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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를린 필 "12 첼리스트"와 떨리는 만남

    리즈 리즈 2010.07.08

    카테고리

    한국, 서울




    베를린 필 12첼리스트 내한 공연을 다녀왔습니다.

    최근에 꽤 많은 공연을 다녀왔는데, 제 마음을 진심으로 두드려 울게 한 작품이 많지는 않았습니다.

    특히 음악 공연은 더 힘든 법이죠. 스토리가 없으니까요.



    그런데도 베를린 필 12첼리스트의 공연을 보곤 눈물이 나더군요. 

    그날의 감동을 여러분과 나눠보고자 오늘의 리뷰를 시작합니다!




     

    1. 리뷰에 앞서 @ 예술의 전당 

     





    국내에서 '예술의 전당' 만큼 클래식 공연을 즐기기 좋은 곳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예술의 전당 무대에 올라가는 대다수 클래식 공연들은 기본적인 검증을 거쳤고,

    무대 아래에서 그 공연을 감상하는 관객들 역시 고품격인 편이죠.

    다른 공연장에 비해 무척 안정된 관람을 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춘 셈입니다.



    베를린 필 12 첼리스트 역시 바로 이 곳으로 1996년 이후 2년에 한번씩 공연을 하러 옵니다.

    지난 2008년에도 공연을 왔으니 올해는 그들이 오는 해였고,

    그래서 2010년이 오길 고대했던 팬들이 굉장히 많았으리라 생각합니다.

    다른 공연에 비해서 무척 퀄리티도 높지만, 무대의식이나 매너가 좋아서

    이들의 무대를 한번 본 이들은 다시금 비싼 관람료(150,000~30,000)를 지불하고라도 보고 싶어하죠.





     

    2. 베를린 필 12 첼리스트, 12인의 완벽한 앙상블

     




    우선 '베를린 필 12 첼리스트'에 관한 간략한 소개부터 해드리면,,,



    베를린 필은 많이들 아시다시피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 중 하나인데요,

    오케스트라 내에서도 금관, 목관 앙상블, 첼리스트 등 몇몇 단원으로만 구성된 앙상블이 존재합니다.

    오늘 소개할 '12 첼리스트' 또한 1972년에 조직돼 이미 세대교체까지 거친 유서깊은 앙상블이죠!



    사실 베를린 필에서 첼로연주자는 총 13명인데요.

    그 중 12명만 활동하는 이유는 12라는 숫자가 가진 완전성 때문이라고 합니다.

    1년이 열두달이고, 그리스신이 12신이고, 동양의 십이지신이나 성인들의 12제자 등도 그러합니다.

    12라는 숫자가 가진 상징성이 참 재미있네요~


    하지만 단원 수와 무관하게 그들이 빛나는 이유는 바로 그 다양한 레퍼토리에 있습니다.


    가브리엘라, 바흐, 피아졸라 등 다양한 음악가가 남긴 명작을 편곡하기도 하고,

    몇몇 작곡가들은 베를린필만을 위한 작곡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그들의 세계에 일단 발을 디디면, 첼로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기 때문이겠죠!




    자, 그럼 이날 연주하신 첼리스트 분들을 잠시 소개하겠습니다.







    특이사항이 있다면,, 남녀 성비가 좀 달라졌다는 점이겠네요.

    이전의 12 첼리스트는 모두 남성이었으나,

    위의 사진에서 확인할 수 있듯 소렌느 케마렉 레이첼 엘레란 여성 멤버들이 참여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번 공연엔 건강상의 이유로 소렌느 케마렉 분이 못 나오셨다 해요.

    안드레스 그린콘 분이 대신 참여해주셨다고 합니다.





     

    3. 공연의 시작 - 섬세하고 우아한 첼로의 선율



    이번 베를린 필 12첼리스트 공연은 총 2회로 이루어졌는데요,

    저는 1회 공연을 보고 왔습니다.



    그럼 1회 공연 프로그램을 잠시 소개할게요.











    공연은 총 2부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천사를 주제로 한 '인간의 얼굴'과 피아졸라의 '천사시리즈가 1부라면,

    2부는 OST등의 소품으로 이루어진 첼로 애니메이션 부분 입니다.




    개인적으로 추천할 만한 곡은 역시 피아졸라의 천사 시리즈 입니다.

    사실 이 전에 연주된 '인간의 얼굴'은 8개 악장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요,

    저는 적응하는 데 좀 힘겨웠습니다.


    12대의 첼로를 따라가는 것도, 따로 또는 같이 움직이는 그들을

    시선으로, 곧 귀로.. 따라가는 것이 버겁기만 했습니다.




