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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5년된 스리랑카 가옥에서의 일주일

    wild but mild wild but mild 2016.01.28

    카테고리

    기타, 휴양, 풍경, 예술/문화

     

    85년된 스리랑카 가옥에서의 일주일

    - 그리운 그 자연 속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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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리랑카(Sri Lanka)에대해 차(茶)와 불교로 유명한 국가, 그 외에는 별로 아는 것이 없었다. 유럽의 지배를 받았던 터라 유럽인들에게는 휴양지로 친숙하다는 것도 알고는 있었지만 그렇다고 내가 직접 가볼 생각을 하지는 못 했었다. 그러다 2013년에 대한항공 직항편이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잠시 관심을 가져보았으나 내부 도로사정이 좋지 않다고 해서 또 그냥 포기했던 나라였다. 그러던 스리랑카를 지난 겨울에 방문하게 되었다.

     

    인터넷을 통해 알고 지내던 스웨덴 서퍼(surfer) 커플이 스리랑카에 정착해 서핑&요가 캠프를 연다는 것이었다. 복잡하게 스케줄을 짜고 부지런히 준비를 할 마음이 없는 게으른 여행자로서는 캠프에 참가하는 것만큼 쉽게 휴가를 보내는 방법이 없다. 그래서 드디어 스리랑카 땅을 밟아보게 되었다. 

    저렴한 비행기표를 찾고 싶었지만 대부분 자정이 넘은 너무 늦은 시각에 콜롬보 공항에 도착하게 되는 스케줄이어서 대한항공 직항편을 택했다. 새벽 4시경 공항에 도착하는 비행기였는데 차라리 그게 나았다. 새벽에도 공항은 바삐 돌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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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벽 4시, 콜롬보 공항 환전소

     

    스웨덴 서퍼 커플이 운영하는 선샤인스토리즈 서핑&요가 리트리트(www.sunshinestories.com)는 콜롬보 공항에서 차로 3시간 가량 떨어진, 스리랑카 남쪽 아항가마(Ahangama)에 위치해 있다. 가는 길이 고약하지 않을까 생각했었지만, 캠프를 통해 예약한 차를 타고 새로 생긴 고속도로와 해안도로를 이용해 가니 깔끔하게 도착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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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콜롬보에서 남쪽 지역으로 연결된 고속도로

      

    그곳에서 일주일 머물렀다. 그리고 그 자연 속에서의 삶에 크게 매료되었다. 언제나 내가 원하는 파도를 골라 서핑을 할 수 있는 자연환경과 순박한 사람들의 모습도 인상적이었지만, 나는 일주일간 머물렀던 그 집이 가장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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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샤인스토리즈 서핑&요가 리트리트

     

    선샤인스토리즈 리트리트는 85년된 유럽풍 가옥을 이용하고 있다. 두꺼운 시멘트 벽과 나무로 만들어진 골격은 그대로 유지한 채, 몇 해 전 세면대 등 일부만 현대식으로 수리했다고 한다. 오랜 세월 아파트에 길들여진 나는 넓고 푸른 잔디밭이 좋고 또 좋았다.

    지프 차와 툭툭(3륜차) 그리고 오토바이 몇 대가 편안히 주차되어 있는 잔디밭을 지나면 집으로 연결된다. 그리고 그 집 안에는 요가도 하고 썬탠도 할 수 있는 중정(中庭)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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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집에는 6개의 방이 있는데 방의 구조는 모두 달랐다. 내가 묵었던 방은 2층 침대가 있는 게스트룸이었는데, 천장이 높고 문의 모양이 제각기 독특했다. 어느 날인가 밤새 빗소리가 크게 들려 천장을 보니 천장과 벽이 연결된 부위가 뚫려 있는 형태였다. 도마뱀도 박쥐도 자연스럽게 드나들 수 있는 구조. 이런 야생의 환경에서 살아보는 것이 오랜만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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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 하루 그 집에 적응해갈수록 야생의 환경은 더욱 친숙해졌다. 뒤뜰 야자나무에서 야자를 따먹고, 원숭이와 인사도 하고 길이가 2미터도 넘는 코모도 도마뱀과도 매일 만날 수 있었다. 모기와 파리도 많았는데, 옆집에는 소가 살고 있었으니 해충박멸 같은 것은 꿈꿀 수 없는 일 같았다.

    (※ 뎅기열을 옮기는 모기 등으로부터 피해를 입지 않도록 긴팔을 입거나 모기기피제 등을 써서 피해를 예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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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이나믹한 날씨 덕에 화창하다가도 갑자기 비가 쏟아질 때가 있었는데, 야자수 나뭇잎 사이로 떨어지던 거센 빗줄기를 창문을 통해 바라보는 것은 나름의 운치가 있었다. 비에 흠뻑 젖은 집은 시원한 샤워로 더위를 한층 걷어낸 듯한 상쾌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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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날이 시간이 날 때마다 집 구석구석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디지털 도어락에 익숙해진 나는 긴 열쇠를 꽂아 쓰도록 되어 있는 시건 장치를 오랜만에 보고는 반가움에 괜히 두어번 더 잠궈 보기도 했고, 신기하게 생긴 창문들도 괜히 열었다 닫았다 하며 정을 붙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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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이면 새벽대로, 낮이면 낮대로, 밤이면 밤대로 모습을 달리하는 것 같은 집이 신기하다며 카메라를 손에서 놓지를 못 했다. 서울의 빌딩숲에서 사는 사람으로서의 촌티(?)를 제대로 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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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샤인스토리즈 리트리트에서 조금만 걸어 나가면 기차역이 나오고 없는 것 없는 마을 장터가 나온다. 그리고 조금 더 걸어가면 바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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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대 위에 올라가서 하는 스리랑카 전통 방식의 낚시(stilt fishing)

     

    해가 지면 잠자리에 들고 해가 뜨면 하루를 시작하는 삶, 푸르름 속에서 자연과 공존하는 삶. 되도록이면 그렇게 자연친화적인 삶을 살자고 다짐하게 되었고 그 다짐의 중심에는 그 집에 대한 그리움이 담겨있다. 언제까지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한동안은 스리랑카의 매력에서 헤어나오고 싶지 않다.

     

    wild but mild

    주중에는 한 대학교의 홍보담당 직원으로서, 주말에는 지구별 방랑자로서 성실하고 즐겁게 그리고 둥글게 살아가고자 노력하고 있다. 나이가 들어도 늘 새로운 것에 도전할 수 있는 청년으로 살아가길 희망한다. 서핑에 입문해 좌충우돌 했던 이야기를 담아 2012년 여름, '서핑에 빠지다'를 출간했다. www.wildbutmil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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