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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잉카인들의 마지막 공중도시, 마추픽추

    한유림 한유림 2015.07.01

     

    사라진 신비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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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 무슨 이유로 만들어졌는지 어느 것 하나 정확히 밝혀진 게 없지만 이곳이 잉카 최후의 도시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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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터 살레스 감독의 <모터 사이클 다이어리>는 체 게바라의 청년 시절 남미 여행기를 담은 영화입니다. 의대생인 푸세와 알베르토는 낡은 모터사이클 한대로 남미를 횡단하는 모험을 시작하게 되죠. 여행을 마친 후, 푸세는 자신이 알고 있던 세상과 다른 현실의 불합리함에 분노를 느끼며 혁명가의 삶을 시작하게 되고, 알베르토는 일상으로 돌아가 의사로서의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영화 속에서 여행을 계기로 추앙받는 혁명가 ‘체 게바라’로 거듭나는 푸세의 이야기도 감동적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일상으로 돌아가 의사로서의 삶을 선택하는 알베르토에게 더 많은 공감을 느꼈어요.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여행은 일탈에 가까울 테고, 그와 비슷한 선택을 하게 될 테니까요.

     

    일상으로 돌아온 알베르토는 여행하기 전과 같은 모습으로 인생을 살아가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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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추픽추에 가는 길은 쉽지 않았어요. 스페인에서 에콰도르를 경유해 페루로 들어갔던 저의 경우, 비행시간만 열일곱 시간,

    공항 대기 시간은 스무 시간 이상이 걸렸고, 쿠스코에 도착해서는 고산병이라는 복병에 일주일을 내내 산소호흡기에 의존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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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랫동안 계획해서 스스로 떠난 여행인데 고산병에 안일하게 대처해 일주일을 버리고 여행을 즐기지 못하고 있는 제 자신이 얼마나 한심했는지 몰라요. 그렇게 일주일을 내리 앓고 높은 고도에 적응할 즈음, 마추픽추 트래킹을 예약하기 위해 쿠스코 시내의 여행사를 찾아갔어요.

     

     

    # 마추픽추 가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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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래킹 삼 일째, 마추픽추에 도착한 후 지난 이틀간 함께 했던 트래킹 그룹은 해산 되었어요.

    국립공원 입구에서 준비한 입장권과 신분증을 확인하고, 또 한동안 산을 올라 마추픽추에 도착했지만, 지난밤부터 내린 비 때문에 안개에 가려져 마추픽추는 하나도 보이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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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마추픽추를 보고 있자니 그간의 고생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어요. 너무 허탈해 눈물조차 나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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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지 가이드 투어를 함께 하자며 콜롬비아 여행객 두 명이 다가왔어요.    

    스페인어로 진행되는 가이드여서 두 친구가 중간중간 번역을 해줬고, 중간중간 영어 가이드 그룹에 섞여가며 열심히 마추픽추를 익혀갔어요.

    그렇게 귀동냥에 적응하며 두 시간쯤 지났을까. 멀리에서 사람들의 환호성이 들렸고,

    서둘러 그곳에 가보니 안개가 걷힌 마추픽추가, 너무나 선명한 마추픽추가 보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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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숭고함

     

    숭고해짐을 느낄 때, 극한의 감탄사를 토해내는 저마다의 방식이 있는 것 같아요.

    카메라의 셔터를 연신 누르거나 소리를 지르거나 눈물을 흘리거나.

    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어요. 감탄사가 나와야 할 대목에서 외로워짐을 느꼈거든요.

    현재의 저에게 최우선 순위는 사랑인데, 생각해보면 이때 다짐을 했던 것 같아요. 앞으로는 누군가와 함께 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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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추픽추는 완벽한 도시입니다. 철저히 계급으로 나눠진 주거지와 곡식 저장소, 중앙 광장과 신전, 계단식 논밭에 완벽한 수로 시스템까지.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마추픽추를 보고 있자니, 전성기를 누리며 잘 살던 그들은 왜 이곳을 건설했을까 하는 궁극적인 의문과 함께 그들을 생활을 상상하게 됐어요. 콘도르에게 제사를 지내고 석조 기술을 익히고, 계단식 논에서 허리 굽혀 농작물을 재배하는 모습을 상상하니 거대한 감동과 함께 어느 것 하나 멋지지 않은 게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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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achu Picchu tips

    마추픽추를 좀 더 높은 곳에서 한눈에 보려면 와이나픽추[Hyuna Picch]나 마추픽추 산(현지에서 몬타나라고 부름)에 가면 됩니다. 와이나픽추는 왕복 2시간 정도로 가파른 산을 올라야 하고 마추픽추산은 왕복 3시간 반 정도로 더 걸리지만 경사가 완만하다고 해요. 현지인들은 몬타나에서 보는 마추픽추가 더 멋지다 하지만 와이나픽추는 하루 400명이라는 입장 제한이 있기 때문에, 그 희소성 때문인지 관광객들은 와이나픽추를 더 선호하는듯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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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추픽추를 지키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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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콘도르

     

    콘도르는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라는 뜻을 가진 독수리입니다. 잉카인들은 콘도르가 그들을 하늘과 연결해주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고 믿었기 때문에 마추픽추의 신전은 콘도르의 날개 형상이고, 잉카의 왕 동상에는 언제나 콘도르가 함께 합니다. 마추픽추는 물론 쿠스코의 모든 곳에서 콘도르를 만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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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추픽추는 히람 빙엄이 처음 발견했다고 알려져 있어요.

        

    풍문으로만 전해지던, 황금과 보물이 가득한 잉카 제국의 비밀 요새 빌카밤바와 비트코스를 찾아 헤매던 수많은 탐험가들 중에 미국인 고고학자 히람 빙엄 이란 사람이 있었다. 그 역시 어릴 적 읽었던 전설 속 숨겨진 요새에 대한 꿈을 실현하기 위해 길을 나섰고 목숨을 건 탐험 끝에 1911년 험준한 안데스 산악 깊은 곳에서 공중도시 마추픽추를 발견하는 영광을 얻었다.

    -히람 빙엄, <잉카의 사라진 도시, 1948 >중에서

    어쩌면 마추픽추를 순수하고 온전하게 느낀 사람은 히람 빙엄 한사람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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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추픽추 발견 당시 히람빙엄의 사진을 보여주는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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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추픽추에서 느꼈던 수많은 감정을 글로 남긴다는 건 쉽지 않아요.  

    단지, 히람 빙엄처럼 새로운 발견을 하지 못한다 해도

    체 게바라처럼 인생을 뒤바꿀만한 깨달음을 얻지 못한다 해도

    여행은 여행 자체로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걸 말하고 싶어요.

     

    조용히 생각을 하다 보면 천천히 행동이 바뀌고 천천히 욕망이 달라지고 천천히 환경이 바뀌기 시작하고.

    그렇게 삶의 방향이 달라지고 결국엔 더 행복한 삶을 살게 될 테니까요. 물론 좋은 변화를 마주하기 위해서는 힘든 여정을 감수해야만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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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추픽추편 the end

     

     

    한유림

    비주얼머천다이저. 쇼윈도에 빠져 런던으로 떠난 것이 계기가 되어 세계 이곳저곳을 여행했다. #피아졸라/마추픽추/우디 앨런 www.udimiblo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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