    반면 '천사 시리즈'는  'ANGEL DANCE' 을 통해 들었기 때문에 도입부에 알아차렸습니다.

    이 곡은 1950년대에 아르헨티나가 겪은 정치적, 경제적 위기, 사회적인 긴장 속에서 탄생했는데요,

    탱고에 기초하고 있으며, 당시의 위태로운 상황을 절묘하게 보여줍니다.


    곡의 구성을 보면,  '천사의 밀롱가'와 '천사의 죽음'에 이르는 부분에선 흔들리는 위기감이 느껴지다

    이후 '천사의 부활' 부분에서 엄청난 희망을 들려줍니다.

    저 역시 그 순간 눈물이 고이고는 울어버렸습니다.

    이 곡의 치열함과 삶의 치열함이.. 고단하다가도 이렇게 위로를 받는구나 싶어서요.





    그외에도 너무 많은 곡이 연주되어 더 길게 리뷰 하고 싶지만,

    우아한 '우아팡고스'와 'South American getaway'만 리뷰 할까 합니다.


    '우아팡고스'는 멕시코 출신 작곡가 카르테나스의 작품으로,

    첼로의 우아한 음색과 딱 덜어지는 듯한 곡이었습니다.

    섬세한 연주자들의 손놀림이 어찌나 아름답던지요.



    마지막으로 연주된 'South American getaway'는 영화 '내일을 향해 쏴라'에도 삽입됐던 곡입니다.

    같은 음절을 첼로가, 그리고 다른 첼로가 따라 연주하죠.

    그 선율들의 흘러감이 쓸쓸하면서도 향수를 일으키는 것 같습니다.

    1969년에 개봉한 '내일을 향해 쏴라'를 보진 못했지만,

    왠지 이 영화를 봤다면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됐을 것만 같습니다.





    4. 공연이 끝나고 - 감동과 환희의 앵콜무대

     

     




    제가 있던 자리가 3층 F블럭, 5열 7번.

    보이는 것처럼 바가 딱 걸려 있어 공연을 즐기기가 여간 불편한 게 아니더군요.


    너무 늦게 예매를 해서 티켓이 몇장 남아있지 않아 어쩔 수 없었지만,,,

    다음부터 이 자리는 좀 주의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무튼 공연은 끝났습니다.

    저와 같이 감동 받은 많은 이들이 박수를 치기 시작합니다.

    다른 클래식 공연에 비해 호응이 매우 큰 편이었는데요,

    백건우 선생께서 7일간의 베토벤 대장정을 끝내셨을 때 만큼의 호응이었던 것 같습니다.



    근데 그거 아시나요?

    호응에 따라 앵콜곡 수가 결정된다는 사실이요~



    뮤지컬이나 연극이야 극이 한정되어 있고,

    뮤지컬의 경우 나와서 한 씬 정도를 간단하게 다시 보여주는 수는 있지만,,,

    클래식의 경우 관객의 호응에 따라 앵콜의 수준이 결정됩니다.



    그런데 이 날은 정말 최고였지요~

    앵콜곡이 무려 3곡!!! 너무 흥분했던 탓인지 첫번째 곡이 기억에 없네요..;

    2번째 곡은 리얼한 뿡뿡 소리까지 묘사했던 '핑크팬더'.

    마지막 앵콜곡은 우리의 '그리운 금강산'이었습니다.

    우리 한국 관객들에 대한 그들의 예우일테죠.


    '그리운 금강산' 선율이 흘러나오던 무렵엔

    잠시 말랐던 눈물이 다시 고이더군요.

    일어서서 그들의 축복같은 연주에 크나 큰 감사를 표했습니다.





    5. 사인회 - 그 떨리는 만남



    공연 들어가기 직전에야 CD 사인회가 있다는 걸 알게 되어 속상했습니다.

    천사 시리즈가 들어있는 'ANGEL DANCE' 앨범을 들고 오지 않아서요.



    그래서 큰 맘 먹고, 최근에 나온 '파리의 꽃'이란 음반을 사서 사인을 받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줄이 생각보다 무척 길었답니다.







    사진이 좀 흔들렸는데.

    사인을 열두분께 받으려니 좀 떨리더군요.



    또 다 영어를 쓰시는게 아니여서, 대화도 불가하고요.

    이럴 땐 웃는 것 밖에 방법이 없지요?ㅎㅎ


    이날 이들의 매너가 무척 좋다고 느낀 것이,,,

    플래쉬 세례나 이런 류의 근접 촬영에도 귀찮은 기색이 전혀 없었습니다.

