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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와 역사의 화성기행

    홍대고양이 홍대고양이 2014.09.12

     

    가을, 문학과 역사의 도시로 떠나자!

     

     

    생물1

     

    아침저녁으로 바람이 서늘해졌다. 코스모스가 살랑거리고 잠자리가 노니는 계절이다. 절기가 바뀌면 마법같이 뺨에 닿는 바람의 느낌이 달라진다. 소슬한 바람이 느껴지니 분명 가을이다. 나들이하기 좋은 계절이 아닐 수 없다. 근교라도 나가서 고운 가을의 공기를 마시고 싶어졌다. 또한 책과 잘 어울리는 계절이니 문학적이면서도 역사적인 도시를 찾아보기로 했다. 그러자 떠오르는 도시가 화성이었다.

    조선의 성왕 중 한 분이신 정조가 아버지를 그리며 행차했던 화성. 정조의 흔적이 많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융건릉을 통해 조선왕조의 역사의 단면을 살펴볼 수 있고, 융건릉 곁에 있는 아담하고 아름다운 사찰 용주사에서 조선 후기 사찰 건축을 만나볼 수 있다. 근현대사의 아픈 흔적이 있기도 하다. 일제의 만행으로 고통당한 제암리도 화성에 있다.

    화성은 문학의 도시이기도 하다. 근대 문학가 노작 홍사용 선생의 뜻이 어린 홍사용 문학관을 들렀다가, 책이 사라지는 요즘 헌책을 사고파는 장이 열리는 곳을 찾기로 했다. 이름도 정겨운 고구마 헌책방을 들르기로 했다. 중간에 별미가 눈에 보이면 망설임 없이 멈춰 맛보고 온천으로 유명한 화성인만큼 온천에서 여행의 끝자락을 풀어놓기로 했다.

     

     

    화성기행, 알찬 하루 일정!

     

    1일 일정 : 노작문학관 - 융건릉 - 점심 - 용주사 - 제암리 기념관 - 고구마 헌책방 - 율암온천

     

    0 화성하루여행지

     

    화성의 관광지도 한 장을 펼치면 누구라도 쉽게 화성의 명소를 볼 수 있다. 화성의 볼거리가 은근 많아서 망설일 만큼 곳곳에 문화 역사적인 장소, 식물원 등이 눈에 띈다. 조금 빡빡하다 싶기도 하지만 부지런을 떨어 보기로 결심! 방문 스팟에서는 1시간~1시간 반 정도의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가늠하였다.

     

     

    책으로 채워진 문학공간, 노작 홍사용 문학관

     

    1 노작문학관

     

    문학인을 기리는 장소는 기념관 역할뿐만 아니라 지역주민들의 문화적 자양분이 되어준다. 시와 소설을 읽고 감수성을 키우고 사람들과의 연결고리를 만드는 소중한 장소다. 화성에 있는 노작 홍사용 문학관이 그렇다. 부처꽃이 핀 정원 옆에 아담한 건물이다. 노작 홍사용 선생은 ‘나는 왕이로소이다’를 쓴 작가다. 노작 홍사용 문학관은 근대 낭만주의 문학과 신극 운동을 이끈 노작 홍사용 선생의 업적을 알리고, 시민과 예술가들의 문화예술 활동을 위해 운영되고 있다.

     

     

    2 노작문학관 전시물

     

    2010년에 문을 연 이곳은 1~2층에 걸쳐 노작 선생의 일대기와 소품들을 볼 수 있도록 전시를 하고 있다. 근대 문학책의 한 구절을 찬찬히 소리 내어 읽어보는 맛이 좋다. 또한 노작 선생을 기리는 상을 받은 현대 작가들의 시가 붙어 있어, 오늘날의 시 한 구절을 읊는 묘미도 있다. 전시실 외에도 방들이 꽤 많다. 소규모 연극 공연과 강좌가 가능한 방들이 있어, 이곳이 화성시민들의 사랑을 담뿍 받는 문화공간임을 알 수 있다. 철따라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3 노작문학관 작은도서관

