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포천 명성산의 은빛 물결,

억새의 향연을 만나다 

가을이 성큼 찾아왔다. 가을은 스치듯 왔다가 소리 없이 지나가므로 이 시기를 놓칠까 두려워 축제로 가는 투어를 얼른 신청했다. 이번에 내가 정한 곳은 경기도 포천에 있는 명성산 산자락에서 열리는 억새꽃 축제. 나는 국내여행 전문업체의 상품을 이용해 투어버스에 올라탔다. 젊은 사람들은 별로 없었고, 등산을 하기 위해 어른분들이 많이 계셨다.

서울에서 동북으로 84㎞, 운천에서 약 4㎞ 거리에 위치한 명성산은 산자락에 산정호수를 끼고 있어 등산과 호수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산이다. 정상 부근은 완만한 경사를 이룬 억새풀밭지대로 10월이면 산정호수의 잔잔한 물빛과 정상 부근 드넓은 초원의 억새풀이 어우러져 늦가을의 정취를 한껏 더한다.
태봉국을 세운 궁예가 망국의 슬픔으로 이 산에서 통곡을 하자 산도 따라 울었다 하여 '울 명(鳴)', '소리 성(聲)'자를 붙여 명성산으로 불리게 되었다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오전 7시 출발로 약 1시간 30분을 버스로 달려 명성산 등산로 입구에 도착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약 6시간 30분. 사람들이 더 붐비기 전에 서둘러 억새를 보기 위해서 등산로를 오르기 시작했다.
출발 전에 사전 정보를 제대로 습득하지 않고 갔던 나는 가벼운 트래킹 정도라는 거짓말을 믿고 제대로 된 등산 복장을 갖추지 않고 갔다. 하지만 산은 꽤나 가파르고 돌이 많아서 나중에 후회를 많이 했다. 명성산 억새를 즐기기 위해서 꼭 등산화와 간편한 복장(트레이닝복, 등산복)을 갖추고 갈 것을 추천한다.
명성산에서 억새꽃 군락지로 가는 데에는 약 2시간 정도가 소요되며, 나는 총 3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되었다.(왕복)

▲ 가을을 알리는 단풍나무들

산에 가면 계절감을 가장 빠르고 쉽게 느낄 수 있다. 계절의 변화를 자연이 가장 먼저 알아차리고 반응한다. 붉게 물든 단풍나무들을 보니 가슴이 터질 듯이 설렜다. 아침 일찍 산을 오를 때 가장 좋은 점은 햇볕의 강렬함을 시원한 바람과 맑은 공기가 가려준다는 점이다.

억새꽃 군락지로 가는 길의 중간 즈음에 등룡폭포를 만날 수 있다. 규모가 크진 않지만 산의 나무들과 어울려 장관을 이루었다. 실제로 명성산의 손꼽히는 포토존으로도 유명하다. 

등산을 하기 전 든든하게 아침을 챙겨 먹고 올라가야 한다. 나는 준비했던 주먹밥을 산행 중에 먹었다. 억새꽃 축제이지만 억새만 가득할 뿐 음식을 따로 구입할 수 없으므로 배를 든든히 채워야 할 것이다. 한참을 걷다가 힘들어질쯤에 억새꽃 군락지가 나온다. 처음에 억새풀밭을 보았을 때를 잊을 수 없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넓고 크게 억새가 흩날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햇살에 비쳐 억새가 하얗게 설탕을 뿌려놓은 듯 흩날리는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흔히 억새와 갈대를 구분하지 못하는데 가장 큰 차이는 자라는 장소이라고 생각한다. 억새는 산과 들에서 자라고 갈대는 습지나 강가에서 자란다. 억새가 갈대보다 더 예쁜 이유는 햇살에 비칠 때 반짝이는 은빛 때문이다.

나는 오랜 시간 등산으로 너무 피로해서 억새밭 위로 더 높이 올라가지는 않았지만 실제로 가보면 억새가 얼마나 드넓게 자라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등산은 힘들지만 노력 끝에 얻은 눈앞에 펼쳐진 장관이 힘든 마음을 싹 가시게 한다.
억새꽃 군락지까지의 등산이 힘들었던 이유는 등룡폭포를 기점으로 급격히 가팔라지기 시작하더니 평평한 경사가 전혀 나오지 않기 때문이었다. 호흡을 일정하게 내쉬며 급하게 오르지 말고 일찍 출발하여 천천히 여유를 갖고 올라야 한다.

연인과, 아이와 함께 산정호수 걷기 

명성산 입구에는 산정호수가 있다. 크기는 꽤 크다. 호수를 한 바퀴 돌려면 족히 1시간은 걸린다고 봐야 한다. 억새꽃 축제를 가는 길과는 확연히 다르게 아이를 데리고, 애인과 함께 걷는 사람들이 많았다. 오리배를 타는 사람, 수상보트를 즐기는 사람들도 보였다. 햇살이 꽤나 따갑기 때문에 모자나 선글라스를 준비한다면 더 좋은 둘레길 산책이 되겠다. 명성산은 궁예가 죽기 전 떠돌이 생활을 하던 당시 머물던 곳이라고 한다. 그래서 궁예와 관련된 행사도 하고 있었다. 호수를 거닐다가 궁예 동상을 발견하기도 했다.

호수에서 보는 명성산의 모습도 참 멋있다. 돌산의 아름다움에 대해 알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것의 흡입력은 어마어마하다.

둘레길을 걷다 보면 허브 베이커리까페가 나온다. 나는 시간상 여유가 없어 까페에서 차 한잔해보지 못한게 너무 아쉬웠다. 까페가 꽃집처럼 되어있어 분위기도 좋고 평화로워 보였다. 가격도 비싸지 않고, 서울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이색적인 곳이니 여유가 있다면 꼭 차 한잔할 것을 추천한다.

INFORMATION

명성산 소재지 : 경기도 포천시 영북면 산정리
산 높이 : 해발922.6m
이용문의 : 031)538-3341/ 031)538-2343 산림경영담당
인근 관광지 : 산정호수, 약사동계곡, 백운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