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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전거 타고 즐기는 낭만가득 안동의 가을

    토종감자 토종감자 2015.11.10

     

    자전거 타고 즐기는 낭만가득 안동의 가을

     

     

    안동의 낙동강 자전거 길, 그림보다 더 그림같은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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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비의 고장 안동에는 참 아름다운 곳이 많다. 잘 알려진 하회마을이나 도선서원 이외에도 안동에 왔다면 꼭 한번 가봐야 할 곳이 안동댐 근처에 있는 월영교다. 낙동강 자전거 종주가 시작하는 곳이 안동댐이라 자전거 길도 잘 닦여 있으니, 자전거 하이킹을 좋아한다면 한 번쯤 가볼 만 하다. 꼭 종주를 하지 않더라도 가볍게 자전거를 타고, 가족여행을 즐기기 좋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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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영가대교부터 낙동강변을 따라 월영교로 가기로 했다. 하회마을이나 농암종택 근처에서는 강폭이 좁아서 낙동강은 작은 강인 줄 알았건만, 안동시내 근처의 낙동강은 한강만큼이나 넓고 커다란 강이었다.

    눈앞에 시원하게 펼쳐지는 강물에 나모 모르게 와~소리가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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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가대교 위. 선비의 고장, 안동답게 다리 중간에 커다란 갓이 턱 세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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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리 아래로 내려왔더니 낙동강 종주 자전거 길이 깨끗하게 뻗어 있다. 근데, 신기한 건 이 잘 닦인 도로에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는 것. 서울에는 평일에도 한강은 물론, 지방천인 안양천변에도 사람이 그득했는데, 여기는 5km가 넘게 달리는 동안 마주친 사람이 5명도 안되었다. 덕분에 서울에선 오이군과 나란히 달리면, 아무리 한쪽 구석에 딱 붙어 달려도 뒤쫓아 오던 사람이 추월하며 한 줄로 다니라고 빽 소리를 쳐서 즐거운 나들이 길에 인상을 찌푸리게 하는데, 여기서는 둘이 왔다갔다 자전거 묘기를 해도 불만을 가질 사람이 전혀 없었다. 너무 사람이 없으니 세기말 영화나 좀비 영화가 떠오르기도 했지만 어쨌든 자전거 라이딩의 쾌감을 제대로 느낄 수 있어 좋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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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줄기가 안동댐이 있는 낙동강 상류와 임하댐이 있는 반변천으로 나뉘는데, 우리는 안동댐 방향으로 이어갔다. 길이 차가 다니는 지방도로와 합쳐졌지만, 자전거 도로도 잘 닦여 있고, 차도 그리 많이 다니지 않아서 여전히 상쾌한 가을바람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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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저편의 안동댐과 우리나라에서 제일 긴 나무다리라는 월영교가 그 우아한 자태를 드러냈다. 그런데, 월영교 앞, 물 가운데 있는 황토색 땅은 뭘까? 올해 2015년은 전국적으로 가뭄이 심했는데, 특히 경상도가 많이 가물었다고 들은 것 같다. 그 실체가 드러난 걸까?

    어쨌든 가뭄으로 생긴 작은 섬 덕분에 물새들은 사람의 방해를 받지 않고 쉴 곳이 생겨 좋은 모양이다. 그 위에 백로와 오리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천하태평하게 가을의 정취를 느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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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잔잔한 수면 위로 비친 월영교와 안동 민속촌의 고택들이 은은하게 물들어 가는 단풍과 어우러져 수묵담채화에서 막 튀어나온 듯한 모습으로 우리를 반겼다.

    풍경에 취해 연신 셔터를 눌러대고 있는데, 그때 남편의 배에서 항의라도 하는 듯, 꼬르륵 소리가 격하게 들려왔다.

     

     

    아무때나 먹는 제삿밥, 헛제삿 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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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맛집 찾는다고 길게 헤매면, 신경이 곤두서서 여행지에서 말싸움이라도 할까 싶길래 급히 근처에 있는 음식점으로 들어갔다.

    음식점은 관광객들의 관심사에 맞춰 안동 간고등어, 헛제사밥 그리고 분위기 좋은 카페가 대기하고 있었다. 우리는 그중 헛제사밥을 시도해 보기로 했다. 헛제사밥은 평소에 그냥 제삿밥을 해 먹는다고 해서 헛제사밥이라 불린다. 그런데 뒷걸음질치다 소잡는다고, 얼떨결에 오랜 전통의 맛집에 들어간 모양이다.

