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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와 함께 런던 여행, 사우스뱅크 센터에서 보낸 하루

    헤일리 헤일리 2016.05.30

    카테고리

    유럽, 서유럽, Tip

     

    한 달간 아이와 런던을 여행했다. 런던은 유럽에서 물가가 비싸기로 소문난 도시지만, 무료로 입장할 수 있는 미술관과 박물관이 많아 생각보다 알뜰하게 여행할 수 있는 도시이다. 런던이라는 거대한 문화 & 예술의 도시를 여행하면서 알게 된 장소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이 있다. 바로 사우스뱅크 센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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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런던의 복합 문화, 예술 센터

    사우스뱅크 센터는 로열 페스티벌 홀(Royal Festival Hall)과 퀸 엘리자베스 홀(Queen Elizabeth Hall), 퍼셀 룸(Purcell Room), 헤이워드 갤러리(Hayward Gallery)를 합쳐 부르는 말로 런던의 대표적인 복합 문화, 예술 공간이다. 한국으로 따지면 예술의 전당과 같은 곳이다. 1951년 브리티시 페스티발(Festival of British)을 개최하면서 사우스뱅크 지역에 영국의 문화, 예술, 과학, 산업 등을 알리기 위해 시작된 것이 이 센터의 시초라고 할 수 있다. 이후 1960년대에 로열 페스티벌 홀의 확장 공사를 비롯, 퀸 엘리자베스 홀, 헤이웨이 갤러리가 들어서면서 비로서 런던의 복합 문화 예술 공간이 탄생하게 되었다.

    사우스뱅크 센터의 건물은 1950,60년대 건립된 건물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데,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기능주의 건축양식의 영향을 받아서 건물이 삭막하다. 런던 최고의 복합 문화 & 예술 공간이라는 수식어에 어울리지 않을 뿐더러 육중한 콘크리트 건물이 전체 분위기를 우중충하게 만들기도 한다.

    런던을 대표하는 문화 공간인만큼 못생긴 건물을 헐고 새 건물을 만들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2004년에서 2007년동안 건물의 외관과 내부를 수리하면서 창문을 많이 만들었다는 것이 전부란다. 대신 외부의 육중한 콘크리트는 컬러플한 현수막이나 간판으로 가려지기도 했고 일부 구간은 눈에 띄는 밝은색으로 페인트 칠을 하기도 했다. 국립 영화관(National Theater) 건물 아래에 뚫려있는 스케이트 보드 연습장에는 젊은이들의 그래피티가 가득하다. 주어진 공간을 특색에 맞게 활용하면서 건물의 모난 부분을 매꿔간 흔적이 군데 군데 보인다. 이곳은 물론 자전거, 보드를 즐기는 청소년 이상 젊은이들의 놀이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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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우스뱅크 센터와 템즈강 사이의 넓은 공터에는 꼬마 어린이들을 위한 모래놀이터를 만들어 놓기도 했다. 주말에는 스트릿 카페가 열리고 거의 매일 야외에서는 중고책 서점이 열리기도 한다. 퀸 엘리자베스 건물 한쪽에는 루프트 가든(Roof Garden)이라고 옥상에 잔디가 심겨진 야외카페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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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흔히 클래식, 예술을 떠올릴 때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것 중의 하나는 일반 대중보다는 특정 계층을 위한, 뭘 좀 아는 사람들이 즐기는 고급 취미 생활이라는 생각이다. 일단 돈이 있어야 여유가 생기고, 뭘 알아야 음악 감상을 하거나 미술 작품을 볼 수 있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사우스뱅크 센터는 보이지 않는 문화의 차별을 가볍고 위트있게 뛰어 넘은 곳이었다. 바로 문화를 즐기고 예술을 사랑한다는 것, 더욱이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문화는 단순한 생활에서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 같았다. 

