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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술의 도시 통영, 사랑하였기에 행복하였네라

    홍대고양이 홍대고양이 2014.03.13

         

    예술의 도시 통영, 사랑하였기에 행복하였네라 

     

    140315 통영 동피랑 

     

    책장을 넘기다 보면 책을 덮고 일어설 수 밖에 없을 때가 있다. 책 속의 어딘가로 내가 가야 할 것만 같은 충동이 일기 때문이다. 오늘은 통영으로 가자. 통영은 시인 청마 유치환의 도시다. 저항시인으로 알려진 유치환은 통영에서는 사랑의 시인이다. 유치환의 마음에서 탄생한 싯구 중 <사랑하였기에 행복하였네라>. 그 사랑이 나고 자란 도시가 통영이기 때문이다. 

    통영이라 하면 벽화로 꾸며진 동피랑과 충무김밥 같은 것만 떠올렸는데 책 속의 싯구절들은 통영을 다시 보라 말하는 듯 하였다. 사랑해서 행복했다-. 나는 유치환 시인이 정말 행복하였을까 고개를 갸우뚱 하며 통영으로 향했다. 시작하지 말걸 그랬다는 탄식이 이름 끝에 감겨있는 情人이 있다면 사랑이란 정말 행복일까. 물음을 입으로 되뇌이면서 터미널로 향했다. 의외로 통영은 가깝다. 서울에서 네 시간 남짓이면 된다. 생각의 거리로는 멀지만 의외로 지척이다. 이른 아침에 떠나면 늦은 점심에 닿는다.

     

     

    맑은 바다, 푸른 하늘의 통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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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영은 이름 듣자마자 충무 김밥이 떠오른다. 뱃사람들의 음식이 대표인 도시다. 꿀빵이니 뭐니 먹거리만 떠오른다. 하지만 오늘은 다른 통영을 보기로 했다. 통영을 걷는다. 서울내기에게 느껴지는 바닷바람이 날카롭지 않다. 남해는 사철 내내 따스하다. 맑고 푸른 바다는 가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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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영을 한번에 보기에 가장 좋은 곳은 언덕 위다. 동피랑 언덕에서 내려다 보는 통영은 담담하고도 고요했다. 건물로 빼곡한 만은 잔잔한 바닷물이 가득 차 있었다. 아늑하게 들어앉은 통영은 편안해 보였다. 양지바른 언덕에서 둘러보는 통영은 파랑의 터. 하늘의 푸름이 그대로 바다에 담겨 있는 듯 넘실대는 파랑으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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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 너며 산기슭에 4백여 년은 족히 되었다는 건물이 아직도 자리하는 통영이다. 반듯한 육각의 건물들 사이로 기와 지붕이 빼꼼히 보인다. 저 네거리쪽에는 수백년 간 통영을 지킨 삼도 수군통제영인 세병관이 있다. 통영은 이순신과도 깊은 관계가 있다. 통영의 착량묘는 전사한 이순신을 기리기 위해 통영 사람들이 지은 사당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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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영의 바다에는 복원한 거북선이 자리하고 있다. 후드득 갈매기와 비둘기가 날아올랐다가 거북선 위에 내려 앉고, 사람들은 기념촬영을 하기 위해 잊지 않고 거북선에 들른다. 아이들은 신기한지 두리번 대며 거북선 안을 돌아 다닌다. 국운이 휘청대던 시절, 절체절명의 나라를 켰던 분의 흔적이 잊혀지지 않고 여기 머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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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영 활어 시장 속으로 들어가자, 갓 잡아올린 바다가 가득하다.  거침 없는 손놀림으로 배를 따고 살을 가른다. 바람은 차갑지만 생을 이어가려는 사람들은 노점에 하루 종일 앉아 자리를 지킨다. 오가는 손님들과 눈을 맞추며 구매 의욕을 가늠하고, 손으로는 물건을 옮기면서분주한 시간을 보낸다. 좌판 벌리고 앉은 시장 상인들이 보이고 머물고 떠나는 배들이 내지르는 뱃고동 소리가 사이사이 들려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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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에 들어섰으니 먹어야 하지 않겠는가. 통영은 먹을 것이 많다. 바다에 오면 언제나 날것이 반겨준다. 통영에서는 어딜 들어가도 신선한 물것을 먹을 수 있다. 그저 슥슥 썰어 놓은 것이 전부다. 양념도 할 것 없이 충분히 맛있다. 자연에서 난 것들은 제가 자라난 곳의 향취를 몸에 깊이 품는다. 바다 내음이 물씬 나는 먹거리들을 보니 정말 바다에 왔구나 싶다. 백석도 그의 시에 뜻했던 사람은 못만나고 이곳에서의 바다음식을 천천히 꼽고 갔다. 연소탕(제비집), 원소, 붕어곰, 송구먹, 섞박지, 니차떡, 조개송편, 매감탕, 모밀국수, 가시냉국, 전복, 해삼, 무이징게국, 가자미식해 등 백석의 시에는 먹을 것이 참 많다. 여기에 전복이니 해삼은, 통영의 먹거리다.

