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로는 다소 이른 7월 12일에 2박 3일 일정으로 강원도 양양에 다녀왔다.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기 전, 게다가 비오는 일요일에 출발한지라 도로는 한가한 편이었다.
서울에서 출발... 44번 국도를 타고
양평~홍천~인제~한계령~오색약수터를 거쳐 양양에 이르는 코스를 잡았다.
신촌에서 설악산 국립공원 오색약수터 인근 숙소까지 약 200km (새로 난 경춘고속도로를 이용하지 않고)
차로 3시간 가량 걸리는 여행이었다.
본격 휴가철이 시작되면 경춘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게 나을 법하지만,
통행료도 아끼고 경치도 구경할 겸 44번 국도로 이동했다.
양평(양평은 정말 넓다), 홍천을 거쳐 인제까지 가는 길은 적당히 안개끼고 비가 흩날려 제법 운치있었다.
한계령을 넘기 전까진,,,,
직접 운전해선 처음 오르는 한계령이었는데, 앞도 보이지 않고 경사각, 커브 또한 만만찮아
운전 하는 내내 잔뜩 오그라붙었다.
비상 깜박이와 상향등을 켠 채 오토매틱 전륜구동의 해치백으로 드리프트(?)하기.. 10여분...
드디어 정상에 다다랐다.
한계령의 옛 이름인 오색령!
마침 숙소로 잡은 곳이 오색약수터 인근인지라 목적지에 근접했음에 꽤 안도했다.
한계령 아래로 내려갈수록 안개는 물러갔고...
이윽고 숙소로 정한 오색약수터, 주전골 인근의 펜션에 다다랐다.
펜션은 설악산 국립공원과 낙산 도립공원 사이 이름 모를 산자락에 자리 잡았는데,
올라가는 길가에 핀 노란 해바라기처럼 산뜻하게 단장해 눈에 잘 띄었다.
바로 행장을 풀고 바다로 나갈 채비를 하였다.
주전골에서 낙산까지 잘 닦인 길로 20여 KM, 여전히 안개는 짙었다.
사실 이 때까지만 하더라도
"날 흐린 오늘은 발만 살짝 담그고 내일 날 풀리면 비취빛 동해바다에 들어가 놀아야겠어,
물에서 노느라 사진은 얼마 못 찍겠군"
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낙산해수욕장
비오는 일요일 늦은 오후인 탓인지, 해수욕장에는 사람이 얼마 없었다.
파도 또한 제법 밀려와 해변 기분을 내려는 피서객들을 향한
안전요원들의 호각 소리도 끊임없이 들려왔다.
바다에 들어갈 수 없어 아쉬웠지만, 해변의 모래를 발갛게 움켜쥐었다가 밀려날 때
하얗게 스러지는 파도가 이뻐 너그러이 감상에 빠져주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날 파도는 대학생 세 명의 꽃다운 목숨을 휩쓸고 갔다고 한다,
부디 평온히 쉬시길.
이전 포스팅에서 올린 서산마애삼존불상에서 개심사 가는 국도는
그 아름다움이 강원도 어느 국도에 비견된다고 했다.
그 국도가 바로 7번 국도이다.
달리는 내내 바다가 보였다, 날이 흐리고 파도가 제법 있어 뭐랄까 트인 기분이 들지 않았다.
이번 여행에서는 강원도 양양 인근에 낙산 도립공원 근처로 드라이브했는데
경상북도에서 강원도 쪽으로 치고 올라오는 길이 특히 아름답다고 한다, 가을에 다시 찾아봐야지.
여튼 낙산에 온 김에 근처 설악해수욕장과 물치항을 다녀왔다.
설악해수욕장
설악해수욕장은 낙산해수욕장 인근에 위치해있었고 규모는 비교적 작았다.
역시 텅 비어 있었다.
물치항
물치항은 생각보다 아담한 규모였다.
방파제가 있었고 해변엔 모래 대신 아이 머리통만한 자갈이 펼쳐져있었고 파도에 따라 돌 굴러가는 소리가 제법 컸다.
건어물가게와 횟집이 있었지만 눅눅한 날씨 탓에 달갑지 않았다.
