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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인이 만든 길, 북아일랜드 자이언트 코즈웨이

    arena arena 2014.08.29

    카테고리

    , 서유럽, 풍경

     

    거인이 만든 길, 자이언트 코즈웨이!(Giant's Causeway)!

     

    북아일랜드에 오기 전, 가장 궁금하게 여겼던 곳이 바로 '자이언트 코즈웨이(Giant's Causeway)'이다. 그 이름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곳에 얽혀 있는 전설이 어떤 내용일지 대충 짐작이 간다. 그러니까, 거인의 둑길이란 이름을 가진 이곳은 자연이 만든 것은 분명하지만, 자연스레 만들어졌다고 하기엔 너무 신기한 풍경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아일랜드에 머무는 동안,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던 곳, 바로 '자이언트 코즈웨이'에 드디어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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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아일랜드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날씨이다. 어디인들 그렇지 않겠냐마는, 해가 쨍쨍하다가도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지고 그래서 허겁지겁 집으로 돌아오면 또 언제 그랬냐는 듯 하늘이 맑아지는 이 나라에서, 하루 종일 비를 맞지 않고 여행을 다녀온다는 것은 그야말로 큰 행운이다. 그래서 함께 여행을 떠나기로 결정한 이후, 우리가 가장 열심히 한 것은 매일매일 주말 날씨를 체크하는 것. 그러다가 결국 비가 내리지 않는 토요일을 발견하고 우리는 벨파스트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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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그 신중했던 선택이 빛을 발하지 못했던 것일까. 자이언트 코즈웨이에 도착했을 때, 그곳은 날이 무척 흐렸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안개가 그득 내려앉은 모습을 보고, 우리는 그저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역시 아일랜드의 변덕스러운 날씨 앞에서는 구글님도 별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듯. 그저 날씨가 더 나빠지지 않기만을 바라면서 천천히 자이언트 코즈웨이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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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자이언트 코즈웨이는 보자마자 감탄사가 터져 나오는 그런 곳은 아니다. 처음엔 대체 어디가, 그토록 유명하다는 거인의 둑길일까 싶어 잠깐 헤매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너무 빠른 실망은 금물이다. 좀 더 가까이 다가가 서면, 어째서 이 길을 거인이 만들었다고 하는지 금세 이해가 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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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 이제 조금씩, 그 신기한 육각형 돌기둥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마치 벌집처럼 생긴 육각형의 돌들이 여기저기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우리나라 말로는 '주상절리'라고 부른다. 그러니까 제주도 해안에서도 이 육각형 돌기둥들을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이언트 코즈웨이의 감흥이 덜한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육각형의 돌기둥들을 보고 있노라면, 어떻게 해서 이것들이, 이런 곳에 차곡차곡 쌓이게 되었는지 보면 볼수록 신기한 생각만 든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5000~6000만 년 전, 고대 화산 활동으로 인해 이런 지형이 생겨났다는 설명 대신 거인들이 이런 길을 만들었다고 믿었는지도 모른다. 이 길에 얽힌 전설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아일랜드에 살고 있던 거인이 스코틀랜드에 살고 있던 거인의 도전을 받아, 두 거인이 서로 만나기 위해 이 둑길을 만들었다는 전설이 내가 알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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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연하게(?) 이곳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이 신기한 모양의 돌기둥 더미를 보기 위해 수많은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는다. 그리고 나 역시, 이 돌기둥들을 찍기 위해 한동안 내내 시선을 아래로 향한 채로 걸었다. 처음 이곳에 들어섰을 땐 터져 나오지 않았던 감탄사가, 바닥을 보며 걸으면 걸을수록 자연스럽게 터져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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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치 누군가 일부러, 무너지지 않도록 잘 쌓아둔 연탄 더미 같다. 자연스럽게 생겨난 것이라고 믿기엔, 너무 곧고 바르게 쌓여 있다. 이런 곳을 찾을 때마다 느끼는 것은, 가장 화려하고 가장 놀랍고 가장 정교하며 가장 아름다운 것은 언제나 자연이 만든 것이라는 사실이다. 자이언트 코즈웨이에 서서, 다시 한 번 자연의 위대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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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기둥 사이에 생긴 이끼가, 묘한 색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 걷다 보면 저 돌기둥 사이에서, 어렵게 어렵게 피어난 풀과 꽃도 몇 송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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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이언트 코즈웨이에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이 little causeway, 그다음으로 보이는 것이 middle causeway, 마지막으로 보이는 것이 grand causeway이다. 처음에는 말 그대로 작고 둥근 돌멩이들이 많이 있고, 그다음으로는 그보다 좀 더 큰 돌들이, 그리고 마지막에는 크기도 크고 육각형 모양도 확실한 돌들이 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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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뒤쪽으로 갈수록 더 높이 솟아오른 돌기둥들을 볼 수 있다. 