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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옛 항구마을의 빨간 벽돌길을 거닐다 - 루강 鹿港

    노을지다 노을지다 2015.05.20

    카테고리

    대만, 역사/종교

    옛 항구마을의 빨간 벽돌길을 거닐다- 루강 鹿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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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이완 중부의 루강은 청나라 시절부터 중국 대륙과 활발하게 교역하던 무역도시였다. 도시가 부유해지자 중국 푸젠성의 한족들이 돈을 좇아 이주했다. 본토인들의 대거 이주는 조그마한 항구도시를 당시 타이완 제2의 도시로 성장시켰다. 부동산 가격 폭등 덕분에 주거공간은 자연스레 좁은 골목길에 빼곡하게 들어섰고, 푸젠성 생활양식이 대만 최초로 정착되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본토인들은 척박한 생활환경을 종교적 신념으로 극복코자 했다. 그래서 대만 최초로 종교사찰(용산사와 천후궁 마주 총본산)들이 루강에 세워졌다. 일제강점기가 도래하자 일본은 루강 주변의 풍부한 자원들을 일본으로 운송하기 위해 루강을 꾸준히 개발했다. 그래서 현재 루강은 일본과 푸젠성의 옛이야기들이 공존한다.

     

    대만독립정부는 루강의 시계를 멈췄다. 철도와 도로 등의 혜택에서 제외되었다. 그렇게 루강은 '시간이 멈춘 도시'가 되었다. 하지만 정지된 시간은 여행자들에게 아련한 추억을 자극했다. 푸젠 양식의 민가들이 빼곡히 들어선 골목길과 소소하게 묻어나는 일본 양식의 건축물들은 소소한 풍경을 만들었다. 루강은 시간을 탐닉하는 여행자들에게 매력적인 도시가 되었다. 본성인 (本省人, 대만 독립 전 이주 온 중국 본토인) 이주의 흔적을 생생하게 보고 싶다면 '루강'이야말로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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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 루강기차역 (현 남부 관광안내소) 鹿港車站  

    루강과의 첫 만남은 소박한 목조기차역이었다. 이 역은 일제시절 농산물 운반을 위해 만들었다. 오래된 기차역은 온화한 추억의 메타포다. 대합실에 앉아 다가올 기차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싶지만, 기차는 언제 올지 기약이 없다.

    현재 대합실은 관광안내소다. 루강 지도 및 숙박정보를 얻을 수 있고, 자전거도 저렴하게 빌려준다. 루강은 미로마을이라서 지도가 절실하다. 초행길의 어려움으로 직원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니 친절히 알려준다. 아직은 한국인들에게 무명 관광지이기에 한국인이 이곳에 왔다는 것만으로도 내심 놀라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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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창쓰 文昌祠, 문개서원 文開書院, 우먀오 武庙 

    본토인들의 옛 교육기관. 빨간 톤의 가감으로 지어진 서원과 사당이 일렬로 나란히 서있는 모습이 오빤 푸젠스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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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강 롱산쓰 鹿港龍山寺         

    대만의 여러 용산사중 최고(最古) 그리고 최고(最高)의 용산사다. 푸젠성에서 이주 온 본토인들은 척박했던 도시 삶을 종교에 의지했다. 1653년 종교적 신념으로 오직 목조만 이용해서 사찰을 건립했다. 섬세하게 장식된 조각들을 보고 있으면 강렬했던 종교적인 신념을 느낄 수 있다. 2,3번째 사진 속 천정조각은 롱산쓰의 백미다. 실제로 보니 탄성이 절로 나왔다. 어쩜 저렇게 정교하고 화려할까? 저 조각을 프레임에 담기 위해 여행자들은 땅에 누워서 촬영한다.

     

    사찰의 아름다움을 화폭에 담으려는 화가들, 전통악기를 연주하는 음악인들이 느긋한 모습으로 자신만의 예술세계에 몰입하고 있다. 그리고 서민들은 옛날 조상들이 그랬듯이 소원 성취를 위해 이곳을 찾는다. 오래도록 마을을 사랑하며 더불어 사는 현지인들을 바라보면 소도시 산책의 또 다른 매력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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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산로(中山路)는 루강의 중심대로!!! 큼지막한 간판을 힘겹게 달고 있는 노후된 건물들과 정신없는 오토바이들... 도시 풍광은 여느 대만 소도시와 똑같다. 하지만 중산로만 벗어나면 미로 골목길에 매력들이 숨어있다. 방황하면 방황하는 대로 거닐면 되고, 혹시라도 길을 찾고 싶다면 차들이 다니는 길로 나오면 십중팔구 중산로다. 루강은 골목길 마을이라서 실제 차량들이 많이 다닐 수 있는 길이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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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루샹 摸乳巷 

    루강의 전성시절, 부를 찾아 건너온 이민자들로 부동산 가격은 폭등했다. 좁은 도시에 집들이 빼곡하게 지어졌고, 점차 거대한 미로 같은 골목길들을 탄생시켰다. 폭은 고작 60cm, 좁은 길도 그나마 집들이 붙어 있기에 화재시 불의 확대를 막기 위해 방재용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난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이와 땀 냄새를 교감했다. 하지만 대만 미디어는 이 길에서 남녀가 스치면 인연이 된다고 낭만포장했다. 그랫!! 이런 길은 국내 도입이 시급하닷!!!

     

    주취샹 九曲巷  

    모루샹이 좁아서 유명하다면 주취샹은 100m도 안되는 길이 구비구비해서 유명하다. 바람과 도둑을 막기 위해 일부러 각지게 건립했다고 하니, 선인들의 지혜가 돋보인다. (참고로 필자가 방문했을 때는 공사중이어서 입장이 안되었기에 사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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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강옛거리 鹿港老街 

    빨간색으로 채색된 골목길에 빼곡히 들어선 푸젠식 민가고택들이 여행자를 매혹한다. 어린 시절 뛰어놀던 동네시장이 자꾸만 떠오른다. 그곳에 동심이 있었다. 다채로운 먹거리와 이색적인 볼거리는 어린 시절 호기심 어린 눈길로 세상을 바라보던 내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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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강야시장 鹿港夜市         

    중산로 끝자락에 텐허궁 총본산이 있다. 대만 각지에서 몰려든 신도들 덕분에 자연스레 야시장이 조성되었다. 각양각색의 먹거리들이 거리에 한가득이니 여기는 분명 루강의 식탁일 것이다. 참고로 루강 대표 먹거리는 간단히 요기하기 편한 고기만두!!!

     

     

     

    P1500922   텐허우궁

     

    루강 텐허궁 鹿港天后宮          

    위에 소개한 용산사처럼 푸젠성 이주민들이 바다의 여신 마주(媽祖)를 모신 사당을 건립했다. 규모는 소박하지만 전국 600여개의 텐허궁중 총본산이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대만 각지에서 몰려든 신도들이 참배중이었다. 인근에 신자들을 위한 호텔까지 갖추고 있는데 일반여행자도 묵을 수 있다.

     

     

    INFORMATION

    교통 | 타이쭝 - 타이쭝역 젠궈루 장화커윈 버스정거장 약 20분 간격, 90분 소요 (THSR타이쭝역 경유) 
           장화 - 장화역 맞은 편 장화커윈 버스정거장 약 10~20분 간격, 40분 소요

     

     

     

                            

     

    노을지다

    어린 시절부터 철도원을 꿈꾸던 여행인. 기차타고 떠나는 마을 산책을 사랑한다. 현재 코레일명예기자로 활동중이며, 기차여행과 마을 산책 블로그 (blog.naver.com/noeljida)를 운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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