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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원도 안반덕, 가슴으로 스며드는 고요한 겨울

    녹색희망 녹색희망 2013.12.12

    카테고리

    강원, 풍경, 겨울

     

    안반덕, 가슴으로 스며드는 고요한 겨울 

    강원도 겨울여행 안반덕 트레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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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반덕 또는안반데기라고 하는 강원도 두메산골

    그곳을 알게 된 것은 조금 오래 전의 일입니다. 끌림의 시작은 태백시 식수 공급을 위한 광동댐을 건설하면서 물구덩이 속에 수장된 삼척시 하장면에 관한 기사를 읽게 되면서 였습니다. 물 속에 자신들의 고향을 빼앗긴 이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연민으로 이들이 '귀네미골'이란 마을에 정착을 하게 된 사연을 연작소설 읽듯 추적하던 중, 이와 비슷한 마을들을 노트에 빼곡히 적어가기 시작했지요.

    안반덕은 그렇게 제 관심을 받게 된 장소 중 하나입니다. 자신들의 척박한 삶을 그저 속앓이 풀듯 땅과 하늘에 하소연하던 사람들의 터전. 도무지 사람이 살 것 같지 않은 그 곳에 터를 잡고 거친 땅을 길 들이기까지 여린 생명을 이어갔을 그곳.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곳이 출사 명소지가 되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강원도 안반덕은 척박한 오지의 땅에 배추밭을 일궈 대한민국 최고의 고냉지 배추생산지로 거듭난 곳입니다. 주변의 수려한 풍경과 푸른 배추밭의 조화는 삶과 자연이 어우러진 '비경'이라고 할 만한 것이었기에, 사진을 찍겠다는 핑계로 몰려드는 사람들도 이해할 수 있었지요. 그러나 그렇게 몰려든 사람들이 배추밭을 망가뜨려 농민들의 마음을 상하게 했다는 소식도 함께 들었습니다. 그래서 계속 망설였어요. '여행자'로서 안반덕을 찾아가는 것을. 

    그러나 결국 저는 떠났습니다. 대신 아무도 오지 않는 겨울에요. 잔뜩 깊어진 그리움을 도무지 모른 척 할 수 없었기에, 누구도 오지 않을 겨울에 일부러 떠난 것입니다. 언제나 그렇듯 저의 여행 동무인 딸아이 손양과 함께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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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반덕의 겨울

    보통 안반덕은 강릉에서 또는 횡계에서 출발하는 두 가지 경로가 있는데요. 도로 전체가 구부렁 고개를 수십 번 돌고 도는 오지 산골길이라 겨울철이면 대부분 결빙이나 눈이 쌓여 차량 통행에 어려움이 있답니다.

    먼저 강원도 횡계IC에서 진입해서 용평리조트로 들어가는 삼거리에서 좌측에 있는 '안반덕'이라는 이정표를 따르면 됩니다. 용평리조트 초입에서 도암댁과 안반덕 이정표가 보이는 고갯길 입구까지는 부분 제설이 되어 있어서 조심스럽게 차량으로 이동은 가능했고요. 아랫마을에 주차하고 안반덕과 주변 지역을 트레킹 하면 대략 왕복 8 ~10km정도 거리의 겨울 트레킹 코스가 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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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확히 얘기하면 손양과 다녀온 10km의 안반덕 겨울 트레킹 코스가 정식 코스는 아닙니다. 만약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몰리는 9월 배추 수확철 때라면 차량을 타고 안반덕 배추밭 바로  앞까지 이동이 가능한데요. 겨울이라면 상황이 달라진답니다. 차량이 움직이기엔 위험한 결빙 구간과 폭설 구간이 많아, 자동차 대신 두 발로 움직이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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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다보면 솔방울 삼형제도 만나고, 난생 처음 들어본 청아한 목청의 새 소리, 그렇게  몸을 흔들어대다 어느 녀석이 떨군 깃털 하나도 만나고 눈 속에 묻힌 채 머리를 쏙 내밀고 있는 초록이들도 만나는 즐거움이 참 근사합니다. 