      

     

    벽화의 언덕, 동피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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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이들이 통영을 찾는 이유는 동피랑 벽화 때문일 것이다. 파란 남해 풍광에 더해진 알록달록한 벽화 골목. 매력적일 것이다. 통새미에서 동피랑으로 올라가는 길은 꽤나 가파르다. 하지만 올라갈만 하다. 통영을 눈에 가득 담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벽화 골목을 따라가면 모 드라마를 찍었다던 곳이 있고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는 용정암이 있으며 작은 찻집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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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벽화. 언더그라운드 문화다. 바스키아나 키스해링이 주류 미술로 그래피티 위상을 높여놓기 전에는 정말 낙서에 불과 했다. 동피랑은 뉴욕이스트 할렘의 키스해링의 벽화 crack is wack(마약이 인생 망친다) 같은 메시지를 전하거나 MOMA 분관 인근 건물, 5 포인츠의 수준높으면서도 키치적이며 사회비판적인 그래피티와 참 다르다. 동피랑 벽화는 유치원 벽화처럼 아기자기하고 화사한 그림들 또는 트릭아이 같은 재미를 찾는 그림들이다. 언더그라운드의 벽화란 사회에 메시지를 전하는 그림인데 우리나라 관광지의 벽화들은 규격화된 내용과 색깔로만 채워지는 듯 하여 아쉬움이 없지 않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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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기자기 예쁜 파스텔톤으로 그려진 앨리스며 어린왕자, 뽀로로의 그림이 삶의 현장에 뒤섞여 기묘하게 느껴진다. 여하간 눈길 끄는 벽화들덕분에 사람들이 모여들고 그들을 상대하며 조금은 마을의 활력이 더 살아났을 테다. 차와 커피를 파는 곳도 있다. 턱턱턱 칼질 소리가 발걸음을 끌어 들어가보니 정말 손수 차를 담고 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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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생각해보니 이 동피랑 언덕은 좁다란 언덕을 타고 올라가야 하는 작은 집들이 들어 앉은 곳이다. 주민들이 오늘의 하루하루를 살고 먹고 자는 곳이다. 좁은 골목 열린 문 사이로 바로 손바닥만한 방이 보인다. 한번 스쳐지나가고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인연들에게 하나하나 굳이 마음 쓰며 살 필요는 없다는 듯 열린 문을 그냥 두고 무심히 사시는지도 모른다. 이렇게 수없이 오가는 관광객들 때문에 주민들은 불편하지 않을까, 발걸음 소리를 낮추고 조용히 골목을 지나간다.

     

     

    예술인들의 통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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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영, 들으면 알만한 문인들과 그들의 시가 여기서 태어났다. 이 아늑한 터에서 많은 문인들이 나고 머물렀다. 시인 유치환, 김춘수, 시조시인 김상옥이 태어났다. 통영은 유치환 시인이 머문 곳이기도 하다.  그 부인이 통영에서 유치원을 운영하며 삶을 꾸려나갔다고 한다. 중고등학교 때 시험보려고 외웠던 시들이 이제는 여행의 동반자가 되어 준다. 천천히 시를 상기하면서 통영을 바라본다.

