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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자비한 카오스의 도시, 인도 콜카타 Kolkata

    엄턴구리 엄턴구리 2014.02.24

    카테고리

    인도, 에피소드

     

    시간을 날아 과거에 안착하다.

    무자비한 카오스의 도시, 인도 ‘콜카타(Kolkata)’

     

    콜카타(Kolkata)는 인도의 수도 델리를 비롯해 남부의 산업도시 뭄바이와 함께 인도를 통하는 3대 관문 중의 하나다. 작은 어촌에 불과 했던 이곳이 300년 전 대영제국 식민지의 수도역할을 하면서 거대한 항구도시로 탈바꿈하지만 오늘날 이 곳은 인구의 90%가 거리의 빈민으로 살아가는 세계 최대 빈민도시중의 하나이다. 과거 '캘커타'라는 이름으로 더욱 유명했던 이곳은 1995년 제 이름을 되찾았다.

     

    Kolkata01

     

    깊고 부리한 검은 눈이 일제히 나를 향해 멈춰있다. 거리를 걷노라면 어김없이 뻗어오는 앙상한 구걸의 손길. 여인의 사리 자락으로 감싸 안은 그것은 아까부터 가녀린 목청을 간신히 이어간다. 사방에서 울려대는 클랙슨 소리가 따갑게 귀청을 찌르면 자동차 배출구로 뿜어져 나오는 시커먼 연기에 메마른 기침은 마를 날이 없다.

    거리마다 차이는 건 질펀한 소똥이며 쓰레기니 아까부터 ‘웩웩웩’ 멈추지 않는 구역질은 참을 수 없는 어떤 악취가 근원이다. 도시의 한복판에 떡하니 자리한 거대한 난지도, 소며 돼지며 까마귀가 한데로 뒤엉켜 고개를 처박고 여물을 뜯고 있다. 그리고 그보다 더한 집요함으로 더미를 헤집는 거리의 아이들. 35도를 넘나드는 불볕더위에 지독한 악취고 나발이고 그들에겐 하등 중요치가 않다는 듯 살기 위한 몸부림이 이보다 더 적나라할 수가 있을까?

     

     

    방콕에서 인도 콜카타로 _ 시작은 사기로소이다.

     

    Kolkata02

     

    태국 방콕의 스완나폼 공항을 떠나 인도 콜카타로 향하는 비행기 안은 온통 적막으로 가득했다. 시간은 자정을 넘어 새벽 2시를 향해가고, 비행기가 콜카타 공항에 도착하자 사람들은 일제히 약속이나 한 것처럼 우르르 일어난다.  ‘우당탕탕’ 서둘러 내려지는 짐. 적막은 깨지고 여기저기 힌디어가 봇물 터지듯 쏟아진다. 나가는 문은 하나건만 아까부터 뭐가 그리 급한 건지 아직도 까마득한 차례를 재촉하며 사람들은 제 자리에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인도인들 성질로 말 할 것 같으면 쓸데없이 급하거나 혹은 환장할 정도로 느긋하다던데, 인도를 입성하는 순간 나는 또 그 말을 경험으로 실감한다.

     

     

    Kolkata03 _ Photo by Umturn92

     

    공항에서 만나 동행을 약속한 일본인 친구의 이름은 켄(Ken, 켄은 우리네 김과 같은가보다. 만나는 일본인 10에8은 자신을 켄이라 소개했다)이다. 나이는 나와 같았고 인도가 처음인 나와 달리 켄은 이번이 세번째 방문이라고 한다. 어딘지 마음 한 구석이 든든해진다.

    “잠깐 기다려, 내가 택시 바우처 끊어 올게!” 프리페이드 택시는 사기가 난무하는 인도에서 그나마 믿을 수 있는 교통시스템이다. 프리페이드 창구에서 목적지를 말하고 정해진 돈을 내면 바우쳐를 발급해 주는데 프리페이드 택시기사는 추후 어떠한 추가 요금도 요구할 수 없다. 바가지를 씌우거나 일부러 길을 헤매는 등의 악덕 수법이 통하지 않으므로 현지 사정에 열악한 외국인들에게 특히 유용하다.  

