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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간이역 플랫폼에서

    리즈 리즈 2011.07.28

    카테고리

    한국, 교통, 에피소드

     

     

     

     

     

     

    작은 배낭 메고 떠난 간이역 여행 

     

    지난 여름 기차여행을 하고 왔습니다.

    갈 때는 친구와 둘이었는데, 올 때는 혼자였죠.

    친구는 예정보다 빨리 서울로 올라갔는데,

    그 덕에 저는 혼자 하는 여행도 꽤 즐겁다는 걸 배웠습니다.



    그래서 그 즐거웠던 여행 이야기를 들려드릴까 하는데,

    저의 발자욱 발자욱을 순차적인 여행기로 보여드리는 것보다

    뭔가 컨셉을 잡아 이야기를 들려드리는게 어떨까 싶었습니다.



    오늘은 우선 "간이역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볼까 하는데요,

    떠나기 전 위키백과에 간이역을 검색해보니 아래와 같은 내용이 뜨더군요.


     

    간이역 : 간이역(簡易驛)은 이용객이 적고 효율성이 낮아 역장이 배치되지 않고 일반 역에 비해 규모가 작은 역을 말한다. 간이역의 역장은 인근 보통역의 역장이 겸임하여 운영한다. 그러나 간혹 역장이 있는 보통역이라도 간이역으로 불리는 경우가 있다. 대한민국에는 현재 800여개의 간이역이 있는데 그중에는 기차가 아예 정차하지 않거나, 역사(驛舍)는 철거되고 승강장만 남은 역도 많다.




    제가 다녀 온 간이역만 해도 꽤 되지만, 세군데만 추려서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함께 간이역 여행을 떠나보시죠~






    한국에서 제일 높은 역 '추전역'






    추전역은 강원도 태백시 추전 2동 해발 855m 고지에 있습니다.

    현재 이곳엔 기차가 서지 않지만,,,

    국내에서 가장 높은 지대에 위치한 역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습니다.

    여기엔 사람들이 쉬어 갈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되어 있고, 

    멀리 보이는 풍차도 무척 인상적이라 간이역 중에서도 강추할 만한 명소입니다.

    무엇보다, 여름에 찾아도 고지대라 그런지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상쾌합니다~









    추전역으로 가려면 태백역에서 내려 택시를 타고 들어가야 합니다.

    택시 요금은 꽤 나왔던 것 같은데 대략 6,000원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일단 추전역에 올라가시면 다시 내려오셔야 하니까,

    택시 아저씨께 번호를 받아 놓으셨다가 꼭 다시 와달라고 부탁하시는게 좋을 것 같네요.


    제가 갔던 날은 운이 나쁘게도 한장 공사 중이었고, 날씨가 좋지 않아 시야거리 또한 짧았습니다.

    사실 저 뒤의 능선으로 풍차가 보여야 하는데..

    날씨가 영 좋지 않으니 풍차는 커녕 능선도 보이지가 않았더랍니다.


    그리고 이 때가 작년 8월이었는데,  이 무렵엔 매년 태백의 해바라기 축제가 열립니다!

    하지만 작년에는 날이 추워서 거의 꽃이 피지 않았습니다. 다소 아쉬운 부분이지요.




    택시를 타고 오는 길에 기사 아저씨께서 알려주신 능선을 따라 걸어봤어요.

    빼곡히 해바라기가 피어 있어야 하는데, 드문드문 보이는 해바라기의 흔적들.

    올해는 좀 더 해바라기 축제가 성공적으로 열렸으면 좋겠네요.







    그래도 이렇게나마 해바라기 한 컷을 남깁니다.

    이쁘긴 이쁘죠? 이런 해바라기를 100만여송이나 볼 수 있다니..

    정말 올 여름에 가야 할까요?







    간이역이 아름다운 이유는 시간의 흐름이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이겠죠.

