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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만의 현대미술 총아, 타이베이 시립미술관

    홍대고양이 홍대고양이 2016.04.19

    카테고리

    대만, 예술/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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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 같은 미술관에 가득한 무엇들은 여행 중 가장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어느 곳을 여행하든 미술관은 빼놓지 않는다. 도시 속의 섬 같은 고요함과 차분함은 여행의 쉼표 같다. 몸은 쾌적한 실내에서 쉬어가는데, 마음과 생각은 가장 바빠진다. 쉼표는- 수많은 이어짐을 위해 꼭 있어야 할 존재다.

     

    * 타이베이 시립미술관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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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이베이는 타이완, 대만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현대미술관이 있다. 우리네 국립현대미술관 같은 곳이다. 바로 타이베이 시립미술관 台北市立美術館이다. 지하철역 위안산 圓山 Yuanshan 역이다. 내려서 번쩍이는 황금 지붕(호텔)을 바라보며 공원을 가로질러 가면 된다. 10분쯤 걷는다. 미술관 가는 길목에는 주말이었어서 그럴까, 장이 섰다. 사람들이 모여들어 신선한 과일과 음식을 사고 휴일을 즐긴다. 그랑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는 너무 정적이다. 이렇게 일요일 오후는 조금은 더 들뜨고 활발한 분위기가 좋다.

    어느 나라나 먹고사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는 건 시장에서 명징하게 드러난다. 좀 더 깔끔하거나 한 정도의 차이는 있다 해도 푸른 야채, 색색의 과일, 달콤한 주전부리 등등 먹거리들을 찾는 사람들의 마음은 다 같다. 좋아하는 친구들이나 다정한 연인, 살가운 가족들과 주말 공원 잔디를 걷고 이렇게 장을 보고 음식을 나누어 먹는 풍경, 사람들이 정말 살아가는 풍경이라 늘 반가운 정경이다.

     

        

     

    * 타이베이 원민풍미관 原民風味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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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하철역에서 공원을 지나 구름다리를 건넌다. 시야가 트여 좋다. 푸른 하늘과 초록의 잔디가 그은 수평선은 평화로움의 선을 대변한다. 쏟아지는 태양빛이 세상을 희게 표백하고 느리게 부유하듯 걷는다. 저 아래 독특한 외관의 건물이 보인다. 미술관 앞에 원민풍미관 原民風味館이 먼저 맞아준다.

    호주, 북미, 대만, 알래스카 등 많은 대륙과 섬의 원주민들은 침략자들에 의해 소수민족이 되어 자신의 터에서 밀려났다. 이런 공간은, 그들에 대한 사죄의 공간으로 느껴진다. 전시가 열리고 있다. 건물의 이름답게 타이완의 원주민들에 대한 전시다. 아이폰을 들고 전통의상을 입고 웃는 여자의 얼굴이 기묘하게 다가온다. 그림은 어느 원주민들, 그들 독자의 것들이 아닌 현대 작가의 작품이라서일까. 팝아트, 실크스크린, 고갱과 같은 단어들이 떠오른다.

    한쪽 벽에는 대만에 어떤 원주민들이 있는지 캐릭터화하여 보여주는 패널이 있다. 저 사람들은 오늘 오는 지하철에서 스쳐간 누구누구들일지 모른다. 

     

     

     

    * 타이베이 시립미술관 台北市立美術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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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이베이 원민풍미관 바로 뒤에 드디어 타이베이 시립미술관 台北市立美術館 이 눈에 들어온다. 1983년에 열어 현대미술을 중심으로 전시하고 있다. 대만의 최대 규모 현대 미술관답게 외관이 현대적이다. '현대'적인 미감은 깔끔한 직선, 투명한 유리 전면, 철근 콘크리트 등이 만들어낼 것이다. 건물 자체가 화이트 큐브로 보인다.

