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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라나시, 축제의 현장에서 만난 인도의 사람들

    엄턴구리 엄턴구리 2014.04.08

     

    바라나시 빛의 축제 데오 디왈리(Dev Diwali)

    축제의 현장에서 만난 인도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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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써 몇 번째 표를 찢는 줄 모른다.이곳 바라나시만 해도 벌써 두 번째니 지난 8개월간의 여정을 생각하면 그 수는 두 자리를 넘는다. 그래도 하나도 아깝지가 않다. 한 푼이 아까운 배낭여행자라지만 그것은 찢을 가치가 충분했기 때문이다. 여행에서 계획대로 ‘착착착’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도 혹시 몰라 표를 구해 놓기는 하지만 지금이 즐거우면 며칠 더 밍기적 대기도 해 보는 거다. 때론 그것이 한 주가 되고 두 주가 되고 한 달, 두 달이 된다지만 그것은 다 그만한 가치가 있다.

    이번엔 축제가 그 이유다. 그냥 디왈리도 아닌 ‘딥’ 디왈리라지 않는가! 그것을 보겠다고 인도 전국 각지에서 이곳 바라나시로 사람들이 몰려드는 이 판국에, 때마침 바라나시를 머무는 행운아인 내가 그 축제를 놓치면 아니 될 터였다. 하여 과감히 표를 찢고 내일의 한바탕을 기다린다.

     

     

    데오 디왈리(Dev Diwa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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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오 디왈리(Dev Diwali)는 '스칸다'라는 신을 위한 축제로 디왈리 축제(힌두교의 제사로, 매년 카르티카(10~11월)의 초승달이 뜨는 날에 행하여진다)로부터 처음 맞는 보름날 열린다. 인도를 조금 다녀본 사람이라면 ‘파괴’와 ‘생성’의 양면성을 가진 ‘쉬바’신과 그의 아들인 코끼리 모양을 한 ‘가네쉬’는 많이들 접해 봤을 것이다. 그런데 ‘스칸다’라니, 벌써 그 대상부터가 모호한데 최고의 축제? 궁금증에 조금 더 알아 보기로 한다.

    ‘스칸다’는 전쟁의 신으로 ‘쉬바’의 아들이다. 그러니까 코끼리신 ‘가네쉬’하고는 그 관계가 형제 되겠는데, 상업의 번창과 재물을 뜻하는 ‘가네쉬’가 인도 어디를 가도 사랑받고 추앙받는 것에 반해(힌두교 신자라면 집집마다 가네쉬상 하나쯤은 모셔두고 있다) 전쟁의 신 ‘스칸다’는 그 대우가 참으로 형편없었으니 이에 질투를 느낀 ‘스칸다’가 ‘쉬바’신에게 부탁해 일년 중 하루만큼은 자신을 위한 날로 해달라 청하였고 이 ‘스칸다’를 위한 날이 바로 데오디왈리(Dev Diwali)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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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오디왈리는 일년에 딱 한번 있는 ‘스칸다’를 위한 축제의 날이다. 바라나시 사람들은 이 날을 딥 디왈리라고 부르는데 축제의 규모와 내용을 보면 인도 어느 지역보다 바라나시가 가장 성대하고 멋지다고 한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바라나시가 인도 전역에서 몰려든 관광객과 힌두교 신자들로 북적이는 까닭이다.

     

     

    축제의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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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제의 아침은 평소와 다름없이 평범하게 시작했다. 강가의 사람들은 여전히 느릿느릿 가트를 거닐고 선제네 짜이집 앞에는 역시나 소란스런 크리켓(Cricket)이 한창이다. 군데군데 눈을 감고 가부좌를 튼 사람들이 참선의 무아지경을 몸으로 실천하면 그딴 건 개나 주라는 듯아침부터 바위를 쳐대는 빨래소리가 바라나시 강변을 쩌렁쩌렁 울려댄다.

    그런데 가만 보니 오늘따라 빨래가 좀 많은 것도 같다. 고개를 올려보면 하늘에는 형형색색 연들이 펄럭인다. 너랑 나랑 편을 먹고 내 줄이 끊길세라 교묘히 도망다가 방심한 틈을 봐서 ‘삭’하고 끊어내는 기가 막힌 기술! 아이들도 오늘따라 대단히 격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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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힌두인들은 스스로 몸을 단장하는 것에서부터 그들의 축제를 준비한다. 그리고 그 시작은 당연히 목욕이다. 벌써부터 강가로 사람들이 빼곡하다. 강으로 이어지는 계단에는 아까부터 사람들이 쉴 새 없이 들고 난다. 강가의 똥물로 몸과 마음의 더러움을 씻어낸다. 그들은 비로소 청결해 졌다고 믿는다. 우리네 관점에선 하등 쓸모없는 미신 따위가 그들의 관점에선 절대적인 믿음이며 복종이니 그것이 바로 신앙이며 종교인 것이다.