     

    무엇보다 사랑스러운 공간은 1층의 ‘작은도서관’이다. 2층으로 부드럽게 이어지는 계단이 있고 밝은 빛이 천장을 통해 후투툭 떨어지는 곳. 시집이며 내가 참으로 좋아하는 현대문학전집 등 한참 머물러 책을 읽고 싶은 욕구가 뭉클뭉클 생기는 곳이다. 어린 꼬마들도 조용히 앉아 책장을 넘긴다. 정주 공간 가까이 언제 찾아도 좋은 이런 공간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작은도서관의 책은 대출 가능하며 자원봉사도 할 수 있다고 하니 책을 좋아하는 이에게 참 멋진 공간이다.

     

     

    4 노작문학관 노노카페

     

    책 한 권 꺼내 읽는데 커피콩 가는 소리가 들린다. 이어 2층에 있는 ‘노노카페’에서 내려오는 커피 내음. 2층의 ‘노노까페’는 화성시 노인일자리 사업으로, 할머니 손맛으로 만들어진 커피와 팥빙수를 맛볼 수 있다. 조금 느리게 느껴질 수 있지만 정성스레 내려 주시는 커피 맛 좋다. 뽀얀 스팀밀크를 핥으며 잠시 테라스로 나가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을 마주하였다. 책과 커피, 부드러운 침묵이 있는 공간. 좋은 공간을 채우고 있는 오늘의 사람들의 모습이 평화로워 보였다.

     

     

    4-1 노작문학관 노노카페

     

    INFORMATION

    - 주소 : 경기도 화성시 노작로 206 / 화~일 9:00-18:00 / 관람료 무료
    - 전화 : 031-8015-0887
    - 노노카페 메뉴 : 아메리카노 1500, 카페라떼/카푸치노 2500, 마끼아또/녹차라떼 3000, 팥빙수 3000 등
    - 웹주소 : http://www.nojak.or.kr/services/front

     

     

    조선왕릉을 대표하는 세계문화유산, 융릉과 건릉

     

    5-1 세계문화유산

     

    노작 문학관에서 30여 분 거리에 융건릉이 있다. 사도세자(융릉)와 정조의 능(건릉)이다. 조선 왕조에서 가장 비극적인 세자와 조선 후기에 가장 찬란했던 부흥기를 이끈 왕이 한자리에 있다. 2009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융건릉은 왕릉이 잘 보존되어 있을 뿐 아니라 조선 후기 왕릉의 문화 예술적 양식을 대표한다. 다른 나라의 왕릉도 잘 남아있는 경우가 있지만 우리나라처럼 지금도 왕릉에 제사를 올리며 그 문화를 이어가는 예는 거의 없기에 세계문화유산이 되었다.

     

     

    5-2 융릉

     

    푸른 솔 내음이 가득한 길을 걸어 들어가자 봉긋하고 부드러운 능선이 보인다. 융릉이다. 융릉은 파란했던 조선 후기 당쟁의 희생양이었을지 모를 사도세자와, 그의 부인 혜경궁 홍씨의 합장묘다. 아버지 영조의 미움을 받아 뒤주에 갇혀 죽은 사도세자는 그의 아들 정조가 왕위에 오른 뒤 장헌 세자, 1899년에 의황제로 봉해졌고 혜경궁 홍씨도 의황후로 봉해졌다. 융릉은 원래 양주에 있었으나 이후 옮겨져 현륭원이라 불렸고 지금은 융릉이라 불리고 있다.

     

     

    6 융릉 석인-문인 무인 말

     

    융릉은 조선 후기 왕의 무덤을 장식한 석조물의 양식의 전형을 보여주는 예술적인 왕릉이다. 무덤의 석인들의 살아 움직일 듯한 생동감이 인상적이다. 고개를 푹 숙인 모습의 바위 상이 융릉에서는 당당하게 고개를 들고 있고 문인석은 금관을 쓰고 있는 등 융릉의 석인 조각은 여타 왕릉보다 매력적인 면모를 갖고 있다. 문인석과 무인석은 왕을 호위하고 있는, ‘근무 중’인 모습이다. 옆에 그들이 타고 움직이는 말의 다리가 곧게 펴져 있다. 언제라도 달리겠다는 긴장감의 표현이다.

