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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닳고 닳은 여행자의 첫사랑, 라오스

    초이Choi 초이Choi 2014.10.06

      

    나의 첫 여행지, 첫 설렘.오스

     

     

    1.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곳, 루앙프라방

     

    가장 좋았던 도시가 어디야? 지금은 페루 쿠스코이지만 남미에 가기 전까지는 늘 루앙프라방이라고 대답했어요.

    루앙프라방은 태국 북쪽 끝에서 초등학교 의자를 다닥다닥 붙여놓은 슬로 보트를 타고 1박2일을 가면 도착하는 라오스의 북부 도시랍니다.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문화유산이에요. 슬로 보트를 타고 하루를 꼬박 가면 중간에 잠깐 빡멩이라는 곳에서 1박을 해야 해요. 라오스로 가는 누구나가 거쳐야 하는 곳이니까 배가 도착할 시각이 되면 온 마을 사람들이 앞다투어 나와 웰컴을 외치며 환영을 합니다. 마을에는 테이크아웃 커피점도 있는데 비닐봉지에 커피와 빨대를 담고 노란 고무줄로 칭칭 동여매줘요. 이렇게 진하고 맛난 커피는 인근의 알아주는 커피 원두 원산지인 베트남의 것인가 했더니 그냥 네스카페 가루를 탄 것이에요.(웃음) 배가 도착할 때 껑충껑충 뛰며 환영해주던 개들이 배가 떠날 때에도 안 보일 때까지 따라오며 인사를 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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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빡멩. 라오스 루아프라방으로 가는 중간 작은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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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앙프라방은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곳이에요. 가만히 물놀이하는 아이들을 구경하다 해가 지면 아, 오늘 또 하루가 갔구나 합니다.
    야시장에는 한 땀 한 땀 바느질로 만든 손인형을 가져다 팔면서 영어도 모르고 달러도 모르던 고산족 할머니가 있어요.
    여자와 닿으면 그간 쌓은 공덕이 다 달아난다며 한 뼘어치나 떨어져 질문을 해대던 꼬마 승려들도 있어요.
    아침 탁발에 '어제 나야, 약속 지키러 왔어'하고 사탕을 잔뜩 담아주면 좋아라 입꼬리가 올라가면서도 꾹 참고 지나던 그들이에요.

     

     

    2. 서양인들의 놀이터, 방비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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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앙프라방을 떠나 미니밴에 몸을 구겨 넣고 구불구불 산길을 5시간쯤 달리면 방비엥이 나와요. 미술 교과서에서나 보았던 수묵화처럼 높은 돌산들이 구름을 허리에 끼고 서있어요. 우기의 방비엥은 튜빙이든 카약킹이든 물놀이를 하기에 위험한 듯도 하지만 서양에서 온 친구들은 별로 개의치 않나봐요. 아침부터 밤까지 총천연색 선글라스을 끼고 수영복을 입고 쿵쾅 거리는 클럽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다이빙을 해요. 하루 종일 프렌즈가 돌아가는 푹 퍼지는 카페, 바스켓 가득 담아 주는 칵테일, 비키니 입은 언니들의 진흙 레슬링, 어디에도 라오스는 없네요. 못내 불편하여 얼른 자리를 피해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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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비엥의 마을

     

    방비엥에는 라오스 남자와 결혼한 한국 여자 사장님이 운영하는 여행 에이전시가 있어요. 투어를 신청하면 시골길을 따라 걷거나 동네 구경을 하게 돼요. 아이들이 맨발로 페트병에 나무젓가락을 꽂아 바퀴가 돌돌 돌아가게 만든 장난감 차를 끌고 다녀요. 그리고 이곳엔 어느새 서양인의 놀이터가 되어 버린 방비엥을 안타까워하며 라오스를 지키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관광수입보다 자존심이 우선인 사람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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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오스가 사람만 좋으냐 하면 그렇지 않아요. 진한 커피와 크루아상은 어딜 가나 나오구요. 맥주 맛을 모르는 저도 라오비어를 매일 마실 수 있답니다. 다 읽은 책을 가져다주면 다른 책으로 바꿔주던 헌 책방도 있어요. 몇 달을 머물러도 읽을 책이 떨어지지 않아요. 볏짚으로 겨우 네 벽만 세워놓은 방갈로에 매트리스 하나 던져놓은 방은 하루에 5백원이었어요. 곤란해하면 가격이 더 내려가기도 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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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는 저가항공으로 치앙마이도, 비엔티안도  2-30만원대에 갈 수 있더라구요. 접근이 쉬워진 만큼 낯선 매력은 예전보다 덜 하겠지만 좋은 계절에 딱 5일만 휴가가 생긴다면 다시 가서 첫 배낭여행을 그대로 복기해보고 싶어요. 강가의 그 숙소에서 묵고, 그 빵집에서 커피를 마시고, 그 책방에서 책을 바꿔 보고......
    매일 동전을 세고 정성 들여 일기를 쓰고, 순진했던 나만큼이나 순수했던 나의 첫 여행지.
    누구에게나 의미 있는 첫 배낭여행지가 저에게는 라오스였답니다.

     

     

    INFORMATION

     

    라오스 여행 TIP

     항공편

    진에어 (http://www.jinair.com/) : 인천- 비엔티안 주 4회 운항
    라오항공(http://www.laoairlines.co.kr/main/main.html) : 인천- 비엔티안 매일 운항, 비엔티안- 루앙프라방 매일 8회 운항 

    ▷ 보트편

    훼이싸이- 슬로 보트 1박2일/스피드보트 7시간- 빡멩 1박- 루앙프라방
    라오스 비엔티안- 루앙프라방 버스 9시간

    ▷ 방비엥 한인 여행 에이전시  

    폰트래블(http://www.laokim.com/)

     

     

    초이Choi

    '여자 혼자 여행하기란 지독히도 외롭고 고단한 일이다. 삶이라고 다르겠는가.' 미스초이 혹은 초이상. 글 쓰고 라디오 듣고 커피 내리고 사진 찍어요. 두 냥이와 삽니다:-) 남미에서 아프리카까지 100개의 도시 이야기 '언니는 여행중', 혼자 사는 여자의 그림일기 '언니는 오늘' 운영중 http://susiediamond.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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