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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우디가 아닌 바르셀로나, 현대건축을 만나다

    Wish to fly Wish to fly 2014.05.30

    카테고리

    서유럽, 예술/문화

     

    현대건축의 전시장, 바르셀로나 건축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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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르셀로나는 가우디의 도시?

     

    바르셀로나는 특별하다. 건축가의 이름이 도시의 상징이 된, 바르셀로나는 특별하다. 베를린이나 런던, 도쿄, 시카고와 같은 도시도 물론 의미 있고 멋스런 건축물이 즐비하지만, 그 누구도 건축가 한 사람의 이름으로 그들 도시를 기억하지는 않으니, 바르셀로나는 분명 특별한 도시이다.

    수많은 여행자들이 가우디의 작품을 보기 위해 바르셀로나를 찾는다. 도시를 그득이 채운 그의 빛나는 작품들이 그들을 마중한다. 허나 바르셀로나는 가우디 한 사람만으로 기억되기엔 멋스런 건축물들이 너무나도 많은 도시. 수많은 건축가들도 가우디의 영향을 받았던 것인지, 아님 바르셀로나인들이 독특하고 다양한 건축물을 받아들이는데 거리낌이 없었던 것인지, 그것도 아님 우리가 알 수 없는 비밀스런 뒷이야기가 숨겨져 있는 것인지, 결코 알 수는 없지만, 가우디 이후로도 수없이 많은 매력 넘치는 건축물들이 하나 둘 그 도시를 채워 왔다.

    마성의 건축물들이 도시 곳곳에 숨겨져 있는 현대건축의 전시장 바르셀로나, 오늘은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 한다. 건축 이야기라 조금 딱딱할지도 모르지만 바르셀로나를 사랑하는 여행자들에겐 소소한 선물이 될지도 모르니까. 여행중에 문득 마주친 건축물들과 반갑게 인사하길 바라며.

     

     

    바르셀로나 현대미술관 MACBA

     

    주소 : Placa dels Angels, 1 08001 Barcelona, Espana

    홈페이지 : http://macba.cat/

    바르셀로나 여행이 시작되는 곳, 카탈루냐 광장. 그리고 그곳에서 지중해로 이어지는 그 유명한 람블라스 거리. 북적대는 람블라스 거리의 한 켜 뒤, 흙빛 건물들이 즐비한 광장에 거대한 백색 건축물이 자리잡고 있다. 이름하여 '마크바MACBA.' 바르셀로나 현대미술관이 바로 그것이다. 아마 바르셀로나의 여행자라면 이미 한 번 쯤 마주쳤거나, 작품 관람을 위해 부러 찾았거나, 그래 그 매력에 흠뻑 빠졌거나, 셋 중의 하나일 것이다.

    MACBA는 세계적인 모더니즘 건축가인 리차드 마이어Richard Meier의 대표작이다. 그의 별명 '백색의 건축가.' 그는 전 세계를 배경으로 수많은 미술관과 빌라, 교회 등을 설계했는데 그 어느 하나 저처럼 뽀얗고 순백이 아닌 것이 없는, 말 그대로 백색의 건축가로 명성을 떨쳐 왔다. 때문에 전 세계 어느 곳엘 가더라도 그의 백색 건축물을 만날 수 있지만, 여기 스페인 특히 바르셀로나의 MACBA는 그 어느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독보적인 매력을 뿜어내는 듯하다. 그것은 다름 아닌 스페인의 강렬한 태양 때문일 터. 남국의 태양은 새하얀 벽을 더욱 빛나게, 또 그 이면에 깊은 음영을 드리우기도 하며, 백색의 벽에 질감을 더한다. 그래 카탈루냐의 태양빛이 떨어지는 뽀얀 MACBA의 벽은 또 하나의 추상 조각을 보는 듯한 느낌을 던져주기도 한다.

    누군가 MACBA에 가게 된다면, 그 날 카탈루냐의 강렬한 태양빛이 함께 하길, 그 아래 오롯이 빛나는 MACBA를 마주하길, 그래 그 순백의 마력에 빠져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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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끔은 새파란 북쪽 하늘 덕분에 순백의 MACBA가 더 빛이 나기도 한다.
       그 어느 여행보다도 짙푸른 하늘을 많이 마주한 바르셀로나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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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순백의 벽. 빛이 없다면, 그래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지지 않았다면, 저 벽의 존재 이유는 없을지도 모른다.

     

     

    아그바 타워 Torre Agbar

     

    주소 : Avinguda Diagonal, 211 08018 Barcelona, Espana

    홈페이지 : http://torreagbar.com/home.asp/

    MACBA가 순백의 건축물이라면 아그바 타워는 톡톡튀는 형형색색의 고층 빌딩이다. 그다지 높은 건물이 없는 바르셀로나의 시가지에서 홀로 우뚝 솟아 이정표의 역할을 하는 아그바 타워는 프랑스의 대표 현대건축가인 장 누벨Jean Nouver이 설계한 오피스 빌딩. 높이 144.44 미터, 층수로는 33층. 사실 그다지 높은 편은 아니지만 별다른 고층 건물이 없는 바르셀로나에서는 거의 독보적인 높이를 자랑하는 건축물이다.

