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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키타의 온천마을에는 남녀혼탕이 있다? 없다?

    토종감자 토종감자 2014.03.24

    카테고리

    일본, 휴양, 겨울

     

    상상 그대로의 일본 온천을 체험하다

    아키타의 온천마을에는 남녀 혼탕이 있다?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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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키타가 우리에게 유명해진 이유는 뭐니 뭐니해도 바로 '뉴토 온천향'이라 불리는 온천 마을 때문이다. 드라마 아이리스에서 눈이 소복히 쌓인 온천으로 김태희와 이병헌이 밀월 여행을 떠나는데, 바로 그 온천이 아키타의 뉴토온천향에 있는 7개의 온천 중 하나였던 것이다.

    실제로 우리가 지난 겨울에 다녀온 아키타 역시, 2미터도 넘는 눈이 온천 주변에 수북히 쌓여 있었고 우리가 흔히 '일본 온천'하면 떠올리는 자연 속 노천 온천이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이러니 드라마 촬영도 오는구나... 하고 감탄을 멈출 수가 없었더랬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신선하게(?) 다가왔던 점은 이곳이 남녀 혼탕이라는 것이다. 그러고보니 드라마 속에서도 김태희와 이병헌이 수건만 두르고 노천 온천으로 나왔다가 서로 화들짝 놀라며 탈의실로 도망가는 장면이 나온다. 결국 이곳이 남녀 혼탕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어색하게 족욕만 하던 장면... 정말 실제로도 이곳은 남녀 혼탕일까? 

    대답은 Yes. 아키타 뉴토온천향에는 7개의 온천이 있는데 최신식으로 지어진 규카무라를 제외한 6곳은 아직도 남녀 공용탕을 가지고 있다.

     

     

    아키타, 일곱개의 온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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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전 내내 칼바람 부는 타자와 호수와 눈 쌓인 자작나무 숲에 있었더니 뜨끈한 온천이 매우 절실해졌다. 드디어 아키타의 명물 온천을 체험할 시간인듯 하다. 온천이 있는 산 꼭대기로 올라갈수록 점점 더 쌓여가는 눈 덕분에 아키타의 위도가 높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우리가 여행하던 이 때는 아직 12월 초였는데 이렇게 많은 양의 눈이 쌓여있다니! 해발 1000미터도 안되는 이곳에 말이다.

    그러나 도로만은 깔끔하게 정비되어있어 아무리 눈이 많이 와도 불편함 없이 차를 몰 수가 있었다. 눈 많이 오는 지역의 오랜 노하우를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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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아이리스에 나왔던 온천은 츠루노유라는 곳으로 이곳에서 가장 오래된 온천이고, 그 규모도 가장 크다. 어떤 곳일지 매우 궁금하기는 했으나 이곳은 마지막 날 아침에 들르기로 하고, 오늘은 다른 온천에 가보기로 했다. 왜냐하면 아키타에는 주 3회 대한항공 직항이 들어오는데, 이때 주말에 2박 3일 일정으로 오는 한국 관광객들이 보통 2일째 츠루노유를 많이 간다고 한다. 뭐 공중 목욕탕에 다른 이용객이 있는 거야 어쩔 수 없다지만 남녀혼탕이라는 새로운 문화를 체험하는데 굳이 한국인이 많은 시간에 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키타는 사실 '아이리스' 이전에는 인적이 매우 드문 곳이었다고 한다. 지금도 여전히 직항이 들어오지 않을 때는 내국인 관광객만 찾는 한적한 곳. 그나마 직항으로 온 사람들도 대다수는 츠루노유만을 이용한다고 하니, 남녀혼탕에서의 '안전거리'가 신경 쓰인다면 우리처럼 다른 온천을 찾아가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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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하여 우리가 가장 처음 선택한 것은 단아하고 예쁜 건물이 마음을 사로잡은 '오가마'였다. 그러나 이게 웬 걸. 한적하리란 예상과 다르게 제법 많은 수의 차가 주차되어있고, 주변이 소란스러운 것 아닌가? 웅성거리는 소리를 들으니 괜히 용기도 사라져버렸다.