    월영교 앞의 맛 50년 헛제사밥은 헛제사밥의 원조집 격으로 제삿밥을 일반 식사 메뉴로 만든 장본인이라고 한다. 1만 원짜리 기본 헛제삿밥을 주문했더니 돔배기(상어고기)를 포함한 전류와 나물 비빔밥, 소고기 뭇국 그리고 안동식혜가 나왔다. 상어를 사랑하는 남편은 그 멋진 물고기를 잡아먹는다는 사실에 움찔했지만, 중국처럼 지느러미만 떼고 몸통은 다 버리는 게 아니고, 몸통도 낭비하지 않고 먹는다는 사실에 안도(?) 하며 젓가락을 들었다. 주문할 때 이슈가 되었던 상어고기야 사실 뭐 그냥 가시 없고, 식감 좋은 생선이라 특이할 게 없었는데, 먹으면서 진짜 이슈가 되었던 건 바로 이 붉은색의 안동식혜였다. 이걸 식혜라 부르다니, 나에게도 심심한 문화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무가 발효되어 동치미 같기도 하고, 생강 맛이 나서 칼칼한게 차가운 생강차 같기도 하고, 매콤한 고춧가루가 들어 있어 열무국수 같기도 하며, 달달한 밥풀이 동동 떠 있어 식혜 같기도 한 이 음식을 안동지방에서는 식혜라 불렀던 것이다. 우리가 흔히 마시는 하얀 식혜는 감주라고만 부른다고 했다. 맛이 호불호가 심할 것 같은데, 이미 우리 식탁에서도 의견이 양분되었다. 나는 개운한 게 은근 마음에 들었건만, 남편은 이게 밥반찬인지 후식인지 애매하다며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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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쨌든 든든하게 배가 채워지니 다시 자연스럽게 분위기가 여유롭고 화기애애해 졌다. 동네 산책이고, 전국 일주고, 세계 일주고 뭐가 됐든 배가 불러야 풍경도 아름답고, 같이 있는 사람도 예뻐 보이는 것 같다. 오래된 커플이 계속해서 즐겁게 살아가기 위한 선결 조건은 바로 든든한 뱃속에 있음을 새삼 깨달으며, 다시 힘차게 페달을 밟아 안동댐으로 향했다.

     

     

    자전거타고 시간여행, 안동 민속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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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댐 넘어서 안동호까지 가볼까 했는데, 길이 오르막인데다가 자전거 도로가 댐에서 끝나버렸다. 아쉬웠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댐을 따라 안동민속촌 쪽으로 핸들을 돌렸다.

    자전거 도로의 마지막인 영락교를 건너 강 반대편으로 오니, 강과 함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느낌이 든다. 안동댐을 건설로 수몰되는 마을들의 한옥들을 몇채 옮겨와 민속촌을 조성하였는데, 작지만 나룻터하며 꽤나 그럴듯한 풍경을 펼쳐내고 있었던 것이다. 개목나루라 불리는 이곳은 임청각 앞의 견항진의 옛 모습을 기록된 대로 재현한 것이라고 한다. 진짜 뱃놀이를 즐길 수 있는 돛단배도 운영하고 있어 단풍이 절정일 때나 벚꽃이 한창일 때 배를 타면, 아무리 감수성이 메마른 사람이라도 난생처음 시를 한 수 읆게 될 것 같이 운치가 콸콸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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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동댐을 건너면서 바라본 월영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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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나저나 평일이라 그런지 민속촌이 무지 한산했다. 작은 연못가에 앉아 도란 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동네 사람들을 보며, 남편이 질문을 던졌다. 

    + 이렇게 좋은 곳 두고 왜 서울에 다닥 다닥 몰려 살까?

    - 글쎄. 대부분의 이유는 직장이겠지?

    + 여기로 사람들이 오면 일거리도 더 생길 거 아냐.

    - 그럼 여기도 사람이 많아질 텐데, 그럼 이렇게 여유롭고 좋지 않겠지. 도시도 더 커질 거고...

    + 그러네. 여기가 좋은 이유가 사람이 적어서 인가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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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로운 듯하지만 한자리에서 뱅글 뱅글 돌고 있는 물고기떼를 보면서 많은 생각에 잠겼다. 우리도 저들처럼 우리에게 주어진 자유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한자리만 뱅글 뱅글 돌며 산다는 생각이 들었다.

     

     

    월영교를 건너면 사랑이 이루어 진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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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영교.

