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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종감자 토종감자 2014.04.30

    카테고리

    강원, 풍경,

     

    봄을 담은 바다, 에메랄드빛 속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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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분은 보통 '바다'를 언제 찾아가시는지? 대부분 시원한 바람을 찾아 무더운 여름에 찾아갈 것이다. 혹은 쓸쓸한 낭만을 찾아 겨울 바다를 방문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봄 바다는 어떨까? 지금껏 이렇다 할 기억이 없는 것을 보니 봄 바다는 드문 것 같다. 주로 꽃 피는 들판이나 산으로 떠나니 말이다. 문득 봄 바다의 빛깔이 궁금해졌기 때문일까? 나른한 어느 날, 우리는 무작정 속초로 가는 버스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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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메랄드 빛 봄이 내린 동해바다

    봄이 온 동해 바다는 기억 속의 새파란 바다가 아니라 은은한 에메랄드 빛을 띠고 있었다. 몰랐다. 바다도 계절에 따라 이렇게 색이 바뀌는지. 마치 산이 연두빛 새싹들로 덮이듯, 바다도 은은한 에메랄드 빛에 덮여 있었다. 한번도 본 적 없는 청순한 동해의 모습이 어딘가 살짝 낯설다는 느낌도 들었다. 선글라스를 쓰고도 눈을 제대로 뜨기 힘들만큼 화창한 햇살과 경쾌한 파도소리에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어딘가 색다른 봄맞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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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명한 물이 넘실대는 바다를 향해 길을 따라가니, 그 물빛과 똑같은 사랑나무가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커플들이 깨소금을 뿌리며 사진을 찍고 있을 줄 알았건만, 의외로 낚시꾼들만 가득. 봄이 되면 연안으로 숭어들이 돌아오기에 숭어 낚시가 한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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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초 엑스포 월드랜드

    오래 전 부모님과 왔던 속초. 추억 속 바다도 맑고 예뻤기에 그 기억을 더듬어 이번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그러나 바다 이외의 주변을 둘러본 적은 없는 것 같아서 오늘은 또 다른 속초의 면면을 천천히 산책해 보기로 했다. 

    속초 시외버스 터미널을 사이에 두고 아래쪽에는 청초호가 위쪽에는 영랑호가 있다. 둘 다 이름은 호수지만 원래 바다였던 것이 오랜 시간에 걸쳐 모래가 쌓이면서 바다와 분리된 석호(潟湖)로, 호수 모양을 하고 있어도 해수가 드나드는 곳이다. 오늘 우리가 산책하기로 한 곳은 청초호. 1999년 엑스포가 열렸던 곳으로, 아직 그 시설물들이 볼거리로 남아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갔다. 그런데 막상 도착해보니 상상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다. 

    속초 엑스포 월드랜드라 불리는 소규모 놀이 동산이 있었던 자리에 들어서니, 우르르 무너져 있는 자전거가 우리를 반겼다. 겨우내 방치해 두었던 것인지 녹이 슬고 바퀴는 휘어져 있었다. 어딘지 세기말적인 풍경이 휑하게 느껴지는 놀이동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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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치 어린 시절에서 시간이 멈춰버린 듯, 낡은 놀이기구들이 덩그러니 방치되어 있었다. 잔뜩 녹이 슬어 작동이 될까 의심스러운 모습이었다. 이제는 더이상 관리하지 않는 것인지 텅 빈 모습에 쓸슬한 향수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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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랏, 카세트 테이프? 활짝 열린 매표소의 문 안을 들여다 보니 낡은 카세트 테이프가 반겨주었다. 마치 누군가 음악을 바꿔 틀려다 황급히 어디론가 떠나기라도 한듯한 모양이었다. 테이블에 놓인 티켓박스에는 티켓이 수북히 쌓여 있고... 또 다른 매표소 안을 살펴보니 누군가 책을 읽다 잠시 자리를 뜬 것처럼 책장이 펼쳐진 채로 놓여있다. 아무도 없다. 그저 빛바랜 고지서만 매표소 틈새만 처량하게 팔랑이고 있을 뿐. 

