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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돈키호테의 땅, 시간이 멈춘 도시 톨레도

    arena arena 2014.01.30

     

    돈키호테의 땅, 시간이 멈춘 도시 

    살아있는 박물관 '톨레도 Toledo' 

     

    소설 '돈키호테'의 주인공, 돈키호테와 그의 시종 산초가 살던 곳은 스페인의 카스티야-라 만차(Castilla-La Mancha) 지역이다. '돈키호테'를 뮤지컬로 각색한 작품이 '맨 오브 라 만차(Man of La Mancha)'라는 제목을 가지게 된 것도 그러한 이유다. '라 만차'라는 단어 자체가 '마른 대지'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다 돈키호테의 분위기까지 겹쳐, 이 지역을 상상하면 건조한 땅과 모래 바람 같은 것들이 떠오를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실 이 지역의 진짜 볼거리는 그런 풍경들이 아니다.
    그보다 마드리드 이전에 스페인의 정치적, 문화적 중심지였던 중세도시 톨레도(Toledo)가 이 지역의 가장 큰 볼거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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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톨레도는 톨레도주(州)의 주도(州都)로서, 마드리드의 근교 도시다. 당시 내가 들고 있던 가이드 북에는 버스를 이용할 경우 마드리드에서 톨레도까지 한 시간 삼십 분이 걸린다고 되어 있었지만 막상 버스를 타니 사십 분만에 톨레도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러므로 스페인 여행 시, 수도 마드리드를 여유롭게 둘러볼 계획이라면 하루씩 날을 잡아 톨레도와 세고비아를 당일치기로 다녀오는 것도 꽤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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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톨레도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마주친 것은 중세 기사의 모형이었다. 이 지역이 돈키호테의 지역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는 순간이다. 기념품 가게 안에는 아기자기한 물건들도 많았지만, 사실 그러한 물건들보다 도시의 풍경에 더 먼저 눈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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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톨레도는 1986년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다. 9세기에 알폰소 6세가 톨레도를 수도로 삼았으나, 16세기에 수도는 마드리드로 옮겨졌다. 그 이후, 톨레는 더 이상 번영의 길을 걷지 않아 16세기에 시간이 멈췄다. 그러한 역사 덕분에, 현재의 톨레도는 옛 수도의 영광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살아있는 박물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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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스페인을 여행하며 성당도 볼 만큼 보았고 박물관이나 미술관도 들를 만큼 들렀다. 그러니 당일치기로 방문한 이 도시에서까지, 성당이나 박물관을 찾아가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나는, 그냥 이 도시를 걸어보기로 했다. 마침 톨레도는 서울의 1/3 정도 밖에 되지 않는 작은 도시였고, 어쩐지 이곳을 찾은 여행객들도 도시를 닮아 무척 조용했기에, 낯선 길을 헤매도 마음은 마냥 평화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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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를 타고 휭, 하고 달려갔다면 쉽고도 빠르게 이 도시를 둘러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날이 더워도, 햇볕이 쨍쨍해도, 걸을 수 있다면 일단 걷고 보는 나는, 덕분에 골목을 돌 때마다 또 새로운 골목이 나타나는 정겨운 톨레도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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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걷다 보니 어느덧 톨레도 대성당 앞에 도착했다. 톨레도 대성당(Cathedral de Toledo)은 에스파냐 카톨릭의 총본산이라 불리는 곳이다. 1227년에 짓기 시작하여 1493년에 완공되었으니 이 성당을 짓는 데만 266년이 걸렸다. 이 성당은 톨레도를 사랑한 화가, 엘 그레코의 그림 '엘 에스폴리오(옷이 벗겨지는 그리스도)'을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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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엄한 그 모습을 올려다보니 한 번 들어가보고 싶은 마음도 들었으나 며칠 전 세비야 대성당을 다녀온 걸 기억하며 이곳은 그냥 지나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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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이라는 것은 도시 전체가 볼거리라는 뜻이다. 그러니 톨레도에서는 꼭 어딘가를 향해서 걸어갈 필요는 없다. 그냥 발길 닿는 대로 걷다 보면, 길이 나타나고 골목이 사라지면 성벽이 보이면서 새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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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많은 사람들이 '스페인 하면 역시 바르셀로나지!' 하며 마드리드를 휙 그냥 지나쳐 버린다. 하지만 나에게 마드리드는 특별한 의미를 가진 도시고, 그래서 그 도시에 눌러앉아 심심한 며칠을 보낸 덕분에 이렇게 평화로운 도시, 톨레도를 마주쳤다. 모든 여행은 저마다의 매력을 가지고 있겠지만, 역시 나는 이런 기대치 않았던 만남을 가져다주는 느린 여행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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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정처 없이 걸음을 옮기다, 어느 언덕에 올라서니 저 멀리 타호(Tajo)강이 흐르는 모습이 보였다. 타호 강은 이베리아 반도에서 가장 긴 강으로, 스페인의 쿠엥카 산지에서 발원하여 톨레도를 거쳐 포르투갈의 수도인 리스보아 부근까지 흘러가 대서양으로 유입된다. 이 날로부터 사흘 후, 리스보아에 도착했던 나는 그곳에 바다처럼 펼쳐져 있던 테조 강(Rio Tejo)을 보았다. 바로 며칠 전, 스페인의 라 만차 지역에서 보았던 강을 포르투갈의 수도에서 다시 마주치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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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한참 동안 톨레도를 헤매다가, 이제 그만 파라도르(Parador)로 올라가 보기로 했다. 스페인어로 '성'을 뜻하는 파라도르는, 옛날의 성이나 궁전 또는 수도원 등을 개조해서 운영하고 있는 스페인식 국영 호텔이다. 중세식 건물을 개조한 것이기에 바깥에서 보면 중세 유럽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지만, 그 안은 최신 시설로 깔끔하게 개조되어 있다.