    이젠 기차가 정차하지 않는 플랫폼이어서 그런지 '과거'에 멈춘 듯한 여운도 느껴지고요...


    태백역에 내려서 택시를 타고 가는 길에 보았던 탄광의 흔적들이나

    추전역에 도착했을 때의 코를 찌르는 석유냄새.

    그럼에도 불구하고 곳곳에 심어진 예쁜 꽃들. 


    아무도 내리지 않는 간이역이지만 사람들의 추억과 낭만이 살아있는 그 특별한 추전역.

    지금 생각해도 아련하고 설렘이 가득합니다.


     

     

    *추전역 가는 법

    1. 택시 이용 :  약 6,000원 (15분 내외 소요)

    2. 대중교통 이용 : 태백터미널에서 41번, 43번(용연동굴 방향) 승차 후 추전 삼거리 하차

                            추전 삼거리까지 1.15km 도보로 약 15분 내외 소요







    나의 몬트하임 '반곡역'

     





    혹시 몬트하임을 아시나요?


    MBC에서 방송 되었던 베스트극장 중 '곰스크로 가는 기차'가 있었답니다.

    대략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극 중에서 곰스크는 나오지 않습니다. 그들 부부가 결국 곰스크를 가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 대신 그 극이 진행되는 곳은 아름다운 몬트하임이지요.


    제가 기차여행을 하면서 종국에 가장 가고 싶은 역이 바로 이 곳이었습니다.

    영주에서 택시 혹은 버스를 타고 갈 수 있는 역, 반곡역입니다.


    제가 이 곳을 방문했을 당시엔 역사를 미술관으로 바꾸려고 준비 중이었습니다.

    지금쯤이면 벌써 미술관이 되어있을지도 모르겠군요.

    간이역 중에서도 꽤 인기있는 이 곳에 들렀던 날은 비가 많이 와서인지 혼자였습니다.

    하얗게 칠해진 빈 역사 안에서 한 시간 정도 홀로 앉아 제게 편지를 썼습니다.

    이 때 여행을 하면서 사실 지인들에게 많은 엽서를 보냈었습니다.


    돌아와서 대략 세어보니 서른 두통의 엽서를 썼더군요.

    제일 마지막으로 보낸 편지는 현실로 돌아 간 제게 주는 편지였던 셈이죠.

    마치 반곡역은 환상 같았거든요.




    그럼 반곡역의 풍경을 잠시 감상해보시죠~






    반곡역은 강원도 원주시 반곡동에 있는 기차역입니다. 

    현재는 그 모습이 예뻐서 등록문화재로 지정이 되어있지요.


    비오는 날의 반곡역은 특히 그 정취가 남다릅니다.

    시내에서 한참 들어와 있기 때문에 근처에 걸리는 것 없이 너른 들판과 산 뿐이고.

    몹시 동떨어진 이 곳은 현실인 '몬트하임'답지 않게 초월하는 느낌마저 줍니다.







    작은 배낭 하나 메고 엿새를 보내고 나니,

    이 곳에 답을 찾으러 온 것이 조금은 허탈해졌습니다.

    사실 이 곳에서 '곰스크' 생각을 하면서 조금 저를 채찍질 해볼 계획이었는데,

    막상 이 곳에 도착하고 나니 제가 살아가고 있는 '몬트하임'에도

    분명 살아가야 하는 이유가 있을 것만 같았다고 해야 할까요.


    제가 몹시도 가고 싶어하는 '곰스크'에 가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이 아름다운 '몬트하임'에 그들이 남아서 살아내었듯이

    저 역시 현실에 조금은 만족할 수도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 시간을 보내고 나니 가을이 왔습니다.

    비가 그치고 나서 곧 해가 뜬 것처럼요.


    답을 찾으러 이 곳까지 돌아돌아 왔는데,

    어쩌면 답은 이 곳에 몹시도 오고 싶어했던 제게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작년의 제가 그랬듯이, 지금 이 시간 또한 지나가겠지요.