    우리나라의 가장 위대한 작가 중 한분, <토지>를 쓴 박경리 선생이 학창 시절을 보낸 간창골도 통영이다. 그 인근이 서피랑이다. 박경리 선생의 <김약국의 딸들>은 자전적이다. 여기 간창골이니 세병관 이야기가 나온다. 통영에서 간창골과 세병관을 직접 보고 나면 소설의 한 구절을 찾아 다시 읽고 싶어질 것이다. 작가가 직접 숨쉬고 느낀 모습을 고스란히 옮겼던 것이니 말이다. 특히나 김춘수 시인과 박경리 선생이 한때 초등학교였던 세병관을 다녔다. 유년의 기억이 어떻게 번안되어 책 속에 실렸던가, 기억을 더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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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은 떠나고 그들을 기억하는 무엇들이 모여있는 곳이 통영이다. 없는 이들을 기억한다는 것, 결국 그리움. 그리움이 가득 모여있는 곳이다. 언제나 읽을 때 마다 한줄 읽고, 한숨을 한번 쉬고 천천히 다시 읽게 만드는 <흰 바람 벽이 있어> 의 시인 백석도 통영과 연이 닿아있다. 

    문학가 뿐일까, 윤이상 선생을 낳은 곳도 통영이다. 천재 음악가였지만 시절이 하 수상하던 때의 사람이라 여기 머물지 못했다. 동백림 간첩 사건으로 한국에서 자리하지 못하고 해외로 나갈 수 밖에 없었던 윤이상. 그를 기리는 윤이상 공원이 있다. 과거 안타까웠던 역사와 그때의 사람들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는 곳이 통영인지라, 여행의 발걸음마다 의미가 깊어진다.

      

     

    사랑 시인들의 통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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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영으로 발길을 떼게 만든 시인 유치환. 녹조소성훈장, 서울시 문화상 등을 받은, 저항시인이나 민족시인으로만 알았던 시인 유치환을 통영에서 다시 본다. 이미 결혼한 유치환은 다른 이를 사람을 마음에 두었다고 한다. 한 미망인에게 20여년 간 5천여 통의 연서를 보내었다고하니, 그 마음의 깊이가 예사롭지 않다. 

    당시 유치환은 남편과 21세에 사별한 이영도 시인에게 편지를 썼다. 통영의 중앙 우체국 빨간 우체통은  수백 통도 아닌 수천 통의 연서를 삼켰다. 5천여 통이라. 가늠이 쉽지 않다. 무슨 말이 그리도 하고 싶었을까. 아마 그 무슨 이야기든 그 어떤 말이든 보고싶다-의 다른 표현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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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를 마음에 두어본 사람은 알 것이다. 연인의 지극히 사소한 일도 참 크게 다가온다. 모든 것이 궁금하고 모든 것을 묻고 싶어진다. 시인은 그래서 편지를 쓸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편지를 쓴 사람, 글 짓는 사람 심경을 이해한다. 글 속의 뜻이 전해지는 건 부차적인 문제다. 속에서 삭는 생각과 감정을 꺼내어 적어내지 않으면 스스로 숨 막힐 듯 답답했을 테다. 그러니 수백 수천의 편지를 적어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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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십 년간 닿지 못한 이 덕분에 행복하였다고 하는 시인. 불현듯 행복이란 무엇인지 곱씹어보게 된다.  행복의 정의는 제각각 다르다.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은 명경지수 같은 삶을 행복이라 여기는 이가 있을 것이다. 세상 사람들이 쉽게 말하는 삶의 흐름에 맞추어 사는 것을 행복이라 여길 수도 있고 격정의 삶을 사는 것을 행복이라 여길 수도 있다. 자신이 만족하였다면 그것이 바로 행복일 것이다.

