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문 바로가기
  • 메뉴 바로가기
  • 하단 바로가기
  • 미스트랄이 불어드는 남프랑스 마르세유

    moo nee moo nee 2014.01.13

     

    미스트랄이 불어드는 남프랑스 마르세유 

     

    마르세유 시내전경

     

    마르세유공항으로 들어가는 비행기는 바다를 빙그르르 한 바퀴 돌아 착륙한다.

    ‘지중해란 이런 빛이구나!’

    지중해를 맹목적으로 동경하는 사람들을 보며 코웃음을 치곤 했는데, 실제로 직면한 모습은 충격적일 정도로 아름다웠다.
    비행기 안에 있던 승객들 모두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창에 붙어 내려다 보았다. 남프랑스, 마르세유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부풀게 했다.

     

     

    마르세유공항

     

    마르세유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항구도시로, 기원전 600년경부터 그리스인들이 들어와 도시를 세웠다. 산업혁명, 수에즈 운하 개통 등의 역사를 거치며 지중해 중심의 항구도시로 크게 발전했다. 특히 북아프리카 출신의 이민자들이 인구의 1/4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많으며, 러시아, 이탈리아 등에서 많은 사람들이 들어와 함께 살고 있는 다채로운 도시다. 

     

     

    마르세유

     

    서머싯 몸의 [달과 육펜스]는 화가 폴 고갱을 모델로 한 소설이다. 소설의 주인공 스트릭랜드는 마르세유 항구에서 타히티행을 꿈꾸며 부랑자 생활을 한다. 실제로 화가 고갱도 남태평양의 풍물과 열대지방의 원시적 삶에 매혹되어 마르세유에서 배를 타고 타히티로 향했다.

     

    "스트릭랜드는 내가 잘 압니다" ...
    "어디서 만났는데요?"
    "마르세유에서 만났어요"

    … <야간 숙박소>란 커다란 석조 건물인데, 거지나 떠돌이도 서류를 갖추어 담당 수사들에게 자기가 노동자임을 믿게 할 수만 있으면 일주일 동안 잠자리를 얻을 수 있는 곳이었다. 그곳의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서 있던 사람들 가운데 몸집이 크고 생김새가 특이하여 캡틴의 눈에 띈 사람이 있었는데, 그가 바로 스트릭랜드였다.

    - p.229 ~ 233 [달과 6펜스] (윌리엄 서머싯 몸 著 | 민음사)

     

    소설에 묘사된 마르세유의 분위기와 현재 마르세유의 분위기는 크게 다르지 않다. 다소 거칠고 남성적인 분위기가 충만한 곳이다. [달과 6펜스]의 스트릭랜드는 이기적이고 거친 캐릭터다. 그림을 그리고자 가족도 버리고 떠도는 삶을 택하는데, 부도덕한 인물일 수 있지만 천재성과 더불어 예술혼까지 갖춘 매력적인 인물로 묘사되어 있다. 서머싯 몸이 왜 소설 에서 ‘마르세유’라는 장소적 배경을 통하여 고갱을 표현하고자 했는지. 마르세유에 직접 가보니 조금은 알 것 같았다.

     

     

    IMG_9144

     

    길을 잘 못 들어 알제리 아랍계 이민자들이 사는 거주지에 들어가게 되었다.
    우리를 쳐다보는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술에 취한 한 남자는 '니하오 으하하하'하며 뛰어간다.

    특히 나는 ‘태어날 때부터 뇌에 방향을 감지하는 센서가 안 달려 나온 것은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의 길치다.
    지도를 펼치고 구항구로 가는 길을 찾고 있었다. 작은 차가 한 대가 우리 옆에 멈추더니 ‘빵빵~’하고 말을 건다.
    차에는 건장한 남자 2-3명이 타고 있다. 무서운 생각이 들어 '노노노!' 단호하게 외치며 무작정 뛰었다.
    (도움을 주고자 했던 선량한 시민이었다면… 정말 미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IMG_9147

    IMG_9186

     

    마르세유 구항구는 이미 굉장히 현대적이고 세련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하얀 요트가 바다 위에 유유히 떠있는 풍경은 (고갱이 꿈꾸었을) 원시적인 풍경으로의 여행을 꿈꾸게 하기 충분하다. 마르세유 항구 곳곳에는 기대, 흥분, 활기가 떠돌고 있다. 