    타이베이 시립미술관의 한쪽은 '타이완 엑설런스 Taiwan Excellence'다. 입장료는 무료다. 최근 대만의 엑스포 등에서 수상한 연혁이 있는 디자인 제품 등이 다양하게 전시되어 있다. 전시 규모도 크지 않고 그다지 흥미롭지 않아 통로를 지나 미술관으로. 미술관은 유료다. 

     

       

     

    * 타이베이 시립미술관, 현대미술을 만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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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이나 뉴욕 MOMA, 메트로폴리탄 등을 간다면 익숙한 르네상스, 인상파 등의 작품을 많이 만나겠지만 싱가포르 등지의 미술관은 현대미술 및 자국의 민속 미술 중심이다. 그중 어느 나라든 현대미술 자체가 개념미술이며 작품을 만드는 과정과 의도에 힘이 들어가다 보니 이해하기 쉽지 않은 때가 많다. 그렇지만 언어가 달라도 좋고, 그래서 더 내 나름대로 이해하며 볼 수 있는 점 또한 장점이다.

    그렇기에 낯선 나라에서 미술관을 찾는다. 예술, 특히나 회화는 직관적이다. 보고 바로 느낄 수 있는 것들이 많다. 알아야 느끼기도 하지만 느끼다 보면 알게 되기도 한다. 두려움 없이 작품 앞에 일단 서는 것도 참 좋다. 오늘 만나는 대만의 미술관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까.

    타이베이 시립미술관은 거대한 몸체를 지닌 미술관인 만큼 공간 구성이 다양했고, 곳곳의 안내 등도 무척 친절하였다. 대만의 현대미술 발전을 위한 공간이라는 설립 목표만큼이나 크고 흥미로운 주제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국제 미술 전시회도 개최되고 있으며 대만의 신진, 원로 미술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 타이베이 시립미술관, 다채로운 미술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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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문했을 때 Everyday life coprehensible and incomprehensible라는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토끼 그림자 배경으로 제목이 쓰여있다. 시간 없다며 달리던 토끼는 어디로 들어갔을까? 일상 속으로 들어간다. 우리의 매일은, 일부 이해되기도 또한 이해할 수 없기도 하다. 그 한가운데로 함께 들어가 보자.

    하나의 주제로 다양한 작가의 작품이 모여 있는데, 어떤 영상물은 무척 흥미로웠다. 최근엔 영상이나 사진 전시를 참 많이 접한다. 회화보다 영상은 더욱더 멀게 느껴질 때가 많다만. 각국의 사람들이 같은 TV 프로그램을 보는 반응을 찍었다. 제각각이다. 나에겐 당연한 일상이 누군가에겐 정말 이해할 수 없는 incomprehensible 일이 그대로 드러난다.

    드넓은 공간에 사람들이 헤드폰을 쓰고 올라서기도 한다. 플래시몹 같다. 동시에 지시 받은 대로 사람들이 움직인다. 밖에서 보면 우스꽝스럽기도 하다. 낯선 사람들끼리 함께 움직이다 보면 묘하게 서로 이해  coprehensible 되는 순간이 있다. 같이 풋, 하고 웃게 되는 그런 흥미로운 참여 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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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다른 전시로 Animal Farm이라는, Su Wong-shen이라는 작가의 전시가 대대적으로 열리고 있다. 한 작가의 평생의 작품을 다 전시하나 싶을 정도로 전시 규모가 대단하다. 작가의 연대기적 전시라 작품의 시간적 변화가 보인다. 제목을 보면 바로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이 떠오른다. 공산국가 중국과 연관이 있어서 그럴까, 더더욱 그 동물농장을 떠올리며 보게 된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개는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마을, 공동묘지 등의 풍경이다. 개들은 늑대인 마냥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고 다른 동물과 대치하기도, 기괴한 열을 짓는다. 음울과 고민의 기운이 가득하다. 비판적이고 그로테스크한 눈빛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세상의 치부를 드러낸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한 작가를 이렇게 대대적으로 전시한다는 점이 인상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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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관이 꽤 큰 만큼 층별로 다른 전시가 계속 이어진다. Chuang che - retrespective exhibition 다. 제목은 그저 그림 같다. 한자를 많이 알지는 못하나, 의미 이전에 그 형태를 보는 일이 즐겁다. 캘리그래피로서 바라본다. 전서체, 예서체, 초서체 등 갑골문 시절부터 지금까지 한자는 그 형태 자체의 아름다움을 오랜 시간 닦아왔기에, 서체별로 미감이 다르다.

