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가 통일되기 전 후백제의 땅이었던 나주를 점령하러 온 젊은 군주 왕건은 물바가지에 버드나무 잎을 띄어준 처자와 인연을 맺었다.
그녀는 곧 고려 2대 왕 혜종을 잉태하게 된다.
왕건이 고려의 왕으로 등극한 이후 나주는 '왕의 도시'로 불리웠고 고려 시대부터 조선 시대까지 300여명의 지방관(목사)를 파견되었다.
그 목사들이 살림을 하며 지내던 곳이 바로 나주목사내아다.
번성했던 나주읍성 안의 여러 관아 건축물 중 지금까지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건물 중 하나. 일제 강점기 때 훼손된 공간을 전면적으로 해체하고 복원해
2009년 한옥 숙박이 가능한 전통문화 체험 공간으로 거듭난 소중한 곳이기도 하다.
전라남도 나주시 금계동에 위치한 이 건물은'거문고 소리를 들으며 학처럼 고고하게 살고자 하는 선비의 지조가 깃든 집'이라는 뜻의
금학헌이라는 멋진 이름을 가지고 있다.
나주 목사내아 안에는 여행자들이 자면서 쉴 수 있는 총 6개의 방이 있는데 가장 큰 방 두 개는
나주 지역의 최초의 목사였던 김성일 목사와 최고의 목민관으로 꼽혔던 김성일 목사의 이름을 따왔다.
방의 벽에는 시원한 한지가 붙어 있고 바닥에는 깔끔한 보료가 깔려있다.
또 마사토(흙)가 깔린 마당에는 제기와 투호 등의 민속놀이 도구도 갖추어 놓아 심심하지 않은 한나절을 보낼 수 있었다.
ㄷ자형 팔작지붕과 오백 년 된 팽나무가 드리워진 마당에는 장독대가 가득하고, 고운 모습을 하고 있는 흙 담장의 풍경이 참 멋스럽다.
3칸의 큰 대청마루는 산 공기가 불어오는 창이 앞뒤로 트여있어 여름에 앉아있어도 세상 부러울 것 없을 정도로 시원하다.
문득 눈을 들어 대청의 들보를 바라보니 자연의 나무를 그대로 올려놓아 구부러진 모습이 정겹기만 하다.
나주목사 근처에는 서성문, 정수로, 금성관, 나주향교 등의 나주읍성의 유서 깊은 문화유산이 가까이 있고,
둘레길도 있어 나주목사내아에 묵으면서 천천히 산책을 해도 좋을 일이다.
나주목사내아 바로 옆 전국적으로 유명한 나주 곰탕 거리에 있는 50년 전통의 노안집에서 곰탕을 먹어보았다.
뽀얀 국물에 깊이 우러난 단백질의 향연. 입안 가득 퍼지는 깍두기의 국물이란.
나주곰탕은 나주 5일장에서 소를 잡고 육수를 내어 국밥으로 팔던 것이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온 것이라고 한다.
각종 부위의 고기와 뼈를 불에 푹 고아 우려낸 국물이 별미인 나주곰탕은 나주 영산포 홍어, 구진포 장어와 함께 3대 별미로 꼽힌다.
소의 양지와 사태를 주로 사용해 4시간 이상 푹 곤 후 소의 각종 고기 부위를 넣어 다시 한 번 삶아내는 비법으로 특유의 진하고 담백한 맛을 내고 있었다.
사방 시끄러울 것 없이 조용한 도시가 바로 전라남도 나주다.
조용한 나주 사내아의 정취도 구경하고 50년째 대를 이어 내려온 나주 곰탕 먹으러 발길을 한 번 돌릴 일이다.
INFORMATION
나주목사내아
주소 : 전라남도 나주시 금계동 33-1
전화번호 : 061-332-6565
홈페이지 및 숙박 예약 : http://www.najumoksanaea.com/
나주 노안집
주소 : 전라남도 나주시 금계동 23-5
전화번호 : 061-333-2053
대학교에서 역사를 전공하고 역사를 가르치는 사람으로 살아왔다. 이야기가 담긴 여행지, 전통이 가득한 소중한 여행지를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 http://www.songss.kr @song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