     

     

    7 융릉 석등

     

    융릉에는 조선 전기의 팔각형과 숙종과 영조대에 나온 사각형 석등 양식이 더해진 새로운 양식의 석등이 있다. 또한 융릉에는 묘의 하단을 두르고 있는, 모란과 연꽃으로 장식된 병풍석이 있다. 결국 이러한 새로운 양식과 정교한 조각들은 융릉을 꾸민 정조의 뜻을 이은 것이다. 사후에라도 존귀하게 높여드리고 싶고, 아름답게 장식해드리고 싶었던 자식의 마음이 담겨있다. 차가운 돌이지만 그 돌을 아름답게 조각한 것은 따뜻하고 애절한 자식의 마음이라니, 뭉클했다.

     

     

    8 융릉 신도 어도

     

    융릉 좌우로 오른쪽에 비석과 왼쪽에 제를 올리기 위한 수라간이 있다. 제를 올리는 곳으로 신의 길과 그 옆에 왕의 길이 있다. 참고로 이 융릉이 있기에 화성행궁이 생겼다. 정조는 수원 팔달산에 왕이 궁궐을 나왔을 때 머무는 궁인 '행궁'을 마련했다. 여기서의 행궁이 바로 '화성행궁'인데 이는 정조가 융릉에 참배하고 귀성하는 길에 머물기 위한 궁이었다. 이 때 수원성의 원래 이름이 화성이었기에 '화성행궁'이라 불렀다. 화성행궁은 화성시가 아닌 수원시 장안구에 있다.

     

     

    9 건릉

     

    사도세자의 융릉을 보았으니 그 아들인 정조의 건릉을 볼까. 건릉은 조선의 성군, 정조와 효의왕후 김씨의 능이다. 정조는 숨을 거두면서 아버지 곁에 묻히길 바랐다. 정조는 조선의 왕이었지만 아버지의 사랑을 그리던 소박한 자식이기도 했다. 당시 현륭원 동쪽에 매장했으나 풍수상의 이유로 지금처럼 서쪽 언덕으로 이장되었다. 건릉은 융릉과 유사하다. 정조의 능은 병풍석을 두지 않고 난간석만 둔 것을 제외하고는 모든 석물 등이 융릉의 예에 맞춰 만들어졌다고 한다. 

     

     

    10 건릉 비석실

     

    건릉도 융릉과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모습이 닮았다. 이곳도 조선 후기의 석물 양식을 잘 보여주는 아름다운 왕릉이다. 석실이 두 개라 하는데 이는 정조와 왕후가 함께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 부부일심동체임을 죽어서도 드러내고 싶었던 것일까. 혼이 앉는 자리인 혼유석이 하나만 있다. 왕을 보필하는 문인과 무인들의 조각도 이전 왕릉보다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으며 세월에 마모되었지만 여전히 균형 잡힌 안정감이 느껴지는 모습을 보여 준다.

     

     

    11 융건릉 소나무

     

    융건릉 소나무에 얽힌 사연이 있다. 정조가 화성의 아버지 능을 방문했다가 능의 소나무 잎을 갉아먹는 송충이들을 본다. 정조는 송충이들마저 비명에 간 아버지를 괴롭힌다면서 송충이 한 마리를 이로 깨물어 죽였다고 한다. 그 이후로는 사도세자의 능 일대와 근처 용주사의 소나무에는 송충이들이 사라졌다고 한다. 전설이란 사실인지 아닌지 보다 진실이 무엇인지가 중요하다. 그런 전설이 남을 만큼 효심이 깊었던 정조의 마음이 남아있는 곳이라고 여기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12 융건릉 산책로

     

