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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색 사암의 도시, 자이살메르 Jaisalemr

    엄턴구리 엄턴구리 2014.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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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 에피소드

     

    황색 사암의 도시, 인도 '자이살메르 Jaisalemr'

     

    인도 동북부 라자스탄주(州)에 위치한 자이살메르(Jaisalemr)는 ‘자이살의 오아시스’ 즉 사막의 오아시스 위에 세워진 도시다. 타르 사막 남부의 건조지역에 위치하며 도시 전체가 거대한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성벽 안으로는 황갈색 사암으로 지어진 집들이 모여 마을을 형성하며 중세풍의 아름다운 성 ‘자이살메르 포트’는 여전히 그곳을 사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해질녘 노을이 필 때면 황갈색 사암으로 빚어진 도시전체는 찬란한 황금빛으로 물들고 그 옛날 교역을 떠나는 아라비아 상인들처럼 터번을 둘러맨 나그네는 낙타의 고삐를 부여잡고 터벅터벅, 끝도 없는 사막을 가른다.

    모험심 가득한 여행자라면 이곳 자이살메르에서 시간을 거슬러 공간을 거니는 ‘낙타 사파리’에 한번 도전해 보면 어떨까? 밤하늘에 쏟아지는 별빛은 사막을 여행하는 또 다른 기쁨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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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봄 베트남 무이네에서 방문한 사막의 기억은 그리 좋지가 못하다. 장난기가 심하다 못해 무례하기 짝이 없는 아이들을 만났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만 하라고 아무리 말을 해도 도대체가 들어먹질 않았다. 화가 머리끝까지 처 올라 기어이 발끈하려는데, 상대는 기껏해야 열 살 전 후반의 꼬꼬마 아이들이다. 서른 넘은 나와 싸우기엔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좀 모양새가 별로였다. 하여 부러 모른 척 무시했다. 걔들이야 뭐라든지 떠오르는 태양에 시선을 집중했다.

    그때 갑자기 날아든 모래 뭉텅이. 아, 이건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한 거 아닌가! 나는 원래도 좀 참을성이 없는데다 성질도 못돼서 이런 건 참으로 보아 넘기기가 힘들다. 그놈들이 원하는 게 돈인지 싸움인지, 아니면 그저 울음 뿐인 건지 나는 잘 판단이 서질 않았다. 그래서 그냥 조용히 그곳을 나왔다. 그것이 일종의 패배로 치부되어 등 뒤로 격양된 함성이 들려왔다.

    그 우렁찬 메아리 속에서 나는 까닭모를 씁쓸함에 사로잡혔다. 아이들이 원한 건 돈도 뭣도 아닌 그저 한 순간의 재미였다. 그리고 나는 허허벌판 사막에서 그네들이 발견한 대단히 탐스러운 먹잇감이었나보다. 기껏 애들 몇 명한테 당한 거 가지고 대단히 오버한다 하겠지만 그것이 하필 조무래기들이라는 게 더 짜증이 나는 거다.

     

     

    다시 또 사막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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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이살을 향하는 기차가 막 사막의 초입으로 진입한다. 오래된 기차의 허술한 틈새는 사막의 모래를 하염없이 퍼 나른다. 침낭이며 이불이며, 하물며 입고 있는 옷 속까지 미세한 모래 알갱이는 거침없이 나돈다. 아까부터 입안이 까끌한 것이 부딪히는 이 사이로 모래도 씹힌다. 비로소 사막 언저리에 기차가 멈춰선다.

    땅과 건물, 그것을 감싸는 공기까지, 하늘을 제외한 그 모든 것이 마른 황색의 빛깔을 띤다. 델리<->자이살메르 간 직통열차가 개통된지 수 년, 그 새 이용자가 급증했음에도 기차역은 참으로 소박했다. 연결 도시가 적은지라 기차가 당도하고 떠날 때만 활기가 넘치니 시설설이 과할 필요가 없을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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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 밖으로 나오면 한 무리의 호객꾼들이 벌써부터 영업 전선을 펼치고 있다. 해당 숙소의 피켓을 들고 목청이 떠나가라 여행객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무리 중 한국인이 많이 찾는다는 [타이타닉]과 [데져트뷰]가 보인다. 자이살을 찾는 관광객의 대부분이 낙타와 함께하는 사막 체험을 염두에 두고 온지라 대부분의 숙소들은 이를 연개하거나 혹은 자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이 두 호텔의 경우 자체 사파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

    내가 선택한 곳은 타이타닉이다. 한국말을 잘 하는 넉살 좋은 인도인이 운영하는 곳이라는 정보 외에 아무것도 알지 못했지만 덜컥 차에 오르고 말았다. 바라나시에서 만난 한 언니가 이곳 타이타닉에서의 기억을 너무도 맛깔나게 들려준 탓이다. “안녕, 반가워.” 초면에 반말을 해대는 그는 타이타닉의 오너 ‘폴루’로 한 눈에 봐도 능글능글 붙임성 있는 것이 참으로 수완 좋게 생겼다.

