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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향긋한 감와인 한잔과 함께 달달한 청도여행

    토종감자 토종감자 2015.12.28

    카테고리

    한국, 경상, 음식, 겨울

    겨울 추천 여행지, 청도 와인터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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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추운 날씨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겨울이 그리 달갑지 않다. 펑펑 내리는 하얀 눈도 집에서 볼 때는 예쁘지만, 직접 그 사이를 걸어 다니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러나 아쉽지만 겨울에도 시간은 째깍 째깍 흘러가버린다. 지금 놓치면 다시는 붙잡을 수 없는 오늘이라는 시간. 그래. 겨울이라고 이렇게 매 주말을 이렇게 겨울잠 자는 곰 모드로 지낼 수는 없다. 그래서 어느 햇살이 화창한 날 아침, 자꾸만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가는 내 몸뚱이를 간신히 일으켜 세우고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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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도의 유명한 상설 소싸움 경기장

     

    그런데, 겨울에도 너무 춥지 않고 여행의 낭만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어디가 있을까? 잠시 고민을 하다가 얼마 전 어딘가에서 들은 청도의 와인 터널이 불쑥 생각났다. 와인을 저장할 수 있는 곳이라면 너무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을테니 요즘 떠나기에 딱 좋은 여행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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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으로 유명한 청도는 버스 정류장이 감 모양이다

     

    경상북도 청도에서 유명한 것은 소싸움만이 아니다. 소싸움만큼 유명한 것이 바로 감 반시. 둥글 넓적하게 생겨서 반시라 불리는데, 전국에서 유일하게 씨가 없는 품종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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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인터널의 입구로 가니 주변이 온통 감 과수원이고, 청도의 명물, 반시 말린 것을 주욱 늘어놓고 판매하고 있었다. 씨가 없다 보니 당연히 곶감을 만들면 아주 부드럽고 먹기가 편하다. 색깔도 고운 반시 곶감.

    시식으로 놓인 것이 색깔이 워낙 예뻐서 나도 모르게 손이 갔다. 하나 집어먹으니 야들야들한 것이 이성을 잃고, 접시를 다 비울 것 같기에 얼른 작은 것 한 팩을 구입했다. 제일 작은 팩은 5천 원으로 가격도 저렴하다. 사실 단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말린 과일에도 별로 손이 가지 않는 편인데, 이것은 보통 먹는 곶감보다 살짝 덜 말라서 향기도 짙고, 보들 보들한 게 씹는 맛이 일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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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차장에서 백미터 조금 못되게 걸으니 터널 입구에 도착한다. 