    왕릉을 호위하듯 짙푸르게 서 있는 소나무와 참나무 덕에 운치 있는 산책길이 이어진다. 평화로운 산책로와 기분 좋은 숲 그림자가 드리워진 공간이 있어 찾는 이가 많았다. 산책 삼아 발걸음을 천천히이었다. 함께 온 사람과 조선- 수백 년 전의 이야기 한 둘을 꺼내었다 넣어가면서 능 주변을 걸었다. 여름의 더위가 한풀 꺾이고 조용히 죽은 누군가의 묘 옆에 서 있자니 모든 것이 무상하다. 영화롭던 왕의 삶도, 피비린내 나던 사화도 모두 옛이야기다.

     

     

    13-1 융건릉 역사문화관

     

    가족들이 소풍 오는 이곳. 꼬마들이 우르르 역사문화관으로 들어가 옛이야기를 듣는다. 그 앞으로 어느 연인이 데이트 삼아 걷는다. 지금의 우리는 그렇게 조선의 옛이야기를 나누며 오늘 나들이의 즐거움을 이었다. 왕릉 산책의 시작점으로 돌아와 조금 더 걸으니 풍수 논리로 배치한 연못 곤신지가 마지막으로 기다리고 있다. 지나면 그뿐이네- 라고 할 수 있지만 지나면 그뿐일 지 모르고 모든 것이 무상해지니까 오늘도 우리 더 성실하고 단단하게, 그리고 아끼면서 살아야지 하면서 왕릉을 나섰다.

     

     

    13 융건릉 연못 곤신지

     

    INFORMATION

    - 주소 : 경기도 화성시 효행로 481번길 21(안녕동) / 화~일 9:00-18:30(9월~18:00)
    - 전화 : 031-222-0142 / 관람료 성인 1500원 / 주차가능 (80여대)
    - 웹주소 : http://hwaseong.cha.go.kr/n_hwaseong/index.html
    - 왕릉 출입은 평소 불가하며, 문화해설사분 등과 교육 참관 시 올라갈 수 있음(이 때 사진촬영 가능)

     

     

    화성시 융건릉 앞, 진옥화 닭 한 마리 칼국수

     

    15 진옥화 닭 한마리 칼국수

     

    벌써 식사 때다. 살짝 땀이 날 정도로 왕릉을 걸어 돌아보아서 그럴까. 허기진 눈에 들어온 집으로 향했다. 오늘은 굵은 대파 줄기 정도 넣어서 맑게 삶은 닭 한 마리를 먹기로 했다. 융건릉 바로 앞에 닭 한 마리 먹기 좋은 집이 있다기에 발걸음을 옮겼다. ‘진옥화 닭 한 마리 칼국수’. 찾기 쉽고 주차 편했다. 공간이 넓다. 가족단위의 방문객이 많다.

    단출한 메뉴라 고민할 것 없이 둘이서 닭 한 마리를 주문하니 양은 그릇에 맑은 육수와 감자, 대파, 조그마한 닭 한 마리를 넣어서 바로 불 위에 올려 준다. 감자나 떡, 칼국수 사리는 원하는 대로 추가 주문하면 된다. 공깃밥도 따로다. 찬은 김치 하나. 부글부글 국물이 끓고 닭 익는 냄새가 퍼진다. 후끈한 열기가 탁자 주변을 맴돈다. 들썩이는 뚜껑을 열고 한소끔 끓어오른 국물의 기름기를 걷어내고, 잘 익은 닭고기 한 토막을 꺼낸다. 모락모락 올라오는 훈김에 입맛이 돈다.

