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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라쿠프(Krakow)를 여행하는 법

    arena arena 2015.09.25

    카테고리

    동유럽, 포토에세이


    시간이 멈춘 도시

    크라쿠프(Krakow)를 여행하는 법

    폴란드(Poland)라는 나라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도시 이름은 아마도 '바르샤바(Warsaw)'일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바르샤바는 폴란드의 수도이고, 또 대부분의 사람들이 학창 시절 한두 번쯤은 '바르샤바 조약'이라는 말을 들어봤을 테니 말이다. 우리와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을 뿐 아니라, 역사적으로도 별다른 접점이 없는 나라가 폴란드이다 보니, 그 외에는 딱히 떠오르는 도시 이름이 없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정작 폴란드인들에게, 너희 나라로 여행을 갈 건데 어디로 가면 좋겠어? 라고 물었을 때, 열이면 열 다, 바르샤바가 아닌 다른 도시의 이름을 말했는데 그 도시의 이름은 다름 아닌 '크라쿠프'였다.

    크라쿠프는 오랜 시간 폴란드의 중심지였다. 1569년, 바르샤바가 폴란드의 새로운 수도가 되기 이전까지 530여 년의 시간 동안 이 나라의 수도였으며, 문화와 예술의 중심지이기도 했다. 게다가 1978년에는 그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구시가지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었다.

    그러니까 이렇게 크라쿠프의 중요성에 대해서 거듭 강조하는 이유는 가보기 전까지는 이름조차 생소했던 이 도시에, 나흘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머물면서, 매우 깊은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크라쿠프는 매우 아름답고, 조용하며, 많은 역사적 가치와 볼거리들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에 관광객들을 끊임없이 불러 모으면서도, 평화로움을 유지하고 있다. 물가는 저렴하고 음식은 맛있으며, 도시는 작고 깨끗해서 어디든 걸어 다니기 좋다. 덕분에 이곳에 있는 내내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이 도시를 여행하는 법을 어설프게나마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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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라쿠프의 중앙역.

    기차나 버스를 타고 온다면, 바로 이곳에서부터 크라쿠프 여행을 시작하게 된다. 모든 공항이 그렇듯, 크라쿠프 공항 역시 시내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만 중앙역과 중앙 터미널은 시내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다.

    이곳에서부터 내리막길로 이어지는 큰 공원을 따라 10분 남짓 걸으면, 크라쿠프의 올드타운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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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은 본격적인 여행의 출발점이 될 중앙 광장(Main Square)이다. 폴란드인들은 이 광장을 리넷 글로브니(Rynek Growny)라고 부른다. 사진 속에 보이는 커다란 건물은, 중앙 광장 속에서도 한 중앙을 차지하고 있는 '직물 회관'으로 세계 최초의 백화점이다. 사실 살만한 물건을 발견하기는 힘들었지만, 이런저런 기념품들을 팔고 있으니 구경하는 재미 정도는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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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라쿠프의 이 중앙 광장은 이탈리아의 베네치아 산 마르코 광장에 이어, 유럽에서 두 번째로 큰 광장이다. 때문에 처음 이 광장으로 들어서면 어느 곳부터 둘러봐야 할지 감이 오지 않는다. 여기저기 가판대를 펴놓고 꽃을 파는 사람들. 광장 한편으로 길게 늘어선 수많은 카페와 레스토랑. 이 중앙 광장에서도 또 한 중앙을 차지하고 있는 직물 회관. 나로서는 이름도 다 알 수 없는 교회와 탑과 동상들. 여기저기서 탄성을 내뱉으며 울리는 카메라 셔터 소리. 따뜻한 햇볕을 맞으며 여기저기 걸터앉아 걸음을 쉬어가는 사람들. 이곳은 늘 활기차고 그런데도 불구하고 번잡하다는 느낌을 주지 않아 한참을 앉아있게 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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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광장에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내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성모 마리아 교회(St, Mary's Basilica)였다. 사실 그동안 여행을 하면서 교회나 성당은 볼 만큼 봤다고 생각했다. 유럽의 교회나 성당은 단순히 종교적인 장소가 아니라 그 시대의 예술이 집약되어 있는 건축물이어서 사실 볼 때마다 여전히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긴 하지만, 더는 굳이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야 할 필요성을 못 느끼게 되었다. 사실 유명하다고 해서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 관광객들 무리에 치이며 구경하는 대성당들보다 골목골목에서 우연히 마주친,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성당들에서 더 큰 감명을 받아왔으니 그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때문에 이 성모 승천 교회도 밖에서 둘러만 보고 굳이 입장은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곳이 기대 이상의 매력을 지니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 있어, 속는 셈 치고 한 번 그 말을 믿어 보기로 했다. 그래서 굳이 표를 사서 안으로 들어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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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밖에서 보았을 땐, 유럽의 흔하디 흔한 성당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막상 안으로 들어가서, 제작하는 데만 총 12년이 걸렸다는, 이 성당의 핵심인 제단을 보았을 땐 그저 '세상에'라거나 '말도 안 돼'라는 감탄사 같은 말들만 터져 나왔다.