사람들은 그곳에 올라, 각자의 기념사진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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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grand causeway까지 다 둘러보고 내려오면, 이렇게 엄청난 높이의 주상절리를 볼 수 있다. 처음 little causeway로 들어섰을 때는 분명히 낮은 평지였는데, 우리가 언제 이렇게 높은 곳까지 올라왔던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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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여행안내서인 론리플래닛에서, 용감한 여행자라면 반드시 봐야 할 것 50가지를 선정했을 때, 자이언트 코즈웨이가 3위에 올라섰던 것이 기억이 난다. (1위는 짐바브웨, 잠비아에 있는 빅토리아 폭포였다.) 그때는 아일랜드에서 머물 계획이 없었던 때였기에, 내가 친구들과 함께 버스를 타고, 이곳에 오게 될 줄은 몰랐다. 막연하게, 그저 멀게만 느꼈던 곳에 이렇게 발을 딛고 있으니 묘한 기분이 든다. 기대했던 만큼, 참으로 즐거웠다는 생각을 하며 벨파스트 여행의 마지막 목적지로 가기 위하여 다시 버스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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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보통 로프 브릿지(Rope Bridge)라고 불리는 케릭 어 레데 로프 브릿지(Carrick-A-Rede Rope Bridge)이다. 자이언트 코즈웨이에서부터 버스를 타고 한 20~30분쯤 달리면 도착할 수 있다. 버스에서 내리니, 멋진 풍경이 눈앞에 펼쳐져 벌써부터 기대감에 들뜨게 된다. 저 절벽 끝 어딘가에 밧줄로 만들어진 다리가 있을 텐데 아직은 잘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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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프 브릿지는 육지와, 바위섬인 캐릭섬을 연결해놓은 밧줄로 만든 다리이다. 버스에서 내려 로프 브릿지까지 가려면 왕복 2km 정도를 걸어야 한다. 처음 자이언트 코즈웨이에 내렸을 땐, 날이 흐려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아주 잠깐 비가 흩날렸던 것 빼고는 더 이상 비가 내리지 않았다. 날은 덥지 않고, 비도 오지 않고, 게다가 뒤돌아 볼 때마다 눈앞에 펼쳐져 있는 풍경은 너무나 아름다워, 이런 곳에서 2km 정도 더 걷는 건 일도 아니라는 생각을 하며, 로프 브릿지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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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찔아찔한, 밧줄 다리를 건너기 위해 사람들은 열심히 걷는다. 가끔 생각하는 것이지만, 여행이란 어리석음을 스스로 선택하는 일 같다. 더 편한 길과 더 빠른 길이 있는데도 일부러 더 어렵고 더 먼 길을 선택하는 것. 다른 이들은 효율성과 능률을 따지느라 바쁜데, 이쪽에선 오히려 느림과 쉬어감을 선택하는 것. 그리고 아주 짧은 순간을 위하여 길고 긴 여정을 기꺼이 거쳐가는 것. 그것이 여행이고, 그렇기 때문에 많은 여행자들에게서는, 조금은 바보 같지만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여유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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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곳이 바로 우리가 건너게 될 로프 브릿지이다. 사실 좀 더 긴 다리를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다리가 너무 짧아서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고작해야 20m쯤 되어 보이는 이 다리를 두고 사람들이 그토록 스릴 있다느니, 무서워서 건널 수 없었다느니 하며 호들갑을 떨었던가, 생각하며 조금 실망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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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우습게도 막상 다리 위에 서니, 나 역시 조금은 무서워졌다. 친구의 기념사진을 찍어주고, 나의 기념사진을 찍는 동안 나도 모르게 가슴이 두근두근거린 것은 이 다리가 아슬아슬한 모습으로 절벽 한가운데에 걸쳐 있기 때문이다. 물론 좀 더 긴 다리였다면, 그 스릴이 더 크긴 했겠지만 이것으로도 나쁘지 않다. 그래서 훌쩍 이 다리를 건너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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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다음에는 아름다운 바다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지금까지 태평양과 지중해와 대서양을 바라본 적 있었다면, 이번에는 북대서양이다. 그 바다를 바라보고 앉아, 이곳까지 걸어오느라 지친 다리를 쉬게 해준다. 그리고 오늘의 여행을 즐거워하는 친구들과 이런저런 농담을 주고받노라면, 가끔은 혼자 하는 여행도 좋지만, 또 추억을 같이 만들 수 있는 친구들과의 여행도 참으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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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스가 떠나는 시간에 맞춰 처음 버스에서 내렸던 곳까지 걸어가야 했기에, 우리는 짧은 휴식을 끝내고 다시 다리를 건너, 방금 전 걸어왔던 길을 다시 열심히 걸었다. 그러다 슬쩍 뒤를 돌아보자, 바로 얼마 전의 나처럼 조심스레 로프 브릿지를 건너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모두에게 이 여행은 각자 다른 의미로 남겠지만, 그래도 어떤 식으로든 인생의 어떤, 좋았던 순간으로 기억되길 바라면서 나는, 다시 걸음을 옮겨 더블린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타러 갔다.

     

     

    INFORMATION

     

    Tip: 자이언트 코즈웨이를 개인적으로 가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보통은 투어 프로그램을 이용한다. 투어는 더블린에서 시작할 수도 있고, 벨파스트에서 시작할 수도 있다.
    이용한 투어 프로그램: 와일드로버
    홈페이지 : http://wildrovertours.com/
    전화번호: +353 (1) 284-55-60
    가격: 성인 65 euro, 학생 60 euro
    다양한 투어 프로그램이 있으니 직접 방문 후, 가격과 내용을 비교해 볼 것을 추천.

     

     

     

     

    arena

    '살면서 여행하기'를 모토로 좋아하는 축구를 좇아 세계 각국을 유랑했다. 축구 전문 미디어 '스포탈코리아'와 전문 잡지 '풋볼위클리'에서 객원 기자로 활동했으며 그 밖에도 다양한 미디어에 시민기자로서 투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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