      

     

    15-1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멜랄드 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 더 의지 삼고 피어 헝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망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 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 사랑하였으므로 행복하였네라, 유치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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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은 행복했다고 말한다. 자신의 집에서 뛰어 5분도 걸리지 않는 - 지척에 있는 이에게 매일 우체국으로 가서 편지를 보내면서. 통영 이문당 서점과 우체국. 거리는 불과 10미터 남짓이었다고 한다. 우체국에서 편지를 보내고 이문당 건물에 사는 그녀를 20여년 간 보았다는 시인. 그의 아내라면 참으로 분노할 일 아닌가. 입장을 하나하나 헤아려보니 마음이 더 복잡해진다. 아내를 두고 情을 준 이가 하루를 사는 모습을 매일 바라봤던 시인에 대해 낭만하다 해야 할까 비난해야 할까. 말문 막힌다는 게, 이런 것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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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한명의 시인이 통영에서 사랑을 찾았다. 백석이다. 백석의 시비가 남아있는 통영에서 그의 시를 상기하니 평탄한 사랑을 한 건 아니다 싶다. 백석은 통영 명정골에 살던 여인을 마음에 두어서, 며칠 걸려 통영에 보러 왔는데 그녀는 떠나고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님이 없는 통영에서, 충렬사 앞에서 혼자 앉아 시를 썼다고 한다.  그 백석의 시비가 통영에 있다. 충렬사 앞 공원에 있다. 사랑은 그들 마음이 변하고 사라짐에 따라, 혹은 사람이 세상을 떠남에 따라 스러졌는데도 시는 남아있구나. 

    샘터엔 오구작작 물을 긷는 처녀며 새악시들 가운데 내가 좋아하는 그이가 있을 것만 같고 (중략)
    녯 장수 모신 낡은 사당의 돌층계에 주저앉아서 나는 이 저녁 울듯 울듯 한산도 바다에 뱃사공이 되어 가
    녕 낮은 집 담 낮은 집 마당만 높은 집에서 열나흘 달을 업고 손방아만 찧는 내 사람을 생각한다 - 통영 2 中, 백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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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흰 바람벽에 어쩐지 쓸쓸한 것만이 오고 간다던 시인 백석. 싯구절은 비껴간 또다른 사랑을 말한다.

    또 내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 내 사랑하는 어여쁜 사람이 / 어늬 먼 앞대 조용한 개포가의 나즈막한 집에서 /
    그의 지아비와 마조 앉아 대구국을 끓여 놓고 저녁을 먹는다 / 벌써 어린 것도 생겨서 옆에 끼고 저녁을 먹는다  - 흰 바람벽이 있어 中

    시 속에서 시인의 어여쁜 사람은 다른 이와 따뜻한 밥을 먹고 있다. 이  情人은 서울 성북동의 길상사, 고급 요정이었던 그 곳의 여주인 김영한 여사였다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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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고 보니 신은 순탄한 사랑만 있는게 마음에 안들었을까. 그래서 신은 사람의 마음을 스스로도 어찌할 수 없도록, 이렇게 뒤엉키게 하였을까.  곁에 있길 바라는 사람과 함께 있는 사람이 다른 삶을 살았던 시인들은 그래서 시를 남겼다. 순한 삶이었다면 시는 태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가끔 생각한다. 그리 아프고 힘들었기에 예술작품을 낳은 예술인들. 사고로 온몸이 부서지고 바람 피우는 남편에게 상처 받은 프리다 칼로는 과연 행복하였을까. 인정받지 못하고 정신 착란과 외로움에 시달린 고흐, 지극히 아끼는 아내와 떨어졌던 화가 이중섭, 행복했다면 글을 쓰지 않았을 것이라는 박경리 선생! 아, 모두가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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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을 추구하려고 하니까, 어떤 조건을 만족시키려다 보니 결핍이 생기는 겁니다.
    하지만 행복은 발견의 대상이에요. 주변에 있는 행복을 발견하면 되는 겁니다. - 박웅현 

