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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 개의 색을 품은, 아름다운 하코다테

    arena arena 2013.12.05

     

    천 개의 색을 품은, 아름다운 하코다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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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코다테'로 향하는 날 아침엔, 하늘이 맑았다.
    홋카이도에 도착한 이후, 맑은 아침을 만난 건 처음이었다. 덕분에 '하코다테' 여행은 시작부터 기분이 좋았다.
    오랜만에 비구름이 떠난 아침, 우리는 쾌청한 날씨를 만끽하며 하코다테로 향하는 차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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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엔 고속도로를 달리다, 이내 곧 국도로 접어 들었다. 홋카이도에서 한 번쯤, 해안도로를 달려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얼마쯤 달리다 잠시 주유도 할 겸, 가까이서 바다 구경도 할 겸 차에서 내렸다.
    횡단보도 건너, 바다가 펼쳐져 있는 모습이 보인다.

    저 멀리 보이는 바다가 우리의 동해일까, 궁금했는데 알고보니 동해와는 반대쪽이었다. 
    노보리베츠에서 하코다테로 이어지는 도로는 홋카이도의 동남쪽에 위치해 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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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엔 높은 방파제에 걸음이 막혀 멀리서 바다를 바라보다가, 이내 곧 사다리를 발견하고는 방파제를 넘었다.
    누가 가져다놓은 사다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친절하고 센스있는 이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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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엔 구름이 많지 않다. 오늘은 아무래도, 하루종일 비를 만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맑은 날의 바다를 본 것이 반가워, 성큼 성큼 모래사장으로 들어가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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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바다는 다 같은 바다인 것 같다가도, 나라마다, 도시마다,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와서 우리를 놀라게도 만든다.
    일본의 최북단. 홋카이도에서 만난 바다는, 조용하고 그래서 조금은 쓸쓸하고, 그만큼 또 평화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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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코다테로 가는 기차는, 해안철로를 따라 달린다.
    즉, JR을 타도 이 바다를 감상할 수 있으니, 해안도로를 달리지 못한다고 슬퍼할 필요는 없다.

    그렇게 여유로운 바다 구경을 마치고, 다시 차에 올랐다.  두 시간쯤 달리니, 드디어 하코다테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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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코다테에 들어서자마자 '우와'하고 감탄사를 내뱉게 만든 것은, 알록달록 어여쁜 붉은 건물이었다.
    언제나 '붉은 것은 아름답다.'라고 생각하는 나에게, 빨간 건물이 늘어서 있는 Bay area는 그즈음 몰려오던 졸음을 단박에 몰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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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이에리어 답게, 앙증맞은 자전거가 줄을 서 있다.

    하코다테는, 일본에서 최초로 개항을 한 세 도시 중 한 곳이다.
    19세기 중반, 큐슈의 무역항인 나가사키와 요코하마, 그리고 홋카이도의 하코다테가 서방 세계를 향해 문을 연 것이다.

    이후, 번성을 이어가던 하코다테는 1934년 대화재가 일어나면서 큰 손실을 입었다.
    하마터면 쇠락의 길을 걸을 뻔 했던 하코다테는, 바둑판식으로 나뉘어 다시 개발되었고, 이후 아름다운 야경을 자랑하는 도시로 거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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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0년 전, 항구 도시로 문을 연 이 도시에는 여전히 그 시절의 흔적이 남아 있다.
    하코다테의 주요 볼거리 중 하나인, 카네모리 아카렌가 창고군도 그 중 하나이다.
    '빨간 벽돌'이라는 뜻을 가진 '아카렌가' 창고군은 부두 창고로 지어진 건물인데, 지금은 쇼핑몰과 레스토랑 등으로 이용되고 있다.

