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시마, 단정하고 소박한 슈케이엔 정원
여행에 쉼표가 필요한 순간이 있다. 그럴 때 찾게 되는 것이 공원이 아닐까. 만약 히로시마를 여행하게 된다면 이곳 슈케이엔으로 가보자.
‘경치를 축소해서 조성한 정원’이라는 이름을 가진 슈케이엔은 중국 항조우의 서호(西湖)를 본따 만든 설이 가장 유력하게 전해지는 곳이다.
1620년 히로시마의 다미요(영주)였던 아사노나가아키라가 지은 별장의 정원이다. 1783년부터 8년 동안 보수한 것을 제외하고는 그 명맥을 유지해오다가 1940년에 히로시마 현에 기증되었다. 이후 현에서는 이곳을 명승지로 지정했다.
1945년 8월 6일 원폭 투하로 파괴된 후 복구 작업을 통해 1974년에 원폭 피해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정원의 중앙에는 다쿠에이치라 불리는 연못이 있으며, 그 연못 안에는 열 개가 넘는 작은 섬들이 만들어져 있다. 주변으로 산, 계곡, 해변 같은 자연의 풍광을 축소한 배경들과 이를 감상할 수 있는 다실이나 정자 등을 배치되어 있다. 연못에는 거북이나 잉어들이 살고 있는데 사람들이 나타나면 그쪽으로 다가온다. 주머니에 100엔이 있다면 먹이를 줄 수 있는 기회도 있으니 참고.
정원 내의 건물들은 다리나 정원으로 난 길을 통해 연결되어 있으며 이를 회유식 정원이라 부른다. 이 양식은 무로마치 시대에 싹을 틔운 뒤 에도시대 초기에 절정에 이룬다. 이 무렵 다이묘(영주)의 커다란 정원들은 모두 이 양식에 따라 조성되었다고 한다.
정원은 실제 크기보다 커 보이는 효과로 만들어져있어 둘러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탁 트인 시야 속에서 안정감을 느끼게 해준다. 실제로 정원의 스카이라인을 보면 현대 건물들 사이에서 400년의 시간들이 고스란히 공존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만약 직접 서호에 가봤던 사람이라면 이곳이 한없이 작게 느껴질 수 있지만 천천히 거닐며 둘러보면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모습에 감탄하게 된다.
연못의 중앙에 걸쳐 있는 둥근 아치형의 돌다리는 그 모양에 깊은 인상을 받은 세력가가 교토에서 두 번이나 쌓게 했다고 전해질 정도로 독특하고 견고한 모양을 뽐내고 있다. 현재는 웨딩 포토 스폿으로도 인기가 높다고 한다.
다리를 건널 때는 각각의 계단 경사를 고려해서 조심히 오를 것을 권한다. (실제로 저도 그 다리를 건너 내려오는 길에 넘어지면서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한 경험이 있습니다. 조심히 걷기!)
많은 일본의 정원이 자연을 축소해서 표현하려 노력하듯 그 흔적을 이곳에서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특히 중앙에 위치한 세이후칸은 문의 개방 방향에 따라 다각도로 볼 수 있으며, 계절별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즐길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실제로 정원의 모서리에 매화나무 숲이나 대나무 숲, 모란꽃 밭을 조성해두어 계절별로 풍경이 달라질 수 있게 만들어져 있다.
정원에는 차나무 밭이 조성되어 있으며 실제로 차를 판매하고 있다. 잠시 쉬면서 옛날 다이묘(영주)들이 차를 마시며 즐겼던 풍류를 느껴보는것도 좋다.
이곳 WIFI 연결은 현대인인 우리가 누릴 수 있는 보너스.
INFORMATION
주소: 2-11 Kaminoboricho, Naka Ward, Hiroshima, 730-0014, Japan
전화번호: +81 82 221 3620
홈페이지: http://shukkeien.jp/
운영시간: 4월 1일 ~ 9월 30일 09:00-18:00
10월 1일 ~ 3월 31일 09:00-17:00
요금: 어른 260엔 / 고등학생,대학생 150엔 / 어린이 100엔
※ 취재: Get About 트래블웹진
글 쓰기, 사진 찍기, 낯선 사람에게 말 걸기, 길 잃어버리기, 여행 다니기, 맛있는 음식, 와인, 달콤한 것들, 홀짝일 수 있는 세상의 모든 차, 책 읽기를 무지하게 좋아하는 아주 보통의 지구인. blog_ http://peanutsholic.blog.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