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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원도 양구, 박수근 미술관

    엄턴구리 엄턴구리 2015.03.06

    카테고리

    한국, 강원, 예술/문화, 겨울

     

    강원도 양구, 박수근 미술관

     

     

    '양구'라는 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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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 이름이 참 정감넘친다고 생각했다. '양구'라니...동서울 터미널에서 양구 가는 버스는 춘천에 멈춰서선 약 20분간의 숨돌릴 여유를 갖는다.
    후에 '직행'이 존재함을 알았지만 그건 그다지 대수롭지 않다. 춘천을 떠난 버스는 눈길을 헤치고 양구를 향한다. 한시간 남짓, 버스는 양구에 도착했다.

    오래된 다방은 낡은 간판의 때깔은 세월에 닳고 달아 그 빛은 바랬지만, 그만큼 농익은 이야기가 있을 것만 같은 곳이었다. 빳빳한 군복을 다려입은 군인들도 왕왕 눈에 띈다.

    대기하는 택시를 집어타고 박수근 미술관을 향한다. 양구는 한국에서 그림 값이 가장 비싸다는 '박수근 화백'이 태어난 곳이다. '박수근 미술관'은 이로써 존재하며, 새로 조성한 박수근 파빌리온 관은 박화백 탄생 100주년을 기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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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확 트인 벌판은 새하얀 눈 이불을 덮고 있다. 그 위에 미술관은 자리한다. 낮은 구릉을 따라 박수근 화백의 마티에르가 건물 전반에 펼쳐진다.
    촘촘하게 쌓인 돌들이 외벽을 이뤄 캔버스에 덧발라진 두터운 유화물감의 갈라진 효과를 자아낸다.

    화백의 그림을 그대로 건물로 재현 한 건축가 故이종호 선생의 철학이 담긴 미술관은 아릅답다. 제1전시관으로 향하는 길, 눈밭에 수놓는 발자국의 깊이만큼 우직한 소리가 허공을 울린다.
    제1전시실에는 박수근 미술관 소장품 특별전 [박수근의 서정적 삶]이 전시 중이었다. 전시실로 들어서니 박수근 화백의 일대기를 알기 쉽게 정리해 놓은 자료들이 영상물과 함께 진열되어 있다.

    특히 인상 깊은 것은 박화백이 부인 김복순 여사에게 보낸 청혼편지다.
    '실례인 줄 알면서도 이 편지를 보내오니 용서하시고 끝까지 읽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로 시작하는 손편지는 아내 김복순 여사를 향한 청년 박수근의 진솔한 마음이 담겨있다.
    '나는 그림그리는 사람입니다. 재산이라곤 붓과 팔레트밖에 없습니다. 당신이 만일 승낙하셔서 나와 결혼해 주신다면 물질적으로는 고생이 되겠으나 정신적으론 당신을 누구보다도 행복하게 해드릴 자신이 있습니다. 나는 훌륭한 화가가 되고 당신은 훌륭한 화가의 아내가 되어 주시지 않겠습니까?' 이 얼마나 호기로운가! 너무도 유명한 편지라 이곳에서 처음 보는 것도 아니건만, 보고 또 봐도 설레는 맘은 줄지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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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관을 나와 뒤뜰로 돌아가면 새하얀 눈 밭 위에 미술관을 바라보며 우두커니 앉아 있는 박수근 화백의 동상을 만날 수 있다. 실지로 박 화백 생전 종종 그곳에 앉아 사색을 즐겼다고 한다. 

    동상 너머 이정표가 서 있으면 각각의 화살표는 자작나무 숲, 빨래터, 그리고 전망대를 가리킨다. 부인 김복순 여사를 처음 염탐했던 그 빨래터다.
    '일전에 당신이 우리 어머니와 빨래하러 같이 갔을 때 어머니 점심을 가져간다는 핑계로 빨래터에 가서 당신을 자세히 보고 아내로 맞아들이려고 마음으로 결정했습니다.'
    그곳은 국내 미술품 경매가 가운데 최고가를 기록한 박수근 화백의 <빨래터>, 그림 속 그곳이기도 하다.

