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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레스덴, 내가 이 도시에 반한 이유 5가지

    홍 2013.11.11

     

    드레스덴, 내가 이 도시에 반한 이유 5가지 

      

    햇볕이 흔하지 않아 그 소중함을 더욱 느끼는 요즘, 포근한 빛이 비추던 어느 날 무작정 드레스덴으로 여행을 떠났다. 베를린에서 기차로 2시간 거리에 위치하고 있어 여행이라고 하기에 조금 거창할 수 있으나, 동독지역 도시 중 가장 아름답다는 말을 여러 번 들어왔던 터라 마음은 여행의 설렘으로 가득했다. 그렇게 떠난 10월의 어느 날 드레스덴은 태양 아래 황금빛 낙엽과 함께 화려하게 빛나는 아름다움을 내게 보여주었다.

    바로크 문화가 꽃을 피웠고, 히틀러가 가장 사랑했던 도시였으며, 현재 독일의 피렌체로 불리는 곳. 드레스덴에 도착하기 전, 나는 이 모든 수식어들에 대해 반신반의 했지만, 드레스덴은 오히려 이러한 수식어들이 무색할 정도로 '아름다움'과 '로맨틱함' 그 자체였다.

    하나하나가 예술작품과도 같은 건축물들이 가득한 거리. 곳곳에 역사의 숨결을 느낄 수 있었던 드레스덴.
    오늘은 내가 반한 이 도시의 5가지 매력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1. 엘베강이 흐르는 도시의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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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시가지에서 바라본 구시가지의 풍경

     

    드레스덴을 논할 때 엘베강을 빼놓을 수는 없을 것 같다. 대부분의 도시가 아름다운 강과 함께 그 역사를 이어왔듯이, 드레스덴 역시 엘베강을 젖줄 삼아 형성된 도시다. 비가 많이 올 때는 몇 번의 홍수를 일으키기도 야속한 모습을 보여줄 때도 있지만, 도도하게 흐르는 엘베강은 드레스덴의 전경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장본임 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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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시가와 신시가를 잇는 아우구스트다리 위에서 바라 본 엘베강의 전경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를 가로지르며 유유히 흐르는 엘베강. 우리에게도 한강 시민공원이 있듯이, 엘베강 역시 시민들의 휴식처 역할을 하고 있다. 강변을 따라 산책하는 노부부, 조깅하는 청년들, 강아지와 함께 산책하는 가족들, 뛰어노는 아이들까지... 사람, 도시, 그리고 자연이 한데 어우러져 여유롭기 그지없다. 

    또 하나, 엘베강의 전경을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 '브륄의 테라스'에 서보는 것을 추천한다. 유럽의 발코니라 불리는 이곳은 드레스덴 국립 미술대학을 뒤로 길게 뻗어, 엘베강을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 역할을 한다. 벤치가 있어 지친 다리를 쉬어가며 한적한 시간을 보낼 수도 있는 곳이다. 나 또한 이곳에 자리를 잡고 한없이 엘베강을 바라보았다. 눈부시고 화려하진 않지만 잔잔하고 평온한 풍경이 마음에 잔잔한 파문을 그리며 퍼져나갔다. 

    신기하게도 나중에 돌아와 사진을 찾아보니 브륄의 테라스에서 바라본 엘베강의 전경 사진이 단 한 장도 없었다. 분명 한 장 정도 찍을을 법도 한데, 나도 모르게 테라스에서 엘베강의 낭만에 흠뻑 빠졌나보다. 단아한 아름다움이 매력적인 엘베강의 풍경, 궁금하다면 꼭 직접 가보시기를~! 

     

     

    2. 츠빙거 궁전, 바로크를 사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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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츠빙거 궁전 옥상에서 바라본 정원의 모습

     

    바로크 양식의 우아한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츠빙거 궁전은 드레스덴을 대표하는 명소 중 한 곳이다. 아우구스트 2세 통치시절 드레스덴의 문화적 예술적 번영을 반영하는 최고의 걸작이라고 한다. 최고의 건축가와 조각가에 의해 만들어진 이곳은 무려 20년에 걸쳐 완공 되었다고 하니 이 궁전에 얼마나 많은 심혈을 기울였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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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츠빙거 궁전 옥상의 풍경 - 조각상들이 많다 

     

