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차나부리 하루에 돌아보기 :
전쟁묘지, 철도박물관, 왓반탐
이번 여행에는 카메라를 가져가지 않았다. 자의가 아니고 타의 100%. 미국에서 떨어져 망가졌던 똑딱이는 살아 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집에 있는 DSLR을 가져가는건 무리무리 절대 무리. 여행할 때는 언제나 포켓카메라를 고집하던 나. 큰 카메라를 가져갔다간 팔고 올 지도 모를 일이었다.
약간의 불안증세가 오기도 했지만 이번 여행을 다니면서 다녀오고서 느낀 점은 '카메라가 없어도 괜찮았다'이다. 오히려 덕분에 사진을 많이 찍으려는 집착증세가 좀 덜어진 것 같아 뿌듯하다. 사진은 모두 폰 카메라로 대체했어서 일찌감치 높은 질의 사진은 포기하고 눈으로, 온 마음으로 즐기는 여유와 미덕을 배우고 왔다. 좋아하는 인물사진 포착을 거의 하지 못했다. 주로 풍경 위주지만 후회는 없다! 앞으로도 카메라 없이 잘 다닐 수 있을거라 믿어 루나팍!
햇살이 따사롭기도 모자라 뜨거워서 짜증이 슬슬 나려는 가장 더운 오후 시간. 깐차나부리 시내에서 꼭 돌아봐야 할 곳 중에 하나인 전쟁묘지에 들렀다. 죽음의 철도를 짓는데 동원되었던 수천명의 전쟁포로들이 묻힌 묘지이다. 사진으로도 보여지지만 정말 넓다. 약 7000명이나 되는 장병들이 묻힌 이 곳. 대부분의 전쟁포로들은 호주군, 영국군 그리고 네덜란드군이다. 묘지 두군데에는 보존할 수 없었던 전쟁포로 300명의 재가 함께 묻혀져 있다. 묘지 곳곳엔 꽃이 심어져 있고 날씨도 정말 쨍하니 그런지 묘지에 들른 기분이 오히려 더 요상했다.
전쟁묘지바로 옆에는 깐차나부리에서 꼭 가야할 곳이 있다. 태국-버마 철도 박물관. 죽음의 철도 옆에 있던 전쟁박물관도 다녀온 터라 갈까 가지말까 고민을 하다가 딱히 할 것도 없고 실내에 에어컨이 빵빵하게 나오기도 해서 혹해서 들어갔다. 입장료는 120밧이다. 관람을 마치고 안들어왔으면 큰 일 날 뻔했다고 생각이 들었던 곳. 이름에서 보이듯이 전쟁포로에 대한 모든 것이 기록되고 전시되어 있는 곳이다.
철도를 짓는 일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엄청나게 혹독한 일이다. 미국은 철도를 건설할 때 중국 농부들을 데려와 지었고, 영국도 제국주의 시대에 가난한 이민자들을 시켜 철도를 만들어냈다. 노예들을 데려와 시킬 정도이니 강도가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이 되시는 지. 뼈만 앙상하게 남은 전쟁포로들을 보니 와... 또 순간 감정이입이 된다.
죽음의 다리 그 현장에서 전쟁포로들이 지은 다리를 걸어보고 기차를 타고 그 현장감을 체험했다면 후엔 교육적으로 의미 있었던 이 철도박물관을 꼭 들를 것을 권한다. 전시관도 위 아래층으로 꽤나 크고 하나하나 일일이 읽다보면 시간이 훅하고 지나가 있을 거다. 그만큼 엄청나게 몰입해서 관람하게 되는 곳이다. 마지막 전시관을 나서면 매표소에서 나누어 주는 커피티켓으로 차나 커피도 마실 수 있다. 박물관도 깨끗하고 전시도 편의시설도 잘 갖추어진 곳.
오토바이를 타고 슁슁슁 지나가다가 세상에나 예쁜 꽃들이 만발한 꽃시장을 발견했다. 멈춰 멈춰! 탐분용인지? 저렇게 묶어서 세트로 파는데 단돈 10밧이다. 눈물나는 가격.. 우리나라에선 찾아보기도 힘든 너무나 아름다운 오키드도 참 흔한 곳. 사랑스럽지 않을 이유가 없는 이 곳, 태국
카난게스트하우스 주인장 언니가 지도에 콕 찝어주면서 추천해 주신 곳. 반탐 사원. 어떤 곳일지는 생각치 못한 채로 오토바이를 타고 슝슝 달려왔다. 타운에서는 약 15분 정도의 거리. 근데! 도착하자마자 탄성이 절로 터져나왔다. 입구부터 화려하게 길게 높게 놓여진 빨간 계단. 멋있어서, 또 한편으론 저 계단을 다 오를 걱정이 밀려왔다.
