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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이페이에서 만나는 풍경, 양밍샨 칭티엔강

    Wish to fly Wish to fly 2015.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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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만, 풍경

     

    타이페이에서 만나는 목가적 풍경, 양밍샨 칭티엔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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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을 싣고 달리는 소(小)15 버스

     

    쓰린역으로 향했다. 오늘 나의 첫 목적지 양밍샨의 칭티엔강으로 가기 위해서는 그곳을 거쳐야 했다. 흔히 미니버스라 불리는 小15 버스를 타고, 이제 양밍샨을 오른다. 9월. 가을은 오지 않고, 여전히 뜨거운 남국의 태양이 아침부터 여행자를 괴롭히고 있었다. 늦어져야만 했던 여름휴가를 애써 손에 쥐여주는 것 같아서 그 뜨거운 날이 썩 마뜩잖았지만, 그래도 그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 밉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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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스 기다리기. 낯선 곳으로의 여정이 궁금해지는 순간

    고가 다리를 양산 삼아 볕을 피하며, 버스를 기다렸다. 시간표를 확인하고 갔음에도 조금의 불안함이 일렁거렸다. 하루 이틀 겪는 성격도 아니니 그러려니 한다. 한 치도 쓸모없는 불안함을 비웃기라도 하듯 칭티엔강으로 향하는 小15 버스는 정확한 시간에 도착해 내 발 앞에 문을 연다. 그리고 출발! 빵빵한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귀에 꽂은 익숙한 노래 몇 소절 따라 부르며 타이페이를 가로질러 양밍샨으로 향한다. 특별할 것도 없는 풍경들이, 퍽 특별한 인상을 던지며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타이페이의 小 버스는 홍콩의 미니버스, 서울의 마을버스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요즈음에도 경복궁 뒤편, 효자동과 청운동을 달리는 마을 버스들의 크기, 모양새를 참 많이도 닮아 있었다. 처음 마주하는 풍경, 처음 밟아볼 여행지를 앞에 두고 있음에도 마음이 편했던 것은 어쩌면 그 때문이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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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님 옆 맨 앞자리는, 예나 지금이나 용기가 없어 앉을 수 없는 자리

    버스는 끙끙거리며 산을 오르고 또 올랐다. 800 미터를 훌쩍 넘는 산지이니 그럴 만도 했다. 끙끙거리는 소리를 애써 감추듯, 버스 안은 사람들의 말소리들로 가득 차 있었다. 아마도 그들은 수도 없이 올랐던 길일 테니까, 이 시간과 이 길의 의미가 나와는 다를 테니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그 소리들도 더 이상 소음만은 아니었다. 굳이 신경질적으로 이어폰을 귓속 더 깊숙이 밀어 넣을 이유도 없었다.

     

     

    경천, 하늘을 깨우치는 곳 칭티엔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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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칭티엔강의 관광 안내소

    버스는 오래지 않아 종점에 도착했다. 말소리를 뿜어내던 인상 좋은 노인들은 이미 각자의 삶터로 흩어지고, 몇몇 여행자들만이 끝까지 남아 이곳에 함께 도착했다. 본의 아닌 동행이 된 셈이었다. 버스에서 내려 양밍샨의 첫 숨을 들이마셔 본다. 기분 탓일지는 모르지만, 도시의 그것보다는 훨씬 서늘했다. 그 서늘함이 반가웠다. 이 정도면 구름 하나 없는 칭티엔강도 견딜만할 것 같았다. 잠시 관광 안내소에 들러 본다. 별다를 건 없었지만, 기념 스탬프가 눈에 들어왔다. 이런 것에 목매는 타입의 여행자는 아니지만, 까짓것 기분도 좋겠다. 수첩을 펼쳐 꾹- 눌러 칭티엔강을 기념했다. 막상 찍고 나니 샤오유컹이며 렁슈이컹이며 다른 여행지들의 스탬프가 탐이 나더라. 사람의 욕심이란 그런 것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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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칭티엔강의 기념 스탬프. 도안이 퍽 멋스럽다.

    짧을 수밖에 없는 여행이었다. 겨우 얻어낸 이틀짜리 휴가에 주말을 보태 만들어진 나흘짜리 짧은 휴가였다. 처음 하는 타이완 여행이니 욕심은 또 얼마나 끝도 없이 일렁이던지. 북적거리는 타이페이도, 왁자지껄한 단수이도 돌아봐야 했다. 저 멀리 예류에도 들러야 했다. 온천은 필수라고 하니 어디 한 곳에서라도 해 봐야겠지. 꾸역꾸역 쑤셔 넣은 여행 일정을 보고 있자니, 숨이 턱턱 막혀 오는 느낌이었다. 여행은 시작조차 하지 못했는데 그러했다.