    츠빙거 궁전은 좌우 대칭으로 지어져 궁 안에 십자형의 큰 정원이 있는 것이 특징. 주로 유럽의 궁전은 건물과 정원이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은데, 궁전 안에 정원이 있는 것이 독특하다. 그래서 이곳을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궁전 위로 올라가 정원을 한눈에 내려다 봐야 한다. 다른 궁전과는 달리 건물 옥상을 전체 다 개방하고 있어, 궁전의 전경을 여러 각도에서 천천히 둘러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옥상 위에는 다양한 조각상들이 설치 되어 있으니, 마치 야외 미술관을 관람하는 것처럼 느긋하게 감상해보자. 나 역시 섬세한 조각상에 시선을 빼앗겨 한참을 옥상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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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츠빙거 궁전 안 분수의 모습

     

    또 이곳에는 바로크 양식으로 조각된 분수가 푸른 잔디와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분수 가장자리 주변에는 앉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어 방문객들이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게다가 이 정원에서는 매년 여름이면 드레스덴 음악제가 열린다고 하니, 아름다운 음악과 궁전의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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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림프 분수 

     

    츠빙거 궁전의 아름다움을 더욱 빛나게 해주는 또 다른 곳이 있는데, 바로 림프 분이다. 성 북쪽 비밀스럽게 자리잡은 이곳은 아름다운 조각상들과 반짝이는 물이 조화를 이루며 이 궁전을 더욱 로맨틱한 장소로 만들어준다. 예전에는 목욕탕으로 사용되었던 곳이라고 하는데, 이런 곳에서 목욕을 하다니! 이 어찌 사치스러운 상상이 아닌가. 그 시대의 왕족들이 부러워지는 순간이다. (^^)

    그 밖에도 현재 궁전 건물은 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북쪽 박물관에는 다양한 미술품이 그리고 남쪽 박물관에는 도자기 컬렉션이 전시되고 있다. 

     

     

    3. 도시는 역사를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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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라우엔 교회와 마틴 루터 동상의 모습

     

    드레스덴 역시  세계2차 대전으로 인해 막대한 피해를 받은 도시 중 한 곳이다. 1945년 2월 공습은 도시의 90%를 파괴하였고 13만의 목숨을 앗아갔으며, 문화와 예술 그리고 음악을 영위하던 시민들의 자부심을 한 순간에 잿더미로 만들었다. 하지만 시민들은 슬픈 상처에도 굴하지 않고 그들의 도시를 사랑하고 기억하며 재건에 온 힘을 기울였고 다시 지금의 드레스덴을 만들었다. 

    그 중 전쟁의 역사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노이마르크트 광장에 위치한 프라우엔 교회이다. 1730년대 바로크 양식으로 건설된 이 교회는 96미터 높이의 돔과 거대한 파이프 오르간이 이곳의 상징이었다고 한다. 지지대 없이 지어진 돔은 그 기술을 자랑하며 오랜 시간을 버텨왔지만 제 2차 세계대전의 폭격은 이 교회를 완전히 무너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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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라우엔 교회는 독일 통일이 이루어 진 후에야 복원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복원과정에는 시민들의 힘도 컸다. 폭격으로 무너진 프라우엔 교회의 벽을 안타깝게 여긴 시민들이 검게 타버린 벽의 돌들을 모아 일일이 번호를 매기며 보관해 왔고, 그렇게 남겨진 돌들은 이윽고 복원이 시작 될 무렵 재건에 그대로 사용된 것이다. 위 사진을 보면 교회 벽면의 돌들이 각각 색이 다른데, 바로 그 이유 때문이다. 이렇게 오랜 상처를 딛고 2005년에 다시 완공 된 프라우엔 교회는 전쟁을 반대하는 상징과도 같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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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탈호프 외벽에 그려진 군주의 행렬

     

