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서 홀리데이를 보내는 방법 /영국의 백화점

 - Harrods, Selfridges and Liberty.

[youtube]http://youtu.be/1JfS90u-1g8[/youtube]

▲ 출처 : youtube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 (Breakfast At Tiffany's, 1961)>의 오프닝 시퀀스를 기억하시나요?
이른 아침 한적한 맨해튼의 거리에서 할리(오드리 햅번)가 화려하게 치장한 채 티파니 매장 앞에 서서 쇼윈도를 바라보는 장면은 잔잔히 흐르는 Moon River 배경음악과 잘 어우러져 영화의 명장면으로 기억됩니다. 또 그녀는 우울할 때마다 티파니 매장에 간다고 하죠. 

전 세계 수많은 여성들에게 로망을 선사하는 작은 공간, 바로 쇼윈도입니다. 백화점 쇼윈도는 우리가 소망하고 갈망하는 판타지를 작정하고 보여줌으로써 우리를 현혹시키고, 환상을 심어주며 미소 짓게 만듭니다.

매년 홀리데이 시즌이면 런던의 거리는 쇼윈도를 거리로 옮겨 놓은 듯 화려하게 바뀌는데, 그 거리의 중심엔 백화점이 있어요. 백화점의 화려한 디스플레이는 단순히 '데코레이션'의 개념이 아닌 하나의 문화로 자리매김한지 오래이고, 예술의 한 장르로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런던을 찾는 수많은 사람들이 아름다움에 감탄하고 화려함에 현혹되는 곳, 이번 글에서는 런던에서 반드시 들려야 할 백화점 세 곳을 소개하려고합니다.

1. 기품 있고 호화로운 백화점의 대명사, 해럿백화점 [Harrods]

해럿백화점은 고급스럽지만, 고급스러움 속에서 진정한 영국이 묻어나는 백화점입니다. 수백 년의 전통과 역사를 가지고 있는 해럿의 쇼윈도는 마치 단편영화를 보는 듯 드라마틱하고, 고풍스럽고 중후한 내부 역시 Enter a different world라는 해럿의 슬로건처럼 다른 세상에 온 듯한 기분을 선물합니다. 해럿 백화점의 마스코트인 근위병 테디베어는 사치와 상징적인 소비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요.

 + 홈페이지 : www.harrods.com
 + 주소 : 87-135 brompton road SW1X 7XL

2. 트렌드를 선도하는 전통 있는 백화점, 샐프리지스 [Selfridges]

해럿백화점이 전통과 고급을 전면에 내세워 호화로움을 자랑했다면, 셀프리지 백화점은 변화하는 트렌드나 창의적인 디자인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다소 실험적인 백화점입니다. 판에 박히지 않은 개방적이고 신선한 공간, 인사이트를 얻고 싶다면 반드시 들러야 할 백화점입니다.

 + 홈페이지 : www.selfridges.com
 + 주소 : 400 oxford street W1A 1AB

3. 영국의 전통과 위트를 담은 공간, 리버티백화점 [Liberty]

튜더 양식의 목조 건물에서 알 수 있듯, 리버티백화점은 영국의 문화적 정취를 그대로 담아낸 백화점입니다. 리버티에는 영국의 세계적인 플로리스트 '폴라프라이크의 꽃집'이 정문에 소박하게 자리하고 있고, 1층 화장품 코너에는 글로벌 브랜드보다는 영국 자연주의 브랜드들이 비중 있게 입점되어 있는 것만으로 리버티가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잘 알 수 있습니다.

샐프리지스가 디지털에 가깝다면 리버티는 아날로그와 닮아있어요. 프로방스의 여행이 여의치 않다면, 리버티에서 목가적이고 빈티지한 영국의 감성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요? 앤티크 한 매력이 숨 쉬는 가장 영국다운 백화점, 리버티입니다.

 + 홈페이지 : www.liberty.co.uk
 + 주소 : 210-220 great marlborough street W1B 5AH

백화점을 중심으로 런던의 거리를 걷다 보면 동화속에 온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됩니다. 조명 장식이 건물 전체를 감싸고, 종일 있어도 질리지 않을 풍요로운 풍경. 누구나 이런 공간에서의 낭만을 꿈꿀 텐데요, 몽환적인 분위기와 신비로움을 자아내는 영상미가 돋보였던 영화 한 편을 소개할게요.

노라존스가 주연을 맡았던 왕가위 감독의 영화,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My Blueberry Nights, 2007)>입니다.

이 영화는 뉴욕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제레미(주드 로)와 이별 후 미련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엘리자베스(노라존스)의 이야기입니다. 손님이 주문했던 음식으로 손님의 얼굴을 기억하는 제레미 덕분에 엘리자베스는 그녀의 남자친구가 바람이 났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이별 후 미련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엘리자베스는 카페를 찾아와 적적한 시간을 보내며 제레미와 친구가 됩니다.

블루베리 파이를 클로즈업 한 영상은 이 영화를 더욱 신비하고 몽환적으로 나타내는데요, 늘 마감 때까지 팔리지 않고 남아있는 블루베리 파이에 엘리자베스는 자신의 모습을 투영시키고, 떠난 엘리자베스를 기다리며 매일같이 블루베리 파이를 굽는 제레미까지, 블루베리 파이는 이 영화의 소재이자 두 주인공의 유일한 공감대입니다.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는 사랑의 끝에서 또 다른 사랑을 만난다는 진부한 사랑이야기일 수 있지만, 지나간 사랑을 가슴에 품고 새로운 사랑을 향해 나아가는 성장을 담은 영화라는 점에서 한 해를 마무리해야하는 우리에게 잔잔한 여운을 선물할 거에요.

누구나 가슴 깊이 좋아했던 저마다의 순간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 순간들을 미화시켜 기억하고, 그 순간들속에 갇혀 추억을 되새기기도 하죠. 홀리데이시즌의 런던은 가슴 깊이 간직하고 싶은 멋진 순간을 선사하기에 충분합니다.

소중한 순간들을 간직한 채 따뜻하고 설레이는 새해를 맞이하시길 바래요.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