    “얼마?” 바우처를 받아든 내가 이상해서 되묻는다. 그제야 자신이 사기를 당했음을 알아버린 친구의 얼굴이 붉어진다. 제 잘못이라며 저 혼자 책임을 지겠다는 그에게 나는 또 그럴 순 없다며 팽팽히 맞선다. “예약해 둔 숙소가 없다고 해서 우선 내가 예약한 숙소를 목적지로 적었어.” 친구는 대책 없는 나의 무모함에 할 말을 잃었고 나는 또 인도는 세 번째라면서 그 시작을 여지없이 사기로 여는 그 아이의 허술함에 할 말을 잃었다.

     

     

    Kolkata04_Photo by Umturn92

     

    도시는 어둠에 휩싸였고 거리는 온통 적막으로 가득했다. 택시는 목적지에 멈춰 섰고 역시나 그 곳에 남은 방은 없었다. 디왈리(인도의 축제)를 앞둔 시점에서 빈방을 찾기란 어렵지 않겠냐며 난처한 표정을 짓는 지배인을 뒤로하고 무작정 거리를  나선다. 어둠속에 불안감이 엄습한다. 다행히 인근 배낭여행자 숙소에 남은 방이 있다기에 그곳을 향한다. 쾅쾅쾅! 굳게 닫힌 철문을 있는 힘껏 두드린다. 막 잠에서 깬 듯 부스스한 머리의 청년이 찌푸린 얼굴을 하고 모습을 드러낸다. 방을 구한다는 내 말에 청년은 이런 일 한 두 번이 아니라는 듯 벌써 저만치 앞서 간다. 고장 난 전등아래 ‘쓱’ 기분 나쁜 움직임이 지나친다. 

    호텔파라곤의 독방은 그 명성만큼이나 강렬했다. 얇은 철제 프레임의 침대는 오래되어 녹이 슬고 그 위의 매트리스는 심하게 꺼져 정체모를 얼룩들이 산재했다. 창문의 창살은 흡사 교도소의 그것을 연상시켰으며 깨진 유리 창을 어설프게 가리고 있는 늘어진 천조가리는 케케묵은 더러움에 찌들었다. 간혹 휑하니 바람이 불라치면 깨진 유리창으로 들이치는 공기의 기운이 더욱 섬뜩하게 느껴지는 그런 곳 이었다. ‘제길, 날 밝으면 열일을 제쳐두고 숙소부터 다시 알아보리라!’ 그렇게 다짐하며 피곤한 몸을 억지로 누인다.

     

     

    여행자의 거리, 서더 스트리트(Sudder ST)

     

    Kolkata05_Photo by Umturn92

     

    인도, 특히 이곳 콜카타의 서더 스트리트 주변이 원래 그렇다. 여행자가 몰리는 이곳은 주변이 문화유적지처럼 관리되는 터라 대부분의 시설들이 오래되고 낙후되었다. 몰리는 인파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숙소는 그 질에 비해 가격 또한 인도 평균에 비해 비싼 편이니 배낭여행자가 몰리는 저렴한 숙소의 현실이야 입으로 말해 무엇 하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콜카타는 인도의 바라나시와 더불어 여행자들의 장기 체류가 많은 지역이라고 하니 여행자의 발길을 잡아끄는 콜카타의 이면이 궁금해 진다. 

     

     

    Kokata06_Photo by Umturn92

     

    숙소를 벗어나 인근 거리를 걷는다. 삼삼오오 둘러 앉아 짜이(인도 전통 차)를 마시고 있는 인도인들 틈으로 다양한 인종의 여행자들이 섞여있다. 저마다 화려한 색감의 인도풍 옷을 걸치고선 뭐가 그리 즐거운지 목젖까지 내보이며 웃어댄다. 사람들은 다 마신 짜이 잔을 그대로 바닥에 던져버린다. '쨍그랑' 그 소리에 놀라지 말며 하물며 아깝다며 소란 떨지는 더더욱 말 것이다.