    사실 2시간 공연을 하고 나온 첼리스트들에게 긴 사인을 요청하는 건 무례일지도..



    하지만..

    그 또한 욕심을 부리지 않을 수 없어서 싸인을 받았습니다.









    12분의 싸인을 어디에 받아야할지.. 미리 생각해둘 것을.

    이렇게 앞뒤로 몰아서 받으려니 힘들더군요.


    정말 사인을 어떻게 받았는지 모르겠어요~

    내내 두근거려서, 미소와 함께 떨고만 있었거든요.




     

    6. 집으로 돌아오는 길 






    공연이 끝나고 여운을 나눌만한 친구가 없다는 게 좀 외롭긴 하더군요.

    홀로 클래식 공연을 본 것이 처음이었는데, CD를 들으며 음악을 곱씹어보았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첼로 주법을 공부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명칭은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활로 연주하는 것 뿐만 아니라 손가락으로 현을 튕기는 부분이나

    첼로의 바디를 쳐서 내는 소리 등..



    첼로를 통해서 낼 수 있는 너무나 다양한 소리 덕분에

    첼로만 있는 공연이라 하더라도 이렇게 풍부하고 아름다울 수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첼로가 내는 소리는 심장 가까이서 나서 그런지 참 편하기도 합니다.


    모쪼록 제가 이 공연을 통해 듣게 된 건 멋진 음악 뿐만 아니라,

    열 두 대의 첼로가 따로 또 같이 연주되는 그 순간순간을 지나..

    하나의 예술로서 완성되는 환희와 기쁨의 선율이었습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제가 이번 베를린 필 공연을 위해 산 음반 리뷰를 가볍게하며

    이 글을 마무리 할까 합니다.






    7. 에필로그 - 베를린 필 12 첼리스트 음반리뷰



    (1) ANGEL DANCE



    발매일 : 2006년 06월 29일

    연주자 : Die 12 Cellisten Der Berliner / EMI CLASSICS

    앨범 평점 : ★★★☆

    앨범 내용 : 

    피아졸라의 천사 시리즈를 포함해서, 베르디의 '아베마리아'나 바흐 '예수 인간 소망의 기쁨' 등

    우리 귀에 익숙한 곡들이 수록돼 있습니다.  다만, 전체적으로 곡이 조용하고 잔잔한 편입니다.

    명상용 음악으로는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2) South American Getaway



    발매일 : 2009년 08월 25일

    연주자 : Die 12 Cellisten Der Berliner / EMI CLASSICS

    앨범 평점 : ★★★★

    앨범 내용 : 

    이 앨범 타이틀인 'South American getaway' 인 것처럼, 열정적인 남미의 음악이 매력적인 음반입니다.

    특히 'Mas Que Nada' 라는 곡을 들으면 현실을 잊게 되는 것 같아요.

    다른 앨범에 비해 다양한 첼로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앨범입니다!




    (3)  Fleur De Paris (파리의 꽃)



    발매일 : 2010년 06월 24일

    연주자 : Die 12 Cellisten Der Berliner / EMI CLASSICS

    앨범 평점 : ★★★★☆

    앨범 내용 : 

    2010년에 나온 따끈따끈한 앨범입니다.

    12첼리스트는 프랑스와 35년전부터 깊은 인연을 이어져 왔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이 음반엔 프랑스 음악의 색채가 묻어납니다.

    본래 아코디온으로 연주됐던 왈츠곡 Sous Le Ciel De Paris(파리의 하늘 밑)이나

    Sous Le Ponts De Paris(파리의 다리 밑)이 굉장히 매력적입니다.

    빠른 리듬의 연주 속에서도 그 고유의 음색을 잃지 않는 달콤함이 좋았습니다.

    파리의 정취를 이 한장의 앨범으로 느낄 수 있지요.


    더불어, 1996년 이후로 한국과 교류하고 있는 12 첼리스트가

    언젠가 한국의 음악을 한 곡쯤 앨범에 넣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해봅니다. 


     


    리즈

    보고, 듣고, 마시고, 먹고, 읽고, 느끼는 수동적인 즐거움을 몹시도 즐깁니다. 수동적인 즐거움을 만나기 위한 능동적인 그 어떤 행위도 좋아합니다. 이를테면 여행 같은 게 있을까요? 제가 만난 그 수동적인 즐거움을 함께 느껴보시죠..ㅎㅎ--------------------개인 Blog : http://blog.naver.com/godfkz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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