    가령, 3살짜리 아이의 모래놀이 작품에서 예술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가하면,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으며 제멋대로 사는 것 같은 사춘기 아이의 자전거 묘기, 보드 묘기에서 행위 예술을 발견할 수 있다. 문화 공간이라도 똑같은 맥주가 편의점보다 더 비싸지는 사치의 장소가 아닌 2~3파운드만 있으면 원하는 음료를 마시며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음류시인의 피를 발견할 수도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친한 친구들과 웃고 떠드는 자리에서 새로운 이야기는 꽃이 피고 문화가 만들어지고 하나의 예술로 승화될 수도 있다.

    뜨거운 태양 아래 사우스뱅크 센터 분수에서 깔깔거리고 노는 아이들의 움직임 속에 행복을 느낀다.

    인간과 자연, 인간이 만든 문화 속에서 아름다움을 느낀다.

    아이들은 그렇다치고 동심으로 돌아가 분수속에서 깔깔거리는 모습을 볼 때면 인간이 추구하는 행복은 그리 먼 곳에 있지 않다는 것을 느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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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것이 문화가 될 수 있고 예술로 승화될 수 있는 장소
    돈이 없어도 즐길 수 있는 무료 공연, 여유가 있으면 더 퀄리티 좋은 공연을 감상할 수 있는 기분 좋은 사치, 길거리 공연에서부터 문화센터에서 주관하는 공연까지 골라서 즐길 수 있는 여유. 이러한 문화가 만들어지는 것은 단지 돈이 있다고 되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웃는 사람 옆에 있으면 한번 더 웃게 되듯이 문화를 사랑하고 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이 모인 곳에 있으면 너도 나도 일상의 작은 일들도 문화, 예술로 승화시킬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사우스뱅크 센터가 특별하다. 음료 한 잔, 핫도그 하나 사먹을 수 있는 돈만 있으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알차게 보낼 수 있는 런던의 복합문화공간. 런던 여행을 계획한다면 꼭 한 번 방문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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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우스뱅크 센터에서 아이와 함께 즐기는 노하우

    1. 어린이 모래놀이터에서 시간 보내기 - 템즈강을 따라 설치된 모래 놀이터는 아이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만든다. 모래놀이 도구만 있으면 한두 시간은 거뜬히 시간을 보낼 수 있다.
    2. 중고 북마켓에서 책 사기 - 일년내내 열리는 중고 마켓에는 어린이용 책들도 판매한다. 저렴한 가격으로 아이를 위한 책을 선물하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수 있다.
    3. 제프 헤인즈 폰테인 분수대에서 즐기는 물놀이 - 여름에 런던을 방문하는 가족이라면 이곳의 분수대도 꼭 기억하자. 남녀노소할 것 없이 런던의 뜨거운 여름을 즐기는 사람들이 즐비한 곳이다. 물놀이를 대비해 갈아 입을 옷도 간단히 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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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가족, 어린이 프로그램 확인하기 - 사우스뱅크 센터에서는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든 계층을 아우르는 공연을 한다. 홈페이지에 들어가 상단의 <What's on> 아이콘을 클릭해 그 달의 이벤트를 확인해보자. 무료로 즐길 수 있는 공연도 많으니 꼼꼼히 챙길 것
    5. 시, 문학도서관에서 시간 보내기 - 로얄 페스티발 홀 5층에는 시, 문학 도서관이 자리잡고 있다. 이 도서관은 아이들을 위한 코너도 각별한 신경을 썼는데 그 흔적은 도서관 입구에서부터 찾아볼 수 있다. 작은 부스안에는 책들과 컬러링을 할 수 있는 도구들이 마련되어 있다. 도서관 안 어린이 코너에는 아이들을 위한 이동식 소파도 마련해 놓은 센스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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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일리

    아일랜드 거주 / *UX 디자인 리서처(UX Design Researcher) +여행 작가/ *사용자 중심의 디자인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 <아일랜드 홀리데이> <한 번쯤은 아일랜드> <아이와 함께 런던> 책을 집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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