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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시사철 푸른 그늘, 담양 죽녹원

    전나무 전나무 2014.05.21

    카테고리

    전라, 휴양, 풍경

     

    담양 죽녹원으로 떠나기를 결심하다

     

    담양 죽녹원으로 가자, 고 생각한 것은 친구의 단 한 마디 때문이었다. 3년 전 무더위 속에 일주일 간의 '내일로' 여행을 했었는데, 담양의 죽녹원에서 맛 보았던 선선한 바람과 노을의 풍경을 잊을 수가 없다는 말이었다.

    죽녹원(竹綠園)! 친구의 말을 듣고, 나는 되뇌었다. 푸른 대나무의 동산. 한 음절 한 음절 소리 내어 읽는 것 만으로도 고고히 솟은 푸른 대나무가 끝없이 길다랗게 서있는, 이세계(異世界)가 펼쳐지는 것 같다. 괜스레 대나무 숲 사이의 한 줄기 바람과 그 향내가 코끝을 시원하게 스친다. 죽녹원이라니! 친구의 단 한 마디로 머릿속에서는 곧고 푸르게 솟은 대나무 숲 속, 흰 도포를 입은 선비가 유유자적 걸어간다. 죽녹원, 이라는 세 음절의 단어에서 은은히 풍기는 시원한 향내란. 몸의 오감들이 스르르 돋아난다. 담양에 가야겠다. 그렇게, 떠나기를 결심한다.

     

     

    푸른 향내가 넘실거리는 담양 죽녹원에서

     

    4월 중순 경, 겨울의 내음은 가시고 봄의 향기만이 완연한 때였다. 어딘가로 떠나기에 가장 적기인 때. 나는 몇 개월 전에 들어두었던 담양의 향기로움을 기억해냈다. 이 계절에 그 향을 맡지 못하고 흘려 보낸다면 분명 두고두고 후회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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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담양 죽녹원으로 들어가는 입구

     

    사람들의 마음은 모두 엇비슷한 것인지, 담양 죽녹원의 입구는 역시 많은 인파로 북적거렸다. 대나무 잎을 먹고 산다는 팬더의 동상들과 함께, 물이 졸졸졸 흘러내리는 물레방아의 모습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팬더 동상들과 물레방아 옆에는 매표소가 위치해있다. 매표소에서 표를 끊고 얕은 언덕을 오른다. 언덕을 오르자 넓은 평지에, '운수대통 길'과 '죽마고우 길'을 가르는 표지판이 서있다. 비로소 고고한 대나무 숲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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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덕에서 바라본 대나무 숲의 전경

     

    운수대통 길을 들어서기 전, 푸른 대나무들은 척 보기에도 곧게 솟아있다. 그 높이만큼이나 하늘은 멀고, 대나무 이파리들이 함께 우거져서 마치 다른 세상처럼 여겨진다. 그야말로 진정한 이세계(異世界))이다. 한 걸음 한 걸음 대나무들이 우거진 숲의 길로 발을 내디딜 때마다 어디선가 불어오는 미약한 바람에 대나무의 향긋한 내음이 함께 밀려온다. 꽃이나 여린 새싹들에게서 느껴지는 달콤하고 달달한 향내와는 사뭇 다르다. 오랜 시간, 사시사철 휘지 않고, 꺾이지 않고 그 자세를 굳건히 지켜온 푸르고도 강한 향내이다. 걸음 걸음, 숨을 한 번 크게 들이키고 내쉰다. 대나무와 같은 투명하고도 푸른 공기가 코를 거쳐 온 몸 내부 구석구석까지 전달된다. 그 푸른 맑음으로 깨끗하게 비워지는 느낌, 담양 죽녹원의 길을 그저 걷는 것 만으로도 치유를 맛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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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나무 사이 사이를 지나며 곧고 푸른 기운을 한껏 머금는다. 구태여 의도하지 않아도 자연의 힘이 강렬하게 느껴진다. 도시의 빌딩 숲과 대비되는 대나무의 기운들이다. 빌딩 숲에서 느껴지는 공기의 기운보다 싱싱하고 싱그럽다.

    그렇게 몸 속에 싱그러움을 가득가득 채우며 걷자, 운수대통 길의 끝에 다다른 것인지 가벼운 오르막길인 '성인산 오름길'로 안내하는 표지판이 보인다. 얇고 좁은 흙 길이 대나무들 사이로 나있다. 마치 얕은 대나무 산을 오르는 듯, 길을 따라 걸었다. 짧게 성인산 오름길을 오르자 이내 야트막한 언덕에 도착한다. 언덕 너머로는 또 다른 세계가 펼쳐져 있다. 방금 전까지는 휘몰아치는 푸른 대나무들만이 가득한 대나무 숲의 세계였다면 한적하고 평화가 흐르는 듯한 평지의 세계, 대나무들은 보이지 않고 햇빛이 따사로이 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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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흐르는 물 소리, 작은 분수들과 곳곳에 벤치들, 정자와 한옥이 있는 죽녹원 가장 뒤편에 위치한 넓은 정원이다. 분위기가 아까의 대나무 숲과는 사뭇 다르다. kbs의 주말 예능 '1박 2일'의 촬영지라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실제로는 담양군에서 조성한 곳으로, 담양의 전통 문화를 다양하게 보고, 듣고 느낄 수 있으며 원한다면 직접 체험해보는 것도 가능하다. 

