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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에서 어렴풋이 꿈을 꾸다 - 영화를 따라 나선 여행

    소담 소담 2011.08.18

     

     

     

    영화나 드라마가 큰 인기를 누리고 나면, 촬영지도 많은 관심을 받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그 장소에는 여행을 떠나는 이들이 머무르곤 합니다. 그곳이 아름다워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마음에 남아 있는 감동의 한 조각을 꺼내들어 현실에서 맞춰보고 싶은 열망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가 봅니다.

     

     





     

     

    이 책은 영화 칼럼으로 유명한 이동진 씨가 열두 개의 영화를 좇아 3년 동안 세계 곳곳을 누빈 여행을 담고 있습니다. '원스',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말할 수 없는 비밀', '맘마미아' 등의 영화가 등장합니다. 책에 포함된 CD에 담긴 노래를 들으며 글을 읽노라면, 아득한 기억의 장면이 새로운 생명을 얻습니다.

     

     





     

    영화를 따라서, 주인공과 배우를 떠올리며, 존경하는 예술가에 대한 경의를 표하며 떠난 길은 결국, 사람이 담겨 있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저자는 등장인물이 머물렀던 장소에 서고, 그들이 오가던 길에서 함께 호흡하며 영화의 자취를 더듬어갑니다. 꼭꼭 숨겨둔 보물을 찾는 듯, 십대 소년이 사랑의 열병에 빠진 듯, 머나먼 길을 나서는 그의 열정은 시종일관 빨갛게 상기되어 있습니다.

     

    특히 '캐스트어웨이'의 실제 촬영지인 피지 모누리키 섬에서 보낸 1박 2일은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무인도에 도착한 그는 -톰 행크스가 그랬던 것처럼- 나무에 올라가 코코넛 열매를 따고, 배구공에 빨간 물감을 묻혀 윌슨을 만듭니다. 게와 물고기를 잡으려 했으나 실패하자, 그럴 줄 알았다며 시장에서 미리 샀던 것들을 꺼내 굽는 천연덕스러움이란! 책의 중반부에서 약간 늘어지는 느낌이 들었는데, 그 나른함을 한 번에 날리고 유쾌한 기분으로 바꾸더군요.

     






    영화는 허구이고 여행은 현실입니다. 눈과 가슴으로 영화의 흔적을 찾고자 하더라도, 내가 발을 디디고 있는 그 곳은 영화 속의 장면과 일치할 수 없습니다. 세트는 이미 사라지고 이제는 누군가의 평범한 삶의 터전이 되었으니까요. 어쩌면 그곳에서 영화를 떠올릴 수 있는 한 순간의 풍경, 한 줄기의 바람을 찾은 것으로 위안을 삼아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그의 글에도 여행자의 고독과, -삶으로 돌아가면 신기루처럼 없어질- 여행의 순간에 대한 허무가 묻어납니다.

     

    그러나 다른 시각에서 살펴보면 일상에서 벗어나 가지는 특별한 시간은 늘 소중합니다. 아름다움과 고독은 삶을 다시 발견하게 해주고, 사색의 끝은 희망에 맞닿아 있습니다. 영화를 떠올리며 꿈꾸듯 나섰던 길에서, 새로운 시선을 얻어오니 다시 꿈을 바라보게 됩니다.



    "그러나 그 모든 사랑은 생의 한가운데에 머묾으로써 주변부를 중심으로 바꾸어낸다. 어쩌면 세상의 끝 따위는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울룰루가 세상의 중심일 수 있다면, 그건 아지초도 마찬가지다. 결국 중심을 만들어낸는 것은 시선을 소유한 자가 디디고 선 자리일 테니까."  -p. 31


     

    '그'였기에 갔을 법한 여행지들에서는 충분히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고, 같은 어투의 글이 반복되고 가끔 사고의 비약이 보여 조금은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장을 덮고나니 여행자의 열정이 강렬하게 남아 책에서 언급되었던 영화들을 보고 싶어집니다. 그 영화를 보고 나면 다시 이 책을 읽으며 공감할 것이고, 여행길에서 그 감동을 찾고 싶은 충동에 빠지고- 그렇게 책과 영화와 현실이 연결될 것 같습니다.  영화와 여행의 여운을 느끼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 본문의 사진과 글은 리뷰를 위해 인용하였으며 위즈덤하우스에 저작권이 있습니다.



    소담

    책과 문화 & 외국 드라마, 아이폰, 다양한 리뷰 http://bookand.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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