    걷다 갈증이 나면 배낭에서 귤을 까서 나 한 알 먹고, 손양 한 알 먹고... 그리고 귤 한 개는 나뭇가지에 올려둡니다. 숲에서 겨울을 나야 하는 동물들을 위해서입니다. 걷다 보면 아주 많은 짐승들의 발자국을 볼 수 있는데 역시 깊은 오지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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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글과 마스크, 아이젠을 착용하고 트레킹을 시작한지 한 시간 반 정도가 되었을 때 멀리서 안반덕 정상의 풍력발전기가 보입니다. 마을 정상에 가까워질 수록 바람이 무척 거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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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름 위의 땅 안반데기에 드디어 도착했습니다. 천천히 주변 풍경들과 교감하면서 걷다 보니 느린 걸음으로 대략 2시간 정도 소요되었습니다. 체감온도도 극히 낮고 바람도 거센 눈길 트레킹이었기에, 목적지에 도착하고나니 꼭 에베레스트 정상에 다다른 허영호 산악인이 된 듯한 기분이더군요. 만세삼창 불렀습니다. 손양은 만세삼창 후 바로 눈 미끄럼틀을 타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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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반덕의 또 다른 이름, 안반데기

    안반데기란 쌀을 치는 안반처럼 우묵하면서 널찍한 땅이라 하여 불려지는 안반덕의 강릉 사투리입니다. 태백산맥 자락 해발 1,000미터가 넘는 고지대인 이곳이 처음 형성된 것은 1965년 국유지 개간이 허가 되어 자갈과 잡목으로 뒤덮인 척박한 땅을 화전민들이 일구기 시작하면서부터입니다. 수 십년이 지난 지금, 이곳은 전국 제일의 씨감자와 고랭채소 주산지로 유명해졌지요. 

    과거 안반덕 거주민들은 고냉지 배추 수확이 끝나면 다른 곳으로 이동하여 혹독한 겨울을 나곤 했다고 합니다. 이곳이 워낙 오지이기에 생활에는 어려운 점이 많았으니까요. 그러나 최근에는 새로 집도 짓고, 방문자들을 위한 체험관도 짓는 등 조금씩 환경을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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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숙박이 가능한 '운유점'

     

    안반데기 마을에 도착해서는 생활체험촌 - 사료전시관 - 안반데기 포토존과 고루포기- 멍에전망대까지 둘러실 수 있습니다. 각각 거리마다 조금씩 코스가 다르니 마음에 드는 길을 골라 올라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멍에전망대에 오르니 멀리 피득령까지 내려다 보입니다. 멍에는 수레난 쟁기를 끌기 위해 말이나 소의 목에 얹는 구부러진 막대를 일컫는데요, 그 이름 덕분인지 옛날 척박한 돌무더기 땅에 첫 쟁기질을 했을 사람들의 삶이 새삼 애틋합니다.

    이곳에서 유일하게 식사와 숙박을 해결할 수 있는 '운유점'은 아쉽게도 제가 방문했던 날엔 문이 닫혀있었습니다. 아무래도 겨울이라 방문객이 없기 때문이었겠지요. 방문하기 전에 미리 예약을 하거나 전화 문의를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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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슴에 스며드는 겨울 풍경 

    주위를 둘러봐도 온통 고요한 눈밭뿐이었지만 진정 겨울을 만끽한 시간이었습니다. 오히려 수 시간 굽이굽이 겨울길을 거닐어 도착하고보니 이 풍경이 더욱 가슴으로 스며드는 것 같았어요. 과거 안반덕 사람들이 걸었을 험한 산길을 올랐던 어느 겨울날. 이 눈부신 풍경 앞에 저도 모르게 '폴 발레리'의 시구를 읊어봅니다.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INFORMATION

     

    주소 : 강원도 강릉시 왕산면 안반덕길 426

    숙박 : 안반덕 통나무 황토집 운유점/운유택/운유우 (문의전화 033- 655-5119)

    홈페이지 : http://www.xn--ok0bo3h6vi1zj.kr/ (www.안반데기.kr)

     

     

     

    녹색희망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을 통해 얻게 된 낮고 겸허한 세상 바라보기를 통해 ‘공정한 세상’,’윤리적 여행’ ,‘착한 여행’, ’더불어 행복해지는 삶’ 으로까지 너른 시야를 갖춘 여행자가 되어간다. 그 이야기는 블러그, 잡지, 그리고 책을 통해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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