    수건이라도 두르고 탕에 들어가면 괜찮으련만 온천물에 수건을 넣는 것은 위생상 금지. 매우 매너없는 행동이라고 하니 주의하도록 하자. 종종 브로셔 광고에는 타올을 두르고 있지만 실제로는 알몸으로 들어가고 작은 수건만 머리에 얹어 체온 조절을 해야 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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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우물쭈물 망설이는 사이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한 남편 오이군, 갑자기 쿡~ 하고 웃음을 터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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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길가에서도 노천탕이 훤히 보였기 때문. 온천을 즐기던 이용개들이 벌떡 일어서면 길에서도 그들을 볼 수 있는 구조였다! 물론 이 깊은 산 속까지 그저 '보기 위해' 오는 사람들은 없을테지만 (^^;) 잔잔한 문화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최소한 서로 같은 상황에 놓여있는 이용객들이 아닌, 길가의 사람들로부터는 보호를 해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 물론 일본사람들에게 혼욕 문화는 음성 문화도 아니고, '목욕' 자체가 하나의 문화이자 전통의 일부이기에 다들 익숙해 보이는 모습이었지만... 외국인인 나에게는 다소 민망한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마고로쿠 온천을 전세내다. 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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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가마 온천 방문을 포기한 우리는 이번에는 좀 더 산 속 깊은 곳으로 들어가보기로 했다. 가장 인적이 드물다는 마고로쿠 온천을 향한 것이다. 마고로쿠는 오가마에서 왼쪽으로 난 산길을 따라 10분쯤 걸어 올라가면 나오는데, 눈 쌓인 계곡 옆길이 너무나 예뻐서 산책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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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폭의 동양화같은 길을 따라 걸으니, 이윽고 작은 일본식 건물들이 옹기종기 놓인 것이 보인다.
    보기에도 한적해 보이는 이곳이, 바로 오늘 내가 쉴 곳이구나 싶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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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운터를 찾아 안쪽으로 들어가니 이곳도 역시 지나는 이들이 온천탕을 훤히 볼 수 있게 오픈해 놓은 것이 보였다.
    잠시 마음이 멈칫했지만, 어쨌든 여기는 아무도 올 것 같지 않으니 다시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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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짠. 남자들이 살면서 한번쯤은 궁금했을 여탕 내부 풍경을 공개한다. 

    예상대로 아무도 없었기에 마음 편히 카메라를 들 수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희소식(?)은 별도의 여성 전용 노천탕이 분리되어 있었다는 사실이다! 바깥쪽에서도 전혀 볼 수 없도록 완벽하게 가려져 있음은 물론이다. 반면에 노천 '남탕'은 존재하지 않는다. 남자는 무조건 남녀 혼탕을 이용해야 하고, 그것이 싫다면 실내 온천을 이용해야 한다. (^^;) 알고보니 뉴토온천향의 다른 온천들도 마찬가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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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잠시 여성전용 노천탕에 머무르며 풍경을 즐겼다. 단언컨대 이곳이 마고로쿠의 하이라이트였다. 병풍처럼 산이 두르고 있고 그 옆에는 계곡이 흐른다. 온천물이 흘러들어 겨울에도 얼지 않는 시내가 졸졸졸 노래를 부른다. 뜨거운 물 속에 누워 하얀 눈과 푸른 하늘을 바라보면 그 어떤 것도 부럽지 않다. 가기 전 상상했던 일본의 온천, 그 모습 그대로였다. 

    단 한 가지 단점은 물이 엄청나게 뜨거웠다는 것. 뜨거운 탕에 오래 있지 못하는 나는 잠깐 발만 담갔다가 남편이 기다리고 있을 남녀혼탕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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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이 아까 료칸으로 들어오는 길에서 본 그 야외 온천이다. 한번 공기와 접촉해서 살짝 식은 온천탕의 물이 위에서 흘러 내려오는지, 딱 좋게 뜨끈뜨근하여 결국 이곳이 오늘 우리의 탕으로 낙찰되었다. 프라이버시는 보장 받지 못했지만 5백엔의 저렴한 가격으로 시간 제한없이 온천에 들어온 셈~ 다행히 주변에 사람이 없어 우리만의 개인 온천을 즐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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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이 풀리니 용감해져서 물장구까지 치며 놀고, 탈의실로 들어가다가 돌발 상황이 발생했다. 탈의실은 이 실내 온천을 거쳐가야 하는데, 바로 이곳에 어떤 아저씨가 온천욕을 하고 계신 것이 아닌가. 다행히 나는 커다란 목욕 수건을 두르고 있었지만, 생각지 못한 등장에 당황스러운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이럴 때 일수록 침착해야지.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차분히 계단을 올라 눈 앞에 보이는 왼쪽 탈의실로 우아하게 들어갔다. 조심스레 미소지으며, 온천욕하고 계신 아저씨를 향해 멋지게 '스미마셍'하고 말하는 예의도 차렸다. 

    '휴우우우우... 깜짝이야. 어우...'