     

     

    16 진옥화 닭 양념

     

    INFORMATION

    - 상호 : 진옥화 닭 한마리 칼국수 / 주차가능
    - 주소 : 경기도 화성시 안녕동 186-74
    - 전화 : 031-222-4030
    - 메뉴 : 닭한마리 18000, 반마리 9000, 국수사리 2000, 감자사리 2000, 떡사리 1000, 밥 1000, 주류 3000, 음료수 1000

     

     

    조선 후기 사찰건축문화가 담긴 용주사

     

    17 용주사 천보루

     

    산책하면서 고즈넉한 시간을 보내기에 절 만큼 좋은 곳이 없다. 절에 오면 좋은 몇 가지가 있다. 바람 소리를 타고 울리는 풍경소리. 때때로 울리는 범종 소리. 금속성 음색이 날카롭지 않게 느껴진다. 늙은 나무 사이에 있어서 그런지 모른다. 오늘 찾은 용주사는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절이다. 정조의 효심 덕이었다. 신라 때 창건된 불사는 폐사 후 정조가 사도세자의 능을 화산으로 옮기며 다시 지어졌다. 그래서 융건릉과 용주사는 지척이다. 용주사는 융릉을 위한 절이기에.

     

     

    18 용주사 광목천왕

     

    절의 입구에 광목천왕이 용을 잡고 있다. 용이 유난히 눈에 들어오는 것은 ‘용’주사이기 때문이다. 이 절은 정조가 용이 여의주를 물고 승천하였다는 꿈을 꾸었기에 '용주사'라 이름 하였다. 아버지를 향한 정조의 부정이 담긴 절에서 불심과 효심을 느껴볼 수 있다. 이 절은 조선후기 능사의 건축면모를 살펴볼 수 있으며 18세기 대웅보전의 전형적 모습을 볼 수 있고 여기에 관청 건축에 쓰이는 기단과 이중초석의 특징을 살펴 볼 수 있어, 조선 후기 건축문화를 엿볼 수 있다.

     

     

    19 용주사 대웅전

     

    용주사가 건립된 조선 정조 14년, 1790년 지어진 천보루를 지나면 대웅보전이다. 목탁 소리가 들린다. 대웅전의 간판은 정조가 직접 썼다고 한다. 대웅전 내의, 화성 용주사의 삼존불좌상은 꼭 보았으면 하는 걸작이다. '용주사 대웅보전 목조삼세불좌상'. 전라도와 강원도 등에서 이름을 떨치던 조각승이 힘을 모아 빚어낸 작품으로, 조선 후기 불교 조각사에 있어 손꼽히는 걸작이다. 시도 유형문화재 214호이다. 이런 불상을 보면 세상의 문화가 저 한 몸에 담겨있구나 싶다.

     

     

    20 용주사 회양목

     

    정조의 손길이 곳곳에 느껴진다. 대웅전을 오르는 계단에 조그만 비석. 용주사에 있던 특별한 나무의 흔적이다. 4~5m 크기의 회양목 한 그루였는데 느티나무처럼 우람하거나 하지 않지만 역사적인 무게는 대단했다고 한다. 조선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의 능을 화성으로 옮기면서 용주사를 지었는데, 이 때 직접 심은 나무였다. 회양목 중에서는 제법 큰 편이었고 천연기념물 264호로 지정되어 있을 만큼 가치 있는 나무였다고. 지금은 말라죽어 비석 하나만 쓸쓸히 남아있다.  

     

     

    21 용주사 범종

     

    대웅전 왼편에 특별한 종이 있다. 용주사의 동종은 국보 120호다. 무게가 1.5톤에 달한다고 하니 그 소리는 지축을 멀리까지 울릴 것이다. 용주사가 정조가 승천하는 용꿈을 꾸고 지은 만큼, 용주사의 범종은 용무늬가 정교하게 조각되어 있어 이 절에 잘 어울린다. 불국토를 대표하는 꽃인 연꽃이 있고 하늘을 향하는 비천상과 삼존상이 구름을 타고 나는 아름다운 모습이 아로새겨져 있다. 신라 때의 양식을 가진 고려 초기의 범종이라 하니 역사적 가치가 크다. 