     

     

    마르세유 구항구

    IMG_9216

     

    언덕 꼭대기에 있어 마르세유 시가지를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노트르담 대성당으로 오르기로 했다. 어떤 사람들은 걸어서도 갈 수 있다곤 하지만, 나에겐 무리. 구항구 앞 정류장에서 1.8 유로를 내고 버스에 올라탔다. (표는 버스 안에서 살 수 있다.)

     

     

    마르세유 버스정류장

    ▲ 마르세유 구항구 앞 정류장. 60번 버스를 타면 노트르담 대성당까지 갈 수 있다.

     

    꼬불꼬불 언덕길을 오르며, 슬쩍슬쩍 보이는 마을과 바다가 앞으로 펼쳐질 풍경을 궁금하게 한다. 버스에서 내리니 엄청난 바람이 휘몰아쳤다. 미스트랄. 프로방스 특유의 바람이라고 한다. 미스트랄의 존재는 여행을 떠나기 전 피터 메일의 저서 [나의 프로방스]를 읽었기 때문에 이미 인지하고 있었고, 각오는 단단히 되어 있었다.

     

     

    IMG_9240 IMG_9241

    ▲ 버스 창밖으로 볼 수 있는 마르세유의 일상

     

    우리는 미스트랄에 대한 이야기를 적잖게 들어 알고 있었다. 사람만이 아니라 짐승까지 미치게 만드는 바람이었다… 보름 동안 계속해서 불어대면서 나무를 뿌리째 뽑아내고 자동차를 뒤집어버렸다. 창문을 깨뜨리고, 노파를 도랑에 날려버리며, 전신주를 산산조각내고, 쌀쌀맞고 고약한 유령처럼 집 안으로 숨어 들어와 기분 나쁘게 울어대는 바람이었다.

    - p.18 [나의 프로방스] (피터 메일 著 | 효형출판)

     

    미스트랄의 첫 인상은 나쁘지 않았다. 사람들로 가득 찬 답답한 버스에서 내린 후 만났기 때문인지. 오히려 시원하고 상쾌했다. 속으로는 ‘영하 10도 이하로도 내려가는 한국의 겨울을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들의 엄살이려니…’ 했다.

     

     

    IMG_9289

    ▲ 미스트랄에 휘날리는 스카프

     

    바람을 등지고 걸으면 거의 힘을 들이지 않고 날아가듯 앞으로 걸어 갈 수 있다. 그 정도로 힘이 있는 바람이었다. 미스트랄에 의해서 구름은 거의 비행기처럼 지나가기 때문에, 하늘에서도 역동감이 느껴진다. 대성당에서 내려다 보니 푸른 바다, 붉은 지붕, 하얀 요트 (구름과 데칼코마니) … 아름다운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IMG_9311

    마르세유 노트르담 대성당

     

    풍경에 취해 10분 정도 바람을 맞으며 사진을 찍고 있었을까? 조금씩 머리가 아파오며 신경이 곤두서기 시작한다. 그제야 피터 메일이 묘사한 ‘짐승까지 미치게 한다’는 표현을 알겠다. 처음 몇 분은 상쾌하지만, 이런 바람이 보름 동안 분다면? 매우 신경질이 날 듯 하다.

    바람을 피해 성당 안으로 들어가니 관광객이 너무 많았다. 사람이 많아 성당의 엄숙함을 느끼기 조금 어려웠다. 오히려 미사를 드리고 있는 신도들이 안타까울 정도로 소란스러웠다.

