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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만 단수이 淡水, 추억을 따라 여행하다

    노을지다 노을지다 2015.03.13

    카테고리

    대만

     

    대만 단수이 淡水

    바다 옆 언덕에 불어온 추억의 메타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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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은 그 자체만으로 존귀한 가치를 지닌다. 첨단 과학과 세련된 디자인으로 도시를 리모델링했다 한들, 오랜 시간이 다듬고 다듬어낸 이끼 같은 감성을 능가하지 않는다. 그런 측면에서 대만 여행은 '시간'이 매력이다. 도시발전의 미명 속에서도 클래식한 이야기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레트로 감성을 좋아하는 여행자에게 단수이는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여행지다.

    단수이 홍마오청 주변지역은 약 400년 전 바다를 건너온 유럽인들이 대만 최초로 뿌리내린 곳이다. 유럽인들은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바다가 옆 언덕 높은 곳에 자신들만의 세계를 만들어 갔다. (이것은 일본 개항도시에서도 볼 수 있다.) 그리고 더 많은 유럽인들이 모여들자 무역으로 번성을 누리게 되었다. 당시 개항의 이야기들이 지금은 아름다운 감성으로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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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수이는 타이베이에서 당일치기 여행으로 좋다. MRT 단수이선의 종착역으로 40분 거리다. 타이베이 MRT는 도심을 제외하면 대부분 지상 운행이라서 도시를 느긋하게 마주할 수 있다. 단수이에 점점 가까워질수록 바다를 접하며 달리니 경쾌한 시야가 그려진다. 단수이역은 마치 중국 고궁 성벽과 흡사하다. 역 앞으로 푸른 바다가 펼쳐져 있고, 푸른 하늘은 단수이역의 붉은 색감을 더욱 감칠맛 나게 한다.

     

     

     

    ​빨간 벽돌성에는 빨간머리 사람들이 살았다, 홍마오청 紅毛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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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29년, 동방원정으로 대만 북부를 점령한 스페인은 바다가 널리 조망되는 언덕에 Fort San Domingo 요새를 만들었다. 이후 네덜란드가 이곳을 탈환했다. 당시 청나라 사람들 눈에 유럽인들의 머리가 붉다 하여 '홍모성 紅毛城 (빨간머리성)'이라고 불렀는데, 별명이 정식 명칭이 되었다. 추후 영국이 이 지역을 점령하면서 현재의 모습인 영국영사관이 되었다. 제국주의에 휘말려 여러 차례 주인이 바뀌어야 했던 이곳은 마치 격동적인 대만 근대사와 똑같다. 그런 식민 역사를 보여주는 자료관으로 활용 중이지만, 내부 장식들이 화려해서 정작 눈에 들어오는 것은 비운의 역사보다는 당시 유럽인들의 화려했던 생활상이다. 이곳에선 바다가 보였다. 바다는 역사의 아픔도, 이방인의 그리움도 모두 묻어둔 채 고요했다. ​

     

     

     

    캐나다 선교인 마셰박사가 건립한 대만 최초의 대학 - 진리대학 眞理大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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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캠퍼스 안으로 발을 내딛던 순간 소박하고 단아한 모습에 매료되었다. 중국 사합원 양식에 서양의 감성을 덧칠된 우진리학당牛津理学堂을 비롯하여, 비잔틴양식의 단수이뉴진쉐탕 淡水牛津學堂은 농후한 세월을 담았다. 이렇게 대학교정은 동서양의 감성이 묘하게 크로스오버했다. 캐나다인 선교사 마셰박사가 교육, 의료, 기독교 포교를 위해 영국 옥스포드 대학을 본떠 '옥스포드 대학'이란 명칭으로 대만 최초로 대학을 건립했다.

    이날 교정에는 학생들이 많았다. 삼삼오오 짝을 이뤄 웃음 섞인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순간 학창시절이 애틋하게 그리워졌다. 그 교수님은 지금 무얼 하고 지내는지, 그 친구는 결혼은 했는지... 갑작스레 궁금해진다. 아름다운 교정에서 웨딩촬영 중인 예비부부들을 보고 있으니 궁금함이 더욱 더해진다. 핸드폰을 쳐다보았지만 더 이상 그들의 연락처는 없다. 연락한 번 제대로 못 했을 만큼 나와 친구들은 바빴던 걸까? 아니면 덜 친했기 때문일까? 하지만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옛말을 믿어보기로 했다.