    참 이상한 분위기였다. 다들 매표소 문 닫을 시간도 없이 급히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 아름다운 청초호와 대비를 이루듯 기묘한 느낌을 주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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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초호, 숭어가 돌아오는 곳

    엑스포 월드를 지나 청초 호수 공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겨우내 깊은 바다에서 지내던 숭어들이 청초호로 돌아오고 있었다. 바닥까지 들여다 보이는 투명한 호수 위로 유유히 유영하는 숭어들이 마치 커다란 아쿠아리움을 보는 것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 당연히 낚시꾼들이 모여 들었는데, 이렇게 선명히 보이는데도 좀처럼 먹이는 잘 물지 않는 모양이다. 결국 그물을 던져 수면에 보이는 녀석들을 끌어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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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숭어는 바다에서 태어나지만, 연안에서 유년기를 보내고 겨울이 되면 깊은 바다로 추위를 피해 떠나간다. 그러다 따뜻한 봄이 찾아오면 다시 연안으로 돌아오는데, 마침 속초 주변이 고향이었던 모양이다. 유년기의 추억이 묻어 있는 곳으로 돌아왔는데 이렇게 잡혀 버린 숭어의 모습을 보니 어딘가 안쓰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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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엑스포 타워, 하늘에서 만난 속초 

    몇 가지 남아있는 엑스포 시설 중에 엑스포 타워가 있다. 아직은 쌀쌀한 바람이 불지만, 구석구석 따뜻한 봄 햇살이 스며든 청초호를 하늘에서 내려다 보고 싶어 타워에 오르기로 했다. 타워로 가는 길가 선착장에는 수많은 갈매기들이 평화롭게 봄 햇살을 만끽하며 분위기를 더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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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이 바로 99년 속초 엑스포 타워다. 약 74m 정도의 아파트 22층 높이로, 타워치고는 그리 높지 않지만 주변에 높은 건물이 전혀 없으므로 전망은 훌륭했다. 강원도의 발전을 상징한다는 외관도 꽤 스타일리쉬했다. 입장료 1,500원을 내면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는데 강원도민이라면 50% 할인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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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게 기대하지 않았건만 막상 전망대에 오르자 눈 앞에 펼쳐진 푸른 청초호의 풍경이 시리도록 아름답다. 동쪽으로 청초호와 저 멀리 청호대교가 보인다. 날씨가 좋을 때면 서쪽으로 설악산의 울산바위와 대청봉까지 보인다는데, 오늘은 옅은 안개가 끼어 있어 보지 못했다.

    그러나 눈 앞의 청초호 풍경만 바라보더라도 겨우내 잔뜩 움츠렸던 어깨가 시원하게 펴지는 것 같았다. 아직 푸른 싹이 돋아나지 않은 이른 봄의 청초호. 봄을 담은 물빛 덕분에 미리 싱그러운 연두빛을 만나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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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회의 유혹

    동해에 왔는데 회를 먹지 아니할 수 있겠는가. 그 중에서도 늘 그 맛이 궁금했던 물회가 오늘의 메뉴로 낙찰되었다. 속초 바다 주변에는 횟집이 많이 있는데, 대부분의 음식점에서 물회를 만날 수 있다. 물회에는 생선회 뿐만 아니라 해삼, 오징어, 아나고 등등 여러가지가 들어간다. 바다 내음을 가득 품은 해산물과 매콤 새콤 달콤한 육수 맛이 봄철 떨어진 입맛을 한껏 돋운다. 

    바다에서 맞이하는 봄은 이처럼 산에서 맞이하는 봄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봄을 닮은 순한 바다와 함께 맛있는 먹거리까지... 겟어바웃 독자 여러분도 입맛 없는 봄철, 상큼한 동해의 회 한 접시와 에메랄드빛 봄을 맞이 해보는 것은 어떠신지? 

     

     

    INFORMATION

     

    속초 엑스포 타워 

    - 주소 : 강원 속초시 엑스포1로 136 (조양동)

    - 입장료 어른 1500원, 어린이 800원 (강원도민 50% 할인)

     

    속초 여행 정보 및 관련 기사 

    - 속초 관광정보 홈페이지 : http://www.sokchotour.com/korean/main/index.asp

    - 설악산과 속초 여행 한 번에 품기 : http://getabout.hanatour.com/archives/156087

    - 강원도 속초 미식기행 이야기 : http://getabout.hanatour.com/archives/71790

     

     

     

     

     

    토종감자

    티스토리 우수블로그 '토종감자와 수입오이의 여행노트’ www.lucki.kr 을 운영하고 있다. 2004년부터 세계를 유랑하고 있는 유목민으로 한국일보 여행 웹진, 월간 CEO, 동원블로그, 에어비엔비, 투어팁스, 서울대치과대학 소식지 등 온오프라인 여러 매체에 여행칼럼을 기고했다. 도시보다는 세계의 자연에 관심이 많아 섬여행이나 오지트래킹, 화산, 산간지역 등 세계의 하늘과 땅 그리고 바닷 속 이야기를 주로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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