    드레스덴의 역사를 잘 보여주는 또 다른 곳은 바로 군주의 행렬 벽화 이다. 1870년대 무려 101미터에 달하는 길이로 외벽 전체에 그려진 벽화는 그 웅장함을 자랑하고 있었다. 작센왕국 군주들의 행렬을 연대기 식으로 그린 작품이라고 하는데 이곳의 대단한 점은 벽화 전체가 타일로 제작되었다는 점이다. 손으로 그려졌던 기존 벽화의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1900년대 타일로 다시 제작되었다고 한다. 사용된 타일의 숫자만 무려 24,000개에 달한다고 하니 개수로도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벽화를 따라 걷다보면 이곳이 정말 독일이 맞나? 싶을 정도로 화려한 모습이다. 그래서 이곳이 독일의 피렌체라는 별명을 얻었는지도 모른다. '군주의 행렬'은 다행히 세계대전의 폭격을 피해 지금까지 그 작품의 본 모습을 감상할 수 있는데, 전쟁으로 90%가 사라진 도시에서 이런 역작이 남아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4. 도시의 분위기에 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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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장에서 바라 본 호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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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군주의 행렬 주변 풍경

     

    드레스덴이 아름다운 이유에  대해 구구절절 설명을 늘어놓긴 했지만, 사실 정답은 '그냥, 아름다운' 것일지도 모른다. 전쟁 당시 파괴되었다는 말을 믿기 어려울 정도로 예전의 모습을 그대로 복원해놓았는데, 그저 건물만을 복원시킨 것이 아니라 예전의 그 감성까지 고스란히 도시에 녹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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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브륄의 정원에서 바라본 드레스덴 국립 음악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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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쟁의 상처가 남은 건물과 새로운 건물이 공존하는 모습

     

    주요 관광지가 모여있는 구시가지의 규모는 작은 편으로 모두 도보로 이동이 가능하다. 그래서 도시의 작은 골목골목을 천천히 이동하는 것을 적극 추천한다. 그 이유는 거리를 걷다 보면 자연스레 도시의 역사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문화의 꽃을 피웠던 작센 왕국 시절부터 전쟁의 상처 그리고 그 상처를 이겨낸 시민들의 마음까지 말이다. 드레스덴이 아름다운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 아닐까. 

     

     

    5. 떠나기 아쉬운 밤, 야경을 감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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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슐로스플라츠의 야경

     

    조금이라도 오래 머물고 싶었던 드레스덴. 마지막으로 야경을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일부러 기차시간을 늦췄다. 세상에 어둠이 깔리고 거리에 하나 둘 조명이 빛을 밝히자, 낮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는 드레스덴의 밤이 펼쳐졌다. 

    보통 '도시의 야경'하면 높은 빌딩들의 번쩍거리는 빛의 향연을 떠올린다. 드레스덴의 야경은 빛이 너무 강하지도, 튀지도 않는 가운데 건물의 골격이 조명 속에 드러나면서 그 본연의 아름다움이 더욱 빛나는 모양이었다. 길거리의 빛은 마치 예술작품에 라이트업 해놓은 조명처럼 건물들을 비추고, 도시 전체가 하나의 조명으로 연결된 것처럼 은은한 빛을 발산했다. 차분하면서도 중후한 멋이 느껴지는 드레스덴의 야경은 오랜 감동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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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브륄의 테라스에서 바라본 뮨즈가세의 거리풍경

     

    저녁이 되니 레스토랑이 시끌벅적해졌다. 저녁식사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정겹다. 이곳은 '뮨즈가세'라는 좁은 골목인데 거리에는 많은 레스토랑이 즐비하다. 독일 전통 요리를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부터 이탈리안 레스토랑 그리고 아시안 레스토랑까지, 그 종류도 다양했다. 드레스덴의 먹자 골목쯤 된달까. 나는 이곳에서 독일 소시지로 출출한 배를 채우기도 하고 야경을 기다리며 근사한 저녁식사를 하기도 했다. 

     

    도무지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애써 재촉하며, 드레스덴을 뒤로 하고 돌아왔다. 기차에서도 그 여운을 오래오래 남는 것을 보니, 왜 많은 사람들이 드레스덴을 사랑할 수 밖에 없었는지 절감했다. 

     

     

     

     

    홍

    현재 베를린에서 어학연수생으로 머물고 있지만 여행카페와 블로그 그리고 한국 모 잡지 의 베를린 해외통신원으로 활동하며 현지인만 아는 특별한 장소를 소개 해 오고 있다. 디자인을 전공하였지만 디자이너로 일은 안하고 다른 문화, 언어, 사람들을 새롭게 알아가는 것에 푹 빠져, 대학시절부터 유럽을 시작으로 일본, 미국, 터키, 그리스, 아프리카를 누비며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배우고, 성장한 1인 이다. 그리고 지금도 그녀의 문화예찬 꿈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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