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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르투, 언덕 위 빈티지 도시에 물들다

    지란지교 지란지교 2014.04.18

     

    나를 물들인 언덕 위 빈티지 도시

    포르투갈 포르투 Por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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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리, 로마,  뉴욕, 런던, 바르셀로나 등 ..... 세계의 유수 도시들을 보면, 확실한 그만의 카피가 있다. 우리는 그  카피에 이끌려, 그 도시로 향한다. 그러나 때로는 어떤 표현을 해야할지 먹먹해지는 도시가 있다. 포르투갈의 포르투가 그렇다.  언어라는 틀 안에 그 고유의 매력을 담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설명하려면 할수록 괜히 포르투의 매력을 저하시키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결론을 내렸다. 포르투는 카피나 수식어는 필요없다. 그곳에 발을 디뎠을 때, 그 공기 속으로 들어갔을 때,  그 거리를 걸어봤을 때 느낄 수 있다. 알고 싶다면 그저 가보라고, 그 곳을 걸어보라고 하는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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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르투? 그런 도시가 있어?  나라 이름 '포르투갈'의 오타 아니야?' 라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나라 이름과 비슷하지만 생소한 도시. 하지만 포르투갈에서 포르투를 빼면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 이해를 위해 약간은 사전적인 설명을 해보고자 한다. 포르투(Porto, 영문명은 Oporto)는 현재 포르투갈의 북부에 위치하고 있는, 리스본 다음의 제2의 도시이다. 

    라틴어 'Portu(항구)'라는 단어에서 유래된 도시이름 답게 고대 로마시대부터 존재한 지역이다. 중세 이후의 포르투갈이라는 국가의  기원이 되는 도시이며, 16세기 대항해 시대에는 해양 무역의 거점이었다. 근대 이후 현재까지는 세계적인 포트 와인의 생산지이기도 하다. 

    또한 도시의 입지 조건이 매우 독특하다. 도우루강(Douro)과 대서양이 만나는 강어귀에 위치하고 있는데, 이 도우루강을 두고 마주보고 있는 두 언덕 때문인지 마치 협곡 속의 도시같은 느낌을 받았다.도우루 강변 언덕은 고대 로마시대부터 포도를 재배한 지역이었다. 그러나 지금 도심 쪽 도우루강 언덕은,  포도밭 대신 빽빽한 가옥과 건물들이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그 언덕 사이를 약 6개의 높다란 다리들이 연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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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우루강은 포르투를 이해하는 핵심 키워드이다. 도우루강 주변으로 포르투의 역사와 관련된 여러 장소들이 포진되어 있다. 먼저 도우루강에서 가장 유명한 다리인 동 루이스 다리(Ponte de Dom Luis I)는 포르투를 들어왔을 때 가장 눈에 띄는 건축물이다. 

