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 우아한 부티크 호텔에서의 하룻밤 

더 유지니아 호텔 The Eugenia Hotel, Bangkok

스쿰빗 소이 31에 위치한 '더 유지니아 호텔'은 방콕의 첫날을 보낸곳이다. 

이 곳의 오너 유진(Eugene)은 베트남 호치민을 여행할 당시, 그가 머물렀던 숙소 옆 골목에서 커피를 팔던 80대 할머니의 베트남 전통 옷차림에서 영감을 받아 이 호텔을 구상했다고 한다. 할머니의 꾸미지 않은, 하지만 오랜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옷의 컬러와 분위기를 보면서 자신이 계획중인 호텔 컨셉을 프렌치 콜로니얼 스타일로 디자인하게 되었다고.

Home away from Home 이라는 모토로 운영되고 있는 소박한 가정집같은 공간.

오너 유진(Eugene)이 전세계를 여행하며 수집한 고가구들로 꾸며진 호텔이어서 그런지, 리셉션 입구의 테이블이나 책장, 수납장 모두가 독특한 느낌을 풍겼다.  오래된 옛 건물을 개조해 호텔로 만든만큼, 엘리베이터는 없으나 유럽의 어느 성에서 만날법한 우아한 하얀 계단이 낭만에 젖게 해주었다.

객실수는 단, 열두개 뿐이지만 모두 스위트룸으로 구성되어있다.
결혼기념일 여행이라고 메일에 덧붙였더니 담당 버틀러는 이 곳에서 가장 크고 좋은 '유지니아 스윗'을 배정해주었다.

▲ 우리방은 201호

진한 오크색 나무 바닥과 흰색 린넨이 깔린 높은 침대가 맨 먼저 눈에 들어왔다. 객실 마다 똑같은 가구는 하나도 없다더니 우리방에는 어른 둘이 누워도 널찍한 낮잠용 침대가 하나 더 있었다.

푸른 빛 도는 옅은 회색으로 마감한 벽이나 아이보리색의 몰딩 장식이며 고풍스러운 입본장과 화장대가 어찌나 멋스러운지. 내리면 철컥하고 소리가 나는 아주아주 오래된 스위치 디자인까지! 감수성을 마구 자극하는 우아한 인테리어가 아닐 수 없다. 

아치형 문을 지나 욕실로 들어가니 '황동 욕조' 가 떡하니 자리잡고 있었다. 내가 이제껏 본 욕조중에 가장 우아한 욕조! 위에는 봉으로 샤워커튼이 둥그렇게 드리워져있어, 로맨틱하기 그지없었다. 

수화기 모양의 클래식한 수전도 빼놓을 수 없다. 딱딱한 아파트형 호텔이 가득한 방콕 도심에서 리얼 프렌치 콜로니얼 부띠끄 호텔을 경험해보는것도 색다르다 생각하기에 이런곳에서의 하룻밤이 꽤 근사하게 느껴졌다.

아침식사 손님은 우리가 첫번째.

리셉션 옆 서재를 지나면 아침식사를 할 수 있는 아담한 공간이 나온다. 짙은 와인색의 벽과 창 밖으로 보이는 바깥 수영장의 초록빛이 대비되어 싱그러우면서도 고혹적인 분위기가 동시에 느껴졌다.

3단 트레이에 몇가지 과일과 요거트, 씨리얼이 담겨져 나오고 주문한 얼그레이 티와 라떼도 함께 나왔다. 갓 구운 크루아상은 따듯했고 과일도 신선하여 아침식사로 충분했다. 이곳을 영화에 비유하자면, 마치 '화양연화' 같다고 할까. 옷깃이 높은 치파오를 입고 삐그덕거리는 나무 마루를 걸으면 나도 영화 속 주인공이 되어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이 곳, 방콕 유지니아 호텔이다.

The Eugenia hotel

- 주소 : 267, Soi Sukhumvit 31, North Klongtan, Wattana, Sukhumvit, Bangkok, Thailand 10110

- 홈페이지 : http://www.theeugen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