     

     

    22-1 용주사

     

    INFORMATION

    - 주소 : 경기도 화성시 송산동 188
    - 전화 : 031-234-0040 / 주차 : 공용주차장 무료/ 입장료 : 어른 1500원/청소년1000원/어린이700원(화성시민 무료)
    - 웹주소 : http://www.yongjoosa.or.kr/

     

     

    슬픈 역사의 현장, 제암리 3.1운동 순국기념관

     

    23 제암리 3.1운동 순국기념관

     

    융건릉과 용주사를 지나 하루의 열기가 가장 뜨거울 무렵,  제암리 3.1운동 순국기념관을 찾았다. 일정이 부담스러울까봐 그냥 지나칠까 하다가 짧아도 들러야겠다고 여겼다. 이제는 아스라한 중고등학교 국사책의 내용. 하지만 ‘제암리’라는 이름은 기억하고 있다. 일제의 만행은 꼽기도 버거울 만큼 많았지만 한마을을 다 태워버린 제암리의 사건은 뇌리에서 잊지 않고 있다. 이곳은 융건릉에서 1 시간여 거리이며, 다음 목적지인 책방으로 가는 길이니 들르기도 편하다.

     

     

    24 제암리 3.1운동  기념탑

     

    3.1운동 순국기념탑이 서 있는, 곱게 가꾸어진 기념관 뜰은 고요하다. 뜰 너머에 기념관이 있다. 이곳엔 제암리관(제1전시실)과 경기/전국관(제2전시관)으로 꾸며져 있는 제암리 3.1운동 순국기념관을 비롯하여 제암교회, 교회사택, 23인 상징 조각물과 23인 순국묘지, 3.1정신 교육관 등이 자리하고 있다.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보아도 좋다. 제암리 기념관의 문화유산 해설사는 일어가 가능하신 분이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뿐 아니라 일본인들도 이 역사를 알았으면 좋겠다.

     

     

    25

     

    제암리 사건은 정확히 ‘제암리/고주리 사건’으로, 발안 장날에 화성 주민들이 3.1 독립 만세운동을 한 것에 대한 일제의 보복 응징이었다. 당시 헌병 등의 검거반은 이 지역에서 독립운동를 벌인 마을을 습격해 불태우고 시위 주모자를 잡아들였다. 검거반은 수촌리의 가옥 42호 중 38호를 불태웠다. 이어 기독교인과 천도교인을 축으로 격렬한 만세운동을 계속하자 일제는 제암리 교회에 독립운동을 이끈 종교 지도자를 소집시켜 퇴로를 차단하고 방화했고, 23명을 살해했다.

     

     

    26 제암리 23인 순국묘지

     

    23인 순국 묘지의 열사들은 이 마을의 할아버지이자 아버지, 어머니, 아들, 딸들이었을 테니 지금 살고 있는 마을 사람들과도 피로 이어져 있을 것이다. 순국 묘지에서 내려다보이는 오늘의 제암리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맑고 평화로운 얼굴이다. 그 풍경을 보는데 전시실 한 켠에 적혀 있던 ‘용서하되 잊지는 말자’라는 문구가 다시 한 번 가슴속을 쓸고 지나간다. 지난 역사에 피로 얼룩진 안타까운 일들이 있었음을 잊지 않고 있어야 그러한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다.

     

     

    26-1 제암리 전경

     

    INFORMATION

    - 주소 : 경기도 화성시 향남읍 제암길 50 / 9:00-18:00(1월 1일, 설날, 추석, 매주 월요일 휴무)
    - 전화 : 031-369-1663 / 무료주차 가능 / 입장료 무료
    - 웹주소 : http://jeamri.hsuco.or.kr/intro/index.htm

     

     

    책으로 지은 문화 공간, 고구마 헌책방

     

    27 고구마헌책방

     

    슬픈 역사를 뒤로하고 더 화성의 남쪽으로 향했다. 저녁으로 달려가는 시간, 붉게 물드는 석양의 꼬리를 잡고 찾아들기 좋은 곳이 있다. 제암리 기념관에서 20여 분 거리다. 화성시에 있는 독특한 문화공간, 고구마 헌책방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헌책을 사고 판다. 건물 한 채가 전부 책이다. LP판이 지직 거리며 돌아가며 향수 어린 곡들을 풀어놓고, 고서와 희귀본 책들이 잉크 냄새를 품고 놓여 있는 고구마 헌책방은 그 자체가 시간을 박제해 놓은 문화공간이다.