     

    ​학생들은 언제나 로맨스? 대만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의 촬영지 - 담강중학교 淡江高級中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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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에게나 첫사랑은 아름다운 법이다. 영화배우 주걸륜도 주연배우 겸 감독이 되어 자신의 모교에서 학창시절의 풋풋했던 추억을 프레임에 담았다. 분명 학창시절의 애틋한 그리움이 컸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는 곧 주연배우가 아닌 자신의 추억이 되곤 한다. 대만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 (不能說的秘密,2008)"을 봤다면 학창시절을 추억할 것이다. 영화에서 보던 아름다운 교정에 반해 나 역시도 이곳을 찾았다. 엄밀히 말하자면 오늘 여행의 주인공이 바로 담강중학교였다. 교정의 아름다움 덕분인지 이미 웨딩촬영과 TV 드라마의 단골 촬영지로 거듭났다. ​

    영화 속에서 주인공들이 거닐던 아름다운 회랑을 따라 거닌다. 하교 후 학생들이 빈 교실도 당시 남의 반을 몰래 훔쳐보듯 훔쳐본다. 그 안에는 진한 추억이 그려졌다. 친구들과 떠들던 기억, 첫사랑의 풋풋함... 나의 학창시절이 마치 영화의 프레임처럼 그려지고 있었다. 한걸음 한걸음 거닐 때마다 20년 전의 나로 회기 한다. 

     

    참고사항 | 종종 문이 닫혀있어 들어가지 못했다는 후기가 올라온다. 담강중학은 정문과 후문이 있는데, 수업시간에는 정문이 닫혀 있어 출입할 수 없다. 영화 촬영지가 있는 곳은 후문이다. 후문은 주로 개방되어 있다. 진리대학 후문 (바다 방향 입구)에서 나와 단수이역방향으로 약간만 내려가면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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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옛 청나라 단수이 관세무사 관저 前清淡水關稅務司官邸         

    19세기 서구 열강과 청나라 간 교역이 활발해지자 세관업무를 볼 사람이 필요했다. 당시 청나라엔 세관 업무를 볼 수 있는 자가 없었기에 외국인들을 고용해서 세관업무를 봤다. 새하얀 건물이기에 단수이 백악관 또는 소백궁(小白宮)이란 별칭도 있다.

     

    ​단수이와 파리섬은 서로 바라보는 연인이다. - 파리섬 八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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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리섬과 단수이는 아무 말없이 항상 서로를 바라본다. 그렇기에 대만 웨딩촬영의 명소가 되었다. 나의 화교 친구도 큰 의미를 찾아 이곳에서 결혼 촬영했다. 파리섬은 본래 소박한 어촌 마을이었다. 단수이가 관광지로 큰 인기를 얻자, 파리섬도 덩달아 리조트 지역으로 개발 중이다.

    이곳의 바다는 '그리움'을 내포했다. 대만원주민을 제외하고 본래 대만이 고향인 자들은 많지 않았다. 유럽인들과 일본인들이 이 땅을 차지하기 위해 건너왔고, 중국 국민당 정부는 정치적 도피를 위해 대륙에서 건너와서 미지의 땅 대만을 개척해나갔다. 고향이 그리울 땐 항상 바다를 바라보았을 것이다. 그래서 이 바다는 '많은 이들의 그리움'이 담겨있다.

     

     

     

    INFORMATION

    - 교통 : 단수이역 앞에서 관광지를 순환하는 Tamsui Historic Sites(=紅26번 버스)를 탑승하고 홍마오청에서 하차한다.

     

     

     

     

     

    노을지다

    어린 시절부터 철도원을 꿈꾸던 여행인. 기차타고 떠나는 마을 산책을 사랑한다. 현재 코레일명예기자로 활동중이며, 기차여행과 마을 산책 블로그 (blog.naver.com/noeljida)를 운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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