    초서체를 가장 좋아한다. 물 흐르는 듯 속도감 있게 지나간 붓놀림의 기록이다. 제목들 중 아는 몇 자를 지지대 삼아 그림들을 바라본다. 한자들의 군무가 이어지는 전시를 마저 보았다. 중간에 툭 트인 공간이 자연 채광을 구석구석 맞아들인다. 안도 타다오의 근대 건축물들을 연상케 하는 3층까지의 전시는 참으로 밀도 높게 구성되어 있었다. 

     

     

     

    * 타이베이 시립미술관, 카페 코시 오 코시 Cosi O Co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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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관 옆 동물원- 은 아니지만 미술관의 숍 구경을 참 좋아한다. 타이베이 시립미술관 지하에는 미술관 숍 겸 카페 코시 오 코시 Cosi O Cosi 가 있다. 햇살이 후투툭 떨어지는 여유 공간이 매력이다. 미술관의 숍은 여느 서점들과 달리 화보로 가득한, 그림들로 가득한 큼직한 책이 많다. 책장을 넘기며 새 책 내음을 맡거나 디자인 잘 된 소품을 보는 일이 즐겁다.

    무료 정수기도 있고 무엇보다 한적하다. 보통의 날 일상처럼 미술관 카페에서 도시락을 먹고 차를 마시는 사람들. 사람들은 수족관 속 물고기들처럼 조용조용 움직인다. 나이 지긋한 분들이 많은 것은 살짝 의외였다. 받은 미술관 전시 팸플릿을 천천히 읽고 느긋하게 간식을 먹고, 지친 다리를 쉬었다.

    미술관을 나서 다시 공원을 가로질렀다. 생각의 속도가 이동의 속도와 발을 맞춘다. 걷는 속도로 세상을 바라보며 본 것들을 갈무리하고 부드럽게 다독여둔다. 낯선 곳에서 그들이 만들어낸 아름다움의 정수들을 만나는 곳, 미술관. 알고 보아도 좋고 모르고 보아도 좋다. 모르는 만큼 신선한 자극들이 좋고, 아는 만큼 이해가 깊어져서 좋은 시간이다. 미술관. 도시의 섬은 도시 속의 쉼표이자 여행의 쉼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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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이베이 시립미술관 台北市立美術館 Taipei Fine Arts museum 정보 
    - 주소 : 104 台灣台北市 中山區 中山北 路三段 181號 (지하철 MRT 圓山 Yuanshan 역, 공원 가로질러 도보 10분)
    - 전화번호 :  +886 2 2595 765 / www.tfam.museum
    - 운영시간 : 화~금 9:30~17:30, 토 9:30~20:30, 일 9:30~17:30, 월 휴관
    - 입장료 : 성인 30 TWD, 유스 트래블 카드 15 TWD, 토요일 학생 무료 및 성인 17:00 이후 입장료 무료

    * 타이완 엑설런스 Taiwan Excelence 정보  
    - 주소 : 104 台灣台北市 中山區 中山北 路三段 181號
    - 운영시간 : 9:30-17:30 / 9:30-20:30
    - 입장료 : 무료 / 사진촬영 금지 

     

     

     

     

    홍대고양이

    동아사이언스 과학기자, 웹진과학전문기자, 아트센터 객원기자, 경기여행지식인단으로 활동. 지금 하나투어 겟어바웃의 글짓는 여행자이자 소믈리에로 막걸리 빚는 술사랑 여행자. 손그림, 사진, 글로 여행지의 낭만 정보를 전하는 감성 여행자. http://mahastha.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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