      

     

    건조한 황색의 사암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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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색’과 ‘하늘 빛’, 세상의 색이란 오로지 이 두 가지 밖에 존재하지 않다는 듯 마을은 온통 모래로 지어진 황색 건물과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뿐이다. 건물들의 모양은 자칫 단순한데 그것을 이루는 사암의 장식은 또 정교하여 강렬한 태양 빛 아래 그것은 다채로운 명암과 그림자를 형성한다. 거리 곳곳은 역시나(누가 인도 아니랄까봐) 갖은 쓰레기와 소똥들로 난무하고 거리 곳곳은 유실되어 깊은 상처를 안고 있다. 저기 멀리 한 무리의 아이들이 나만큼이나 호기심 어린 눈을 하고 이쪽을 향해온다.

    마을은 조용했다. 길 가다 사람을 마주하는 건 오가다가 벌어지는 흔한 일이 아니었다. 골목을 따라 무작정 걷는 걸음에서 무료함이 묻어난다. 그때 ‘삐거덕’ 문이 열리면 2층의 발코니 밖으로 고개를 삐쭉 내민 한 여인이 보인다. 빨간 사리를 둘러친 그녀가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황색과 하늘색 풍경에 강렬한 빨간점이 찍힌다. 나와 눈이 마주친 그녀는 미동조차 없다. 나만큼 그녀도 내가 신기했는지 결코 피하지 않는 눈빛은 대놓고 노골적이다. ‘나마쓰떼’ 인사를 건네는 내게 그녀는 알 수 없는 힌디말을 내뱉는다. ‘나 힌디말 몰라요.’ 나 또한 그녀는 결코 알아들을 수 없는 한국말을 내 뱉는다. 그녀는 배시시 웃다가 이내 문을 닫고 집 안으로 들어간다. 골목은 다시 황색과 하늘색으로 회기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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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란색 사리를 곱게 입은 할머니는 아까부터 시종일관 바닥에 늘어진 곡식을 한 알 한 알 고르고 계셨다.
          벽과 벽 사이 건물의 틈새에서, 그곳은 어두웠지만 이곳에선 그나마 그곳이 제일 시원한 곳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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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속 그녀는 결이 고운 피부에 깊은 눈매 고혹적인 콧날, 아름다운 미소가 어우러진 여인이었다. 한 아이를 품에 안고 가만히 나를 본다.
          아이의 미모는 어미의 그것만 못했지만 여인의 품 안에서 아이의 웃음은 누구보다 해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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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풀 한포기 나지 않는 사막 마을에도 소가 있었다. 

     

    연신 고개를 처박고서 쉴 새 없이 마른 땅을 오물거리는 소의 모습은 ‘척박함’이란 단어로밖에 설명이 안 된다.

    그래서 소들은 난폭해 지기도 하나보다. 지들의 ‘척박함’이 외지인의 시선에서 한낱 구경거리로 전락했음이 대단히 심기 뒤틀린 양 카메라 렌즈를 향해 무섭게 돌진한다. 인도를 다니면서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순간 당황하여 급하게 몸을 뺀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는데 그럴 의도는 없었다는 듯 유유자적 멀어지는 소의 뒤꽁무니다. 실룩셀록 엉덩이를 보니 비로소 ‘피식’ 웃음이 난다.

    이토록 메마른 사막의 마을에서 유일하게 물이 고인 그 곳은 썩은 내가 진동하는 거리의 시궁창이다. 그곳에 버려진 어느 개의 사체는 죽은지(버려진지) 그리 오래지 않아 보였다. 그것은 흡사 깊은 잠을 자는 듯 편안한 모습인데 그 기억은 두고두고 섬뜩함으로 남아있다.