    문인들은 행복하려고 사랑한 것이 아니다. 무엇을 얻고 받아내려고 조건을 만족시키려 사랑을 한 것도 아니다. 예술가들은 밥을 먹고 잠을 자고, 글쓰고 그리고 그렇게 보통의 하루를 살아가면서 그저 오늘 치의 사랑을 하고 살았다. 그저 어느 순간 자신의 인연을 발견했고, 발견한 인연을 마음 깊이 두었고 그래서 지나고 보니 그것이 행복이었노라고 담담히 말한 것이다. 비록 순탄하지 않았고 괴로움의 순간들이 겹쳐져 있었더라도 그것은 의미 있고 소중했었노라고 회상한 것이다. 의미 있고 소중했으니 그것은 자신에게 행복이었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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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이 태어나는, 아름다운 통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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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영은 시인이 아니더라도 누구라도 사랑에 빠지고 싶을 만큼 아름다운 곳이다. 사랑이 아니더라도 통영은 고운 모습 자체로도 아름다운 예술작품들을 태어나게 할 것만 같았다. 시인, 작가, 음악가, 화가들이 이 고운 곳을 보고 무언가 자아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기란 힘들었을 것이다. 통영의 터에서 예술인 제각각의 삶의 무게와 얽힌 인연들이 더해져 우리가 지금 보고 듣고 읽는 작품들이 태어났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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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앎과 이해가 늘면 같은 곳도 다르게 보인다. 통영이 이런 곳이었나 싶다. 김에 밥만 둘둘 말린 충무 김밥 하나만 떠올린다면 미안할 정도다. 혼자의 통영. 붉은 노을은  나의 사람이이 괜시리 무척 멀리 있는 것처럼 느껴지게 한다. 붉은 저 끝에 어렴풋한 얼굴이 그립다. 통영, 늦은 바닷바람에 이름을 불러 본다. 말은 멀리 닿지 않고 얼마 못가 사라진다. 손전화를 만지작거린다. 닿지 않는 곳에 있을 수록 닿고 싶어지는 것이 사람의 마음인가. 이것이 신의 장난이라면 너무하다.

     

    바닷가에 왔드니
    바다와 같이 당신이 생각만 나는구려
    바다와 같이 당신을 사랑하고만 싶구려

    구붓하고 모래톱을 오르면
    당신 앞선 것만 같구려
    당신이 뒤선 것만 같구려

    그리고 지중지중 물가를 거닐면
    당신이 이야기를 하는 것만 같구려
    당신이 이야기를 끊는 것만 같구려

    바닷가는 개지꽃에 개지 아니 나오고
    고기비눌에 하이얀 햇볕만 쇠리쇠리하야
    어쩐지 쓸쓸만 하구려 섧기만 하구려 - 백석,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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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이 흩어진 노을 사이로 단단하게 서로 이어져 있다. 흔들리는 파도, 팍팍한 세상에 서로가 서로를 부여잡고 있는 건 당연하다는 듯. 놓지 말라는 듯. 놓지 못했던 인연. 안타깝기에 오래 기억되고 아쉽기에 잊지 못하고 되새김 하는 것이다. 행복했다는 말은 어쩌면 스스로에 대한 위로가 아닐까. 

    사랑하였으므로 행복하였네라, 그 짧은 말에 통영의 풍경은 깊고 부드럽게 고개를 끄덕이는 듯 했다.

     

      

    Information

     

    -  통영 청마 기념관 : 경남 거제시 둔덕면 방하리 507-5  tel 055-639-8340, www.cheongma.or.kr

    - 통영 거북선 관람 : 통영시 문화마당(옛 삼도수군통제영 병선마당),

                                          하절기(4-9월) 9:00-18:00 개방, 동절기 ~17:00까지 개방

     

     

     

    홍대고양이

    동아사이언스 과학기자, 웹진과학전문기자, 아트센터 객원기자, 경기여행지식인단으로 활동. 지금 하나투어 겟어바웃의 글짓는 여행자이자 소믈리에로 막걸리 빚는 술사랑 여행자. 손그림, 사진, 글로 여행지의 낭만 정보를 전하는 감성 여행자. http://mahastha.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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