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마을, 허쉬 이야기

상상 2015.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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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음식, 쇼핑, 액티비티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마을

- 미국 펜실베니아, 허쉬

겨울입니다. 호호 입김으로 손을 녹여 가며 따스함을 찾아 헤매는 이 계절, 달콤함이 마음까지 따뜻하게 감싸 주는 곳으로 여행을 떠나 볼까요?

오늘의 목적지는 미국 펜실베니아주에 위치한 허쉬입니다.

허쉬Hershey. 익숙한 이름이라고요? 맞습니다. 허쉬 초컬릿의 바로 그 허쉬예요. 그렇다면 허쉬 초컬릿과 이 마을은 도대체 무슨 관계일까요?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마을

허쉬에 도착하니, 마을 입구에서부터 The Sweetest Place on Earth!라는 팻발이 여행객을 반깁니다.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마을이라지만, 사실 허쉬의 첫인상은 미국의 평범한 소도시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천천히 마을을 둘러보다 보면 특별한 부분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합니다.

허쉬의 가로등만큼 달콤한 가로등, 본 적 있으신가요? 전, 키세스 초컬릿 모양을 똑 닮은 허쉬의 가로등을 보고 "아!"하는 탄성을 내뱉었습니다. 벌써부터 달콤한 냄새가 솔솔 풍겨 나오죠?

키세스 초컬릿 등으로 유명한 허쉬The Hershey Company가 탄생한 곳이 바로 이곳입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허쉬 마을에서 허쉬 초컬릿이 탄생했다기보다는, 허쉬 초컬릿 덕분에 허쉬 마을이 탄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무슨 이야기인지 한 번 들어보실래요?

허쉬 초컬릿 창업자, 밀튼 허쉬 이야기

밀튼 허쉬Milton S. Hershey는 펜실베니아의 독실한 메노나이트 mennonite 집안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노동의 소중함에 대해 배우고 자란 그는, 10대 시절에 캔디 만드는 기술을 배운 후 뉴욕과 필라델피아 등지에서 캔디 회사와 캐러맬 회사를 운영하지만 거듭 실패를 맛봤다고 해요.

*메노나이트: 기독교의 한 종파로 국가와 종교의 분리를 주장하며 엄격한 규율에 따라 외부 세상과의 접촉은 최소한으로 하면서 공동체 생활을 한다. 현재 미국 펜실베니아주에도 다수의 메노나이트들이 공동체를 이루어 거주하고 있다.

하지만 성공한 사업가 대부분이 그렇듯, 그는 실패했다는 이유로 좌절하지 않았습니다. 고향인 펜실베니아로 돌아온 밀튼 허쉬는 온 힘을 그러 모아 다시 한 번 캐러맬 회사를 시작하고 드디어 성공적인 사업가로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사업은 이미 안정 궤도에 들어섰지만, 밀튼 허쉬는 거기에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가 캐러맬 사업으로 성공을 거둔 19세기 말까지만 하더라도 초컬릿 제작 기술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져 있던 상황이었다고 해요. 그래서 돈 있는 소수의 사람들만 유럽의 스위스 등지에서 수입해온 초컬릿을 즐길 수 있었다고 하는데, 초컬릿 사업에서 더 큰 가능성을 본 밀튼 허쉬는, 초컬릿 회사인 허쉬를 창립하고 베일에 가려져 있던 초컬릿 제작 기술을 밝혀내기 위해 실험에 실험을 거듭했다고 합니다.

결국, 맛있는 밀크 초컬릿을 만드는 방법을 찾아낸 그는, 부자가 아닌 사람들도 저렴한 가격에 달콤한 초컬릿을 즐길 수 있도록 허쉬 밀크 초컬릿바를 대량으로 생산하기 시작했습니다.

여기까지는 성공한 다른 기업가들의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허쉬의 창업자, 밀튼 허쉬의 이야기는 평범함을 넘어 큰 감동을 줍니다.

우선, 첫 번째로, 그는 허쉬 초컬릿 공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복지를 위해 초컬릿 공장 근처에 아예 도시를 만들어 버렸습니다. 직원들이 저렴한 가격에 집을 얻고 편리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을 할 수 있도록 했고, 업무 시간 이외에는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공연장, 호텔, 공원까지 만들었다고 하네요. 사업가가 돈을 벌면 자신의 주머니를 가장 먼저 채우고 싶은게 인지상정일 텐데 밀튼 허쉬는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는 물론 재산까지 들여 직원들을 위해 이런 일을 해냈다니! 이게 바로 한때는 펜실베니아의 드넓은 오수수 밭이었던 곳이 오늘날 허쉬 Hershey 라는 이름의 도시로 변신한 이야기입니다.