    포르투를 시외버스를 타고 처음 들어섰을 때가 생각난다. 버스 안에서 내내 졸다가, 이 동 루이스 다리와 그 아래로 흐르는 강을 보고 번쩍 잠이 깼다. 특이한 인상을 받아서였다. 구도심과 신도심 언덕을 잇는 아찔한 높이의 이 철교는 파리의 에펠탑을 건축한 구스타프 에펠의 '제자'가 설계하여 1886년에 완공되었다. 어쩐지 에펠탑의 냄새가 난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그런 배경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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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리 상층부는 보행자와 지하철이 다니고, 하층부로는 자동차 도로와 좁은 보행자 통로가 있다. 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포르투와 다리 아래에서 바라보는 포르투의 모습은 또 각기 다른 시선을 제공한다. 그리고 방문 시간을 달리하면 그 느낌 또한 새롭다. 하지만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이라면 다리 위를 걷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보는 것보다 높고 건너는 폭이 길기도 하거니와, 지하철이 지나갈 때마다 느껴지는 진동은 굉장한 스릴을 선사하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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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동 루이스 다리를 기준으로 북쪽(사진상 왼쪽)은 히베리아(Ribeira) 지구이며, 남쪽(사진 상 오른쪽)은 '포트와인' 로지가 늘어서 있는 빌라 노바 드 가이아(Vila nova de gaia)지역이다. 히베리아 지구는 오래되고 좁은 골목길이 언덕과 강변 사이에 미로처럼 퍼져있는 곳이다. 강변에는 카페와 레스토랑 등이 즐비하고, 관광객들을 싣고 도우루강을 유영하는 크루즈 선착장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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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걷자. 계속 걸어보자. 관광객들이 넘치는 분주함을 벗어나 조금만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빈티지 가방에서 꺼낸 듯한 오래된 엽서 속 풍경들이 펼쳐진다. 허름하지만 정겹고, 쓸쓸하지만 따뜻한 색채가 묻어나는 보물같은 건물들이 있다. 뭐든지 반듯반듯해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느낄 수 없는 반가운 '낡음'이었다. 사라지는 소중한 것들을 부여잡고 있는 포르투에서 나는 그 어느 도시보다도 아름다움을 느꼈다. 이처럼 포르투는 걷기만 해도 좋은 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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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때로는 애처롭기도 하다.  쓰러질 듯 매달려 있기도 하다. 이곳 사람들도 편한 신도심으로 이주하다보니, 역사지구는 점점 공동화(空洞化)가 되어가고 있다. 명실공히 카톨릭 국가인 포르투갈이지만, 히베리아 지역의 어느 성당 마저도 기도하는 성도 대신에 그저 갈매기와 비둘기가 안방을 차지하고 있는 모습은 서글펐다. 대낮에도 인기척이 없어 쓸쓸하고, 축축한 냄새가 밴 히베이라의 골목들... 수백 년 전의 이 골목은, 머나먼 이국 땅에서 끌어온 갖가지 물산들을 항구에서부터 시내로 실어 나르며 활기가 넘쳤던 골목이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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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여러 골목 중에는 심지어 'Cha'라는 골목도 있다. (포르투갈어 Cha란, 놀랍게도 우리 나라의 '차(茶)'와 같은 의미다.) 이 골목은 특히나 동방에서 실어온 '차'가 오갔던 곳이었나 보다. 하지만 지금은 그 흔적을 느낄 수 없다. 그저 사람 한 명 지나가지 않는 어두운 골목일 뿐이다. 그리고 이 중세부터 시작된 골목의 아래로는 아직도 발견되지 못하는 고대의 것들이 존재하고 있다. 지상에서 영원한 것이 있으랴!

    오늘날 우리가 탐닉하고 있는 것들의 가치는 과연 얼마나 값지고 오래 갈 수 있는 것들일까? 그리고 그것을 향해가고 있는 우리의 방향은 맞는 것일까? 히베이라 역사 지구에서, 진정한 역사와 인간의 허망한 궤적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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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르투하면 '포트 와인'을 빼놓을 수 없다. 히베이라 지구에서 강 넘어에 있는 지역인 '빌라 노바 데 가이아(Villa Nova de Gaia)' 쪽의 강변은 포트 와인 회사와 와이너리가 늘어서 있다. 그 앞 도우루 강가에는 이 항구에서 영국을 오갔던 포트 와인 수송선(Barcos rabelos)이 자리하고 있다. 물론 지금의 수송선들은  '연출용'이다. 

    ※ 포트와인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 : 잊을 수 없는 풍미!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와인 http://getabout.hanatour.com/archives/149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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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변에서 벗어나 언덕 위는 어떤 모습일까? 히베이라 지구의 언덕 위에는 포르투의 '대성당(Se catedral)'이 우뚝 서 있다. 이 대성당 앞 광장에서부터 본격적인 시내 중심(구도심)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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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성당을 뒤로 하고 직진하면 포르투의 관문인 '상 벤투' 역 (Sao Bento)이 위치하고 있다.
    이 지역을 도보의 기준점으로 삼고 다니면, 조금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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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벤투 역에서 북쪽 언덕으로 조금더 올라가면 우리네 명동처럼 번화한 거리가 있다. 주요 쇼핑 구역인  산타 카타리나 거리(Rua Santa Catarina)인데,  유럽의 여느 번화가처럼 다양한  패션 상점과 레스토랑, 카페, 길거리 아티스트들이 공존하고 있다. 이곳은 굳이 유명한 카페가 아니라 하더라도, 포르투의 모든 카페와 식당이 다 훌륭하다는 것. 걷다가 다리 아파서 잠시 섰을 때, 바로 그 옆에 있는 카페에 들어가서 커피 한 잔과 빵 하나를 먹으면 마음이 충만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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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줄레주 장식이 아름다운, 산투 일드폰수 성당  (Igreja de santo ildefonso)

     

    포르투에는 특히나 많은 교회들이 존재하고 있다. 고딕, 로마네스크, 바로크, 로코코 등 시대와 양식면에서 다양한 한편, 그들을 아우르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아줄레주(포르투갈만의 독특한 타일 양식)'다.