    전망대에 오르니 벌거벗은 나뭇가지 사이로 눈 덮인 미술관 전경이 보인다. 관람객이 드문 겨울, 시골의 미술관은 감출 수 없는 쓸쓸함과 아련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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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전시실은 한창 새로운 전시 준비 중에 있었다. 외벽으로 대형 현수막이 걸리면 4인4색 다채로운 전시를 만날 날이 임박했음을 알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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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히 형성된 구릉을 따라 계단을 오른다. 너머의 파빌리온관으로 향하는 길, 눈길의 소복함이 발끝에서 차여 다채로운 소리를 낸다. 고요함을 깨는 소리는 익살맞다. 

    안녕, 파빌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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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면과 이어진 브릿지를 통해 파빌리온 관에 들어선다. 가릴 것 없는 햇살이 그대로 닿아 또 하나의 브릿지를 외벽에 수놓는다. '안녕, 파빌리온~ ' 손을 들어 인사를 하니 꼭 그같이 화답한다.   

    양구 파빌리온관은 박수근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건립한 건축물이다. 자연에 새겨진 익숙한 질서를 존중하는 궁극의 기념홀로 10년 동안 박수근 미술관 전체를 짓고 다듬고 고쳐 온 故이종호 건축가의 유작이다.
    박수근 작품의 마티에르를 닮은 외장재, 세 개의 지봉은 양구의 산세를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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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수근 화백의 생전 아틀리에이자 가족들의 보금자리였던 창신동 집을 재해석했다는 파빌리온 관, 내부에는 미술가 조덕현 선생이 새로 해석하여 재현한 박수근 아틀리에가 영구 설치되어 있었다. 마티에르를 통과해 들이치는 햇살이 유난히 따사롭다. 그 따사로움만큼 많은 이들의 온정이 모여 있는 곳, 파빌리온에서는 박수근을 기리는 후원가들의 기증작품과 현대 회화 10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박수근의 그림이 '그려진 것이기보다는 새겨진 것'인 것처럼 여기 그의 생가 터에 놓아질 박수근미술관 또한 지어진 것이기보다는 그 땅에 새겨진 것이기를 바라는 그런 뜻이었다. 마치 그 땅이 오랜 세월 그의 귀향을 기다려 왔으며, 마치 이 미술관이 거기 그렇게 새겨지기를 기다려 왔던 것처럼" -건축가 故이종호 

    박수근에 대한 팬심으로 찾은 양구 박수근미술관, 그 애정에 건축가 이종호 선생에 대한 관심이 더해지는 겨울 여정이다.    

     

     

    Tip

    양구가는 법
    강변 동서울 터미널에서 1)홍천경유 양구행, 2)춘천경유 양구행, 3)양구직행 버스를 탈 수 있다.

     

    박수근 파빌리온 개관 기념전
    2014년 12월 20일 ~ 2015년 10월 11일 / 오전9시~오후6시 / 매주 월요일(1월1일, 설날과 추석 당일 오전) 휴관 / 관람시간 1시간 전 입장 마감
    성인 1,000원, 청소년&군인 700원, 성인단체(20인 이상) 700원, 학생단체(20인 이상) 500원, 7세 이하 어린이 및 65세 이상 노인, 장애인(동방1인) 무료입장.
    전시실 내에서는 사진 및 동영상 촬영, 휴대폰 사용을 금합니다.

     

    박수근미술관 입주작가전
    2015년 1월 9일 ~ 2월 28일

     

     

     

    엄턴구리

    용의 머리가 되고 싶은 뱀의 꼬리로 ‘잡다함’이 지나쳐 자칫 ‘너저분함’으로 치닫는다. 미대를 졸업해 그림을 그리며 교양 있게 살줄 알았는데 생뚱맞게 연극과 영화미술에 빠진 탓에 한 몇 년을 작살나게 고생만 했다. 그러다 운 좋게 환경디자인 회사에 취직을 하지만 그저 좀 ‘무료’하단 이유로 지복을 날로 차고, 지금까지 몇 년 째 시나리오 작가가 되겠다며 되도 않는 글들을 끼적이고 있다. 밥먹고 사는 일은 자유로운 기고로 이어진다. 문화 예술 칼럼을 비롯해 다양한 취재 원고를 소화하고 있다. 한 번의 긴 여행과 몇 번의 짧은 여행을 무한 반복 중이다. 덕분에 적당히 많은 사람들을 알게 되었고 견문은 넓혀진 것도 또 아닌 것도 같다. 쉽게 마음이 동하는 갈대 같은 호기심에 뿌리 깊은 나태함이 더해져 도대체가 갈피를 못 잡는다. 여행과 생각, 사람과 글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blog.naver.com/waste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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