    위의 사진 중, 왼쪽 사진의 한가운데를 보면 이 성당의 제단이 보인다. 폴란드의 국보로도 지정되어 있는 이 제단은 사실 사진으로는 그 위대함을 절대 느낄 수 없다. 입장료는 고작 10즈워티. 2유로가 조금 넘는 가격이니, 꼭 들어가 보기를 권한다. 작은 종이 한 장에 지나지 않긴 하지만, 한글로 된 설명서도 있으니 표를 살 때는 한국어로 달라고 하자. 나는 당연히 한국어 설명서는 없는 줄 알고 'English please'라고 말했는데, 나중에 보니 한국어도 있었다.

    어쨌든 이곳에서는 종교가 없는 사람이라도, 그 동안 교회나 성당을 볼 만큼 봤다고 자부하는 사람이라도, 조금 더 특별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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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모 마리아 교회에서 직물 회관 반대편으로 넘어오면, 구 시청사 탑이 있고 그 바로 앞에 이러한 머리 모양의 조형물이 놓여 있다. 이 작품은 '바르텍 오코(Bartek oko)'라는 것으로 폴란드 민주화 운동을 상징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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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장에서 조금 벗어나면 이렇게 생긴 바르바칸(Barbakna)을 만나게 된다. 이 바르바칸은 도시나 성의 외벽 요새를 가리키는 말로써, 크라쿠프의 바르바칸은 옛 모습을 그대로 잘 간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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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폴란드 침공'으로 인해 철저하게 파괴되는 비극을 겪은 데 반해 (그 이전까지 '바르샤바'는 동유럽의 파리라 불릴 만큼 아름다운 곳이었다고 한다.), 크라쿠프는 당시 독일군의 주둔지였던 탓에 다행스럽게도 침공을 면할 수 있었다. 때문에 크라쿠프는 현재까지도 중세 시대의 고풍스러운 모습을 그대로 잘 간직한 채 폴란드 관광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다. 내부는 특별히 구경할 것이 없으니 겉모습을 둘러보는 데 만족해도 괜찮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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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르바칸을 지나 조금 더 내려오면 이러한 풍경을 마주칠 수 있다. 뒤쪽에 위치한 건물이 바로 500년 동안 폴란드 왕실의 거주지였던 바벨 성(Wawel Castle)이다. 그 앞으로는 폴란드의 독립을 위해 싸우다 죽어간 이들을 위한 기념비들이 세워져 있다.

    사실 그 이전까지는 '유대인 대학살'이라든지 '아우슈비츠 수용소' 같은 단어 말고는 폴란드 역사를 생각했을 때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그만큼 폴란드 역사에 대해 무지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곳에 세워진 저 기념비에 씌어진 글들을 읽으며, 조금 마음이 아팠고 그래서 숙소로 돌아가 간단하게나마 폴란드 역사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번 폴란드 여행은 그동안 막연하게만 알고 있던 것들에 대해 좀 더 생각하고 좀 더 공부하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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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벨성을 오르면 도시를 감싸며 흐르고 있는 비스와 강(Wisla River)을 내려다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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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벨성은 사실, 들어가보면 '성'이라는 느낌보다는 '정원'이나 '공원' 같다는 느낌이 든다. 압도적인 규모나 화려함을 뽐내는 대신, 편안함과 평화로움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구시가지 전체를 빙 둘러싼 아주 커다란 녹지를 조성해 놓은 도시의 성답게, 바벨성 내부에도 잔디와 꽃과 나무가 있다. 실제로 이 성의 정원은 모든 이들에게 무료로 개방되어 있기 때문에, 크라쿠프 시민들의 쉼터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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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잔디 너머 보이는 것이 바벨 대성당. 정원까지는 무료입장이 가능하지만, 대성당에 입장하려면 티켓을 구매해야 하며, 내부는 철저하게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다.

    바벨 대성당은 역대 군주들의 대관식과 장례가 이루어졌던 장소이다. 때문에 폴란드의 역대 왕들과 영웅들이 이곳에 묻혀 있다. 그 겉모습도 아름답지만, 역사적 가치도 매우 높은 곳인 셈이다.

    하지만 이 바벨성 역시 폴란드처럼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 왕국의 수도가 바르샤바로 옮겨진 후, 이 성은 방치되다시피 했고 18세기 말에는 오스트리아인들의 차지가 되었으며,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나치 총독이었던 한스 프랑크의 거처로 쓰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지금은 다시 폴란드인들의 품으로 돌아와, 그 역사적 의의를 이어나갈 수 있게 되었으니 참으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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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벨성에서 계속 남쪽으로 내려오면, 키지미에슈(Kazimierz)라고 불리는 크라쿠프의 유대인 지구에 도착할 수 있다. 이곳은 제2차 세계대전 이전까지, 유대인들이 모여 살던 곳으로 유럽에서 가장 많은 유대인들이 살았던 곳이라고 한다. (유대인들이 유난히 폴란드에 많이 거주했던 이유는, 당시 폴란드가 유대인 관용 정책을 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곳에서는, 현재는 수많은 레스토랑과 카페가 들어서 있긴 해도, 여전히 유대인들의 삶의 흔적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다. 참고로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가 유대인들을 강제로 이주시킨 게토 지역은 카지미에슈와 다른 곳으로, 이곳으로부터 좀 더 남쪽, 즉 강을 건넌 곳에 위치해 있다.

