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곳, 다리(大理) 윈난
▲다리고성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에 나와 유명해진 윈난, 리장에 이어 호수의 도시 다리(大理)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여행자들에게는 '다리'보다 '따리'라고 불리는 곳으로 연중 온난한 기후와 청명한 하늘과 호수, 창산 트래킹, 얼하이호 투어 등으로 유명하고요, 한국인에게는 낯설지만 일찌감치 많은 서양인들이 들어와 레스토랑과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배낭여행자들의 도시이기도 합니다.
1. 바이족의 도시 다리(大理)
리장에서 북쪽으로 올라가면 작은 티베트 샹그릴라가 나오고요, 남쪽으로 내려오면 호수의 도시 다리가 나옵니다. 작은 티베트를 급하게 가기보다는 머지 않은 미래에 진짜 티베트에 가보기로 하고 리장에서 기차를 타고 다리로 갑니다. 리장이 나시족의 도시였다면 이 곳은 바이족의 자치주랍니다. 대리석으로 유명하지만 여행자들에게는 장기 체류하기 좋은 도시로 더욱 유명해요. 일찌감치 이 곳에 터를 잡은 서양인 게스트하우스나 식당들이 많은데 '제이드 에뮤'같은 곳은 워낙 유명해서 다리는 몰라도 제이드 에뮤는 아는 사람들이 많을 정도에요. 개인적으로는 약간 번잡한 리장보다는 호수와 산을 낀 덕에 좀 더 청명한 따리가 더 좋았습니다.
▲늘 웃는 얼굴의 바이족 할머니들
▲연중 온난한 기후 덕에 안나는 과일, 채소가 없어요.
▲야크젖으로 만든 바이족 전통 간식
▲바이족 전통 복장의 여자들
2. 하늘에 가까운 호수, 얼하이호(洱海)
다리의 호수, 얼하이호는 바다와 같이 넓어서 남북으로 40km가 넘는다고 해요. 같은 중국이라지만 윈난은 많은 소수민족 자치주들로 이루어져 있어 도시를 넘을 때마다 가옥이나 사람들의 느낌이 확확 달라져요. 기와 얹은 나무집이 많은 리장과 달리 이곳에는 새하얀 대리석 벽에 파란 물감으로 그림을 그려놓은 집들이 대부분입니다.
리장과 마찬가지로 여행자들은 보통 전통 객잔에서 묵습니다. ㅁ자 형태의 2층짜리 바이족 전통가옥인데 중정의 소파에 퍼져 누워있으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어요. 배 타고 호수 구경, 케이블카 타고 산구경, 다리고 성 망루에 올라 사람 구경을 하며 이틀을 보냈어요. 얼하이호를 도는 유람선은 남조풍정도라는 섬에 잠깐 섭니다. 우도 같은 곳이랄까? 꽤 근사한 산책 코스와 모래사장, 정자, 정원 등으로 꾸며진 곳이에요. 바다처럼 보이지만 호수이기 때문에 짠내도 나지 않고 소금바람도 불지 않아서 꽤나 상쾌합니다.
▲동서로 7-8km, 남북으로 40여km의 귀모양 호수, 얼하이호
▲얼하이호투어에서 잠깐 내리는 소보타섬, 길거리 음식이 많아요.
▲남조풍정도, 30여분 밖에 주지 않아 빨리 돌아야해요.
3. 창산 트래킹
다음 날은 케이블카를 타고 창산에 올라갔어요. 말, 도보, 케이블카 중 선택할 수 있는데 3500-4천 미터 가까이 되는 만만치 않은 높이에 체력을 아끼기로 하고 케이블카를 탑니다. 올라가다 보니 아래에 커다란 장기판이 보이는데 사람이 말이 되어 놀 수 있을만큼 커다란 판입니다. 언젠가 이 곳에서 인간장기를 실시간중계한 적도 있다고 해요. 트래킹 코스는 10km 정도로 납작한 돌길로 잘 닦여 있습니다. 시간도 늦었고 혼자서 산 깊숙이 들어가는 것은 왠지 겁이 나 어린이들과 장풍으로 장기를 두는 설정샷을 찍고 놀았어요. 장기판은 창산의 트레이드마크 같은 곳이라는 걸 내려와서야 알았답니다.
▲창산으로 올라가는 케이블카와 거대한 장기판
▲퍼지기 좋은 여행자 거리의 카페
부지런히 다녔으면 리장-다리-샹그릴라- 호도협 트래킹까지 바짝 돌 수 있었는데 그냥 딱 두 도시에서만 편히 쉬고 싶었어요. 리장 고성과 다리 고성 구경은 하루에도 몇 번씩 같은 길을 왔다 갔다 하며 사람 구경을 하는 것만으로도 지루하지 않아요. 루앙프라방, 쿠스코에 이어 저금해두었다 삶이 고단해지면 몰래 찾아오고 싶은 도시가 추가되었습니다.
INFORMATION
리장-다리(기차) 2시간~2시간 30분
침대칸 76위안(20위안 보험 불포함), 일반 좌석 34위안(20위안 보험 불포함)
얼하이호 유람선 투어 141위안(남조풍정도, 소보타섬 포함) 타는 곳과 내리는 곳이 다름 주의 (가마우지투어 및 염색마을 투어 유료 선택)
창산 입장료 40위안 케이블카 왕복 80위안
계수나무 한인식당 및 투어 신청 http://cafe.naver.com/gyesoonamu
'여자 혼자 여행하기란 지독히도 외롭고 고단한 일이다. 삶이라고 다르겠는가.' 미스초이 혹은 초이상. 글 쓰고 라디오 듣고 커피 내리고 사진 찍어요. 두 냥이와 삽니다:-) 남미에서 아프리카까지 100개의 도시 이야기 '언니는 여행중', 혼자 사는 여자의 그림일기 '언니는 오늘' 운영중 http://susiediamond.blog.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