     

     

    * 반곡역 가는 법

    1. 택시 이용 : 약 6,500원 (약 25분 소요)

    2. 대중교통 이용 : 원주역 버스정류장에서 84번 버스타고 방묘역 하차

                              반곡역으로 611m 도보.








    돌아가는 길 '구둔역'







    여행을 마치고 가장 마지막에 들른 역이 이 구둔역입니다.

    구둔역은 우리가 기차를 타고 내릴 수 있는 얼마 안 되는 간이역 중 하나 입니다.


    하지만 그나마도 어렵게 된 것이...

    중앙선을 수도권 전철화 한다는 계획에 따라 곧 구둔역은 무정차 간이역이 됩니다.

    올해 쯤에 원주까지 지하철이 연장된다고 하는데, 지금은 어찌되었을지 모르겠네요.







    구둔역 역사는 손님맞이가 유별나 기분 좋은 곳이었습니다.

    역사 한 켠에는 ' 구둔역에 오신것을 환영합니다'라는 글귀가 쓰여져 있습니다.

    역무원분들도 구둔역을 찾는 사람들에게 커피 한잔 대접해주시니

    역사에 앉아 커피 한잔하는 것도 즐거운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구둔역이 즐거운 기억의 장소로 남은 또 다른 이유는 사람입니다.

    플랫폼에 서서 여행을 마무리 짓고 역사로 들어오니 한 아저씨가 앉아 계시더군요.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 같은 설렘이 가득한 표정을 하시고 계시기에 그런가보다 했는데

    생각해보니 하루에 기차가 6대밖에 지나지 않는 곳인지라 의아해하고 있었더랬습니다.

    좁은 역사 안에 두 사람이 서로의 생각을 멀뚱이 하다가 눈이 마주쳤습니다.

     

    " 사진을 좋아하시나봐요 "



    그 분이 제 롤라이를 먼저 알아봐주신게지요.

    시작은 사진이었지만 금세 그 분의 가족이야기, 저의 여행 이야기를 시작으로 꽤 오래 대화를 나눴습니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지요... 누군가와 만나 그렇게 오랜 시간 떠들 수 있다는 건요.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 보면 한 시간도 일 분인냥 지나가는 것임

    다시 한번 느끼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시내까지 태워다주신다는 것을 혼자 정리하고 가겠다고 만류하고는 잠시 더 앉아있었습니다.

    버스가 오기까지는 한시간 정도가 남았더랬죠.





    간이역.

    그것도 기차가 머무는 간이역이 얼마 남지 않아 아쉬운 요즘...

    조금이라도 더... 구둔역이 그날의 그 자리에 있어준다면 얼마나 감사한 일일까 생각해 봅니다.






    이번 여행의 마지막 기차가 갑니다.

    답을 구하러 시작한 여행이었는데, 마음만 몹시 가벼워진채로 여행이 끝났습니다.



     

     

    *구둔역 가는 법


    1. 기차이용 : 청량리 → 구둔 (7:10, 12:10, 19:00) , 일반실 기준 어른 4200원

    2. 택시이용 : 택시는 용문이나 여주에서 출발하면 10,000원이상 지출 하셔야 하기 때문에 비추천

    3. 대중교통 이용 : 여주역에서 56-7번 타고 구둔역 하차 (약 1시간 10분 소요)

                                용문역(용문축협 버스정류장) 에서 56-3 타고 구둔역 하차 (약 50분 소요)





    리즈

    보고, 듣고, 마시고, 먹고, 읽고, 느끼는 수동적인 즐거움을 몹시도 즐깁니다. 수동적인 즐거움을 만나기 위한 능동적인 그 어떤 행위도 좋아합니다. 이를테면 여행 같은 게 있을까요? 제가 만난 그 수동적인 즐거움을 함께 느껴보시죠..ㅎㅎ--------------------개인 Blog : http://blog.naver.com/godfkz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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