이번 여행에서 처음 가보는 사원인데 이런 독특한 곳이 우리의 첫 방문지라니! 콰이강을 옆에 두고 있는 반탐 사원. 사원 위에서 내다 볼 깐차나부리 풍광도 기대되었다. 사원으로 달려오는 드라이브 길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타운에서 꽤나 떨어져서 산속으로 들어가는데 초록의 싱그러움은 물론이요, 멋진 암벽들도 나타난다. 아, 오랜만에 맞아보는 이 시원한 기분. 정말 별거 아닌데 스쿠터에 올라 자연을 즐기면서 달리면 느껴지는 이 기분 너무 좋다.
아이고 겨우 용머리 계단 타고 올라왔는데 이게 끝이 아니다. 사원을 지키고 있는 아주머니.. 보살님이라고 해야하나? 위로 올라가보라고 알려주셔서 또 열심히 계단을 타기 시작했다. 꼬불꼬불 돌산 위를 올라가는데 우와 이거 완전 동굴이다. 산 속에 있는 동굴을 또 타고 올라가는 길! 그 다음에 나오는 등산로 헥헥 거리며 꾸역꾸역 올라갔다. 그리고 드디어 정상에 도착!
산 꼭대기에 있는 왓반탐. 높은 산에 있는만큼 규모가 크지는 않고 아담하니 귀여운 사원이다. 그래도 화려한건 놓칠 수 없지! 태국 사원의 필수 요소 화려함! 사원에 도착하면 계단의 갯수가 적혀 있는데 무려 707개의 계단이다.
내려가는 계단을 보니 아찔하다. 산행을 할 때에도 내려가는 길이 더 힘든데.. 이제는 무릎나이를 생각 할 시기 허허. 밑에 내려와서 바라보는 화려한 왓반탐. 우리 이날 운이 좋았다. 다 구경하고 내려왔는데 자동차에서 내리는 몇몇의 사람들. 사원으로 향해 걸어가니 스님이 오늘은 문을 닫았다고 하시더라. 내가 힘들다고 좀만 더 늦장을 부렸으면 이 멋진 곳을 못 봤을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럭키럭키!
아까 말했던 시원한 길, 이 길이다. 이럴 땐 폰카메라가 아쉽긴 하다. 원래 요래 돌아다니면서 잘 찍고 다니는데 역시~ 폰카는 무리수였어. 게다가 오래되서 순발력있게 카메라가 빠릿빠릿하게 작동하지도 않는다.
저녁에 또 들러본 다른 시장. 먹거리가 아주 풍성하다. 태국은 어딜 가나 맛있는 게 깔려 있어서 먹을 걱정은 안해도 된다. 코코넛 찹쌀밥 그러니까 찹쌀떡도 두어개 샀다. 내일이면 깐차나부리를 떠난다. 이 곳에서는 무언가 알아가는 게 많아 의미가 더 깊다. 빈 손으로 와서 역사, 지식 한줌 얻어가는 기분. 지나가다 아무 식당에 들러서 볶음밥을 먹었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태국 볶음밥! 기름기가 없어서 좋다. 잘 먹고 나왔는데 도보 위를 걷다가 삐끗해서 아주 보기좋게 자빠졌다. 하루의 마무리는 몸개그로.
깐차나부리를 떠나는 날이 밝았다. 과일을 이렇게 예쁘게 준비해서 먹기는 또 처음이다. 우리는 저녁 기차를 타고 수랏타니로 갈 예정이다. 수랏타니로 가는 기차는 저녁 8시 반에나 있는데 이 곳 깐차나부리가 아닌 두시간 정도 떨어진 랏차부리에서 타야한다. 랏차부리까지는 한시간 밖에 걸리지 않으니 떠나기 전에 차 마실도 나가고 (버스 터미널 앞에 있는 찻집 20밧에 맛도 너무 좋다) 숙소에서 점심도 먹었다. 페낭커리 양도 엄청 많이 주시고 맛있게 잘먹었습니다. 사랑하는 나의 절친 퓨언니를 만나러 우리는 수랏타니로 갑니다 !
<INFORMATION>
Thai - Burma Railway Centre
+ 입장료 : 120밧
+ 주소 : 73 Jaokannun Road | BanNua, Amphoe Muang, Kanchanaburi 71000, Thailand
+ 전화 : 66 34 512721
깐차나부리 -> 랏차부리
+ 버스요금 : 80밧
발 길 닿는대로, 여행 여행은 사람이다. 사진 찍고 공상하고 요리하는 걸 좋아하고요 세계에 가족을 만드는게 특기입니다. http://nanahana.blog.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