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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화책 같은 에스토니아 탈린

    moo nee moo nee 2014.09.06

    카테고리

    , 북유럽, 풍경

     

    동화책 같은 탈린 여행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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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탈린의 구시가지로 들어가는 입구. 뚱보 마르가레타(Paks Margareeta)

     

    뚱보 마르가레타는 포탑으로 매우 두꺼운 벽으로 지어져 있다. 그래서 뚱뚱하다는 애칭도 얻은 것. 바다 바로 앞에 위치해 있어 적들로부터 탈린을 지키는 역할을 했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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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화책 표지와 탈린 구시가지

     

    에스토니아 탈린의 헌책방에서 동화책을 한 권 샀다.
    'Leģenda par veco Tmasu' (GERT HELBEMÄE 作)

    에스토니아어를 전혀 모르지만, 왠지 이 동화책만큼은 내용을 알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용은 탈린의 상징 ‘토마스 할아버지’ 라 불리는 파수병 모양의 풍향계(옛 시청사 첨탑에 있다.)와 관련된 전설 이야기?

    전쟁 관련 삽화가 많이 들어 있었다. 에스토니아는 비교적 최근 독립국이 된 나라다. 바이킹, 게르만인, 노르만인 등으로부터 침략을 받았고, 독일, 제정러시아에 의해 식민지배를 받았으며, 폴란드와 스웨덴의 격전지가 된 땅이기도 했다.
    1991년에 소련 해체와 함께 독립하여 자본주의를 받아들였고, 그 이후로 경제가 크게 성장했다고 한다. 2004년에는 EU에 가입, 2011년부터 유로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주변 강대국에 치이고 치여오다, 한강의 기적을 이룬 우리나라와 역사가 다소 닮은 듯하여 왠지 모르게 연결되어 있음을 느꼈다.

    수도인 탈린은 헬싱키에서 80km 정도 떨어진 항구도시로, 헬싱키 여행객들이 당일치기 여행으로 즐겨 찾는 곳이다. 나 역시 헬싱키에 머물던 닷새 중 하루는 국경을 넘어보기로 하였다. 중세 시대 마을 분위기가 가득한 탈린의 구시가지는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과거에는 한자 동맹의 중심도시로, 무역이 크게 발달한 지역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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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탈린의 항구에서 바라본 풍경.

     

    INFORMATION

    헬싱키~탈린 쾌속선 린다 라인(Linda Line)

    - 2시간 간격으로 운행하며, 운임은 왕복 29유로 전후
    - 홈페이지: http://www.lindaline.f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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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시청사 앞, 라에코야 광장

     

    구시가지에 들어간 순간, 건물들의 색에 바로 매료되고 말았다. ‘어쩜 그렇게 예쁜 파스텔톤의 페인트가 있는지.’ 하나하나 모두 갖고 싶은 색이었다. 분홍색도 종류가 실로 다양했다.

    점심을 먹으러 들어간 식당에서 화장실(남녀공용)에 들어가려고 하는데, 먼저 들어가 있던 한 청년이 나오면서 “냄새가 심하게 나요. 하지만 저 때문이 아니에요.”라고 내게 영어로 말을 건넨다. 속으로 ‘이런 일로 오해 받기 싫은 마음은 전 세계 공통이구나’라고 생각하며 미소 지었다.
    ‘냄새를 공유했다’는 데 연대감을 느꼈던 것일까? 식사를 하고 있는 데, 나보다 앞서 화장실을 사용한 청년이 우리 테이블로 와서 다시 말을 건넸다.
    “친구가 곧 결혼을 해서 총각파티 중인데, 아무 말이라도 괜찮으니 수첩에 메시지 하나만 적어주세요.”
    일본인 친구와 나는 각자의 언어로 ‘결혼 축하합니다 행복한 결혼생활 되시길 기원합니다.’라고 적었다. 대여섯 명 되는 친구들끼리 서로서로 돌려보면서 한글과 한자가 섞인 히라가나를 어찌나 신기해들 하던 지... 순수한 표정을 가진 청년들이었다.
    내 마음까지 맑아지는 느낌이 들어, 진심으로 신랑과 그의 친구들의 행복을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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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린에서는 발걸음이 닿는 대로, 특별한 목적지 없이 돌아다녔다. 올라가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으면 올라가서 마을 전경을 내려보기도 하고, 예쁜 카페가 있으면 향긋한 커피와 달콤한 쇼콜라 케이크로 여행의 피로를 풀기도 하였다. 또 헌책방 그림책이 꽂혀 있는 책장 앞에 쭈그리고 앉아서 책을 넘겨보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INFORMATION

    구시청사(Raekoda) 전망대

    - 65m 높이의 탑에서 시가지를 내려다 볼 수 있다. 입장료는 (전망대만) 3유로.
    - http://veeb.tallinn.ee/raekoda/uus/index.php?id=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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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시청사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구시가지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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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시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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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화책과 탈린 비루문(Viru Gate)

     

    체력이 방전되는 줄도 모르고 정신 없이 돌아다니다가, 도저히 걸을 수가 없어서 인포메이션 센터에 앉아 핸드폰 충전을 하고 있었다. 함께 여행을 한 친구는 나보다 체력이 2-3배는 좋아서, 잠깐 쉬고 다시 나갔다.
    몇 분을 멍하니 앉아 있다가…
    갑자기 인포메이션 센터에 여러 언어로 꽂혀있는 관광안내 책자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빨간 고깔모자를 쓴 4개 기둥이 귀엽게 줄지어 있는 풍경 사진.
    탈린을 검색하면 제일 먼저 나오는 사진이기도 하고, 각종 관광안내서에 인쇄되어 있는 그 그림! 탈린의 상징!
    그래, 이 풍경을 아직 못 봤어!
    페리를 타고 헬싱키로 돌아가기 30분 전. 나는 아무런 목적 없이 거닐었던 탈린에서 처음으로 목표가 생겼다.
    매 도시마다 기념품 쇼핑이라는 목표가 있었던 친구가 마침 슈퍼에 가고 곁에 없었다.
    보이지 않는 힘에 이끌려 팅팅 부은 다리, 무거운 카메라로 뭉친 한쪽 어깨를 달래며 거리며 뛰었다.
    어디서 볼 수 있는 것이지?
    구시가지 안에서 한참을 헤매다 겨우 깨달았다.
    구시가지를 둘러싸고 있는 도로변에 서니 눈에 넣을 수 있었다.
    빨간 고깔모자를 쓴 기둥이 사이좋은 형제와 같이 서있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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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알았다.
    안에 있으면 볼 수 없었던 풍경이 밖으로 나오니 보이는 것을.
    몇 년 동안 관성에 의해 처리하던 업무에 갑작스런 문제점이 발견되어 허우적거리고 있을 때, 내 업무를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상담을 하니 몇 초 만에 해결책이 나왔던 경험을 탈린에서, 이 풍경 앞에서 떠올렸다.
    여행을 하다 보면 때론 내 삶의 반영을 보는 듯하여 부끄러워 질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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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왠지 귀여웠던 탈린 항구의 마지막 풍경과 인사했다. 

     

     

     

    moo nee

    배경여행가. 책, 영화, 드라마를 보고 주인공의 모습이 지워진 배경에 들어가 보는 여행을 하고 있다. 백과사전 회사에서 5년 가까이 근무. 건조하고 차가운 글을 쓰고 편집하는 일을 업(業)으로 삼으니, 촉촉하고 다정한 글을 찾고 쓰는 일이 낙(樂)이 되었다. 지금은 IT회사에 재직 중. 저서로는 <다정한 여행의 배경>이 있다. www.istandby4u2.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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