     

     

    걸어서, 걸어서 북적이는 사람들 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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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적한 마을의 골목을 지나 무작정 당도한 그곳으로 제법 많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마을의 광장으로 곳곳으로 상권이 형성된 '간디 촉'이라는 곳이다. 마을의 랜드마크인 이곳에서 사람들은 만나고 생필품을 구입하며 간간히 쇼핑도 즐기는 듯싶다. 이곳 어딘가에 술을 파는 가게가 있다는데 간단한 요기 후에 그곳에나 가 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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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색과 하늘빛만 만연한 공간에 색색의 사리를 걸친 여인들과 노란색 터번을 두른 사내들이 총천연색 칼라를 수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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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두닦이 사내는 얼굴만 겨우 가린 그늘에서 오매불망 손님을 기다린다. 태양을 피하는 그 방식이 너무도 교묘해 무작정 렌즈를 들이민다. 어둠속에 사내의 눈이 뚫어져라 나를 본다. 혹시나 기분이 나쁜 걸까, 민망한 마음에 쩔쩔매는데 별 것 아니라는 듯 시선을 돌리는 사내의 무심함이 그냥 좀 고마웠다.

    수선공의 손놀림이 바쁘다. 그 앞에서 사리를 두른 여인의 그의 하는 양을 지켜보고 있다. 언뜻 보기엔 낙타의 굽을 만드는 듯하다. 사내의 등 뒤로 아무렇게나 쌓인 낙타가죽이 즐비하다. 사막의 도시 자이살에서 낙타는 죽어서 가죽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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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탕탕탕’ 쇠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요란하다. 벌겋게 달궈진 쇠꼬챙이를 내리치는 사내는 땀으로 샤워를 한다. 오로지 사람의 힘으로만 모든 게 완성되는 공간이다. 그 공간에서 허리를 펼 새 없는 대장장의 목적을 알 수 없는 망치질 소리만 요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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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채며 과일을 파는 상인들은 변변한 가게 하나 가질 수 없다. 바닥을 까는 자리하나가 그들의 밥줄이며 터전이다. 쨍쨍한 햇빛아래 과일이며 야채는 그 본연의 색감들을 뽐낸다. 그것은 마른 흙바닥에 그나마 꽃이라도 피어난 듯 눈길을 사로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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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도 씹는담배의 일종인 듯하다. 그 안의 가루를 입안에 털어 놓고 잘근히 씹어 본다. 그러다 퉤하고 뱉어내버렸다. 담배도 안 피우는 내가 호기심에 한 번 맛 봤다가 그 씁쓸함에 호되게 당한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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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곡물가게의 추는 역시 그 생김과 무게가 예사롭지 않다. 그 안에서 두 명의 사장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무료함을 달랜다. 한 사람은 아까부터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또 한 사람은 세상이 궁금해 죽겠다는 듯 신문에서 눈을 뗄 생각을 않는다.

    목이 텁텁하여 들어간 가게에서 콜라를 달라한다. 꼬장하게 생기신 할아버지가 안경너머로 나를 본다. 그나마 시원한 걸 주시고 싶으셨는지 냉장고 안쪽으로 손을 쭉 뻗는다. 받아든 콜라는 앞의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지만 사막의 텁텁함을 가시기엔 그래도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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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멀리 해지는 노을이 천천히 사그라지면 사막의 밤은 은은하게 찾아온다. 그 어둠을 묵묵히 서있는 전신주의 전구는 지나는 이의 밤눈을 아련히 밝혀준다. 온 몸으로 사리를 칭칭 감은 사막의 여인은 그 머리위로 물동이가 높이 솟아있다. 차가운 사막의 밤은 그렇게 깊어 간다.

     

     

     

     

     

    엄턴구리

    용의 머리가 되고 싶은 뱀의 꼬리로 ‘잡다함’이 지나쳐 자칫 ‘너저분함’으로 치닫는다. 미대를 졸업해 그림을 그리며 교양 있게 살줄 알았는데 생뚱맞게 연극과 영화미술에 빠진 탓에 한 몇 년을 작살나게 고생만 했다. 그러다 운 좋게 환경디자인 회사에 취직을 하지만 그저 좀 ‘무료’하단 이유로 지복을 날로 차고, 지금까지 몇 년 째 시나리오 작가가 되겠다며 되도 않는 글들을 끼적이고 있다. 밥먹고 사는 일은 자유로운 기고로 이어진다. 문화 예술 칼럼을 비롯해 다양한 취재 원고를 소화하고 있다. 한 번의 긴 여행과 몇 번의 짧은 여행을 무한 반복 중이다. 덕분에 적당히 많은 사람들을 알게 되었고 견문은 넓혀진 것도 또 아닌 것도 같다. 쉽게 마음이 동하는 갈대 같은 호기심에 뿌리 깊은 나태함이 더해져 도대체가 갈피를 못 잡는다. 여행과 생각, 사람과 글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blog.naver.com/waste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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