     

     

    마르세유 노트르담 대성당

     

    마르세유의 노트르담 대성당은 겉모습과 내부풍경이 정말 잘 어울리는 성당이다. 보통은 외관을 보고 들어가면 전혀 다른 내관에 ‘우와!’ 감탄하기 마련인데, 안과 밖이 비슷한 느낌의 디자인으로 꾸며있다. 초록빛 줄무늬와 베이지색 돔으로 화려하게 치장된 외관은 고스란히 안으로 스며들어 빨간 줄무늬와 황금빛 돔으로 구현되었어 있다. 돌아와 자료를 보니, 신 비잔틴 양식의 건물이라고 한다.

     

     

    마르세유 노트르담 대성당 마르세유 노트르담 대성당 마르세유 노트르담 대성당

     

    성당의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은 바로 종탑 꼭대기에 있는 황금빛 성모마리아상.
    도시 안 어디에서나 위를 올려다 보면 쉽게 눈에 띈다. 마치 도시 전체에 성모마리아가 축복을 내리고 있는 듯 했다.

     

     

    성모마리아상

    마르세유 노트르담 대성당 마르세유 기차역

    ▲ 숙소와 기차역에서도 볼 수 있었던 성모마리아상

     

    올라오는 길에 탄 버스 표값이 다소 비싸다 생각했다 (1.8유로). 먼저 탄 사람이 같은 표를 들고 다시 기계에 찍길래 혹시 몰라서 눈칫밥으로 나도 찍어본다. 오! OK! 돌아와서 찾아보니 1시간 이내에 다시 탑승하면 무료로 탈 수 있는 시스템이란다. (버스든 트램이든 관계 없고, 딱 한 번만 타려면 1.5유로짜리 버스표를 구매하면 된다.)

    성당에서 내려와 이프 섬으로 가는 페리를 알아보았지만, ‘당일이 되어야 알 수 있다’고... 다음날 아침에 가보았으나 결항. 그리고 그 다음날도 결항. 날씨가 좋아 보여도 전후 날씨와 바다 상황을 고려해 결정하기 때문에 자주 결항이 된다고 한다. 소설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배경이 된 이프 성이 있는 곳이라 하여 영화까지 비행기에서 보고 갔지만, 백작과 나는 인연이 아닌 듯. 아쉬움을 뒤로 한다.

     

     

    마르세유 이프섬 페리탑승장

    마르세유 이프섬 페리탑승장

    ▲ 마르세유 이프 섬 페리탑승장

     

    IMFORMATION

     

    노트르담 드 라 가르드 대성당 (Basilica Notre-Dame of the Garde)

    - 주소: Rue Fort du Sanctuaire, 13281 Marseille, France ‎
    - 개관시간: 여름 7:15-19:15 겨울 7:30-19:00
    - 홈페이지: http://www.notredamedelagarde.com/

     

    이프성 (Château d'If)

    - 주소: Embarcadère Frioul If, 1 Quai de la Fraternité, 13001 Marseille, France
    - 개관시간: 5월 중순 ~ 9월 중순 매일 9:30 ~ 18:10
    9월 중순 ~ 3월 화~일 9:30 ~ 16:45
    4월 ~ 5월 중순 매일 9:30 ~ 16:45
    (1/1, 12/25 휴무)
    - 홈페이지: http://if.monuments-nationaux.fr/

     

     

     

     

    moo nee

    배경여행가. 책, 영화, 드라마를 보고 주인공의 모습이 지워진 배경에 들어가 보는 여행을 하고 있다. 백과사전 회사에서 5년 가까이 근무. 건조하고 차가운 글을 쓰고 편집하는 일을 업(業)으로 삼으니, 촉촉하고 다정한 글을 찾고 쓰는 일이 낙(樂)이 되었다. 지금은 IT회사에 재직 중. 저서로는 <다정한 여행의 배경>이 있다. www.istandby4u2.com

    같이 보기 좋은 글

    Tags

    서유럽의 인기글

    moo nee 작가의 다른글

    전체보기

    SNS 로그인

    복잡한 절차 없이 SNS 계정으로
    간편하게 댓글을 남겨보세요!

    겟어바웃 에디터라면 로그인을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