    최초의 파라도르는 1928년, 그라나다에 세워졌으며 현재는 스페인 전역에 93개의 파라도르가 세워져 있다. 그 중 톨레도의 파라도르는 이 도시의 전경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뷰포인트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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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라도르행 버스는 한 시간에 한 대뿐이니 시간을 잘 맞춰야 한다. 버스는 톨레도 관광의 시작점이라 할 만한 소코도베르 광장(Plaza de Zocodover)에서 탈 수 있다. 미리 알아두었던 시간에 맞춰, 정류장을 찾아가니 사진 속의 파란 버스가 서 있었다. 버스 앞문에, 물감통을 들고 있는 화가의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이 남자가 바로 '엘 그레코'이다.

    엘 그레코는, 크레타 섬에서 태어난 화가로 본래 이름은 도메니코스 테오토코풀로스이다. 스페인에서 활동할 때, '그리스 인'이라는 뜻의 엘 그레코란 별명을 얻었고 이것을 이름으로 굳혔다. (하지만 본인은 항상 자신의 작품에 본명으로 서명을 했다고 한다.) 30대 중반, 에스파냐 궁중화가로서 톨레도에 정착했던 엘 그레코는 이 도시를 사랑하여 궁중 화가를 그만둔 후에도 평생 이곳에서 그림을 그렸다. 때문에 톨레도에서는 엘 그레코의 흔적을 자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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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스를 타고 톨레도를 뱅뱅 돌아 파라도르 정류장에 내렸다. 내린 곳은 굉장히 황량한 곳이었지만, 그곳에서 다시 300m쯤 걸어 올라가자 파라도르가 나타났다. 파라도르에 묵지 않더라도 까페는 이용할 수 있다. 그래서 밖으로 탁 트인 까페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러자 눈 앞에 아름다운 톨레도가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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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러한 풍경들 앞에 설 때마다, 여행을 다니지 못하는 억만장자가 되느니 가난한 여행자로 사는 쪽이 훨씬 더 행복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마천루가 없는, 톨레도의 풍경은 보아도 보아도 질리지가 않는다. 그 풍경을 바라보며 커피 한 잔과 사진 몇 장, 그리고 노래 한 곡을 즐긴다. 이곳은 무거운 짐을 이고 여행을 다니느라 피곤해졌던 몸과 마음이 쉬어가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그렇게 얼마 간의 휴식을 취한 후 자리에서 일어섰다. 시내로 돌아가는 버스도 한 시간에 한 대뿐이기 때문에, 역시 시간을 맞춰 정류장으로 내려가는 것이 좋다. 그렇게 다시 소코도베르 광장으로 돌아오면, 그곳에서부터 터미널까지는 버스를 타고 가도 좋고 걸어서 가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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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마드리드행 버스를 타고 엘립티카 역에 내리자 이미 밤이 깊어 있었다. 하루종일 버스를 타고 거리를 걷다가 돌아온 길이었지만 피곤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사실 톨레도는 여행 중 만나게 되는 수많은 도시 중, 치명적인 인상을 남긴 곳은 아니었다. 하지만 톨레도를 만남으로 해서 스페인을 더 좋아하게 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스페인은 다채로운 풍광과 문화를 자랑하는 관광대국인 만큼 어느 지역을 가나 그 지역만의 특색에 마음을 빼앗기게 된다. 이슬람 문명의 흔적이 남아 있는 안달루시아 지역은 너무나 아름답고, 피카소와 가우디의 자취를 따라갈 수 있는 까탈루냐 지역도 볼 것 많은 곳이다. 거기에 도시 자체가 박물관으로 살아남은 카스티야 지역의 톨레도 또한 스페인의 아름다움을 잘 엿볼 수 있는 곳이니... 어느 지역을 가도 매력적인 스페인이 아닐 수 없다.

     

     

    INFORMATION

     

    - 파라도르 홈페이지 http://www.parador.es/es

    - 마드리드와 톨레도를 오가는 버스는 ALSA에서 운행하고 있으며, 마드리드의 엘립티카(PLAZA ELIPTICA)역에 위치한
      오토버스 터미널에서 탈 수 있다. 왕복 티켓의 가격은 2013년 기준, 9.62유로

    - 기차를 이용하고 싶다면 마드리드의 아토차(Atoch)역에서 렌페를 타는 방법도 있다.

    - 스페인으로 가는 가장 저렴한 항공권 검색하기 : http://www.hanatour.com/asp/booking/airticket/gi-10000.asp 

    - 스페인 자유여행 시작하기 : http://www.hanatour.com/asp/booking/freestyle/freestyle-main.asp

    - 2014년 스페인 여행, 꽃할배 따라 가장 쉽게 떠나는 방법? : http://bit.ly/1isKrH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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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rena

    '살면서 여행하기'를 모토로 좋아하는 축구를 좇아 세계 각국을 유랑했다. 축구 전문 미디어 '스포탈코리아'와 전문 잡지 '풋볼위클리'에서 객원 기자로 활동했으며 그 밖에도 다양한 미디어에 시민기자로서 투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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