    믿을 수 없이 적나라하다. 인도라는 나라가 여인의 젖무덤을 이렇게 대놓고 보여줄 수 있는 나라던가? 사리로 반쯤은 가렸다지만, 렌즈를 들이대다 그만 놀라 눈을 뗀다. 오늘은 이런 날인가보다. 여기저기 연출되는 원초적 풍경들이 그대로 허락되고 묵인되는 그런 요상한 날. 평소와는 너무 다른 풍경에 그래 오늘이 그날이다, 축제를 실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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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을 청결히 씻었으니 이제 좀 치장을 할 때이다. 우리가 설빔을 지어 입듯 이들 또한 데오 디왈리를 맞이하여 새 옷을 준비했다. 치장하는 그 손길이 조심스럽기 그지없다. 메인가트(다샤스와메트)에는 평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많은 사람들로 빼곡하다. 뿌자가 거행될 평상임이 분명한 그 곳에 인도의 대가족이 벌써부터 자리를 차지하고 축제 준비에 여념이 없다. 남녀노소, 상하지위를 막론하고 그들 모두가 오늘, 축제의 주인공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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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는 언제나 돈이 오가는 법, 때는 바로 이때라며 단단히 준비해온 상인들은 그 나이와 생김새 만큼 품목도 다양했다. 요상한 비닐에 따로따로 담긴 그것들은 쌀이며 콩같은 곡식이다. 있는 자들은 상인에게 곡식 주머니를 산다. 그들이 주머니를 들고 거리를 지날때면 굶주린 동냥들은 벌떼 같이 달려들어 손을 쭉 뻗어온다. 있는 자들은 그걸 또 일일이 나눠주며 무슨 큰 복이라도 주는 양 굉장히 으스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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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즐기는 사람이 즐비하면 그만큼 돈벌이가 쏠쏠하니 아까부터 도넛을 튀기는 아주머니는 기름통 그 앞을 떠나질 못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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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아(Dia)파는 아이들도 평소 보다 많아 보인다. 그 영향인지 평소 보다 싼 가격에 디아를 구입한다. 더불어 바구니 속 디아도 그 수가 빠르게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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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데군데 타다 남은 재들은 화려한 꽃 장식에 둘러쳐 있으니 이것은 얼핏 보아 그들만의 의식임이 분명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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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의 표정에서 삶의 시큰둥함을 본다. 전생의 죄를 빌어 지금의 불행을 업보로 여기는, 그 무턱된 받아들임에서 어딘지 의지라곤 없어 뵌다. 단 하나의 의지조차 신에게 비는 것 밖에 할 줄 모르는 사람들, 그들의 뿌리 깊은 믿음이 설사 그들의 나태를 불러온 건 아닌 건지 그 믿음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나는 또 나만의 잣대로 그들을 비판한다.

    모든 건 그저 지나치면 독이라고 적당히 빌어대고 그만 현실을 온전히 직시하길. 행복은 이렇게 편협한 기준에서 함부로 판달 할 것이 못된다지만 세, 네 살 꼬마아이가 지 몸보다 큰 바구니를 끼고서는 디아를 팔겠다고 여우같이 구는 꼴을 나는 감히 행복이라 칭할 수가 없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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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눔은 자비로운 행위이며 은혜를 받음은 그 자체로 아름다운 귀결이다. 나는 힌두교를 모르지만 그 교리를 따라도 이는 참으로 성스러운 행위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현실을 보라. 이 모습이 과연 성스러움으로 대변 될 수 있는 풍경이란 말인가? 인도 바라나시의 현실에서 나눔은 적선이며 받음은 구걸이다. 득달같이 달려들어 번개같이 뻗어대는 손아귀들, 그것이 쇼라기엔 이 모습은 너무 리얼하다.

     

     

    축제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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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질 무렵 메인가트에서 거행되는 성대한 뿌자의식은 데오 디왈리, 그 화려한 축제의 서막을 알려온다. 발 디딜 틈 없이 빼곡한 사람들 사이에서 뿌자를 함께하기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기에 어떤 사람들은 미리 선점한 보트에서 그 의식을 지켜보는데 이도 저도 치이긴 매한가지라 여긴 나는 숙소의 옥상에서 한가로이 이 광경을 내려다본다.

    밤이 되면 화려한 불꽃은 축제의 절정을 알려온다. 수많은 사람들이 가트 변을 따라 빼곡히 들어차면 강 위는 벌써부터 디아(Dia)의 불빛으로 가득하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기도를 불꽃에 담아 디아를 강으로 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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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여행이 무탈하기를...’ 나는 또 나의 염원을 가만히 읊조린다.

    축제의 밤은 그렇게 흘러간다.

     

     

     

     

    엄턴구리

    용의 머리가 되고 싶은 뱀의 꼬리로 ‘잡다함’이 지나쳐 자칫 ‘너저분함’으로 치닫는다. 미대를 졸업해 그림을 그리며 교양 있게 살줄 알았는데 생뚱맞게 연극과 영화미술에 빠진 탓에 한 몇 년을 작살나게 고생만 했다. 그러다 운 좋게 환경디자인 회사에 취직을 하지만 그저 좀 ‘무료’하단 이유로 지복을 날로 차고, 지금까지 몇 년 째 시나리오 작가가 되겠다며 되도 않는 글들을 끼적이고 있다. 밥먹고 사는 일은 자유로운 기고로 이어진다. 문화 예술 칼럼을 비롯해 다양한 취재 원고를 소화하고 있다. 한 번의 긴 여행과 몇 번의 짧은 여행을 무한 반복 중이다. 덕분에 적당히 많은 사람들을 알게 되었고 견문은 넓혀진 것도 또 아닌 것도 같다. 쉽게 마음이 동하는 갈대 같은 호기심에 뿌리 깊은 나태함이 더해져 도대체가 갈피를 못 잡는다. 여행과 생각, 사람과 글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blog.naver.com/waste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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