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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국인에게 우리 전통마을은 어떻게 보일까? 봉화 달실마을

    토종감자 토종감자 2013.11.30

    카테고리

    경상, 가을, 에피소드

     

    외국인에게 우리 전통마을은 어떻게 보일까?
    - 스위스 가족의 한국 여행기 

    금빛 닭이 품은 마을, 봉화 달실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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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월, 스위스에 있는 남편의 가족들이 한국을 방문했다. 

    열흘 간 서울에서 지내며, 도시의 화려함과 처음 보는 아시아 문화에 즐거워 하는 듯 했지만 역시 사람은 내가 익숙한 곳이 편안한 법.
    시간이 지나자 조금씩 그들이 살던 스위스의 자연이 그리운 기색을 내보이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떠나게 된 스위스 가족의 한국 시골 여행.

    그 첫번째 목적지는 봉화의 달실마을로 정하게 되었다. 아름다운 전통 가옥과 전통마을이 모여있는 봉화와 안동. 그중에서 달실마을이 가족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전통마을로 선정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지금으로부터 약 3년 전, 그때는 우리가 아직 스위스에 살고 있었는지라 함께 한국을 방문할 때면, 스위스인인 남편에게 한국의 이곳저곳을 보여주곤 했다. 3년 전 여름에도 남편과 2주 동안 한국 시골여행을 갔는데, 그때 남편의 기억에 가장 아름답게 남아 있던 곳이 바로 달실마을과 청량사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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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년 여름, 달실마을

     

    달실마을이라는 정겨운 이름을 가진 이 마을은 나의 마음도 사로잡기에 충분한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푸른 논 저편에 기와집들이 아기자기 모여있고, 논가를 흐르는 투명한 또랑물 속에는 우렁이가 느릿느릿 기어가고 있었으며, 주인을 알 수 없는 산딸기같이 붉은 알이 돌담벽에 탐스럽게 매달려 있었다.

    그리고 그 마을 구석구석을 화려한 날갯짓으로 장식해주던 수많은 나비들. 작은 마을이었지만, 그래서 보여주기 위해 꾸며진 인위적인 전통마을이 아니라, 진짜 사람들이 터전으로 삼고 있는 '마을'이라는 느낌을 주었는지도 모르겠다.

      

     

    달실마을에 오면 한과를 잊지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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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과를 튀기고 있는 모습

     

    이 마을은 주민들이 직접 만들어 파는 한과가 유명하다. 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주차장 오른쪽집이 바로 한과를 만드는 곳이다. 이렇게 동네 아주머니들이 쪼르르 앉아서 한과를 튀기는데, 그 고소한 냄새가 저어 멀리까지 퍼져 방문객들의 지갑 든 손등을 간지른다.

    3년전에 왔을 때 갓 만들어진 따끈따끈한 한과를 뚝 부러뜨려 먹는데, 어찌나 고소하고 보드랍던지. 남편은 입 안 가득 퍼지는 달콤함을 잊을 수 없다며, 단것을 좋아하는 조카들을 이끌고 한과집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오늘은 판매를 하고 있지 않았다. 일요일은 휴일인걸까? 조카들의 입이 그새 뾰로통하게 튀어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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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신 한과집에는 커다란 꽃사과 나무가 한 그루 있었는데, 바닥에 떨어진 꽃사과들이 짓이겨져 달콤한 과즙향이 풍겼다. 더 놀라운 장면은 그 향을 따라 수 백 마리의 나비들이 모여있었던 것이다. 조카들은 태어나서 이렇게 많은 나비를 한 번에 보기는 처음이라며, 신이나서 그 사이를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그러자 사방으로 나비가 날아오르면서 마치 동화 속의 요정이 된것 같다며 해맑게 웃는 조카들. 한과는 이미 오래 전에 잊어버린 듯 하다. 

     

     

    스위스를 놀래킨 '닭이 품은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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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실이라는 특이한 이름은 바로 이곳의 지형에서 유래되었다. 하늘에서 보면 암탉과 수탉이 알을 품고있는 모습이라 하는데, 그 알 부분이 바로 이 마을인 것이다. 뒤로는 나지막한 산이 있고, 앞으로는 작은 실개천이 흐르는 이곳은 전형적인 배산임수 지형. 경주의 양동마을, 안동의 하회마을, 앞내마을과 더불어 삼남의 사대길지에 속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왜 닭실이 아니고, 달실이냐? 그것은 경북 사투리에 기인한다. 닭을 달로 부르는 경북 지방 사투리에 덕분에 마을은 수백년 동안 달실로 불려왔다고 한다. 근래들어 국어 표준어법을 적용하며 닭실마을로 쓰기도 하는데, 마을 주민들은 고유명사인 달실로 불리기를 원한다. 

