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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rena arena 2013.11.20

     

    잘 지내나요? 오타루에서 온 러브레터

    하얀 눈밭 대신 붉은 단풍, 홋카이도 오타루의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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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기대했던 것은... 

     

    오타루는 홋카이도의 서쪽에 위치한 항구 도시로, 과거에는 곡물 교역의 중심지였다지만 지금은 관광 도시로 더 유명하다.
    우리나라에 오타루'가 알려지기 시작한 건 아마도 1990년대 후반, 큰 인기를 끌었던 영화 '러브레터' 때문일 것이다.
    영화 속, 여주인공인 나카야마 미호가 눈 쌓인 언덕에 누워 있던 곳.
    그리고 아무도 없는 설원에서 죽은 연인을 향해 '오겡끼데스까'를 외치던 곳.
    그곳이 바로 오타루이고, 그래서 처음 이 도시를 찾으며 내가 기대한 것도 눈 내리는 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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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얀 눈 대신 붉은 단풍이 맞아준 오타루의 가을 

     

    하지만, 막상 오타루에 도착했을 땐 비가 내리고 있었다.
    아침부터 하늘이 심상찮다 싶더니, 그 도시에 다다랐을 땐 결국 굵은 빗줄기가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날씨만 좋아도 마냥 즐거워지는 것이 여행이지만, 이렇게 갑작스런 비를 피할 수 없는 것 또한 여행.
    우산을 받쳐 들고 다니는 건 한없이 성가신 일이지만,
    그래도 비에 씻겨 내려간 거리가 깨끗해서 보기 좋다는 생각을 하며 오타루의 중심 거리로 나섰다.

    날씨 때문에 아쉬웠던 내 마음을 가장 먼저 달래준 것은, 도로 양 옆으로 늘어선 붉은 잎의 나무들이었다.
    나는 늘 겨울의 새하얀 홋카이도만을 상상해 왔지만, 가을의 붉은 홋카이도도 꽤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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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저녁, 신치토세 공항에 내려 처음 둘러본 도시가 삿포로이고 그 삿포로에서 당일 코스로 이 오타루를 찾았다.
    삿포로에서 오타루까지는 JR로 약 40분, 버스로는 1시간 정도 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대부분의 여행객들이 삿포로와 오타루를 함께 둘러보고 있어서 그들을 위한 '삿포로 오타루 웰컴 패스'라는 상품도 나와 있다.
    이것은 하루 동안 삿포로와 오타루 간 철도와 삿포로 도심 내 지하철을 무제한 승차할 수 있는 패스인데,
    JR삿포로역 여행센터에서 판매하고 있으며 가격은 한 장에 1500엔이다.

     

     

    오타루, 유리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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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타루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아마도 '오타루 운하'와 '오타루 오르골당'일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또 여행객들의 시선을 붙잡는 것이 하나 더 있으니, 그것은 바로 아기자기 어여쁜 유리공예품들이다.
    '오타루 오르골당'에서 '오타루 운하'로 이어지는 거리에는 유리를 불어 만드는 가게들이 즐비해 있다.
    대부분의 상점들은 사진 촬영을 허용하지 않지만, 위 사진 속의 가게는 자유롭게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다이쇼 가라스칸'이라는 유명한 유리공예품점인데, 볼만한 물건들도 꽤 많이 팔고 있으니 한 번쯤 구경해 볼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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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앙증맞은 눈사람 모양의 컵부터 우아하게 날개가 달린 섬세한 글라스까지,
    특이하면서도 예쁘고 실용적인 컵들이 많아서 평소에 '컵 수집'에 취미가 있다면, 이곳이 더욱 보물창고 같을 것이다.  

    꼭 구매 목적이 아니더라도 반짝반짝 빛나는 유리 공예품들은 보고만 있어도 음악소리가 들리는 듯 기분이 산뜻해진다. 
    물론 모두 다 유리로 만들어진 데다가 작고 섬세한 물건들이 대부분이어서, 구경을 하는 것도 조심스러웠다.
    그래서일까, Don't touch! 라는 경고 문구가 없음에도 그 누구도 알아서 손 하나 대지 않고 감탄만 연발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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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확한 용도를 알 수는 없지만 마냥 예쁜 것부터 입이 딱 벌어지는 정교한 물건까지, 수많은 유리 공예품들을 만날 수 있었다.  
    여심을 사로잡는 아기자기함에 나도 한참을 서성이며 구경했다. 

    내가 본 것은 유리공예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샵이었지만, 이렇게 만들어진 결과물을 보고 있으니 '과정'도 궁금해진다. 
    영화 '러브레터' 속에서도 유리 공방이 등장하는데, 그 장면이 오버랩되면서 그 촬영지 역시 오타루 어딘가의 공방이 아닐까 추측해봤다.
    한국에 돌아와 검색해보니 역시 오타루에 있었다. '오타루 운하 공예관'이 그 촬영지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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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리로 만들어진 꽃병, 독특한 분위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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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을 유리에 새겨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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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리로 만들어진 버터나이프. 쓰기 아까울 듯 하다. 

     

     

    오타루, 디저트의 도시 

     

    홋카이도는 일본 최대의 낙농업 지역으로, 원래 유제품이 유명한 곳. 
    우유, 크림, 버터 등이 맛있다보니 자연스럽게 빵과 케이크같은 디저트 맛이 일품이다. 