    물론 리스본에도 아줄레주 양식의 건물들이 많다. 그런데, 두 도시의 아줄레주 경향이 좀 다르다. 리스본은 주로 '패턴' 반복 위주이며 그 색깔도 다양한 반면, 포르투는 색감은 좀 더 심플하지만 전체적으로 하나의 그림처럼 '회화'적이다. 

    교회 건물의 외부 파사드에 '아줄레주'가 마치 그림처럼 수놓아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외관에 없다면, 내부에라도 꼭 아줄레주 장식이 있다. 포르투의 어느 곳을 찍더라도, 크고 작은 아줄레주 장식의 교회들이 프레임 안에 들어온다. 이 아줄레주가 있는 포르투의 풍경은 약간 어둡고 우울할 수 있는 도시 외관에 따뜻하고 화사한 포인트가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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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스코 다 가마' 보다는 조금 덜 알려졌지만 '바스코 다 가마' 세대보다 조금 더 일찍 항해에 눈을 떠, 대항해 시대의 초석을 다진 인물이 포르투 출신이기도 하다. '항해의 왕자'라 불리는 '엔리케 왕자'인데, 그의 동상이 있는  동 엔리케 광장(Praca infante Dom Henrique)은 그 자부심의 상징이다. 이곳만이 화려했던 포르투의 과거를 증명하고 있다.

    엔리케 왕자는 지금도 포르투갈 영토인 마데이라와 아조레스 섬 등을 비롯하여 아프리카의 여러 지역을 정복하고 식민사업을 벌였던 인물이다. 종교적 전파 및 이교도 정복, 물산을 통한 경제적 번성, 지리적 호기심 등의 여러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엔리케 왕자는 여러 원정대를 파견하고 여러 성과를 얻었다.

    사실 여행하는 동안, 리스본에서는 '바스코 다 가마'를 상징적인 얼굴 마담(?)으로 내세우는 한편, 포르투에서는  '엔리케 왕자'를 밀고 있는(?) 인상을 받았다. 두 도시가 포르투갈 내에서도 서로 1, 2위를 다투는지라, 은근한 신경전과 경쟁심이 느껴지는 일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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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르투에서도 리스본에서 본 것과 같은 빈티지한 트램을 만날 수 있다. 리스본에서는 산뜻한 노란 트램이지만, 포르투의 것은 차분한 갈색이다. 몇 가지 노선이 있는데, 그 중  1번 트램은 동 엔리케 광장 부근에서 시작해서 도우루 강변을 따라 대서양 방향으로 달리는 낭만의 노선을 자랑한다. 걷는 것에 조금 지쳤다면 이 낭만적인 트램을 타고 다녀보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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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르투에서는 유명한 장소를 보기 위해 줄을 설 필요도 없고, 시간을 아끼기 위해 효율적인 루트를 정할 필요도 없다. 그래서 포르투의 매력을 한 마디로 정의하기도, 어떤 카피를 만들어내야 할지도 몰랐던 것이다. 나는 걷다가 포르투에 마냥 빠져버렸다. 도시 자체가 걷기 위해 존재하는 듯 했다.

    포르투에서의 시간이 농익어 가는 동안, 대서양에서부터 도우로 강변으로 주홍빛 물결이 넘어온다. 이윽고 포르투 전체가 그 빛으로 물들어 간다. 내 마음도 선명한 주홍빛으로 물들었다. 이렇게 포르투에 물들어버린 내 마음은 오늘도 여전히 그곳을 그리워하고 있다.

     

     

     

     

    지란지교

    지난 수년간 공연장에서 클래식 연주회를 기획하고 살아왔지만, 지금은 아이와 함께 삶을 앙상블하고 있는 아줌마. 특별히 문화와 예술적 시각의 여행을 지향한다. 그리고, 사람을 만나는 순간을 더욱 즐긴다. 그곳의 즐거움 뿐만 아니라 아픔까지도 나누고 싶다. http://contenter.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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