    우리가 이곳을 찾았을 때는 가을이었다. 한창 푸른 하늘이 눈부시기 그지 없는데 마을 앞에 시원하게 펼쳐진 논이 온통 황금빛... 마을 전체가 번쩍번쩍 빛나는 것처럼 보였다. 실하게 익은 벼로 가득찬 논을 바라보니 괜히 뿌듯~하면서 절로 부자가 된 듯한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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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고보니 스위스에는 논이 없다. 벼농사를 짓지 않기 때문이다. 쌀을 100% 수입에 의존하는 스위스 사람들은 논을 처음 본다며 신기해 한다. 쌀알을 하나 따서 껍질을 까고 알갱이를 보여주니, 아이들이 신기해하며 쌀알 하나를 보석마냥 소중하게 들고 다닌다. 우리에겐 흔한 논이지만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에게는 그 무엇보다도 신기한 볼거리가 될 수 있다는 사실. 역시 가치는 매우 상대적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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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볼거리는 벼 뿐만이 아니었다. 황금빛 논 사이를 거닐고 있으니 한창 사랑에 빠진 메뚜기들도 떼로 보이고 낮잠에 여념이 없는 개구리도 보인다. 특히 저 개구리는 어찌나 미동도 않는지 '죽었는지 살았는지' 조카들이 내기까지 하게 되었다. 그리고 생사 여부 확인은 현지인 가이드인 내 몫...

    갈대 하나를 뽑아 개구리 옆구리를 툭툭 찔러보았다. 아니 그런데 이 녀석, 꼼짝도 않는 것 아닌가. 나조차 죽었나...? 하고 의심하려는 순간, 개구리는 있는 힘껏 폴짝 뛰어올라 모두를 혼비백산하게 만들었다. 우리의 비명을 뒤로 하고 유유히 벼 사이로 사라지는 개구리... 특히 가장 가까이에서 갈대를 들고 있던 나는 심장마비를 경험할 뻔 했을 정도. 가이드 아무나 하는게 아니구나... 하며 식은 땀을 흘리고 있으려니, 또 다시 환성을 지르며 나의 '스위스 고객'들이 어딘가로 몰려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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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곳에 있던 것은 바로 잠자리.

    그게 고추잠자리든, 된장잠자리든, 실잠자리든 스위스 사람들은 보기만 하면 모두 '꺅' 소리를 지르며 신이 나서 달려든다. 스위스에는 한국만큼 잠자리가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에게 잠자리는 '행운을 가져다 주는 곤충'이기까지 하다. 몇년 전 남편도 처음 한국에 와서 잠자리를 보면 반가워 어쩔 줄 몰라했다. 물론 지금이야 익숙해져서 흥미를 잃고 말았지만... (^^)

    어쨌든 아직 잠자리를 신기해 하는 스위스 방문자들을 위해, '가이드'로서 노련미를 뽐내며 어릴 적 놀던 솜씨를 발휘해 한 마리 살포시 잡아 손에 올려줬다. 그러자 마치 성스러운 물건이라도 떠받들 듯 조심스레 받아들고 모두들 신기해 한다. 나와 잠자리를 번갈아 바라보는 그들의 감격스러운 표정이라니... 잠자리 한 마리 잡아주고 영웅이 되어버렸다. 잠자리도 쇼맨십을 발휘하며 조카의 하얀 손바닥 위에서 꼬리를 갸웃거리며 머물다 다시 푸른 가을 하늘로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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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따라 주변에 웬 곤충이 이리 많은지.

    이번에는 나도 오랜만에 보는 커다란 사마귀 한 마리가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스위스에서 보던 것보다 크다며 크기 비교에 들어가는 스위스 방문자들... 이렇게 곤충에 흠뻑 빠질 줄 알았더라면 가까운 생태공원이나 데려갈 것을 그랬나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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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위스 방문자들이 또 다시 감탄을 자아낸 것은 바로 '고추밭'이었다. 

