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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도, 따뜻한 짜이에 얽힌 몇 가지 단상

    독도해금소녀 독도해금소녀 2014.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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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 음식

     

    인도, 따뜻한 짜이에 얽힌 몇 가지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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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 여행을 다녀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마셔본 인도식 밀크티, 짜이 

    그 곳에서 짜이 한 잔이 주는 의미는 단순한 음료, 그 이상이다.

    달달한 짜이잔 속에 담긴 그리 달달하지만은 않은 인도 이야기, 시작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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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일 이 골목을 지날 때마다 뿔테안경을 쓰신 이 할머니와 눈인사를 나누면 마음이 푸근해진다.

     

    "चाय पियोगे ?"(짜이 마실래?)

    인도에서는 밥 한 번 먹자, 보다 흔한 그 말. 누군가를 만나면 가장 먼저 물어보는 그 말, 짜이 삐오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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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번 사용하면 던져서 깨버리는 일회용 토기 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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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기 그릇을 사기 위해 물어물어 찾아간 곳, 짜이 그릇은 1루피에 5개! (1루피 = 한화 약 18원) 

       

    처음 인도에 갔을 때, 이 앙증맞은 그릇을 한번만 사용하고 깨버린다는 것이 너무 아까웠다.

    하루는 기차에서 짜이를 마신 후 신문지로 돌돌 말아서 배낭에 쑤셔 넣고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몇 달 후, 집에와서 풀어보니 이리저리 치여서 산산조각난 흙가루만 남아 있었지만! 

     

    몇 번의 인도 여행 후 알게된 씁쓸한 사실은 이 짜이 그릇에도 카스트제도가 반영되었다는 것이다.

    다른 카스트의 사람이 만지는 것은 부정탄다고 믿기 때문에 차라리 깨버리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것.

    누가 사용한지 모르는 그릇을 사용하는 것, 내가 사용한 그릇을 누가 사용할 지 모른다는 것은 

    카스트가 존재하는 인도에서는 심각한 고민거리이다. 

     

    지금은 어딜가나 50년동안은 썩지도 않을법한 일회용 플라스틱에 짜이를 담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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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엔 캐드몽(카다몬)을 겨울엔 생강을 진하게 우려내어 마시는 마쌀라 짜이.

    각자 좋아하는 커피가 다르듯이 인도에는 개개인의 짜이 취향이 있다. 나는 민트와 생강을 진하게 우려낸 민트어드락왈리짜이가 좋다.

      

    아참, 여행자들을 위한 아이스짜이도 있다. 

    45도를 넘나드는 더위에서도 뜨거운 짜이를 마시는 인도 사람들은 '아이스짜이'는 절대 맛이 없다고 손을 휘휘 내젓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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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짜이 그릇에 담긴 씁쓸한 진실, 짜이의 달달함과 노동의 강도는 비례한다.

      

    내가 마셔본 가장 단 짜이는 릭샤왈라(인도 대중교통의 일종인 릭샤에 손님을 태우고 오가는 릭샤꾼)들이 즐겨찾는 짜이집. 

    집에서 짜이를 만들 때, 너무 달게 되면 릭샤왈라 주려고 했니? 라는 농담을 할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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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도의 인플레이션을 가장 심하게 느끼는 부분은 짜이의 가격

     

    처음 인도에 간 2005년엔 1루피였던 짜이가 3루피 5루피를 거쳐 이젠 7루피(한화 120원)가 되었다. 무려 정가로 판매한다는 기차에서!

    가끔 짜이가 무려 7루피나 해요, 라는 푸념을 늘어놓으면 피식, 웃는 여행자들이 있지만 전 나름 심각하다구요.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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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힌두교, 이슬람교, 시크교, 불교, 자인교... 