    이 터널은 대한제국 말기인 1898년에 완공된 것으로, 오르막이라 옛날의 증기 기관차로는 힘에 부치는 길이었던 모양이다. 따라서 1937년 다른 노선을 개통하며 버려져 최근까지 별다른 용도 없이 방치되어 있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청도에서 감 와인을 개발해 숙성시킬 장소를 물색하던 중 이곳을 재발견하게 되었다. 터널 내부는 연중 15도 전후로 온도가 유지되고, 습도가 늘 70-80%로 일정하므로 와인 숙석에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던 것이다. 그래서 내부를 재정비하여 2006년부터 이곳을 감와인을 숙성하는 장소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슬픈 역사의 한 장소가 새로운 의미로 탈바꿈 한 좋은 케이스. 건설 당시 일본의 계획으로 만들어지기는 했지만, 어쨌든 이곳에서 정작 고생하며 피땀 흘려 만든 사람들은 전부 우리 민족 아니던가. 기왕이면 그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게 잘 사용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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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터널 입구에 들어서자 훅~하며 따뜻하고 습한 바람이 밀려 나왔다. 코끝과 손끝이 얼얼하던 참이었는데, 15도 정도로 온도가 유지되는 이곳은 추운 겨울에도 겉옷을 벗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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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터널 내부는 거의 120년이 다되가는 곳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도록 견고해 보였다. 게다가 와인병과 멋진 조명들로 장식이 되어 있어 은근 로맨틱한 분위기도 풍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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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인을 그 자리에서 맛보고 낭만을 음미할 수 있는 와인바도 마련되어있다. 추운 곳에 있다가 들어오니 따뜻하고, 온화한 느낌에 이곳에 하염없이 앉아 와인이나 홀짝이며 수다를 떨고 싶었지만 일단 더 안쪽도 궁금해서 들어가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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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를 지나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조명이 설치된 공간이 나오는데, 여기서부터는 몇몇 예술 작품들이 진열되어 있기 때문에 유료로 운영이 된다. 인당 2천 원. 별로 비싼 금액은 아니지만 그렇게 대단히 볼 거리가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무료로 운영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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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 와인을 숙성시키고 있는 통들은 안쪽 유료공간에 위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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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부에는 어린이들이 솜씨자랑해 놓은 작품들이 야광으로 빛나고,  가장 안쪽에는 조그마한 규모의 레이저쇼가 시연되고 있었다. 그러나 몇몇 설치물엔 불이 꺼져 있는 등, 관리가 잘 되지 않는 것 같아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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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점의 세라믹 작품들도 놓여있었다. 꽤나 멋진 작품들도 있었는데, 이 다도 세트는 아주 특이해서 하나 구입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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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숙성된 와인을 병에 담아 상품화 한 것들이 보관되고 있다. 그 사이에 조명을 설치해 나름 독특한 분위기를 풍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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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료 공간을 모두 구경하고 다시 와인 바가 있는 곳으로 나왔다. 이곳이 이 터널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 같다. 시간에 쫓긴다면 터널 끝까지 들어가지 않고 이곳에 앉아 감 와인이나 한두 잔 맛보고 가도 괜찮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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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도 와인 두 잔을 주문했다. 처음 와인터널이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는 그냥 일반 와인인줄 알았는데, 재료가 감이라는 사실에 맛을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일반 와인은 한 잔에 3천 원, 스페셜 와인은 4천 원, 치즈 안주 접시는 5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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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즈 플래터. 여러 치즈와 달달한 말린감, 감 초컬릿이 함께 나온다

     

    우리는 레귤러와 스페셸을 주문했는데, 레귤러 와인에서 감 향이 조금 더 짙게 나고 맛도 달다. 스페셸 와인은 감 특유의 향이 덜 나고, 달기도 덜해서 진짜 와인과 살짝 더 가까운 느낌이다. 그렇다고 완전히 드라이 한 것은 아니고 여기에도 단 맛이 남아있다. 레귤러는 디저트 와인처럼 당도가 높아서 여름철에는 유럽에서 맛볼 수 있는 무스카트(단 맛의 화이트 와인) 아이스크림처럼 얼려서 먹어도 좋지 않을까 싶다. 한정판으로 나오는 아트 와인과 감을 겨울 서리가 내릴 때 까지 놔뒀다 만들어 당도가 훨씬 높은 아이스 와인은 맛보지 않았지만, 감와인은 전반적으로 단맛이 나는 술이었다. 따라서 달달한 맛을 좋아하는 분들께는 솔깃한 소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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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인 터널은 늘 15도 정도로 온화한 온도를 유지하고 있으므로 겨울에는 온기를 찾아서, 여름에는 피서지를 찾아서 연중 훌륭한 여행지가 되어 주는 것 같다. 다가오는 연말 감 와인과 함께 달달한 시간을 보내보시는 건 어떨까?

     

    토종감자

    티스토리 우수블로그 '토종감자와 수입오이의 여행노트’ www.lucki.kr 을 운영하고 있다. 2004년부터 세계를 유랑하고 있는 유목민으로 한국일보 여행 웹진, 월간 CEO, 동원블로그, 에어비엔비, 투어팁스, 서울대치과대학 소식지 등 온오프라인 여러 매체에 여행칼럼을 기고했다. 도시보다는 세계의 자연에 관심이 많아 섬여행이나 오지트래킹, 화산, 산간지역 등 세계의 하늘과 땅 그리고 바닷 속 이야기를 주로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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