     

     

    28 고구마헌책방2

     

    헌책방 1층 북카페에서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책을 펼쳐 보기. 헙수룩 늙어 보이는 책들의 지혜가 한가득인 헌책방은 도서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2층에 걸쳐 각종 교양서적, 문화예술서적, 경영경제서, 만화책, 학습지, 외국서적, 잡지, 과학서적 등 분류하기도 만만치 않은 어마어마한 책이 꽂혀 있다. 최근의 서지번호 분류로 되어 있지는 않지만 분야별로 나누어져 있어 천천히 보며 마음에 드는 책을 골라보면 된다. LP며 시절 지난 비디오도 있어 과거로 온 듯하다.

     

     

    30 고구마헌책방 까페

     

    책을 사고 떠나려 하는데 고구마 헌책방 주인장 아저씨가 카페에서 쉬다 가라며 커피라도 한잔하고 가라고 하신다. LP 플레이어에서는 마이클잭슨의 곡이 보스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고 있다. 서태지며 조용필의 옛 LP가 흘러나오는 공간, 얼마 만의 LP 음악소리인가 싶어 나도 모르게 소파에 앉았다. 흥얼흥얼 마이클잭슨 노래를 따라 하며 이 헌책방을 지키는 고양이와 인사했다. 과거의 책이 살아 숨 쉬며 새 주인을 기다리는 이곳, 사라지지 말았으면 좋겠다 하고 바랐다.

     

     

    30-1 고구마헌책방 고양이

     

    INFORMATION

    - 주소 : 경기도 화성시 팔탄면 버들로 1552 (팔탄면 월문리 223) : 10:00-21:00(변동 가능)
    - 전화 : 031-8059-6096 / 책 카드 결제 가능(책마다 가격 상이) / 카페는 공간만 운영(음료 메뉴 팔지 않음)
    - 웹주소 : http://www.goguma.co.kr/

     

     

    온천의 도시 화성, 율암온천숯가마 테마파크

     

    31 율암온천

     

    화성 여행의 마무리로 지친 몸과 마음을 풀어주는 온천이 제격이다. 화성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온천지구 중 하나다. 화성의 율암온천숯가마 테마파크는 화성군에서 공식적으로 온천 허가를 받은 제1호 온천이다. 뜨끈한 온천뿐만 아니라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숯가마와 족욕탕이 있어 찜질방 문화를 좋아한다면 마음에 들 만한 곳이다. 이런저런 간식 사 먹으면서 수건으로 양머리 만들어서 쉬는 즐거운 힐링 시간이 될 것이다.

     

     

    32 율암온천 실내

     

    옛날부터 율암온천 인근 연못에서는 자연적으로 온천수가 흘렀다고 한다. 온천수는 온도가 높기에 지층에 있는 광물질이 차가운 지하수 보다 많이 녹아 있다. 그래서 보통의 지하수에 비해 온천수는 피부질환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율암온천수에 들어갔다 나오니 온몸이 미끌대는 기분이다. 온천수는 약염기성, 즉 알칼리성이기 때문이다. 알칼리성은 단백질을 녹이는 성질이 있어, 알칼리성 온천수가 닿으면 피부가 미끌미끌하게 느껴진다. 비누는 알칼리성이라서 피부의 단백질을 살짝 녹이기에 미끈거리게 느껴지는 것과 같다.

     

     

    34 율암온천 야외

     

    뜨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반 시간 정도만 있어도 팽팽했던 긴장감이 풀어진다. 금세 온몸이 따뜻해지면서 몸이 이완되어 부드러워진다. 율암온천숯가마는 야외 온천탕도 있으니 낮에 훈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야외 온천을 즐기는 것도 묘미다. 화성의 여러 곳을 둘러보느라 늦게 들어와 문 닫는 시간까지 머물렀는데, 흐르는 시간이 아쉬울 만큼 뜨끈한 온천욕은 정말 즐거웠다. 간만에 매끈해진 피부는 빛나는 듯한 기분까지 들었다!