    조선 중기의 시조와 시가들이 새겨져 있는 '시비공원' 의 벤치에 앉아 잠시 담양의 봄을 맞이한다. 대나무 잎들 사이로 미약하게 흘러 들어왔던 햇빛이 이곳에서는 사뿐히 내리쬔다. 분수가 솟아오르는 못 너머에는 기와의 처마가 아름다운 곡선을 자랑하며 서있다. 그러고 보니 사람들의 두런두런 이야기 소리와 섞여, 판 소리가 들린다. 우리 국악을 듣고 체험할 수 있도록 지어진 ‘우송당’에서부터 흘러나오는 소리이다. 주변에는 송강정철을 기리기 위해 세운 작고 아름다운 정자인 '송강정'과 여름이면 붉은 백일홍이 아름답게 피어나 정자 곁을 장식한다는 '명옥헌'이 세워져 있다.

     

     

    명옥헌

    ▲ 명옥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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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의 풍경은 우리가 흔히 서울의 경복궁, 창경궁과 같은 큰 대궐에서 보는 옛 전통의 모습과는 다르게 다가온다. 다르기에 낯설지만, 정겨운 낯섦이다. 경복궁만큼 크고 웅장하고 강렬하지는 않지만 자연 속 유유자적 시를 짓고 창을 하며 난을 치는 홀연한 선비의 모습이 자연스레 연상된다. 소박하지만 따스하고 아름다운 맛이 이곳에 배어있는 것이다. 당장이라도 이곳의 정자 기둥에 기대어 달큼한 낮잠을, 아주 오래, 깊이 취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치유의 죽녹원을 나서며

     

    '선비의 길'을 따라 다시 대나무 숲의 세계, 그 사시사철 푸른 그늘 아래로 들어섰다. 다시금 맡아지는 청량한 대나무의 향 때문에, 죽녹원을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쉽다. 부러질지언정 휘지 않는 이 고고한 숲의 바다에서, 쉽게 헤어나오기가 어려운 것이다. 빽빽한 도시에서 좀처럼 느낄 수 없는 청량함이라 표현하기에도 부족한 담양의 죽녹원(竹綠園). 푸른 대나무의 동산.

    몸 안의 구석구석, 마음에 붙어있는 갖은 찌꺼기까지 함께 씻겨 내려가는 듯한 그 맑은 시원함. 분명 서울로 돌아가 일상에 잠식되고, 마침내 완전히 침잠되었을 때 종종 이 대나무 숲의 힘을 사무치게 그리워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며 죽녹원을 나선다. 더불어 이 강렬하고도 깨끗한 힘을 온 몸으로 맛 보았다는 것에 진정으로 충만한 감사함을 함께 느낀다. 약 한 시간 반 가량의 경이로운 치유, 해는 아직 가시지 않았다. 아직, 자연은 이렇게 생생히 살아있고 바야흐로 여행의 계절이다.

     

     

    [vimeo width="640" height="360"]https://vimeo.com/95710652[/vimeo]

     

     

    INFORMATION

     

    *본문에 언급한 죽녹원의 길 말고도 '철학자의 길', '사랑이 변치 않는 길'과 중간 중간 작은 샛길들이 예쁘게 나있다. 사실 모든 길이 하나로 연결되니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찬찬히 죽녹원에 나있는 모든 길을 걸어보는 것도 아주 좋다. 죽녹원을 모두 돌아보는 데에 걸리는 시간은 대략 1시간 반.

    *죽녹원의 뒤편에 위치해있는 '죽향체험마을'에서는 여러 정자뿐 아니라 죽로차 체다실과 교육장, 우리 전통 가옥인 한옥을 체험할 수 있는 한옥 체험장도 마련되어있다. 민박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운수대통 길'의 중간에는 식물원과 함께 카페테리아가 위치해있다. 목이 마르거나 입이 심심하다면 이 곳을 이용할 것.

    *중간 중간 영화 촬영지였다는 안내 표지판이 세워져 있는데, 기념으로 사진을 찍는 것도 나쁘지 않다.

    *2014년 6월 27일부터 8월 15일까지 2015 담양세계대나무박람회가 열린다고 한다. 

    더욱 더 자세한 사항을 알고 싶다면 죽녹원 공식 홈페이지를 이용할 것 : http://juknokwon.go.kr/

     

     

     

     

    전나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 사진을 찍고 여행을 다니는, 젊은 스물 셋. ( http:// jeon_namu.blog.m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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