    아그바 타워는 다국적 기업인 아그바 그룹의 본사로 쓰이는 건물이기에 일반인들에게 개방되어 있지는 않지만, 그 독특한 생김새와 독보적인 존재감, 또 화려한 빛과 색을 발산하는 화려한 야경 덕분에 바르셀로나의 랜드마크로 유명하다. 여행자들도 바르셀로나의 기념 엽서에서 한 번 쯤은 보았으리라. 타워는 옥수수와 비슷한 원추형의 독특한 형상을 하고 있는데, 몬세라트의 우뚝 솟은 바위의 형상을 모티브로 하여 디자인 된 것이라 한다. 퍽 우스꽝스러워 보이기도 하는 모양새에도 불구하고 여기 바르셀로나와 퍽 잘 어울리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도 어쩌면 그 때문일까.

    아그바 타워가 가장 아름다워지는 시간은 야간 조명이 켜지는 저녁 시간 이후. 붉은색과 푸른색이 절묘하게 섞여 있는 아그바 타워의 외장은 야간 조명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까만 밤이 되면 때론 붉고, 또 때론 푸른 빛을 발산한다. 그 밤, 그 묘한 불빛을 마주하게 된다면, 그 누구라도 탄성을 내지르며 카메라를 꺼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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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몬세라트 바위산의 형상, 다양한 색상의 이중 외피가 결합된 바르셀로나의 랜드마크, 아그바 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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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부 로비까지는 입장과 사진 촬영이 가능하다. 바깥의 독특한 외피 형태는 내부의 묘한 분위기를 형성하는 일등공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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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그라다 파밀리아에서 바라본 아그바 타워. 주변에 높은 건물이 없어 더욱 눈에 띈다.
        말 그대로 바르셀로나의 랜드마크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포럼 Auditori Edificio Forum

     

    주소 : Parque del Forum Plaza Leonardi da Vinci, s/n 08019 Barcelona, Espana

    홈페이지 : http://ccib.es/

    꽃보다할배의 바르셀로나 편에는 재미있는 지명이 하나 등장한다. 바로 디아고날Diagonal, 직역하면 대각선. 이름 그대로 디아고날은 바르셀로나를 '대각선으로' 관통하는 대로. 직교형 도시를 대각선으로 관통하다보니 디아고날 대로의 끝에는 삼각형 모양의 땅이 형성되어 있다. 그리고 그 땅에 끼워 맞춘 듯 세모꼴을 한 독특한 건축물이 있는데, 이것이 바로 포럼이다. 이 건축물은 2004년에 있었던 세계문화포럼을 위해 지어진 것으로 스위스의 건축가 헤르조그 & 드 뫼론Herzog& de Meuron이 설계하였다. 포럼을 위한 공간으로 디자인되었기 때문에 내부는 대규모 회의장과 오디토리움, 그리고 다양한 전시 공간으로 되어 있다.

    포럼이 위치한 지역은 바르셀로나의 구시가지에서 꽤나 멀리 떨어져 있어 찾아가기가 쉽지 않은 곳. 하지만 때에 따라 주제를 달리하는 다양한 전시가 열리기 때문에, 일정에 여유가 있는 여행자라면 한 번 쯤 방문해볼만한 곳이기도 하다. 특히 이 지역은 구시가지와는 다른 현대적 도시의 모습을 띄고 있어 바르셀로나 속 또 다른 바르셀로나를 경험할 수도 있고, 지중해를 면한 스타일리쉬한 해변도 바로 앞에 있기 때문에 함께 찾아가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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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볍게 떠 있는 듯한 포럼. 저 위에 떠 있는 남색 부분을 하늘에서 보면 정확하게 삼각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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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뾰족한 꼭짓점이 그 증거! 첨단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주의하시라.

     

     

    바르셀로나 파빌리온 Barcelona Pavilion

     

    주소 : Avenida Francesc Ferrer i Guardia, 7 08038 Barcelona, Espana

    홈페이지 : http://miesbcn.com/

    바르셀로나 파빌리온이라는 이름의 이 심심하게 생긴 건축물은 현대 건축을 이야기할 때 결코 빠지지 않는 아주 중요하고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관광지로 유명하지는 않지만, 건축과 디자인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단순한 파빌리온을 넘어 하나의 '아이콘'이 된 곳. 1929년 바르셀로나에서 열렸던 국제박람회를 위해 임시로 지어진 이 건축물은 독일 파빌리온, 바르셀로나 파빌리온, 건축가의 이름을 따 미스 반 데 로에 파빌리온 등 다양한 이름을 갖고 있는데, 당시 독일이 자국의 근대 건축 문화와 기술을 자랑하기 위해 '비워진(별도의 전시물이 없는) 전시관'으로 계획한 것. 오늘날 상하이 엑스포의 국가관과 비슷한 개념이라고 보면 되겠다. 거의 100년이 지난 지금 보면 별다를 것이 없어 보이지만 이 건축물이 선보인 때는 1929년. 여전히 르네상스 양식의 장식적 건축물이 대세를 이루던 때였으니, 당시 사람들은 이 허여멀건 밍숭맹숭한 건축물의 등장에 적잖이 충격을 받았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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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르셀로나 파빌리온. 당시로는 모든 게 충격이었을, 평평한 지붕, 독립적으로 서 있는 벽, 내부도 외부도 아닌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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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시에는 이런 건축물이 여전히 주류를 이루던 때였으니, 파빌리온의 등장이 어찌 놀랍지 않았겠는가.