    넓다란 밭에 끝없이 매달려 있는 붉은 고추의 행렬. 그 붉은 빛이 예쁘기도 하지만 매운 고추를 이토록 많이 먹는다는 것에 더 놀라워 했다. 매운 맛에 그다지 익숙하지 않은 그들은 '토종 한국인'인 내가 감지하는 것도 어려운 미미한 매운 맛에도 화들짝 얼굴이 붉어지곤 하기에, 이 고추밭은 그들에게 미스테리 그 자체. 왜 이렇게 매운 것을 좋아하느냐는 질문을 듣고보니, 사실 나도 그 이유를 잘 모르겠다. 

     

      

    달실마을 구석 구석 풍경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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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전통마을에서 가장 좋아하는 풍경을 하나 꼽는다면 바로 이 돌담이다. 도시에도 집집마다 이런 돌담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서로에게 등을 돌리는 듯한 삭막한 회색 벽 대신, 지나가는 이들에게 다정하게 손을 흔드는 듯한 이런 정감있는 돌담이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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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박이 주렁주렁 매달린 지붕.

    담장에도 지붕에도 호박이 탐스럽게 달렸다. 시골 풍경에서 지붕에 박이나 호박이 없으면 어딘가 어색할 정도로 우리나라에서는 자연스러운 일인데, 또 스위스 방문자들의 질문공세가 시작됐다. 스위스에도 호박을 많이 재배하지만 지붕 위로 덩굴을 뻗게 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또 어설픈 가이드가 난관에 부딪혔다. 추측하건대 초가지붕이 날아가지 않게 붙들어주는 역할도 하고, 여름에는 직사광선을 호박잎으로 가려 시원하게 하려고 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인터넷을 뒤져보아도 그 이유는 나오지 않으니 식은땀이 삐질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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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에 왔을 때는 호랑나비와 제비나비등 크고 화려한 나비들이 많았는데 가을에는 작은 나비들만 눈에 띈다.
    이곳에 올 때마다 우리나라에 나비가 이렇게 많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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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녀석은 풍파에 많이 시달린 모양이다. 
    보고 있으니 왠지 용맹한 전사의 마지막 모습을 보는 듯 하여, 숙연한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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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금빛으로 출렁이던 들판을 뒤로 하고 우리는 달실마을을 떠났다. 우리나라의 가을이 이렇게 아름답다는 사실은 도시보다 시골에 있을 때 더 가슴에 와닿는다. 스위스 가족들의 눈에 비친 우리나라의 전통마을도 흥미로웠다. 나에겐 익숙한 것들이 그들에겐 끊임없는 '호기심의 대상'이 된다니! 

    다음에는 우리나라의 '겨울'도 보여주고 싶다. 스위스도 겨울이 아름다운 나라지만, 우리나라만의 '겨울'도 분명 아름답기 그지없으니까. 나날이 바람이 차가워지는 요즘, 달실마을과 함께 가을의 추억을 되새겨본다. 

     

     

    INFORMATION

     

    달실마을 (닭실마을)

    - 경상북도 봉화군 봉화읍 유곡리 963
    - 054-674-096
    http://www.darsil.kr/

     

    ※ 달실마을은 500여년전 충재선생님의 종택이 생긴 후, 그의 후손들이 지켜오고 있는 안동권씨 집성촌입니다.
    마을 가장 왼편 끝에 우리나라에서 예쁘기로 손꼽히는 청암정이 있고, 볼거리로는 충재박물관이 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전통문화 체험코스도 있으니 다양하게 즐겨보시기 바랍니다. 

     

     

     

     

    토종감자

    티스토리 우수블로그 '토종감자와 수입오이의 여행노트’ www.lucki.kr 을 운영하고 있다. 2004년부터 세계를 유랑하고 있는 유목민으로 한국일보 여행 웹진, 월간 CEO, 동원블로그, 에어비엔비, 투어팁스, 서울대치과대학 소식지 등 온오프라인 여러 매체에 여행칼럼을 기고했다. 도시보다는 세계의 자연에 관심이 많아 섬여행이나 오지트래킹, 화산, 산간지역 등 세계의 하늘과 땅 그리고 바닷 속 이야기를 주로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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