    똑같은 모양을 한 빨간 건물도 예쁘지만, 그 앞에 줄을 서 있는 택시도 참 아기자기하게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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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빨간 벽돌의 건물 사이사이를 구경하다, 부둣가로 나가보았다.
    비가 그치면서 바람도 멈춘 덕에, 바닷가에 서도 춥다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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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낮의 바다도 아름답지만, 해가 지기 시작한 바다는 더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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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몇 대 불가사의라든지, 몇백 년 동안 지어올린 성당 같은 것은 없지만,
    하코다테는 건물의 사이사이, 바다가 보이는 거리 같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여행의 묘미를 느끼게 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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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항만 지역을 벗어나, 또 하나의 볼거리는 하치만자카를 찾았다.
    '자카'는 일본어로 '언덕'이란 뜻을 가지고 있는데, 하코다테에는 이런 자카들이 많이 있다.
    그 중에서 가장 유명한 하치만자카는, 수많은 언덕길 중 유일하게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곳이라 한다.
    영화 '러브레터'에서 주인공이 자전거를 타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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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언덕에서 5분쯤 걸어가면, 하코다테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물로 손꼽히는 곳인 하리스토스 정교회를 볼 수 있다.
    이 정교회는 1862년, 러시아 신부인 니콜라이가 세운 것인데 1916년, 비잔틴 양식으로 개축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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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교회이기 때문에, 한 바퀴 쭉 둘러보는 데는 몇 분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이곳에서 바라보는 하코다테의 풍경이 꽤 아름다우니 여유로운 걸음으로 이곳까지 한 번 걸어가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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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코다테에 가을이 왔다.

    정교회를 나와서 만난, 또 다른 언덕길.
    하찌만자카가 가장 유명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그 언덕길만이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하코다테에는 이렇게 이름을 알지 못하는, 작고 소박한 언덕들도 충분히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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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 하코다테 공회당 앞에서 내려다 본 하코다테.
    울긋불긋 물이 든 모습을 보니 그저 오래도록 거닐어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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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엔 공원을 내려와서 반대쪽을 올려다 보았다.
    구 하코다테 공회당 건물 위로, 로프웨이가 올라가는 모습이 보인다.
    저 로프웨이를 타고 올라가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야경 중 하나라는 하코다테의 야경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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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하코다테에서 밤을 보낸 후, 다음날 아침 일어나자 다시 비가 내리고 있었다.
    거짓말처럼 또 다시 젖어버린 거리를 바라보자,
    단 하루 맑았던 어제는 아름다운 하코다테를 만나기 위한 선물이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산을 받쳐 들고 거리로 나서자, 마침 노면 전차가 지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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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모습이 정겨워, 잠시 걸음을 멈추고 섰다.

    내가 본 하코다테는, 매번 그 모습을 달리하는 도시였다.
    맑은 오후의 하코다테는 아기자기한 어여쁨이 눈에 띄는 곳이었고,
    해가 질 무렵의 하코다테는 하나둘 불을 밝히는 가로등 아래 독특한 운치가 느껴지는 곳이었다.
    그리고 비가 내리는 하코다테는, 소박한 시골 마을의 정취를 느끼게 했다.

    때때로 어떤 도시는, 그저 머무르는 것만으로도 넉넉한 마음이 되곤 한다.
    하코다테가 바로 그러한 곳이었다 생각을 하며, 비 내리는 하코다테와 안녕을 했다.

     

     

    INFORMATION

     

    가네모리 아카렌가 창고

    주소: 하코다테시 스에히로초 14-12
    전화번호: +81-138-23-0350
    영업시간: 9:30~19:00(계절에 따라 변동 있음)
    URL: http://www.hakodate-kanemori.com/kr (한국어)

     

     

    ※ 취재: Get About 트래블웹진 

     

     

     

     

    arena

    '살면서 여행하기'를 모토로 좋아하는 축구를 좇아 세계 각국을 유랑했다. 축구 전문 미디어 '스포탈코리아'와 전문 잡지 '풋볼위클리'에서 객원 기자로 활동했으며 그 밖에도 다양한 미디어에 시민기자로서 투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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