    탈의실 선반을 붙잡고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며 쿨하게 대처한 내 자신을 기특해하고 있는데, 어라, 여기 아까와 뭔가 다르다? 아. 이런... 당황해서 남자 탈의실로 들어온 것이 아닌가. 결국 무안하게 다시 문을 열고 나와서 오른쪽 여자 탈의실로 들어가는 굴욕을 겪고 말았다. 탕에 계시던 아저씨는 친절하게도 오른쪽이 여자 탈의실이라며 손짓으로 알려주셨다. 

     

     

    뉴토온천 알뜰하게 즐기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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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천 수첩을 구입하고, 셔틀버스를 이용하자

    우리는 가고 싶은 곳만 여유있게 둘러보고 싶은 마음에 렌트카를 선택했지만, 뉴토 온천을 자유여행 할 때 렌트카는 필수가 아니다. 이렇게 다자와코 역에서 출발하는 뉴토 온천행 버스가 운행하기 때문. 약 한시간에 한 대씩 운행되는 버스를 타고, 뉴토온천향의 7온천을 모두 둘러 볼 수 있다.

    요금은 거리에 따라 부과되는데, 종점인 가니바까지 간다면 편도 800엔이다. 단 버스가 6시 20분에 끊기기 때문에 시간표를 미리 잘 체크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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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을 여행하다 보면 종종 '메구리(巡り)'라는 말을 들을 수 있다. 한 바퀴 돌아본다, 순례한다는 의미를 가진 이 말은, 종종 같은 테마를 가진 장소들을 엮어 한번에 만나볼 수 있는 이용권에 등장하곤 한다. 뉴토 온천향에도 이러한 '메구리'가 있다. '유메구리테쵸 (湯巡り手帳, 온천순례수첩)'라는 수첩을 구매하면 1,500엔으로 뉴토 온천의 7개 온천을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이용권이 들어있다. 각 개별 온천은 한번 이용할 때 마다 500엔이니, 4개 이상의 온천을 이용할 계획이라면 이 수첩을 구매하는 것이 매우 경제적인 셈. 

    또 이 온천순례수첩을 가지고 있으면 하루 5번 운행되는 온천 셔틀버스 '유메구리'호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수첩 유효기간은 1년, 다 못쓴 이용권은 다음에 또 이용하면 된다. 우리는 이미 아키타의 매력에 사로잡혀 초여름 트래킹 게획을 세우고 있다. 

    대신 투숙객이 아니라면, 규카무라를 제외한 나머지는 온천 이용시간이 3시까지다. 따라서 모든 온천을 둘러보고 싶다면 아침 일찍 순례를 시작하는것이 좋다. 우리도 돌아오는 길에 최신 시설의 규카무라를 이용했는데, 실내는 호텔 대욕장과 같고 노천온천은 지붕이 있는 정사각형의 깔끔한 욕탕이다. 그리고 이곳에는 혼탕이 없다. 비록 주변 풍경을 감상할 수 없고 숲속의 옹달샘 같은 느낌이 부족해서 아쉬운 곳이었지만, 깨끗한 목욕탕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마음껏 온천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INFORMATION

     

    각 온천 요금
    500엔

    뉴토 7 온천순례수첩
    1500엔 (모든 온천 각 1회 이용가능. 유효기간 1년. 7온천 중 한곳에 투숙하는 고객만 구매가능. 뉴토온천 셔틀버스 무료탑승)

    타자와코역 출발 뉴토행 버스 시간표
    akita.or.kr/data/userfiles/files/tazawako%20stn-bus.pdf

    유메구리호 온천셔틀버스 시간표
    www.tazawako.org/secondary_access/yumeguri2010.pdf

    뉴토온천정보 (영문)
    www.nyuto-onsenkyo.com/english/eng_tsurunoyu.html

     

    아키타 한국 사무소가 제공하는 뉴토온천 트래킹 코스

    nyuto trekking map 

     

     

     

    토종감자

    티스토리 우수블로그 '토종감자와 수입오이의 여행노트’ www.lucki.kr 을 운영하고 있다. 2004년부터 세계를 유랑하고 있는 유목민으로 한국일보 여행 웹진, 월간 CEO, 동원블로그, 에어비엔비, 투어팁스, 서울대치과대학 소식지 등 온오프라인 여러 매체에 여행칼럼을 기고했다. 도시보다는 세계의 자연에 관심이 많아 섬여행이나 오지트래킹, 화산, 산간지역 등 세계의 하늘과 땅 그리고 바닷 속 이야기를 주로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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