     

     

    Kolkata07_Photo by Umturn92

     

    [김치 볶음밥] 그것은 분명 한글로 그렇게 적혀 있었다. 지난 8개월의 여정을 생각하니 ‘김치’란 말만 들어도 입안에 침이 고인다. 그 곳에가면 꼭 나같은 한국여행객들을 만날 수 있었다. 모두들 환장해서 접시에 코를 박는다. 한국의 인도 식당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는 네팔인 청년이 만든 김치는 비록 배추가 아닌 양배추로 담근 그것이었지만 고향이 그리운 장기 여행자의 입맛을 달래주기에 충분히 맛있었다. 김치 볶음밥 외에 김치 죽, 계란 볶음, 새우탕밥 등 한국인의 입맛에 최적화 된 이곳은 기껏해야 50루피(1200원)안짝으로 즐길 수 있는 환상적인 맛의 향연이다. 

    이제는 거하게 배도 채웠으니 달콤한 후식으로 입가심 좀 해야겠다. 그래서 찾은 곳은 Lindsay스트리트에 있는 라씨(인도 전통 음료, 흡사 우리네 요거트와 같다)집이다. 아침에만 문을 연다는 이곳은 라씨뿐 아니라 다양한 샌드위치 메뉴로도 유명한데 비교적 간단한 버터 샌드위치부터 갖은 채소와 달걀, 치즈와 닭고기를 얹은 콤비 샌드위치 까지, 한끼 식사로 전혀 부족함이 없다. 

    취향대로 라씨를 주문한다. 커드(라씨의 재료)를 항아리에 넣고 방망이를 이리저리 돌리면 묽어진 커드는 그 부드러움이 이루 말할 수 없다. 퐁당, 시원한 얼음 한 조각이 화룡정점을 찍는다. 주문에 따라 바나나, 사과 등의 과일을 첨가하기도 하니 그 맛이 궁금하면 당장 Lindsay스트리트로 향해보자. 얼음이 귀한 인도에서 라씨가 시원하다는 것만으로도 그곳은 충분히 가치 있는 곳이다. 

    밤이 깊어 갈수록 여행자의 흥은 저절로 더해지니 오가는 술잔에서 벌겋게 상기된 얼굴에는 더욱 화색이 돈다. 콜카타는 인도 어느 곳보다 선술집이 흔한 도시 중 하나다. 서더 스트리트와 인근 지역으로 술집들과 주류상이 번번이 눈에 띄니 술을 사들고 터덜터덜 숙소를 향하거나 에어컨 빵빵한 영국식 Bar에서 시끌벅적 음악과 함께 취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도시를 사는 사람들

     

    Kolkata10_Photo by Umturn92

     

    도로 위로 버스가 지나간다. 차체는 낡을 대로 낡아 여기저기 까져있는 모습이다. 드러난 속내는 벌겋게 녹슬었고 바퀴는 얼마나 굴렀는지 고무가 뒤틀렸다. 뻥 뚫린 창문은 매연을 그대로 흡수하고 문이며 창문이며 사람들이 매달리지 않은 곳이 없으니 돌아보면 그것은 치열함보다는 어떤 간절함이 우선이다.

     

     

    Kolkata11_Photo by Umturn92

     

    발길에 차이는 건 너저분한 구원의 손길,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내미는 그 손에는 어떤 무료함이 묻어난다. 어둡고 퀭한 눈빛은 삶에 대한 회의마저 아련하다. 후각은 이미 악취로 상실되어 쓰레기를 뒤지는 손길에는 거침이 없다. 흙먼지 소똥더미의 아이는 차마 상품이라 말하기 뭐한 것을 그래도 팔겠다며 지키고 있다. 

    손님을 기다리다 지친 늙은 릭샤꾼은 엄습하는 졸음을 쪽잠으로 해결한다. 그 잠은 영원할 듯 조금의 미동조차 허락지 않는다. 인구의 90%가 빈민으로 규정된 이곳 콜카타를 사는 사람들, 그 옛날 대영제국 식민시절 인도 수도로의 위엄을 상실한 채 아비규환의 현재만 남아있다. 뿌리 깊은 가난을 헤쳐 나갈 의지조차 저버린 채 삶은 더한 적나라함으로 표출된다.

