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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트남, 오늘의 바다를 살아가는 사람들

    엄턴구리 엄턴구리 2014.07.03

    카테고리

    베트남, 풍경, 여름

     

    베트남, 바다를 사는 사람들.

    무이네(Mui Ne) 피싱 빌리지(Fishing Village)

     

    바다보다 깊은 사연, 소금보다 짠 눈물, 태양보다 뜨거운 위로가 공존하는 피싱 빌리지, 그곳을 사는 사람들의 리얼한 삶의 현장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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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트남 남부에 위치한 작은 어촌 마을 무이네, 이름처럼 소박한 이곳에는 아름다운 해변과 그 해변을 따라 조성된 다양한 리조트 시설, 싱싱하고 다양한 해산물을 싼값에 마음껏 즐길 수 있다.

    무엇보다 무이네는 주변에 화이트 샌듄과 레드 샌듄(모래언덕)으로 더욱 유명하다. 이곳에서 보는 일몰과 일출이 특히 멋있으며, 바다와 사막을 동시에 접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 흥미로운 일이다. 다양한 볼거리들로 넘쳐나는 무이네, 그럼에도 여전히 작은 어촌마을의 한적함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곳, 그곳은 정말이지 관광지로서의 매력이 차고도 넘치는 곳이었다.

    오토바이를 타고 무이네 해변도로를 달린다. 막 일출을 보고 온 터라 아직 여유는 충분했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무이네 어촌 생활의 생생함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는 피싱 빌리지(Fishing Village)에 도착한다. 여행 전 베트남 무이네 관련 다큐를 보고 온 지라 그 기대가 더 하다. 그 모습을 그 광경을 직접 눈으로 보고 피부로 느낄 수 있다니 벌써부터 흥분되는 가슴을 진정키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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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리 익숙한 광경이 펼쳐진다. 수평선 멀리 점점이 박힌 고깃배들, 해안가는 이미 사람들로 빼곡하다. 각자에게 주어진 일을 일사불란하게 해내는 그들의 육체는 아까부터 이리저리 쉴 세 없이 바삐 움직인다. 모래의 틈새마저 단단히 메꿔 버릴 삶의 치열함이다.

    낮선 광경을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나는 그 압도하는 규모에 절로 입이 벌어질 수밖에. 흥분되는 가슴을 애써 진정시키고 그들의 삶 가까이로 첫 한 발을 내 디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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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논(Non) - 햇볕과 비를 막아주는 베트남 전통 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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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점이 빼곡했던 그 모습이 점차 형체를 드러내고 그들의 움직임 속에 삶의 모습이 전개된다. 우리는 그 모습에 한 발 가까이 다가가 그들의 삶을 훔쳐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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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것은 지극히 분업화되어있고 다분히 체계화되어 있었다. 거대한 그물을 걷고 대량의 수확물들을 여기저기 옮기느라 저절로 생겨버린 팔뚝의 근육과 그을린 피부, 바닥으로 아무렇게나 널린 어패류들을 종류별로 분류하고 깨끗하게 손질하느라 여념 없는 아낙들, 그 아낙들의 머리에는 강렬한 어촌의 햇볕을 막아줄 베트남 전통 모자 논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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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리 사람들이 모여 있다. 웅성거리는 낌새가 뭔가 대단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모양이다. 서둘러 그곳을 향하는데 이런! 모여든 사람들 틈새로 붉은 피의 기운이 스며 나온다. 고개를 빠끔히 내밀어 본 그곳엔 생전 보도 못한 크기의 물고기(거대한 물고기와 가오리)를 거침없이 갈라내는 한 사내의 칼질이 난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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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덤덤한 표정으로 고기의 배를 가르고 내장을 꺼내 아무렇게나 던져 놓는다. 그러면 그걸 기다리고 있던 아낙이 소쿠리에 주워 담아 소금기 가득한 바닷물로 그것을 헹군다. 사내의 칼질은 거침이 없었고 또 그만큼 예리했다. 어느 것 하나 남김없이 부위별로 잘라 놓으면 그것을 두고 즉석에서 경매가 이루어진다. 일원이요! 이원이요! 특유의 경매 소리가 시작되면 주위의 구경꾼들이 더욱 분주해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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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까이몽 - 전통 배로 흡사 커다란 소쿠리 모양과 비슷하다. 

