅토리아 마켓의 과일들. 사과와 오렌지와 라임의 색은 원래 이런 것이라고 굳이 가르쳐 주는 듯한 색깔의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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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가득 붉고 또 푸른 사과의 색. 사과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도, 저 사과들만큼은 한 입 깨물어 주고 싶으리만치 먹음직스러웠다. 각각의 과일마다 그 가격과 이름을 적어 놓은 푯말도 어찌나 저렇게 그들스러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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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산물의 신선함은 또 어떻고. 거대한 섬나라인 호주, 그리고 해안 도시 멜번. 이제껏 보지 못했던 저 코발트 빛 게를 비롯하여 이름조차 알 수 없는 수없이 많은 어패류가 그득 펼쳐져 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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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듯 양념이 되어 가열만 하면 먹을 수 있는 음식의 종류도 무척이나 다양했다. 우리로 치자면 온갖 종류의 장아찌와 조림을 파는 반찬 가게 정도라고 해도 될까. 꽤 먹음직한 음식들이 많았지만, 호스텔의 키친을 아직 확인하지 못한 상태였던 터라 그것들 중 아무 것도 맛 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여행자에게도 열린 삶터

    이 곳 퀸 빅토리아 마켓은 멜번을 여행하는 자들의 방문지이기보다는 멜버니언의 삶터에 가깝다. 시드니의 야경처럼 화려한 것도, 멜번의 오래된 건축물처럼 고풍스러운 것도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여행자들이 굳이 찾을 필요가 없다할만 한 곳은 결코 아니다. 싸구려 열쇠고리부터, 캥거루와 코알라 인형, I love Australia가 쓰여진 머그컵, 기괴한 모양새의 장난감과 기념품들까지, 웬만한 기념품 가게에서는 발견하지 못할 다양한 것들이 여행자의 지갑이 열리기를 기다린다. 그러나 무엇보다 내가 이 퀸 빅토리아 마켓을 사랑하게 된 이유는, 바로 이 저렴하고도 푸짐한 현지의 음식 때문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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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으로는 그 크기를 담아낼 수 없음이 아쉽기만한 핫도그와 버거. 주문을 하자 상점의 점원들은 재빠른 손놀림으로 음식을 만들기 시작한다. 주문과 동시에 따뜻하게 새로 만들어진 버거와 핫도그가 손에 쥐어졌다. 물론 카페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신선한 양상추가 아삭거리는 버거의 맛은 지갑이 얇은 여행자들을 충분히 만족시키고도 남았다. 음식 물가 지수가 높은 편인 도시 멜번, 단언컨대 이 곳에서 먹었던 이 거대했던 핫도그와 버거는 아마 가성비 최고의 현지 음식이었을 것이다. 그 크기도 그 맛도 모두 다.

     

    이런 여행자에게 추천

    소소한 여행에도 재미를 느끼는 일상 여행자.

    값비싼 명품 쇼핑만큼 소소한 생필품 쇼핑에서도 재미를 발견하는 알뜰 여행자.

     

    I LOVE MARKETS

    든든한 한끼 식사를 하고, 또 다시 한참을 돌며 시장 풍경을 담아도 다 하지 못한 퀸 빅토리아 마켓 구경. 여기 퀸 빅토리아 마켓의 끝은 어디일지, 아마도 오늘 하루로는 다 알 수 없을 것 같았다. 아직 발도 들이지 못한 저 미지의 골목에는 또 어떤 상품들이 있을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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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목적지로 가기 위해 시장을 돌아나오며 마주한 풍경. 그것은 아마도 퀸 빅토리아 마켓에서 주최하는 요리 강좌 같은 것이었나보다. 진지한 표정의 요리사가 나와 오늘의 요리를 소개하고 있었다. 냄비 안에서는 무엇이 끓고 있는지, 뿌연 김과 함께 구수한 냄새가 흘러 나왔다. 구경하는 멜버니안 주부들의 표정도 사뭇 진지했다. 어쩌면 이 곳은 단순히 생필품을 사고 파는 곳을 떠나서 우리네 아침 방송과도 같은, 어머니들의 아침 시간을 책임지는 곳일지도 모르겠다. 우리 도시에서는 백화점이 빼앗아간 그 역할, 이 곳 멜번에서는 시장이 여전히 묵묵히 해 내고 있었다.

    이 다양한 풍경들을 보고 삶의 활기를 느꼈으니, 어찌 이 시장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두어 시간 시장을 둘러보고 산 것이라고는 조카를 위한 캥거루 인형 몇 개와 햄버거, 핫도그가 전부였지만 그래도 그 넉넉함을 직접 경험했으니 이 여행자의 마음도 한결 든든하고 넉넉해지는 것 같았다.

    멜번을 여행하는 그대, 멜번의 진짜 모습을 알고 싶은가? 그렇다면 시장을 여행하라. 지금 퀸 빅토리아 마켓으로 가라. 멜버니언의 삶터인 그곳에서는 가장 솔직한 삶의 냄새가 고스란히 풍겨져 나오고 있으므로.

     

     

     

     

    Wish to fly

    건축이라는 것으로 돈을 벌고 그 돈으로 여행을 떠나고 그 여행의 경험으로 다시 건축을 하는 여행이 생활이고 생활이 여행인, 여행중독자입니다. http://blog.naver.com/ksn333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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