허쉬 초컬릿 창립자, 밀튼 허쉬의 이야기가 감동적인 이유는 또 있습니다.

슬하에 자식이 없던 밀튼 허쉬와 그의 부인, 캐서린 허쉬Catherine Hershey는 사재를 털어 가난해서 공부를 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학교를 짓기 시작합니다. 게다가 부부가 후에 자신들의 전 재산을 밀튼 허쉬 스쿨Milton Hershey School 앞으로 기부한 덕분에 오늘날까지 수많은 아이들이 배움을 통해 더 나은 삶을 만들어갈 수 있다고 하네요. 대중에게 초컬릿을 팔아 번 돈을 다시 대중에게 되돌려준 밀튼 허쉬.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했던 한 기업가의 너무나도 아름다운 이야기는 그가 세상을 떠난 지 7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많은 이들의 가슴속에서 반짝반짝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허쉬가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마을인 이유가 아닐까요?

허쉬 스토리Hershey Story

허쉬 마을에 있는 허쉬 스토리Hershey Story에 가면 밀튼 허쉬와 그가 만든 초콜릿 회사, 그리고 허쉬 마을에 대한 더욱 자세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마을, 허쉬가 처음 만들어진 1903년부터 오늘날에 이르는 역사를, 사진이나 문서 등을 통해 되짚어 볼 수도 있고, 밀튼 허쉬가 직접 구입했다는 멋진 시계도 볼 수 있습니다. 21세의 청년이 11년이나 걸려 1878년에 완성했다는 시계는 예수님과 열두 사도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인간이 이 세상에 태어나 죽을 때까지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하나의 작품이었는데, 매월 첫째 주말에 허쉬 스토리에 가면 시계에 있는 모든 문이 열리고 예수님과 열 두 사도, 악마와 동 트는 걸 알리는 닭 등이 모두 등장했다 들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해요.

허쉬 스토리에는 박물관, 카페, 기념품샵이 있고, 초콜릿을 이용한 요리 강좌가 진행되는 초콜릿 랩Chocolate Lab도 있습니다. 각각의 입장료와 체험료를 미리 체크하고 방문할 것을 추천합니다.

허쉬 초컬릿 월드Hershey's Chocolate World

허쉬 스토리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허쉬 초콜릿 월드Hershey's Chocolate World가 있습니다.

이곳에서 출발하는 트롤리를 타면 해설자의 설명을 들으며 허쉬 마을을 한 바퀴 둘러볼 수도 있고, 허쉬 초콜릿 월드에서 진행하는 각종 체험 프로그램에도 참여할 수 있습니다(유료).

무료로 즐길 수 있는 것들도 충분합니다. 그레이트 어메리칸 초컬릿 투어 라이드 Great American Chocolate Tour Ride가 그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많은데요, 마치 놀이동산에 있는 것 같은 4인승 열차를 타고 초컬릿 재료를 공수하는 과정부터 허쉬 초컬릿 만드는 과정까지를 지켜볼 수 있는데 이게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습니다.

개비, 하모니, 올림피아라는 이름을 지닌 젖소 세 마리가 중간중간에 계속 등장해서 너무나도 흥겹게 "허쉬 밀크 초컬릿~ 허쉬 허쉬 밀크 밀크 초컬릿~"하며 노래를 부르는데, 이 노래가 어찌나 중독성이 있는지 그날 집에 돌아오는 순간까지 저와 남편은 이 노래를 흥얼거렸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사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그 노래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네요. 성공적인 홍보송은 이런 걸 보고 말하는 걸까요?!

라이드가 끝나는 곳에서는 직원 한 분이 허쉬 초컬릿을 조금씩 나눠 줍니다. 머릿속에서는 "허쉬 밀크 밀크 초컬릿~"노래가 (의지와는 상관없이) 울려 퍼지고 동시에 입에서는 달콤한 허쉬 초컬릿의 맛이 퍼지니, 저도 모르게 기념품 샵에서 이것저것 주워 담게 되더라고요. 마치 최면에 걸린 사람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