차에 시동을 건 뒤 숙소로 돌아가며 부디 내일은 날이 개고 파도가 잠잠해졌으면 하는 마음 뿐이었다.
내일의 목적지는 양양 아래쪽, 남애항과 동호해수욕장이었다.
다음날 거짓말처럼 개어 있었다.
바람도 선선히 불고 사람도 없는 도로를 선루프를 한껏 열고 '원스(ONCE)' OST와 함께 질주하였다.
기분좋은 오늘 여행의 목적지는 남애항.
일출이 좋은 조용한 항구라고 했는데 정오 가까이 되어 찾아갔다.
방파제 끝 송이 모양의 붉은 등대(양양은 송이의 고장이라고 포지셔닝 하여 등대가 모두 송이 형태)가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파란 하늘, 바다와 붉은 등대가 신선하게 매치되었다.
남애항은 방파제가 파도를 막아주어 조용한 항구였다.
남애항 방파제 바깥편으로는 바다를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 비슷한 것이 있어 찾아갔다.
기분 탓인지 어제보다 파도가 더 세 보였다.
파도가 난간을 사정없이 두들기고 있었다, 아랑곳 없이 파도 가까이 다가서다 사단이 났다.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 찍는데 정신 팔린 사이 내리친 파도에 신발이 쓸려가버린 것이다.
날도 맑은데 무슨 파도람,
알고 보니 사시사철 파도가 센 곳 같았다.
신발도 떠나고 배도 떠나고...
남애항에 더 머물고 싶지 않았다.
동호해수욕장에서 수영이나 실컷 하리라, 맘 먹고 차로 향했다.
휴휴암
동호해수욕장으로 가는 길에 있는 해안 사찰이라 잠시 들렀다.
바위 위에 놓인 제단이나 방생 물고기를 파는 것 모두 새로웠지만 가장 큰 눈요깃 거리는
사찰 안에 있는 마을과 작은 해변이었다.
사찰에서 휴휴암으로 가는 길목에 집 몇 채와 작은 해변이 있었다,
파도가 걱정되었지만 한번쯤 살고 싶은 곳이었다.
휴휴암에서 차를 돌려 동호해수욕장으로 향했다.
내일은 서울로 가야하기에 꼭 동해바다에 몸을 띄어야했다. 하지만 예감이 좋지 않았다.
곳곳 바다에서 어제보다 큰 파도를 목격했기 때문에.
파도치는 바다 풍경 사진만 찍지 않기를 바라고 바라며 차를 몰았고,
금세 동호해수욕장에 도착했다.
음...
2008년 친구 따라 제주 중문 서핑대회에 갔을 때 일이다.
부산, 제주 지역 서퍼들과 일본 서퍼들이 모인 대회에서 한 중년의 서퍼는
국내에도 서프 포인트가 계속 발굴되고 있고 동해에서도 그 작업이 한창이라고 했다.
동호해수욕장에 들어서자마자 중년의 서퍼가 말한 동해의 서프포인트가 바로 이곳인가 했다.
제주 중문에서 겪었던 파도보다 대단했다.
안전요원들은 바다에 발을 담그는 것조차 막았다.
낙담이었다.
동해로 해수욕을 하러 왔는데 결국 파도 출사 나온 것과 다름 없이 되어버렸다.
사실 자연의 힘을 거슬러 보고자 애도 썼다.
우린 모래성을 쌓았지,
다가올 파도 따위 아랑곳하지 않고.
그 여름은 다시 오지 않을 계절이니까, baby~
하지만 부질 없었다,
아무도 호응치 않고 강 건너 불구경하듯 인간방파제 쌓는 것을 돕지 않았다.
이렇게 나의 동해에서의 첫 여름 휴가는 파도가 쓸고 가버렸다.
비록 바다에 몸을 맡기진 못했지만 파도출사 라 여기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사실 쉽지않은 경험이니까.
다음날 서울로 돌아오는 길은 바람 한점 없이 너무 쾌청했다, 억울했다 조금.
인천에서 나고 자랐어요. 직장은 강남에 있는 검색소프트웨어 개발사이고 어느덧 5년차네요. PR 업무를 맡고 있고, 락음악과 B급영화에 관심이 많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