     

    바르셀로나 파빌리온에서는 여느 관광 명소에서는 볼 수 없는 이곳만의 독특한 풍경을 마주할 수 있다. 각자의 사진기 속에 여행의 추억을 담으려는 여행자들을 대신한 건축학도들. 그들도 물론 사진을 찍지만 -여행지이기보단 공부의 대상인- 여기 이 장소를 직접 스케치하는데 열중한 그들의 모습을 훔쳐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마치 성스러운 의식이라도 거행하는 듯 사뭇 진지한 표정은 언제나 반갑다. 나 역시도 이곳을 찾았을 때엔 한 명의 건축학도였지만, 멋스러운 스케치로 쓱- 쓱- 이 작품을 남기는 것은 일찌감치 포기. 거장의 작품을 저질 스케치로 망쳐버리는 짓을 차마 할 수는 없었으니까.

    단순한 파빌리온 안에는 건축가가 디자인한 명품 가구 바르셀로나 체어와 조각가 게오르그 콜베Georg Kolbe의 조각 작품이 건축물의 일부처럼 놓여 있어서, 디자인에 관심이 있는 여행자라면 몬주익 언덕에 오르기 전 잠시 들러보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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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행자를 대신하여 파빌리온을 채운 건축학도들. 어깨 너머로 그들의 스케치를 훔쳐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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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오르그 콜베의 작품. 딱딱 떨어지는 공간 안에서 홀로 유영한다.

     

     

    몬주익 방송 타워 Torre de Telecomunicaciones de Montjuic

     

    주소 : Passeig de Minici Natal, 8 08038 Barcelona, Espana

    바르셀로나를 굽어보는 몬주익 언덕에 오르면 묘한 생김새의 조각같은 탑 하나를 마주하게 된다. 이름하여 몬주익 방송 타워. 또는 건축가의 이름을 따서 칼라트라바 타워라고도 불리는 이 건축물은 스페인이 낳은 세계적 건축가 산티아고 칼라트라바Santiago Calatrava에 의해 설계된 방송 타워이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전망을 위한 전망대가 아닌 방송용 전파 송수신의 목적으로 건축되었다.

    칼라트라바는 건축 설계에 토목과 구조 공학 기술을 접목하여 그만의 독특한 건축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흔히 토목이나 구조라고 하면 딱딱하고 거칠고 다소 우악스러운 이미지가 떠오르지만 그의 작품에서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부드러운 곡선, 하늘을 나는 듯한 가벼움, 움직이는 듯한 유연함. 이처럼 여성스러운 단어들이 항상 그의 작품을 수식한다. 몬주익의 방송 타워도 역시 그렇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을 기념하여 세워졌기 때문일까. 올림픽 성화를 닮았다고도 하고, 또 가우디 건축을 닮았다고도 한다. 그 디자인에 무슨 의미가 담겨 있는지 다 알 수는 없겠지만 뭐 어떠랴. 몬주익 방송 타워는 그 독보적인 우아함을 발산하며 몬주익 정상에 우뚝 서 있는 것만으로도, 이곳에 오른 여행자들에게 언제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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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쪽 하늘로 노을이 뉘엿거리는 오후의 몬주익 방송 타워. 그 실루엣은 붉은 노을 앞에서 더 우아하게 빛을 발한다.

     

     

    이런 여행자에게 추천

    건축을 공부하는 건축학도 여행자.

    여행의 소소한 재미를 찾는 감성 여행자.

     

     

    깨알 재미를 선사하는 바르셀로나 건축여행

    사실 우리가 하는 모든 여행은 건축여행인지도 모른다. 미술품을 보고 밥을 먹고 포근한 잠을 자는 그 모든 여행의 순간에, 우리 대부분은 어떤 건축물, 어떤 공간 안에서 그 여행의 순간을 이어가고 있을 테니까. 당신의 여행 그 모든 순간에, 문득 그 공간들을 둘러보며 조금의 감상에 잠겨보는 건 어떨까. 가우디의 건축물이 주는 폭풍 감동만큼은 아니어도, 소소한 깨알 재미 정도는 당신의 것이 될지도 모르니.

     

     

     

     

    Wish to fly

    건축이라는 것으로 돈을 벌고 그 돈으로 여행을 떠나고 그 여행의 경험으로 다시 건축을 하는 여행이 생활이고 생활이 여행인, 여행중독자입니다. http://blog.naver.com/ksn333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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