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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쿠스코에서의 순간들

    한유림 한유림 2015.08.10

    카테고리

    미주, 기타, 포토에세이

     

    쿠스코에서의 순간들

     

     

    잉카의 배꼽, 페루 쿠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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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루의 수도가 리마라면 잉카의 수도는 쿠스코입니다.

    태양신을 숭배했던 잉카인들은 신과 더 가까이 닿기 위해 해발 3,400m의 고지대에 도시를 건설했어요. 페루 사람들은 쿠스코를 잉카의 배꼽이라 부릅니다. 머리나 심장이 아닌 배꼽이라 칭하는 걸 보면, 호흡과 조화를 중시하는 잉카인들의 면모를 보여주는 것만 같아요. 흔히 잉카는 마추픽추로 상징되기에 마추픽추의 이미지와 연결해 고대 문명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잉카제국의 전성기는 13세기부터 15세기까지. 중세의 끝자락, 르네상스가 태동하기 직전, 우리나라로 치면 고려 말이었어요. 

     

     

    잉카인들의 이상이 구현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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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잉카인들은 하늘은 콘도르가 지배하고 (정확히는 하늘과 연결해주는 매개체) 땅은 푸마가 지배하며, 땅속은 뱀이 지배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들은 아르마스 광장[Plaza de Armas]을 중심으로 도시를 푸마 형상으로 꾸몄고, 광장 중앙에 서있는 카팍 황제의 손은 도시의 북서쪽, 즉 푸마의 머리 부분을 가리키고 있어요. 뿐만 아니라 콘도르 형상의 신전, 벽화, 세 동물을 상징하는 공원 조경까지 쿠스코 어디에서든 콘도르와 푸마, 뱀의 형상을 만나게 됩니다. 

     

     

    잉카의 석조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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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잉카의 석조 기술은 견고합니다. 왼쪽은 잉카인들이 만든 석벽이고, 오른쪽은 에스파뇰이 잉카 석벽을 따라 만든 석벽이에요. 칼로 자른 듯 종이 한 장 들어갈 틈이 없어요. 

     

     

    태양의 신전, 코리칸차 Qorikanc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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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들의 기술은 코리칸차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스페인군은 코리칸차를 부수고 그 위에 산토도밍고 성당을 지었는데 지진이 일어났을 때 성당은 붕괴됐지만 코리칸차의 초석만은 단단히 남아있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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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리칸차의 석조술을 강조하는 가이드의 설명에서 그들의 자부심을 엿볼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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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세이워먼 Saqsaywama

     

    가이드 말합니다. "지금 우리가 갈 곳은 석세이우먼입니다, 섹시 우먼이 아니라 석세이우먼(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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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반에 언급했듯 잉카인들은 도시를 푸마의 형상으로 만들었는데, 이곳 석세이워먼은 푸마의 머리 부분에 해당하는 지역입니다. 아르마스 광장의 카팍왕 동상이 가리키고 있는 이곳은 시민을 대피시키기 위한 거대한 요새라는 설이 가장 유력합니다. 이 거대한 요새를 짓기 위해 80년 동안 3만 명 이상의 노동력이 축조되었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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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에서 쿠스코 분지가 한눈에 보이고, 그 뒤로 안데스 산맥이 정말 그림처럼 펼쳐져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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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스코 사람들의 생활

     

    투어를 하며 중간중간 스쳐지나며 봤던 이곳 사람들의 생활 모습에 마음이 편치가 않았어요.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한낮에도 어두운 곳에서 밥을 먹는 사람들. 동냥이 자연스러운 사람들. 밤에는 차도와 인도가 들개 떼들로 무법천지가 되는 도시. 쿠스코 골목이 좁고 깊은 만큼 가난의 골도 깊어 보였고, 이곳 사람들의 생활고는 쉽게 해결될 듯 보이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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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찰나의 순간 

     

    영화 <프랑스 다이어리>는 사진작가이자 다큐멘터리 영화감독인 레이몽의 이야기로, 프랑스 전역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는 현재 레이몽 모습과 베네수엘라 내전 영상, 아프리카 독립기념행사 영상 같은 과거 그의 작품들을 번갈아가며 보여줍니다. 레이몽이 단 한 장의 근사한 사진을 찍기 위해 차들이 지나가길, 사람들이 지나가길 기다리는 모습에 함께 숨죽이게 되고, 셔터를 눌렀을 땐 작은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해요. 마지막엔 세계 곳곳의 다양한 사람들과 풍경을 한데 모아 보여주는 영상이 압권인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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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사진을 보면 쿠스코에 머무를 때의 감정과 분위기, 이곳의 온도와 향기까지 모두 되살아나는 것 같아 아련해지곤 합니다.
     
     
     
    찰나의 이미지는 강력합니다.
    시간이 흘러 기억의 조각들은 재편되기 마련이고, 결국 한 장의 사진이 모든 것을 규정짓게 되는 것 같아요. 한 장의 사진으로 수십 년 뒤에도 쿠스코는 영원히 생동할 것이고 그 순간들은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고 소중했던 순간으로 기억될 거예요.
    소중한 순간을 남기길 바랍니다.
     

    Fin.

     

     

    한유림

    비주얼머천다이저. 쇼윈도에 빠져 런던으로 떠난 것이 계기가 되어 세계 이곳저곳을 여행했다. #피아졸라/마추픽추/우디 앨런 www.udimiblo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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