    많은 종교들이 한 나라에 뒤엉켜 끝없는 전쟁을 하는 인도. 그래도 그들은 모두 같은 짜이를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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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도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가수는 자메이카 출신의 'Bob Marley (밥 말리)'

     

    밥 말리의 노래 중 'No Woman, No Cry'를 패러디 한 No Chapati, No Chai. 한국 사람들이 밥(쌀)을 먹지 않으면

    뭔가 부족하다고느끼듯이 인도 사람들도 짜빠티와 짜이가 없으면 많이 먹어도 무언가 허전하다는 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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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짜 맛있는 짜이집은 주전자를 보면 알 수 있다. 

      

    얼마 전, 인도는 큰 변화를 겪었다. 2014년 총리에 나렌드라 모디가 선출된 것이 바로 그 것이다. 

    한국에서도 대서특필을 할 정도로 이슈가 되었던 것은 모디가 어렸을 적 암다바드 버스정류장에서 짜이를 팔던 짜이왈라였다는 것.

    개인적으로는 그의 사상(힌두이즘)에는 찬성하지 않고 좋아하지 않지만 구자라트 주지사로 일하며 보여준 몇 가지 변화는 참으로 놀랍다.

    그로 인해 인도의 젊은 피가 움직이고 변화의 가능성을 보고 의식있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인정할 수 밖에 없다.

    부디 이번엔 종교에 치우치지 않고, 핵 보유 따위에 관심 쏟지 말고 전인도를 위한 정책을 펼쳐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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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제 어디서나 배달 가능, 짜이짜이 가람 짜이!

     

    빈 유리잔들이 맞부딪히며 내는 짤랑짤랑 소리가 참 좋다. 주머니가 두둑해진 짜이왈라 아저씨도 이 소리를 좋아하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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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침에 짜이집에 가면 손주를 안고 마실을 나온 할어버지를 많이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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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들도 즐겨마시는 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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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짜이의 진가는 겨울철, 추운 지방일수록 더욱 빛이 난다.

     

    난방이 없는 인도의 겨울은 뼈가 시리도록 춥다. 그럴 때, 생강을 듬뿍 넣은 짜이 한 잔을 마시면 온 몸이 노곤노곤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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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짜이와 함께 먹으면 가장 좋은 것은 러스크

     

    그냥 베어먹기엔 너무 딱딱한 당신이지만, 달달한 짜이에 3초만 푸욱 담그면 말랑말랑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난다. 

    인도 사람들의 간단한 아침 식사로 사랑받는 베스트 셀러이기도 한 좋은 친구, 짜이와 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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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침에 마시는 짜이 한 잔은 여행자들에게도 빼놓을 수 없는 일상의 한 부분이다. 

     

    인도 여행을 하면 짜이를 대접하겠다는 사람을 정말 많이 만날 수 있다. 옷 가게에서, 기차에서, 심지어 자기 집에 데리고 가서까지! 

    순수한 마음으로 대접하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그 중엔 '방'이라는 마약을 넣은 방짜이를 가져다 주어 환각 상태에 빠진 사이

    나쁜 짓을 하는 엉덩이에 뿔날 사람들도 있다. 2005년 매일같이 놀러가던 옷 가게에서 방라씨를 대접받고 작은 코 다칠뻔한 난,

    아직도 모르는 사람이 주는 음식은 덥썩 받아먹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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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짜이

     

    반짝이는 은하수와 별을 보기위해 사막에서 노숙을 한 다음날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뜨뜻한 짜이 한 잔! 어떠신지?

    이처럼 인도인의 '소울 드링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짜이. 언제 어디서나 인도인들의 곁을 지키는 따뜻한 친구다. 

     

     

     

    독도해금소녀

    2012년 3월부터 한복 입고 해금 버스킹하며 세계일주 중인 버스커ㅣ가이드북 <인조이 인도> <이지 시티 다낭> <저스트고 모로코> 저자ㅣ인도 터키 조지아 한인민박 라씨게스트하우스ㅣ인도, 유럽, 중남미, 모로코 배낭여행 인솔자ㅣ현지 코디ㅣ유튜버ㅣ통역, 영상 번역ㅣMs. FIJIㅣnowand4eva@naver.comㅣ인스타그램 @iamlas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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