    안동댐 건설로 수몰될 뻔한 월영대를 이쪽으로 옮겨오면서 이 다리 이름도 월영교, 가운데 정자는 월영정으로 지었다는데, 사실 다리 자체는 이곳에 살았던 이응태 부부의 아름다운 사랑을 기리기 위한 것이다. 사백여 년 전 조선시대에 살았던 부부로 31세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남편을 그리워하는 아내가 자신의 머리카락으로 짠 미투리와 함께 관에 넣어둔 편지가 98년에 무덤을 이전하다가 공개되면서 그들의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가 알려졌다. 안동시는 이승에서는 오래 이어지지 못한 그들의 사랑이 저승에서는 영원히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사랑을 이어주는 다리, 월영교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 다리를 끝까지 손 붙잡고 걸어가면 사랑이 영원히 이루어 진다는데...남편은 스마트 폰을 손에 꼭 쥐고, 나는 카메라를 손에 꼭 쥐고 이곳을 건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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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리를 지나서 조금 더 걷다 보면 창살로 된 난간에 예쁜 유리병들이 매달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름 하여 상사병. 원이 엄마(편지를 쓴 이응태의 아내)처럼 그리움을 담은 편지를 써 두면 사랑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이런 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물쇠가 잔뜩 매달린 난간보다 색다르고, 예쁜 것 같다. 수천 년, 수만 년 후에 어떠한 이유로 땅에 묻혔던 이 편지들이 세상에 다시 나타나면, 미래의 사람들은 이걸 보고 무슨 생각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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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속촌을 지나 계속해서 강을 따라가면 길은 비포장으로 바뀌다가 급기야는 계단이 나타난다. 이곳은 호반 나들이길로, 월영교부터 법흥교까지 약 2km에 달하는 구간을 나무그늘 아래서 낙동강을 구경하며 걸을 수 있다. 혹시나 자전거로 지나갈 수 있을까 싶어 기웃겨려봤는데, 길이 좁아 통행에 방해가 될 뿐만 아니라 바닥에는 멍석이 깔려 있고, 오르막과 계단이 중간중간 끼어 있어서 수월해 보이지 않는다. 이 길은 다음에 자전거 두고 와서 걸어 보는 걸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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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영정. 월영교 중간에 있는 정자로 앞뒤로 시원하게 흐르는 낙동강의 물줄기를 감상할 수 있다. 하루쯤은 이런 곳에 세월아 네월아 앉아, 책도 읽고, 음악도 들으며 여유로운 오후를 보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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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영교를 건너다 은행잎이 노오랗게 물드는 모습을 보노 있노라니 로키산맥의 호수 위로 비친 캐나다의 단풍이 떠올랐다. 캐나다 부럽지 않은 낙동강의 단풍. ^^ 운치가 여름날의 아이스크림 녹 듯 뚝뚝 떨어지는 월영교를 건너다가 전망대에서 단풍과 어우러져 포즈를 잡아봤다. 그러나 아무리 셔터를 눌러봐도 이곳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담기는 부족한 듯하다.

     

     

    보너스 여행지, 안동댐 전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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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동댐 위쪽에는 댐과 낙동강의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이곳을 왜 보너스 여행지라 했냐면 경사가 급해서 자전거로는 오르기 힘들기 때문이다. 가끔 땀을 뻘뻘 흘리며 산악자전거 타고 올라가는 외국인들을 볼 수 있었지만 우리는 가볍게 자동차를 타고 올라갔다 ^^;

    아쉽게도 오늘은 약하게 안개인지 미세먼지인지가 뒤덮고 있어서 시야가 선명하진 않았지만, 아침에 강과 산 사이로 안개가 걷히는 모습을 사진으로 담기에 환상적인 장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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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은하게 물들어가는 은행나무들과 월영교의 풍경을 감상하고 있는데, 주변에서 윙윙 거리는 소리가 심상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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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로 이곳에는 복병이 있었으니, 정자 지붕 어딘가에 큰 벌집이 있는지 이런 커다란 벌들이 이곳을 온통 휘감고 있었던 것이다. 사진을 찍으려고 카메라를 가까이 대자 용맹스럽게 렌즈로 달려들기까지 한다. 풍경 사진을 조금 더 마음에 드는 각도로 잡아보고 싶었으나 이들이 꽤나 흥분상태로 정자를 맴돌아서 행동이 무지 조심스러웠다. 

    결국 벌들이 온통 난간을 점령하고 비켜줄 생각이 없어 보여서 결국 다음을 기약하며 뒤돌아 나올 수밖에 없었다. ^^;

    월영교 자전거길은 가로수가 대부분 벚나무라 봄에 꽃이 필 때도 아름답지만 붉은 단풍이 질 때도 그 아름다움이 빛을 발하는 것 같다. 월영교는 또 야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니 여행을 하실 때 참고하기를 바란다.

     

    INFORMATION

     

    월영교

    경상북도 안동시 상아동

     

    맛50년헛제사밥

    경상북도 안동시 석주로 201

    054-821-2944

     

    토종감자

    티스토리 우수블로그 '토종감자와 수입오이의 여행노트’ www.lucki.kr 을 운영하고 있다. 2004년부터 세계를 유랑하고 있는 유목민으로 한국일보 여행 웹진, 월간 CEO, 동원블로그, 에어비엔비, 투어팁스, 서울대치과대학 소식지 등 온오프라인 여러 매체에 여행칼럼을 기고했다. 도시보다는 세계의 자연에 관심이 많아 섬여행이나 오지트래킹, 화산, 산간지역 등 세계의 하늘과 땅 그리고 바닷 속 이야기를 주로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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