     

     

    Kolkata11_Photo by Umturn92

     

    노상에서 만난 여행자는 이제 막 콜카타에 도착했다고 한다. 배고파 죽는 줄 알았다며 우적우적 음식을 삼킨다. 달콤한 짜이 한 잔도 잊지 않았다. ‘쨍’ 짜이를 담았던 그릇이 산산이 조각났다. 밤도 깊었으니 더위도 식힐 겸 근처 바Bra로 향한다. 영국식 펍에 자유로운 분위기, 음악은 신나고 에어컨 바람도 시원하다. 그는 마더 테레사의 ’사랑의 집‘에서 약 1달 간 봉사활동을 할 계획이라고 했다. ‘희망이 없는 삶은 죄악이니 그들의 죄악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다면 우리의 여행은 그런 대로 의미가 있지 않겠냐?’는 그의 말은 사실 별 희망이 없어 뵌다.

     

     

    마더테레사 사랑의 집, 그리고 돈 보스코

     

    Kolkata12_Photo by Umturn92

     

    1937년, 28살의 마더 테레사가 처음으로 콜카타에 방문해 접한 것은 비참할 정도의 ‘가난’이었다. “먹을 것을 얻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야 하는지를 깨달았다.”는 그녀는 이곳 콜카타에 ‘가난한 자들 중에서 가장 가난한 자’를 무상으로 돌보는 ‘사랑의 선교회’를 건립한다. 그들의 가난을 위로하고 자립을 도모하며 나아가 그들의 영혼을 구제하는 일에 발 벗고 나선 것이다. 그녀는 ‘사랑의 반대는 미움이 아닌 무관심’임을 온 몸으로 실천하며 평생을 걸쳐 가난한 사람, 나병환자, 버려진 아이들과 노인들의 어머니가 되어 준 이다.

    이탈리아 카톨릭 성직자 돈 보스코는 수도회의 창립자로 평생을 청소년의 그리스도교적 교육에 헌신했다. 그의 가르침을 계승하여 탄생한 돈 보스코 연합은 지금도 세계 각지에서 현지의 가난한 아동과 청소년들을 위해 그들의 생활과 교육을 돕고 있다.

    인도를 방문하는 여행객들이 이곳 콜카타를 찾는 대부분의 이유가 바로 이 두 단체에 있다. 인도의 수도 델리를 두고 구지 이 먼 동쪽의 항구도시까지 부러 발걸음을 하는 것은 그것이 치기어린 호기든 굳은 다짐이든 어쨌든 감사한 일이니 그곳에서 만난 친구들은 내가 만난 어떤 이들보다 참으로 아름답게 빛나는 사람들이다.

     

     

    릭샤 위에 불편함을 숨기다.

     

    Kolkata13_Photo by Umturn92

     

    아까부터 깡마른 노인 하나가 자신의 릭샤를 오르라며 졸졸졸, 집요하게 쫒아온다. ‘워- 워-’ 요상한 고함은 클락션을 대신하고 앙상한 팔로, 그보다 더한 발로 도시의 혼잡을 헤집는다. 그리고 그 위에서 도저히 불편을 숨길 수 없는 나는 아까부터 어서 빨리 목적지에 당도하기만을 간절히 바랄 뿐이다.

     

     

     

     

    엄턴구리

    용의 머리가 되고 싶은 뱀의 꼬리로 ‘잡다함’이 지나쳐 자칫 ‘너저분함’으로 치닫는다. 미대를 졸업해 그림을 그리며 교양 있게 살줄 알았는데 생뚱맞게 연극과 영화미술에 빠진 탓에 한 몇 년을 작살나게 고생만 했다. 그러다 운 좋게 환경디자인 회사에 취직을 하지만 그저 좀 ‘무료’하단 이유로 지복을 날로 차고, 지금까지 몇 년 째 시나리오 작가가 되겠다며 되도 않는 글들을 끼적이고 있다. 밥먹고 사는 일은 자유로운 기고로 이어진다. 문화 예술 칼럼을 비롯해 다양한 취재 원고를 소화하고 있다. 한 번의 긴 여행과 몇 번의 짧은 여행을 무한 반복 중이다. 덕분에 적당히 많은 사람들을 알게 되었고 견문은 넓혀진 것도 또 아닌 것도 같다. 쉽게 마음이 동하는 갈대 같은 호기심에 뿌리 깊은 나태함이 더해져 도대체가 갈피를 못 잡는다. 여행과 생각, 사람과 글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blog.naver.com/waste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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