     

    까이몽, 모자 논과 함께 베트남을 대표하는 전통 문화로 특히 이곳 무이네에서 많이 볼 수 있다. 무이네는 위치상 해안 곡선 안쪽에 있어서 태풍이 불어도 바람이 잔잔하고 안전하기에 예부터 어선들의 어업기지의 역할을 해 왔다고 한다. 그러나 수심이 깊지 못해 배가 뭍으로 들어오는데 한계가 있어서 그 해결책으로 까이몽이 발달했다고 한다.

    흡사 우리나라 광주리와 비슷한 모양의 대나무 배로 무이네 사람들은 이것을 이용해 수확한 해산물들을 정박 중인 배에서 뭍으로 옮기곤 한다. 장정 서넛이 들어갈 정도의 크기로 긴 막대를 이용해 물길을 저어 추진력을 얻는다. 망망대해 둥둥 떠 있는 까이몽을 보면 보기에는 그 모습이 정겹고 재밌긴 한데 온전히 사람의 힘으로만 움직이는 것이기에 실상은 거칠고 힘겨운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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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기에도 힘겨워 보이는 그것을 소년은 아까부터 이리 끌고 저리 끌고, 까이몽과의 외로운 사투가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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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 피싱 빌리지에도 여성들은 참으로 많은 일들을 묵묵히 해내고 있다. 어업 자체가 고되고 힘든지라 대부분 남자들의 보조 역할에 지나지 않지만 주어진 일에서만큼은 주체가 되어 모든 일을 해낸다. 그리고 그들은 생각보다 참 많은 일들을 해내고 있었다. 분류에서 손질, 포장과 유통, 때론 경매에 참여하기도 하고 남자들만큼의 힘겨운 일들을 해내기도 한다. 게다가 소소한 뒤처리들까지... 피싱 빌리지 여자들의 삶은 생각보다 더 녹녹치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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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어딘지 크게 서러워 보이는 그녀는 이미 얼굴 가득 닭똥 같은 눈물을 주르륵 흘리고 있었다. 그 서러움의 크기에 짓눌려 꺼이꺼이 간헐적으로 내뱉어지는 그녀의 하소연, 그녀의 사연에 말없이 들어주던 동료들은 어깨를 토닥토닥. 그 다독임이 어쨌든 위로가 되었으면... 바다보다 깊은 사연, 소금보다 짠 눈물, 태양보다 뜨거운 위로가 공존하는 피싱 빌리지, 그곳을 사는 사람들의 리얼한 삶의 현장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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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망망대해의 바다를 거침없이 해치는 사람들, 그들의 구슬땀이 바다의 짠 내가 되어 풍기는 곳, 그곳에 베트남 어촌 마을의 일상적인 삶을 살아가는 무이네 사람들이 있다. 피싱 빌리지의 풍경은 그 자체로 체험 삶의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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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가 그려나갈 바다는 그 만큼 더 풍요로웠으면 ...

     

     

    INFORMATION

    찾아가는법 : 호치민에서 자동차로 약 4시간 소요

     

     

     

    엄턴구리

    용의 머리가 되고 싶은 뱀의 꼬리로 ‘잡다함’이 지나쳐 자칫 ‘너저분함’으로 치닫는다. 미대를 졸업해 그림을 그리며 교양 있게 살줄 알았는데 생뚱맞게 연극과 영화미술에 빠진 탓에 한 몇 년을 작살나게 고생만 했다. 그러다 운 좋게 환경디자인 회사에 취직을 하지만 그저 좀 ‘무료’하단 이유로 지복을 날로 차고, 지금까지 몇 년 째 시나리오 작가가 되겠다며 되도 않는 글들을 끼적이고 있다. 밥먹고 사는 일은 자유로운 기고로 이어진다. 문화 예술 칼럼을 비롯해 다양한 취재 원고를 소화하고 있다. 한 번의 긴 여행과 몇 번의 짧은 여행을 무한 반복 중이다. 덕분에 적당히 많은 사람들을 알게 되었고 견문은 넓혀진 것도 또 아닌 것도 같다. 쉽게 마음이 동하는 갈대 같은 호기심에 뿌리 깊은 나태함이 더해져 도대체가 갈피를 못 잡는다. 여행과 생각, 사람과 글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blog.naver.com/waste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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