     

     

    34-1 율암온천 실내사우나

     

    INFORMATION

    - 주소 : 경기도 화성시 팔탄면 율암리 842-8 / 6:00-21:00(입장마감 20:00) (숯가마는 7:00~20:00)
    - 전화 : 031-354-7400 / 무료주차 / 입욕료 : 어른 7000원/소인 5000원(숯가마 이용 시 어른 10000원/소인 6000원)
    - 웹주소 : http://www.yulam.co.kr/

     

     

    화성맛집: 율암온천 앞 전주가마솥순두부

     

    37 전주가마솥순두부 해물순두부

     

    온천이 문 닫는 시간까지 있다 보니 저녁밥 때가 많이 늦어졌다. 늦은 시간이지만 밥은 꼭 챙겨 먹어야지! 하면서 온천을 나오자 순두부집이 보였다. 콩으로 만든 음식, 두부며 순두부, 청국장 등은 모두 좋아한다. 특히 두부를 좋아하는지라 망설임 없이 들어갔다. 문 닫는 시간이 가까워오는 때라 사람이 거의 없다. 100% 국산콩으로 만든 두부를 쓰는 집이라 한다. 영양돌솥밥은 시간이 좀 걸린다기에 두부집에서 대표로 내는 해물순두부와 콩비지찌개를 주문했다.

    보글보글 끓는 순두부찌개. 보통 마트의 순두부보다 입자가 굵고 진하고 고소한 맛이 난다. 재래식 손두부는 마트의 두부보다 진하게 느껴진다. 대체로 마트 두부는 콩기름을 짜고 남은 대두박으로 만든 두부고 재래식 두부는 콩 전체를 쓴다. 그러니 재래 두부에 지방성분과 단백질 성분이 더 많고 그러니 맛이 더 진하고 고소하다. 콩 전체를 쓰면 두부에도 지방 성분이 의외로 많다. 만드는 과정까지는 묻지 않았으나 보통의 순두부보다 실하고 묵직한 맛이 좋았다. 
      

     

    38 전주가마솥순두부 콩비지

     

    콩비지찌개는 은근 얼큰하다. 밥 위에 얹어 슥슥 비벼 먹으니 밥도둑이 따로 없다. 온천욕을 하고 노곤해진 몸이라 얼른 누워 쿨쿨 자고 싶었는데, 이 맛있는 야참을 놓쳤으면 정말 아쉬웠겠다. 늦은 시간이지만 든든하게 밥 한 끼 잘 먹었다는 뿌듯한 포만감으로 늦은 밤을 채웠다. 부지런히 다녔던 화성에서의 하루. 알찬 하루 여행을 했다.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면 서울과 1시간 거리니 서울서 부담 없이 근교 나들이하기 좋은 화성. 왕릉도 온천도 다시 와야지 했다. 

     

     

    38-1 전주가마솥순두부 콩비지2

     

    INFORMATION

    - 상호 : 전주가마솥순두부  / 무료주차가능
    - 주소 : 경기도 화성시 팔탄면 율암리 838-2 / 영업 ~ 21:30
    - 전화 : 031-353-4028
    - 메뉴 : 해물/굴순두부 6000, 콩비지 6000, 굴돌솥밥+해물순두부 10000, 공깃밥 1000, 백두부 4000, 흑두부 5000
      

     

    ※ 취재: Get About 트래블웹진

     

     

    홍대고양이

    동아사이언스 과학기자, 웹진과학전문기자, 아트센터 객원기자, 경기여행지식인단으로 활동. 지금 하나투어 겟어바웃의 글짓는 여행자이자 소믈리에로 막걸리 빚는 술사랑 여행자. 손그림, 사진, 글로 여행지의 낭만 정보를 전하는 감성 여행자. http://mahastha.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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