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숨쉬는 사진을 만나다
퓰리처상 사진전 The Pulitzer Prize Photograph
▶퓰리처상 사진전이 열렸던 예술의 전당의 모습. 사진전을 알리는 큰 현수막이 걸려있다.
2010년 6월 22일부터 8월 29일까지
예술의전당 디자인미술관에 “퓰리처상 사진전”이 열렸다.
필자도 다행히 24일 막바지에 접어든 사진전을 보기 위해 서초구 예술의 전당을 찾았다.
▶사진전을 알리는 입구. 개장 전인데도 사람들이 벌써 줄을 서고 있었다.
오전 11시 개장 시간 이전에 도착하였음에도 이미 미술관 입구에는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워낙 퓰리처상 사진전의 인기가 대단하여
오후나 저녁 시간에는 입장조차도 어렵다는 소문처럼이나
평일 오전임에도 사람들을 찾아보기는 어렵지 않았다.
벌써 줄 선 사람들을 따라, 급히 입장권을 끊고 들어갔다.
일반인과 대학생은 10,000원에 입장권을 구매해야 하는데
미리 인터넷에서 예매한 표를 가져온 사람들도 간혹 찾아볼 수 있었다.
사진 관람이 이뤄지는 내부의 모습.
‘순간의 미학’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듯 사진은 저마다 강렬하게 시선을 잡아 끌었다.
대부분의 사람들 역시 사진을 대충 보고 지나가는 이들보다는,
하나의 사진에 머물고 이를 세밀히 관찰하는 이들이 많았다.
정적이 흐르는 가운데서도 놀라움과 감탄이 오가는,
혹은 안타까움. 긴박감 등이 고스란히 닮긴 사진 속의 마력은
확실히 퓰리처상 사진전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매력이었다.
사진 속에 닮긴 순간들은 모두 평범하다기 보다,
정말 우리 일상에서 흔히 보기 힘든.
절박하고 가슴 아픈 역사라고 봐야 할 것들이 대부분이었고
그 중에 한국이 담긴 유일한 ‘한국전쟁 당시의 사진’은 한국전쟁 60주년을 떠올리게 했다.
▶다리에 매달린 피난민들. 1951년 한국전쟁 당시의 사진으로 종군기자인 맥스 데스포가 찍었다.
위의 사진이 바로 한국전쟁 당시 폭격으로 무너진 대동강 철교를 넘어서
남쪽으로 향하는 피난민들의 모습을 찍은 사진이다.
두려움과 절박한 현실에서 생존을 위해 유일한 선택을 감행할 수 밖에 없는
그들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 했다.
당시 이 장면을 찍게 된, 종군기자 데스포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엄청난 광경이었어요.
다리 기둥을 기어오르던 사람들과 다리 기둥 모두 얼음장 같은 물에 잠겨버렸습니다.”
살을 에는 추운 날씨에, 바람까지 거세었던 그날.
수백 명의 피난민이 겁도 없이 그 뒤틀린 금속을 기어 넘어 남쪽을 향하는 광경은
한국전쟁의 비극과 아무런 죄도 없는 피난민들의 고통을 여실히 보여준다.
▶'너무 뜨거워요, 제발 나를 구해주세요' 베트남 전쟁 당시의 사진으로 종군기자인 우트가 찍었다.
사진전에 눈길을 사로잡았던 수 많은 것들 가운데, 잊을 수 없던 바로 이 사진.
민간에 투여된 네이팜 탄에 옷이 떨어져 나가 절규하며 고통스러워 하는 소녀의 사진이다.
하늘에서 쉴 세 없이 떨어지는 네이팜 탄. 베트남 전쟁을 겪은 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이 것은,
건물이나 사람의 피부 할 것 없이 접촉하는 무엇에든 들러붙어서 타오른다.
이 네이팜 탄이 비행사의 실수로 민간인들 위로 떨어졌고 여자들과 아이들이 비명을 지르며
달렸다. 그 중 한 소녀는 옷이 네이팜 탄에 불타 떨어져 나갔고 눈은 고통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고 한다.
당시 이 사진을 찍은 종군기자가 그 소녀를 급히 병원으로 데려가 구했다고 하지만
사진을 보면 가슴이 저릴만큼 전쟁의 비극을 여실히 깨닫게 한다.
사진전의 구경을 마치기까지 약 한 시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되었다.
그럼에도 너무도 강렬했던 사진전에 대한 아쉬움이 커,
돌아가는 길에 퓰리처상 사진집을 구매해 이를 기억하기로 했다.
사진전에서의 충격만큼이나 나서는 길은 무척 허탈할 정도였다.
주변을 배회하던 중 바로 예술의 전당에서 1분여. 바로 근처에 공원을 발견했다.
사진전 만큼이나 눈길을 사로잡았던 바로 위의 곳.
물이 시원스럽게 내려오는 것을 보고 있노라니 더위가 한 풀 식히는 기분도 들었고
이렇게 멋지게 꾸며놓은 곳을 찾아냈다는 사실에 기쁨이 교차했다.
다른 각도에서 보면 또 다른 느낌을 준다.
원형에 흐르는 시원한 물줄기가 지나가는 사람들의 마음마저 식혀줄 듯 보기 좋았다.
가끔 이렇게 사진전이나 특별 전시회를 찾아가는 재미는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
물론 다소 비싼 입장료나 서울까지 올라가야 하는 수고를 감내해야 하지만 그렇다 한들 어떨까.
이러한 즐거움이나 일상을 떠나 얻는 기쁨에 비하면 고생은 무척 작은 것일 텐데.
마지막으로 퓰리처상에 대해 짧게 소개한다.
‘퓰리처상’이라는 이름은 우리에겐 다소 생소하지만 문학인, 음악인, 저널리스트 등에게는 무척 중요한 최고의 경지라 불리는 상이다. 1917년 창설된 퓰리처상은 19세기 미국을 대표하는 언론인 조지프 퓰리처가 컬럼비아 대학에 2백만 달러를 기부하며 시작됐다. 그는 기부금을 언론학과와 장학제도의 설립, ‘공공봉사, 공공윤리, 미국문학,교육진흥’을 장려하는 상을 만드는데 사용해달라는 유언을 남겼고 이에 따라 매년 4월에 그해의 퓰리처상 수상자가 발표되고 5월에 시상식이 열린다.
퓰리처상의 수상 부문은 뉴스와 보도사진을 포함한 언론의 14부문, 소설과 드라마 등을 포함한 문학의 6부문, 음악 1부문 등으로 총 21부문에 수상자를 가린다. 퓰리처상의 대표수상작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것들로, 테네시 윌리엄스의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마가렛 미첼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등도 역시 퓰리처상의 수상작이다.
일상 속에서도 여행을 찾아 떠나는 여자, 깜이. 프리랜서 글쟁이로 여성, 정책, 문화, 일상 다양한 방면에 두루 관심을 지니고 있다. 언젠가 팔색조의 매력을 지닌 여행작가가 되고 싶다는 열망으로 오늘도 행복한 글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