    특히 오타루는 아주 유명한 '디저트 브랜드'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어, 여행자들의 발길을 잡아끌고 있다.
    물론 오타루에만 있는 것들은 아니지만 이곳이 가장 유명한지라, 선물용으로 구매하려는 사람들로 항상 북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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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롯카테이 (http://www.rokkatei.co.jp/)

     

    나 역시 비오는 거리를 돌아다니며, 이곳저곳 발길 닿는 대로 예쁜 가게들을 둘러보다가,
    맛있는 디저트 하나 먹어볼까- 하는 생각으로 이곳을 찾았다.

    우리나라 말로 읽으면 '육화정'. 일본어로는 '롯카테이.'
    이곳에서 파는 쿠키와 슈크림빵이 매우 맛있다고 하기에 한 번 들어가 보았다.
    1층에서는 다양한 빵과 과자들을 예쁘게 포장해서 팔고 있었고, 2층으로 올라가면 아이스크림과 슈크림빵을 맛볼 수 있다.

     

     

    ▲ 롯카테이의 디저트들 (photo by 샘쟁이 / 출처: http://getabout.hanatour.com/archives/127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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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카테이' 매장 2층은 의자와 테이블이 있는 카페처럼 구성되어 잠시 쉬어갈 수 있다.
    1층과 2층은 시원하게 뚫려 있어서 아래층이 한 눈에 보인다.

    우리는 슈크림빵에 커피 한 잔 곁들였다. 커피는 빵을 사면 무료로 제공된다. 

     

     

    ▲ 바움쿠헨이 유명한 '키타카로' (photo by 샘쟁이 / 출처: http://getabout.hanatour.com/archives/127183)

     

    ▲ 더블 프로마쥬 치즈케익으로 유명한 '르 타오'

     

    그 밖에도 오타루에는 눈과 혀가 행복해지는 달콤한 디저트들이 한가득!
    확실히 홋카이도의 유제품들은 여느 곳에서 먹은 것과는 다르게 농후하고 진한 풍미가 일품이었다.
    일본에서조차 '홋카이도산'이란 단어가 붙으면 프리미엄이 된다는 이야길 들었는데, 과연~ 싶었더랬다. 

     

     

    오타루, 운하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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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잠시 티타임을 가진 후, '오타루 운하'를 찾아갔다.
    운하, 라고 하니 좀 더 길고 큰 것을 상상했는데 사실 '오타루 운하'는 그 보다는 규모가 작고, 도심 속을 흐르는 작은 강처럼 보인다. 

    사실 이곳은 밤의 야경이 더욱 유명한데, 나는 당일치기로 오타루를 찾은 바람에 운하의 낮밖에 보지 못한 것이 아쉽다.
    운하의 양쪽 가장자리를 따라 수많은 가스등이 있어 밤이 되면 뽀얀 빛을 발산한다고 하니, 그 운치가 가히 짐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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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밤의 오타루  

     

    오타루는 이 운하를 중심으로 매해 겨울마다 '눈빛거리 축제'도 개최 중이다. 벌써 15회째라고. 
    홋카이도 출신이자 오타루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일본의 문학가 '이토 세이'의 시집 '눈빛거리(雪明りの路)'에서 모티브를 얻은 축제로,
    따뜻한 불빛과 온기를 나눈다는 콘셉트가 오타루와 잘 어울리는 듯 하다. 

    올 겨울은 2014년 2월 7일 ~ 16일에 열린다고하니, 여행계획이 있다면 참고하시길. 

     

    * 홈페이지 : http://otaru.yukiakarinomichi.org/

    * 관련 여행기보기 : http://getabout.hanatour.com/archives/10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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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촉촉한 가을비가 내리던 11월의 오타루. 상상 속 새하얀 이미지는 아니었지만 그 못지 않게 붉고 노란 오타루도 아름다웠다.
    항상 겨울 풍경만 떠올렸던 이곳의 또 다른 표정을 알게 되어 반갑다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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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삿포로로 돌아오는 길, 차에 몸을 싣고 달리다 우연히 창밖을 내려다보면 젖은 도로 위 단풍잎과 은행잎이 수북했다. 
    빗물에 젖어 반짝이는 도로 위, 흩뿌려진 낙엽조차 반짝이는 것처럼 보이던 오타루.

    밤이면 운하루를 따라 켜지는 가스등, 아름다운 소리를 내면서 빙글빙글 춤을 추는 오르골, 
    정성스럽고 어여쁜 유리컵, 그리고... 거리 위 색색의 낙엽들까지. 오타루는 반짝이는 것들로만 가득한 도시같았다.

    또 올게, 잘 지내렴. 하고 마음 속으로 인사를 나누며 나는 오타루와 헤어졌다. 

     

     

    INFORMATION

     

    JR홋카이도 여객 사이트

    http://www2.jrhokkaido.co.jp/global/korean/index.html (한국어)

     

    오타루 관광 협회 홈페이지 

    http://otaru.gr.jp.k.go.hp.transer.com/ (한국어)

     

    관련 여행기 1) 오타루의 디저트 총 집합! 선물로 뭐가 좋을까?

    http://getabout.hanatour.com/archives/127183

     

    관련 여행기 2) 오타루에서 만난 미스터 초밥왕! 

    http://getabout.hanatour.com/archives/103505

     

     

     ※ 취재: Get About 트래블웹진 

     

     

     

    arena

    '살면서 여행하기'를 모토로 좋아하는 축구를 좇아 세계 각국을 유랑했다. 축구 전문 미디어 '스포탈코리아'와 전문 잡지 '풋볼위클리'에서 객원 기자로 활동했으며 그 밖에도 다양한 미디어에 시민기자로서 투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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