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속에서 과거를 보존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시라카와고白川郷
유네스코에서는 보존 가치가 있는 곳들을 지정해서 문화유산으로 선정하곤 한다. 이 타이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기적 사찰에서 합격점을 받아야 하며 그 사찰이 꽤 까다롭다는 이야기를 들은 뒤부터는 더 경건한 마음을 유지하게 됐다.
그야말로 산속 깊고 깊은 곳에 존재하는 마을 시라카와고에 도착했을 때, 이곳이 1993년부터 그 타이틀을 거머쥐고 놓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대단하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마을에는 실제로 사람들이 자신들의 옛 생활방식을 유지하면서 현대를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은 혹독한 추위에 예부터 밀교의 수행지로 극히 제한된 사람들에게만 알려졌던 곳이다. 역사에 등장한 것이 12세기 중반쯤의 일이라고 하니 얼마나 꽁꽁 숨어 있던 곳인지 알 법하다.
갓쇼즈쿠리合掌造라는 독특한 양식의 지붕을 가진 집들이 마을의 곳곳에 흩어져 고요한 산속 마을의 고즈넉한 풍경을 자아낸다. 지붕의 경우 눈의 무게에 가장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가파르게 지어진 것으로 보이며 3-40년에 한 번씩은 갈아줘야 하는데 이 작업에만도 이틀 이상이 걸린다고 한다.
다시 한동안 잊힌 듯했다가 에도시대부터 본격적으로 역사상에 드러나기 시작했으며 지리적 위치의 특성상 벼농사를 지을 수 없었으므로 메밀, 콩 등의 대체작물로 끼니를 이었다고 한다. 이곳의 특산품으로는 종이, 화약, 양잠업에 사용되는 누에와 생사가 있었다. 중요 문화재로 지정된 와다가로 들어가면 이곳 주택의 구조를 제대로 돌아볼 수 있다.
집안 곳곳의 화로나 크고 넓은 다락을 돌아보고 있노라면 이곳이 로맨틱하게 느껴지지만 혹독한 겨울의 추위를 이곳에서 웅크리고 지내야 한다고 생각하니 그 과거를 최대한 보존하며 현대의 삶을 꾸려가려고 애쓰는 이곳 주민들의 노력에 감탄하게 된다.
INFORMATION
와다가 和田家
주소: 岐阜県大野郡白川村荻町997
전화번호: +81 576 96 1058
운영시간: 09:00-17:00
입장료: 300엔
경작지와 주택이 결합된 구조로 만들어져 개방형으로 지어진 집들 사이사이를 거닐면 아름다운 마을의 모습에 자꾸만 카메라 셔터를 누르게 된다.
출출한 위장을 감지하고 들어간 식당에서는 기후현 특유의 된장인 호바미소 소스 버섯구이, 산속답게 생물을 구하기 힘들 테니 절인 생선, 깔끔한 맛이 좋았던 소바를 맛볼 수 있었다. 정말 다 밥도둑이어서 밥알 한 톨 남기지 않고 싹싹 긁어먹었다. 부른 배를 뚜드리며 나와서 마을 산책에 나섰다.
INFORMATION
이로리 いろり
주소: 시라카와고 마을 초입에 위치
전화번호: +81 576 96 1737
운영시간: 10:00-15:00
가격: 800엔~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모습을 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허락하지 않아 그 모습을 보지 못 했다. 혹시 이곳을 방문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사람이라면 버스 시간과 전망대를 잇는 셔틀버스의 시간 등을 잘 계산해서 가는 것이 좋겠다.
갓쇼즈쿠리의 뾰족뾰족한 지붕들 너머로는 이미 눈으로 뒤덮인 새하얀 설산이 보였다. 다음에 다시 올 때는 꼭 겨울에 와서 눈이 소복이 덮인 마을의 모습을 전망대에서 내려다보겠다고 결심했던 순간이었다. 아마도 그때는 민박집에 숙박하면서 지금보다는 조금 더 깊숙이 이 마을에서 사는 것에 대한 느낌을 느껴보고 싶다는 소망과 함께.
※ 취재 : Get About 트래블웹진
글 쓰기, 사진 찍기, 낯선 사람에게 말 걸기, 길 잃어버리기, 여행 다니기, 맛있는 음식, 와인, 달콤한 것들, 홀짝일 수 있는 세상의 모든 차, 책 읽기를 무지하게 좋아하는 아주 보통의 지구인. blog_ http://peanutsholic.blog.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