    카지미에슈에서 가장 볼만한 것은 역시 유대인들의 회당인 '시나고그(Sinagogue)'이다. 입장료는 그다지 비싸지 않으니 (2~3유로 수준이다.) 그중 한 곳을 골라 들어가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그중 내가 선택했던 이곳은 Old Sinagogue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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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종교적 장소이지만, 성당이나 교회처럼 화려함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작고 소박한 유대인들의 회당. 그래서 더욱 종교적인 경건함을 느낄 수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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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대인 지구를 향해 가다가 만난 크라쿠프의 전차.

    많은 사람들이 크라쿠프를 '시간이 멈춘 도시'라고 부른다. 왕국이 고난의 역사를 거쳐오는 동안, 조용하고 꿋꿋하게 과거를 잘 기억해두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덜컹거리는 소리를 내며 달리는 이 전차는 크라쿠프와 무척 잘 어울린다. 무거운 짐을 들었을 때 타고 내리기 편하게 좀 신식 트램을 갖추면 안 되냐는 투정을 하는 대신, 이 구식 전차를 오히려 아름답다고 느끼게 만드는 도시가 바로 크라쿠프이다.

    유대인 지구에서 더 남쪽으로 내려가 강을 건너면,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 중 하나인 쉰들러 리스트 공장도 방문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이쪽엔 별로 흥미가 생기지 않았기에 남쪽으로 더 내려가는 대신 발걸음을 돌려, 아까 바벨성에서 내려다보았던 비스와 강으로 향했다. 크라쿠프를 떠나기 전, 비스와 강을 좀 더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사실 더블린에도 아름다운 리피강(Liffey River)이 있고, 나는 그 리피강을 나름 사랑하지만 리피강을 보면서 한강을 떠올렸던 적은 한 번도 없다. (왜냐하면 리피강과 한강이 전혀 닮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전에는 그 이름조차 익숙하지 않았던, 크라쿠프라는 이 도시에서, 도시를 가로지르는 비스와강을 보면서 나는 한강에 대해 생각했다. 한강만큼 크거나 한강의 고수부지만큼 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으지는 않는 듯했지만.

    도시를 더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그 도시의 사람들에게 휴식처가 되어주는, 시원하고 여유로운 그런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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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라쿠프의 정거장에 세워진 시계. 버스나 트램이 서는 정거장마다, 전자시계가 시간을 알려주는 대신 이런 아날로그식 시계가 세워져 있다.

    사실 이 여행을 시작할 때, 크라쿠프에는 별 기대가 없었다. 프라하나 체스키 크롬로프에 대한 기대가 컸고, 부다페스트를 기대하고 있으며, 류블라냐에 대해 벌써부터 설레하고 있다. 하지만 여행의 첫 목적지였던 크라쿠프에서 나는 너무나 좋은 시간을 보냈고, 그래서 여행 중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크라쿠프에 대한 칭찬을 하느라 침이 마르고 있다. 동유럽을 여행하면서도 굳이 폴란드는 일정에 넣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폴란드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흥미로운 도시이며, 그중에서도 크라쿠프는 분명히 당신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다.

    물론 모든 사람들에게 좋은 도시란 있을 수 없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나는, 그렇게 믿고 있다. 그러니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한 번쯤은 이 크라쿠프를 만나러 가기를 권한다.

     

    INFORMATION

    - 성모 마리아 교회 -

    홈페이지: http://www.mariacki.com/index.php/en
    입장료: 10 PLN, 사진촬영 5 PLN
    입장시간: 월~토/11:30~18:00, 일/14:00~18:00.

    - 바벨성-

    홈페이지: http://www.wawel.krakow.pl/en
    입장료: 다양한 코스가 있으므로 홈페이지를 참조할 것.
    여행Tip: 바벨궁은 매일 입장인원수의 제한이 있으니 관람하고 싶다면 이른 시간에 가는 것이 유리하다.

    - Old Sinagogue -

    홈페이지: http://www.mhk.pl/en
    입장료: 9 PLN
    입장시간: 10:00~20:00

    arena

    '살면서 여행하기'를 모토로 좋아하는 축구를 좇아 세계 각국을 유랑했다. 축구 전문 미디어 '스포탈코리아'와 전문 잡지 '풋볼위클리'에서 객원 기자로 활동했으며 그 밖에도 다양한 미디어에 시민기자로서 투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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