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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거를 안고 현재를 살아가는 도시, 세비야

    한유림 한유림 2015.09.03

     

    과거를 안고 현재를 살아가는 도시, 세비야

     

     

    스페인 황금기의 중심, 안달루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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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는 세비야와 그라나다, 론다, 말라가, 코르도바, 카디스, 우엘바시를 통칭하는 지역의 명칭입니다. 안달루시아는 콜롬버스의 성공에 따른 스페인 황금기의 중심에서 번영의 절정을 맞이했고, 이곳에서 집시들의 춤, 플라멩고가 태동했습니다.

    안달루시아의 주도는 세비야(seville)로 이슬람과 가톨릭 문화의 영향을 받아 동서양의 혼재된 문화를 느낄 수 있고, 과거와 현재의 문화 역시 한데 어우러져 공존하고 있는 다면적인 도시입니다. 이들에게 과거의 문화는 보존해야 하는 과제가 아닌 함께 살아가는 현재입니다.

     

     

    사람과 공간은 닿는다, 세비야 대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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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당에 들어서자마자 공간에 가득 찬 원인 모를 슬픔과 숙연함이 느껴져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지만 몸으로 아픔을 느꼈던 성당입니다. 수천 년 동안 세비야의 중심에서 스페인의 역사를 함께 한 성당이니 그 세월만큼의 아픔이 공간 안에 고스란히 간직되어 있는 게 아닐까, 사람과 공간은 닿을 수 있구나 생각했어요.

     

    + 세비야 대성당은 바티칸 대성당(Basilica Vaticana, Vatican)과 세인트폴 대성당(St. Paul's Cathedral, City of London)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성당입니다. 이슬람의 모스크를 부수고 그 위에 축조된 성당이라 히랄다 종탑이나 파티오라 불리는 안뜰 등에서 모스크의 흔적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크리스토퍼 콜롬버스의 묘와 안뜰의 오렌지 나무, 34층 높이의 히랄다 탑에 올라 세비야의 전경을 내려다보는 것은 반드시 봐야 할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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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세 유대인들의 터전, 산타크루즈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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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많은 레스토랑과 부티크, 기념품 숍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는 산타크루즈 거리는 중세 유대인들이 정착해 삶의 터전을 이루었던 곳입니다. 건물과 건물, 거리 사이의 폭이 좁은 이유는 건물들 사이로 그림자가 지게 하여 날카로운 태양을 피하게 만들기 위함이에요. 하얀 벽, 화려한 꽃 장식, 섬세한 문양의 타일 바닥은 안달루시아 지방의 전통 가옥 형태입니다.

    구불구불 좁은 골목을 따라 건물들 사이를 걷다 보면 목적지 자체가 의미 없어지고 헤매는 행위가 즐거워지죠. 살아가는 형태는 다르겠지만 과거의 그들과 다르지 않게 현재의 삶을 소박하게 영위해 나가는 모습이 인상 깊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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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시들의 슬픔어린 관능의 표현, 플라멩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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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라멩고 공연은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 중 하나입니다. 저의 경우 안달루시아에서 으레 봐야 할 공연쯤으로 기대 없이 봤다가 너무나 고통스러운 댄서의 표정과 동작에 큰 충격을 받았어요. 얕봤다가 제대로 한대 얻어맞은 격이지요. 플라멩고 하면 빨간 장미를 머리 한쪽에 꽂은 모습으로, 정열과 관능의 춤으로 정의되곤 하지만 실제로는 집시들의 고독과 절규를 표현하는 이면이 더 강합니다.

    플라멩고의 댄서가 되기 위해서는 일종의 자격시험을 통과해야 무대 위에 오를 수 있는데 심사항목에서 가장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이 댄서의 표정에서 얼마나 고통스러움이 표현되느냐라고 합니다. 플라멩고의 처음 취지를 그대로 이어가려는 노력을 엿볼 수 있었어요.

     

    세비야는 과거에만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과거에 이어 더 나은 도시를 만들려는 노력, 새로운 랜드 마크로 부상한 메트로폴 파라솔과 델림보 현대 미술관을 소개할게요.

     

     

    세비야의 새로운 랜드 마크, 메트로폴 파라솔 Metropol paras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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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비야의 옛 주산업인 직물에서 모티브를 얻어 격자 형태의 거대한 파라솔로 완성되었습니다.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처럼 복합문화공간 용도로 설계되어 유기적인 형태의 건물 안에 아카데미, 전시장, 쇼핑몰, 레스토랑 등이 들어서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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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라솔의 루프탑에 오르면 세비야의 전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습니다. 타파스 바와 세련된 레스토랑, 방직물 형태를 따라 조성해 놓은 산책로까지. 숙연함마저 느껴졌던 히랄다 탑과는 달리 자유롭고 편안한 느낌입니다. 히랄다 탑에서는 두 손을 공손히 모아야 할 것 같았고 파라솔에서는 와인 잔 하나 들어줘야 할 것 같달까요. 메트로폴 파라솔은 세비야에서의 여유로움을 한껏 고취시켜줍니다.

     

     

    현대예술과 세비야의 만남, 델림보 미술관 Delim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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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델림보 미술관은 세비야의 유일한 현대 미술관으로 한 작가의 컬렉션을 미술관 전체에 전시합니다. 이러한 전시 방식은 미술관의 규모가 크지 않은 이유도 있겠지만 오히려 심도 있는 작품 감상을 가능하게 만들어 줍니다. 델림보 미술관에서는 주로 안달루시아 출신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합니다. 현대예술과 지역적 정체성이 결합된 독특하고 재기 넘치는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어요. 풍부한 문화유산과 과거의 잔재들이 젊은 예술가들에게 훌륭한 자양분이 되고 있던 것이지요.

     

    영화 <더 리더-책 읽어주는 남자>로 유명한 스티븐 달드리의 또 다른 영화 <디아워스>는 소설 '댈러웨이 부인'을 매개체로 다른 시대와 배경에서 살아가는 세 여성의 하루를 그리고 있습니다. 영화는 강요로 규정된 삶을 살아가는 여성들의 시대적인 억압과 저항을 담고 있어요. 세 여성은 다른 시대를 살고 있지만 같은 감정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1920년의 버지니아는 소설 속 댈러웨이 부인에게 '삶'이라는 결말을 쥐어주지만, 정작 버지니아 자신은 죽음을 선택하는데, 역설적이게도 그녀의 죽음으로써 1953년의 로라와 2001년의 클래리사는 '삶을 택하는 것'으로 영화는 끝이 납니다. 영화는 내내 예민하고 음울한 분위기를 시전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주체적인 삶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과거를 통해 앞으로 나아간다는 낙관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어요.

      

    '옛것 치고 오늘을 이루지 않는 것은 없다(無古不成)'

    세비야를 여행하다 보면 꼭 시간여행을 온 듯 과거와 현재의 것에 대한 경계가 모호해질 때가 많습니다. 오래전부터 존재한 곳에서 살아가고 과거의 낡고 오래된 것들을 어떻게든 보전하며 세대를 이어가려는 이곳 사람들의 기질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과거를 안고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 그런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사는 도시. 그렇기에 세비야는 주체적인 잠재력을 가진 도시입니다. 우리 역시 다가올 삶을 더 탄력 있고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 주체적인 여행을 계획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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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비야편, The end.

     

     

    한유림

    비주얼머천다이저. 쇼윈도에 빠져 런던으로 떠난 것이 계기가 되어 세계 이곳저곳을 여행했다. #피아졸라/마추픽추/우디 앨런 www.udimiblo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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