    칭티엔강은 그래서 선택된 여행지였다. 나흘짜리 짧은 여행이어도 반나절 정도 오롯한 휴식은 만끽하고 싶었다. 여기 칭티엔강이라면, 알랑거리듯 한 두 시간 여행 숨을 돌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파란 하늘을 마주한 지금, 그 기대감은 서서히 현실이 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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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늘, 평원, 억새 숲. 칭티엔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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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콩자갈 밟는 소리 만끽하며 울타리길 걷기

    야트막한 둔덕을 하나 넘으니 사진으로만 보던 칭티엔강의 진짜 모습이 활짝 열린다. 날카로울 것 없는 산세 하며, 끝도 없이 펼쳐진 초원과 그 사이를 굽이치는 울타리길, 그리고 부슬거리며 바람 소리 뱉어내는 억새 숲까지. 평화롭다는 진부한 단어를 되뇔 수밖에 없는 풍경이었다. 울타리길을 따라 초원의 한가운데를 걸었다. 볕이 조금 따가웠지만, 이른 가을 바람이 퍽 시원했다. 이곳 양밍샨의 옛 이름은 초산, 억새풀로 뒤덮인 산이어서 붙은 그 이름도 이곳에서는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었다. 푸르고 푸르고 푸른 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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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칭티엔강의 일상 풍경

    조금 더 깊숙이 걸어 들어가니, 우람한 소들이 풀을 뜯으며 노닐고 있었다. 예로부터 소를 방목해 키우던 곳이란다. 드넓은 초원을 제 집처럼 누비는 소들의 일상 풍경. 실제로 볼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었으나, 그 풍경은 이렇듯 내 눈 앞에 펼쳐져 있었다. 볕을 반영해 내는 금빛 초원과 미끈한 소의 뒤태가 여행자의 눈길을 한참이나 붙잡고 놓아주질 않는다. 지루할 틈도 없었다. 보고 보고 또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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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부하대도, '평화로운' 것은 평화로운 것.

    용암이 분출하며 빚어내었다는 주변의 산세도 유려한 듯 힘이 있어 보였다. 우리네 섬 제주의 어딘가에서 본 것도 같은 그 모양새가 왠지 모르게 낯설지 않았다. 말 걸어 주는 이 하나 없고, 한 시간 두 시간이 흘러도 주위 풍경 하나 변하지 않지만 따분하지도 지루하지도 않은 시간이 계속되고 있었다. 가끔씩은 야트막한 울타리 넘어 한 두 걸음 앞에서 풀을 뜯는 검둥소들이 있어 더더욱이나 그러했다.

    양밍샨 칭티엔강으로 가는 길 : 타이페이에서 칭티엔강으로 바로 이동하려면 쓰린역에서 小15 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편리하다. 오고 가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양밍샨의 다른 여행지(샤오유컹, 렁슈이컹) 등과 함께 여행 계획을 세우는 것이 합리적이다.

     

     

    바쁜 타이페이, 잠깐의 숨돌림

     

    칭티엔강의 초원이 끝나는 곳까지 걷고 걸었다. 뒤를 돌아보니 이제껏 걸어왔던 풍경이 까마득하게 펼쳐져 있었다. 보람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쑥스럽고, 또 아니라고 하기엔 살짝 아쉬운 길의 끝에는 무성하게 자란 억새에 가리어진 오솔길이 이어져 있었다. 더 걷고 싶었지만,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기로 한다. 다시 도시로 내려가 왁자지껄한 여행 속으로 들어갈 때가 되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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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천, 하늘을 깨우치는 곳 칭티엔강.

    많은 사람들이 짧은 여행으로 타이페이를 찾는다. 나의 여행 또한 그러했고. 숨 가쁘게 바쁜 것도 좋고, 느릿느릿 여유 넘치는 것도 좋은 것이 여행이지만, 그래도 한 번쯤, 숨돌릴 여유가 고파질 때면, 여기 양밍샨을 찾자. 칭티엔강으로 향하자. 짧은 여행 내내 몰아쉬었던 숨을 잠시나마 돌리며 흐르는 시간을 만끽할 수 있을 테니까. 어느새 느려져 버린 당신의 발걸음에도 놀라지 마시길.  

     

     

     

    이런 여행자에게 추천 

    가벼운 트래킹을 즐기는 여행자.

    도시 여행뿐 아니라 대자연의 여행도 좋아하는 여행자.

    조금의 숨돌릴 틈은 있어야 여행다운 여행이라 생각하는 여행자.

     

     

     

     

     

    Wish to fly

    건축이라는 것으로 돈을 벌고 그 돈으로 여행을 떠나고 그 여행의 경험으로 다시 건축을 하는 여행이 생활이고 생활이 여행인, 여행중독자입니다. http://blog.naver.com/ksn333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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